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2020 미국 대선[2] 난상토론 막말잔치 1차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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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시청한 대통령 토론회 중

가장 추태스런 토론회 였다’

2020년 미국 대선 토론회는 9월 29일 오하이오 클리브랜드에서 일차 막을 내리고 오는 10월 15일 플로리다 마이애미, 10월 22일 테네시 내쉬빌에서 총 3회 열릴 예정이다. 정치분석가들은 양후보가 결정적 실수를 하지 않는 한 토론회가 대선 승자를 고르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의 조 바이든 대선 후보가 지난 29일 첫 번째 TV토론 대결은 “토론회가 아니라 추태스런 모습 뿐이다”라는 지적을 받을 정도로 난상토론과 막말잔치 였다. CNN의 호스트 제이크 테퍼는 “내가 시청한 대통령 토론회중 가장 추태스런 토론회였다”고 꼬집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조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보다 우세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편집자 주>

CNN 방송과 여론조사 기관인 SSRS가 29일 토론회 직후 공동 조사한 결과 바이든 후보가 잘했다는 응답비율은 60%였고, 트럼프 대통령이 앞섰다는 평가는 28%인 것으로 나타났다. 토론회 직전 동일한 유권자를 대상으로 우세 후보를 전망하는 조사에서도 바이든 후보가 56%로 트럼프 대통령(43%)을 앞섰다. 앞서 지난 2016년 첫 대선 TV 토론회 직후 실시한 조사에서도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62%를 기록해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트럼프 대통령(27%)보다 우위를 나타냈다. 이어 ‘어느 후보가 더 진실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65%가 바이든 후보를, 29%가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응답했다. 또 응답자 가운데 69%는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에 공세를 가하는게 정당하다고 답한 반면, 반대의 경우는 32%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트럼프이번 조사에서 무당층을 제외한 응답자 중 39%는 민주당을, 25%는 공화당을 지지했다고 CNN은 밝혔다. 이번 조사는 TV 토론회를 시청한 568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오차범위는 ±6.3%다. 이날 양 후보는 첫 번째 토론 주제는 연방대법원, 코로나 19, 경제, 인종 문제와 주요 도시의 폭력 시위, 선거의 신뢰성, 트럼프와 바이든의 기록 등 6가지였다. 6가지 주제를 가지고 펼쳐진 이번 토론회는 ‘막말 잔치’로 끝나고 말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블룸버그 통신, CNN 등은 이번 토론회를 트럼프 대통령이 지배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토론회의 승자는 아무도 없다고 분석했다. 한편 올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조 바이든 대선 후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보이며 미중 갈등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대선을 두고 공화당과 민주당의 공약집을 분석한 결과 국내 정책은 당 성향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였지만 대외 통상 이슈와 중국에 대한 강경 대응 기조는 유사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양당 모두 무역 협정의 외연 확대보다는 미국의 경쟁력과 이익 제고를 최고 가치로 삼고, 지적 재산권 보호 강화, 해외부패 방지법, 공정무역 등을 추진하는 방향성이 일치했다. 민주당은 새 무역 협정 체결시 자국 노동자 보호 조항을 기반으로 할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공화당은 미국 일자리를 보호하는 공정거래법 제정을 약속했다. 특히 트럼프 정부의 대표 정책인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등 보호무역주의가 민주당 공약에도 반영됐다. 또 다자주의에서의 미국의 역할과 위상을 재정립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다만 바이든 후보 당선시 현 트럼프 정부보다 다자협력 복귀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을 나타냈다. 양당 모두 대중국 정책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양당 모두 환율 조작, 불법 보조금 등 중국의 불공정 행위를 좌시하지 않고 미국의 일자리와 투자가 중국 등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특히 민주당은 2016년 정강에 명시했던 ‘하나의 중국’을 인정한다는 문구를 빼고 남중국해와 홍콩 이슈를 언급하는 등 중국에 대한 강경한 입장 변화를 나타냈다. 중국의 군사적 도전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도 기존 민주당의 온건한 대중 정책과는 상반된다는 평가다. 대중 강경파인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의존 단절’을 공약으로 내걸며 미국 경제의 중국 의존 도 낮추기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중국 내 미국기업의 투자와 일자리를 미국으로 되돌리기 위해 공격적인 리쇼어링(자국 회귀) 유도 정책도 내놨다. 한편 대북정책에서는 양당이 입장차를 보였다. 공화당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와 북한 정권의 위협에 대한 강경한 대응’을 강조했던 2016년과는 달리 올해는 북한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반면 민주당은 “인도주의적 원조는 지지하되 북한의 인권유린 대응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공화당은 “동맹국이 공정한 몫을 지불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명시했지만,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훼손한 동맹을 재건할 것”이라고 밝혀 국가 간 동맹 이슈에 대해서도 차이를 보였다.

바이든 당선시 ‘두 개의 중국’ 등 미중갈등

한편 지난 29일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후보의 첫 TV토론은 예상대로 난타전으로 시작됐다. 이날 토론회는 양후보가 기선을 잡자는 식으로 시작부터 충돌해 처음 20분간 대혼란을 치루었다. 양측은 이날 첫 질문인 에이미 코니 베럿 판사의 연방대법관 임명 문제를 두고 충돌했다. 지난 18일 별세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대법관의 후임 자리를 두고, 민주당은 대선 이후 지명을 주장하는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베럿 판사 지명을 강행했다. 바이든 후보는 연방대법관의 후임 지명을 트럼프 대통령이 강행한 것에 대해 강하게 비난했다. 지금 이미 투표가 진행되고 있는데 새 대통령에게 맡기지 않고 지명을 강행 한 것은 “미국 국민의 권리를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바이든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선거에 이겼다. 상원을 가지고 있고, 백악관을 가지고 있다”며 “후임자 지명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반박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난 3년간 임명된 게 아니다.

