대북전단 금지 조치는 김정은에 아부한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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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전단 금지 조치는 김정은에 아부한 조치

김여정한국정부가 북한에 대북전단을 보낸 탈북민 단체 2곳의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한 데 대해 미국 인권 관계자들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북한의 요구에 굴복한 조치로 전세계의 모범이 됐던 한국의 민주주의 전통을 크게 훼손했다고 비판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미 정부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전담했던 전직 관리와 워싱턴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인권 전문가 들은 한국 정부의 조치가 정책 결정 시 지켜야 할 원칙과 민주주의 가치를 모두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북한 요구에 굴복한 조치’ 맹비난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풍선을 이용한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결정이 김여정의 사나운 비난 뒤에 나왔다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2009년 9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오바마 행정부에서 활동한 킹 전 특사는 VOA에 “한국 정부가 대북전단 풍선을 금지하겠다고 신속히 발표한 것은 한국이 그저 북한의 요구에 굴복한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 1부부장은 지난달 4일 발표한 담화에서 “탈북자라는 것들이 기어나와 수십만 장의 반공화국 삐라를 우리 측 지역으로 날려 보내는 망나니 짓을 벌였다”며 “군사합의를 파기하겠다”고 한국 정부를 위협했다. 킹 전 특사는 김여정의 담화 발표 직후부터 통일부가 대북전단 금지를 공식 추진한 데 대해 “한국이 그렇게 비굴하고 아부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서는 북한을 효과적으로 상대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북한과 관여하고 싶어 북한이 무엇을 요구하든 들어준다는 인상을 준다”고 지적했다.

킹 전 특사는 한국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북한은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어떤 노력에 대해서도 더 많은 요구를 해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대북전단 살포의 효과와 가치에 대해서는 합당한 우려가 있다”며 “풍선을 통제하거나 조종할 수 없어, 날려보낸 뒤에는 어디로 가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최근 한국 통일부는 지난17일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의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하면서 “해당 단체들이 정부의 통일 정책과 통일 추진 노력을 심대하게 저해하는 등 설립 허가 조건을 위배했다”고 설명했다. 또” 남북 접경 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 위험을 초래하고 한반도에 긴장 상황을 조성하는 등 공익을 해쳤다”고 덧붙였다. 허가가 취소되면 지정기부금 단체 지정 자격도 취소돼 기부금 모금이 어려워지고 관련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아부하는 방식으로 북한을 상대 못한다”

그레그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은 이를 “재앙적인 결정”으로 규정하고, “현 한국정부가 북한 지도부를 달래기 위해 김정은 정권에 비판적인 탈북민 운동가들의 목소리를 억압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적어도 고 김대중 대통령 당선 이후 20여 년 동안, 우리는 한국을 경제 강국이자, 가장 중요하게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역내를 넘어선 다른 나라들의 롤모델로서 높이 평가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정은에게 비판적인 탈북민 운동들과 단체들을 강력히 탄압하는 것은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여전히 우리가 알던 민주주의 국가가 맞는지, 아니면 김정은의 북한을 스스로 자초한 비참한 가난 속에서 꺼내주거나 중간 어디쯤에서 만나고 싶어 권위주의적 자본주의로 떠내려가는 것인지” 묻고 싶다는 것이다. 수잔 숄티 미국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이번 결정에 대해 “끔찍하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한 사람들보다 김 씨 독재 정권을 더 염려하고 지지하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숄티 대표는 “문 대통령이 표현의 자유를 폐쇄하고, 사랑하는 이들에게 목숨을 걸고 정보와 지원을 전달하려는 탈북민을 괴롭히고 위협하면서 한국의 자유 민주주의를 서서히 무너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한국 헌법과 한국이 서명한 국제 협정들도 위반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국무부는 ‘대북전단 살포가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 충족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에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 “우리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독립적인 정보에 대한 접근을 늘리며, 북한의 인권 존중을 촉진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계속 협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북한에 대한 정보 유입을 확대할 것이라는 원칙을 강조했지만, 대북전단 살포가 그런 수단에 속하는지, 탈북민 단체의 전단 살포 행위를 지지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북한 정권의 외부 정보 차단을 비판하고 다양한 정보 유입 방안을 모색 해오면서도, 한국에서 이뤄지는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거리를 유지하면서 공개적 언급을 삼가했다. 킹 전 국무부 특사는 “미국은 대체로 대북전단 풍선 문제에 대해선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전단을 보내는 주체가 한국에서 활동하고, 풍선이 한국 땅에서 날아가기 때문에 이는 훨씬 직접적인 남북간 문제”라고 말했다.

미 전직 관리들 조차 공개적 언급

실제로 미국의 북한 인권단체들도 대북전단 살포에 관한 한 미 정부가 직접 나서거나 관련 활동에 자금을 제공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숄티 대표는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부로부터 대북전단 풍선에 대한 지원을 얻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대북 전단 살포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한국 내 탈북민 단체가 국제 인권단체와 함께 유엔에 한국 정부에 대한 진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내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 운동연합’ 박상학 대표가 국제 인권단체들과 함께 한국 정부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취지의 진정서를 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박상학 대표의 법률대리인인 이헌 변호사는 박 대표가 국제 인권단체들과 소통하면서 이같은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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