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5일 감금 – 한국전이후 최장기간 억류 미국인
‘살해협박에 국가전복혐의 시인’

▲ 지난 2013년 7월 3일 재일조총련기관지 조선신보가 공개한 캐네스 배의 북한억류시절 모습
한국 프로야구구단 빙그레이글스의 초대감독 배성서씨의 아들인 케네스배 선교사와 가족들이 북한을 상대로 미국연방법원에 2억 5천만 달러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2년 북한을 방문했다 국가전복혐의로 체포돼 1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14년 기적처럼 석방된 배씨는 한국전 이후 북한에 최장기간 억류된 미국인이다. 배씨는 이 기간동안 억울하게 독방에 감금돼 중노동에 시달리면서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고, 배씨의 부인과 자녀, 여동생도 소송에 동참했다. 그러나 배씨가 만약 미국법원에서 승소하더라고 실질적인 배상을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우진 취재부기자>
선교사로 보다는 유명야구감독의 아들로 잘 알려진 케네스 배씨[한국명 준호], 미국시민권 자지만 현재 한국에 체류 중인 배씨가 자신을 불법 억류했던 북한에 대한 소송에 돌입했다. 배씨는 지난 17일 워싱턴DC 연방법원에 북한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으며, 징벌적 배상을 포함, 자신과 가족들에게 2억5천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시인하면 살려 준다’약속어기고 15년형선고
배씨가 제출한 소송장에 따르면 원고는 배씨와 재혼한 부인 배유진씨, 아들 배상우씨, 딸 배해진씨, 워싱턴 주에 거주하는 여동생 정수현씨 등 모두 5명이며, 피고는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 즉 북한으로 기재돼 있다. 배씨는 소송장에서 ‘나는 1991년 10월 10일 미국시민권을 획득했고, 부인인 배유진씨는 중국 국적자였으나 지난 2018년 2월 16일 미국시민권을 획득했으며 두 사람 모두 현재는 한국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아들 배상우 씨[미국명 조나단]는 미국시민권자로서 현재 일리노이 주 시카고에, 딸 배해진[미국명 나탈리]씨는 미국시민권자로서 아리조나 주 투산에, 테리수현정씨는 자신의 여동생으로 워싱턴 주 에드몬즈에 거주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씨는 ‘나는 2002년 신학대를 졸업한 뒤 전도사가 됐고 2007년 5월 목사안수를 받은 뒤 중국으로 이주해 북한전문여행사에 근무했으며, 기독교신자 3백명을 이끌고 북한을 17차례나 방문했고 단 한번도 문제가 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배씨는 ‘지난 2012년 11월 1일 18번째 5박 6일 일정으로 관광객 4명을 인솔해 북한을 방문했으며 당시 북한세관원이 국경에서 컴퓨터 외장하드에서 북한관련 다큐멘터리를 발견한 뒤 북한에 위해를 가하려는 사람이라는 명목으로 체포된 후 곧바로 석방돼 북한 입국이 허용됐으나, 곧바로 국가보위부에 체포돼 취조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배씨는 ‘북한이 자신에게 기독교 전파를 통해 북한을 전복하려 했다는 혐의를 자백하라고 강요했으며, 먹을 것도 제대로 주지 않은 채 하루 두세 시간만 재우면서 하루종일 서있도록 하는가 하면, 몇 시간씩 계속 콘크리트바닥에 꿇어앉아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이 국가전복 의도를 자백하지 않으면 머리를 잘라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에 묻어버릴 것이라고 협박하고 만약 자백하면 석방해 주겠다고 말하는 바람에 거짓 자백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혐의를 자백한 배씨는 석방되기는 고사하고 정식재판에 회부돼 변호사도 선임하지 못한 상태에서 단 90분간의 재판 끝에 국가전복음모죄로 15년형을 선고 받았고, 항소의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배씨는 재판 전에는 라선과 평양의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가 15년형을 선고받은 직후 외국인 전용 교화소로 옮겨졌으며, 이곳에서 주 6일, 하루 10시간씩 중노동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웜비어–김동석목사 유족 승소불구 배상난망
배씨는 ‘교화소에 수감된 지 3개월 만에 체중이 50파운드나 빠졌고 결국 영양실조에 걸렸다’며 ‘나는 한국전이후 북한 교화소에 수감된 첫 미국인이며, 2014년 11월 8일 석방 때까지 735일간 수감된 미국인이었다’며 ‘여동생 테리 수현 정이 언론을 통해 수감사실을 알림으로써 미국정부와 의회가 관심을 가지게 됐고, 결국 석방돼 자유의 몸이 됐다’고 밝혔다. 배씨는 ‘북한이 장기간 불법 억류함에 따라 육체적, 심리적 고통을 받았으며, 석방 후 2년간 아무런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후유증이 심했으며 특히 당뇨병과 목 및 척추 부상 등으로 수술을 받기도 했다’고 밝혔고 ‘특히 가

▲케네스 배씨는 지난 17일 자신 및 가족등 5명의 명의로 북한을 상대로 불법억류에 따른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족인 아내와 자녀들 또한 북한에 대한 공포에 따른 트라우마로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심각한 고통을 겪었다’고 강조했다.
즉 자신은 물론 전 가족이 육체적 심리적 고통, 그리고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며, 연방법원이 북한에 대해 징벌적 배상판결을 내려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배씨가 이 같은 피해에도 불구하고 만약 연방법원이 북한에 배상판결을 내리더라도 실제로 배상을 받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직후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유족과 지난 2001년 북한 감옥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진 김동석 목사의 유족들이 미국법원에서 승소판결을 받았지만, 아직 배상은 받지 못하고 있다.
연방법무부는 지난해 유엔제재위반으로 압류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네스트’호를 몰수, 매각했고 이 돈을 윔비어유족 등에게 지급하려 하고 있지만, 배 매각대금은 100만 달러에도 채 미치지 못해 사실상 실질적 배상은 요원한 실정이다. 하지만 만약 연방법원이 배씨에게 승소판결을 내린다면 북한이 미국인을 불법으로 장기 억류했음이 다시 한번 인정되는 선언적 효과를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