4년간 임명 됐다”면서 임명 권한이 있음을 강조했다. 이날 토론은 크리스 월러스(72)가 맡았다.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 앵커 중 한명이지만 트럼프 정부 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토론 시작부터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토론 당시의 전략을 다시쓰기 시작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인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말을 중간에 끼어들고, 수시로 부정하면서 토론을 자신의 패턴으로 가져가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바이든 후보도 지지 않고 자신의 말을 계속 이어갔다. 바이든 역시 “저 사람이 하는 말은 다 거짓말”이라고 하거나, 트럼프의 발언 중에 끼어들다가 월러스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여기에 진행자의 말까지 겹치면서 서로의 말이 엉키는 경우가 수시로 생겼다. 월러스가 끼어드는 말을 제지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저 사람(바이든)과 토론하는 게 아니라 당신(월러스)과 하고 있는 것 같다. 괜찮다. 놀랍지도 않다”며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토론 중간에도 이런 일이 계속 되자 급기야 월러스 앵커는 “2분간 서로 발언할 때는 끼어들지 말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사회자가 양 후보들 끼어들기 중재에 곤욕

두번째로 코로나 19 대응 질문과 관련해서 바이든 후보는 미국에서만 20만명이 바이러스로 사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트럼프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패닉에 빠졌다. 트럼프는 지난 2월 이미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알고 있었지만, 증시가 폭락하는 것 등을 두려워 해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고 몰아붙였다. 마스크 착용 문제를 두고도 “지난 2월 보건당국 권고대로 마스크 착용을 했으면 수많은 미국인의 목숨을 구했을 것. 당신이 더 똑똑했고, 더 빨랐다면 더 많은 사람이 살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코로나 19 대처는 “경이적이었다”고 자평하면서 “나한테 ‘똑똑’이라라는 말을 꺼내지 마라”면서 “바이든은 자기가 졸업한 대학도 기억 못한다. 그는 대학에서 가장 낮은 성적을 받았다”고 비난했다. 바이든 후보의 발언 도중 수시로 트럼프 대통령이 끼어들자 바이든 후보는 “제발 잠시만 조용히 좀 해라”거나 “이봐, 입 좀 다물어라”라는 반응을 보였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푸틴의 강아지”라고 비방하기도 했다. 진행자 크리스 월리스 앵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막느라 진땀 을 빼는 모습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후보를 무시하고 월리스 앵커와 질문과 대답을 이어 가자 바이든 후보는 “계속 떠들어 댄다”고 비아냥 거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얼마전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15년 중 10년간 소득세를 내지 않았고, 2016 년과 2017년엔 소득세를 각각 750달러만 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수백만 달러의 소득세를 냈다”면서 “납세 신고서는 토론회끝나면 공개할 것이다. 나는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고, 은행의 재무 기록도 냈다”고 답했다. 이에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는 학교 교사보다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했다.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무역 노선을 두고 비판을 시작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의 아들 헌터 문제를 꺼내며 화제를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가 부통령에 재임 중일 때 헌터가 러시아 억만장자에게 350만달러를 송금받았고, 중국인과의 사업을 통해 거액을 벌어들였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들이 350만달러를 가지고 있느냐”고 계속 질문을 했고, 바이든 후보는 “그가 말하는 건 아무것도 진실이 아니다. 이 토론회는 가족이 아니라 미국들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토론회 중간중간에도 바이든 후보의 아들을 건드리며 공격을 펼쳤다.

“트럼프는 학교 교사보다 세금을 내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와 바이든 선거캠프 양측은 모두 이번 토론에서 어느정도 만족할 만한 성과는 올렸을 것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권자와 시청자에게 직접 어필했고, 바이든 후보에게 매번 카운터 펀치를 날리 는 공격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다. 다만 바이든 후보에게 지지율에서 밀리는 트럼프 입장 에서는 이번 토론회를 완전히 쥐고 흔들었어야 하는데, 그렇게까진 못했다는 평가를 내렸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에도 계속해서 카메라를 응시하고 미소를 짓는 등 흥분을 자제하려는 모습은 좋았지만, 아들 공격에선 꽤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다. 토론회 현장을 지켜본 여론전문가 프랭크 런츠 런츠 글로벌 창업자는 이날 현장 분위기 만큼은 중도층 유권자들을 마음을 움직이는 데에는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토론회는 무례하고, 공격적이고, 혼란스러웠다”면서 “바이든은 트럼프에게 ‘닥쳐라’ 라고 말했고, 트럼프는 계속 끼어들었다. 현장 참석자들은 충격 받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중도층 참석자 중 이번 토론회를 보고 두 후보 중 누구에도 투표하지 않겠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했다. CNN 역시 “오늘밤 토론회의 승자는 정하기 어렵지만 패자는 정하기 쉽다.바로 미국 유권자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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