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송환되면 공정한 재판 받지 못한다?’
지난 7월 22일 연방검찰에 체포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차남 유혁기 씨가 지난 5일 ‘공소 시효가 이미 만료된 것은 물론 한국에서는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없다’며 한국정부의 송환요청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한마디로 ‘나는 안 가겠다’는 것이다. 유 씨는 사법공조협정 상 공소시효는 송환요청을 받은 국가의 법에 따르며, 미국법상 횡령죄 공소시효는 지난해 3월로 만료됐으므로, 송환요청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유 씨는 지난 7월 체포이후 보석 없이 수감돼 있으며, 당초 본보가 유 씨의 저택으로 보도한 뉴욕 주 웨체스터카운티 파운드릿지에서 버젓이 살아왔으며, 체포된 장소도 이 저택으로 확인됐다.
안치용(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한국검찰이 체포영장을 발부한지 6년 2개월만인 지난 7월 22일 연방검찰에 체포된 유혁기 씨가 초 거물급 형사변호사를 고용, 한국정부의 송환요청에 대해 ‘나는 못 간다’라며 버티기에 나섰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회장의 차남인 유 씨는 연방법원에 답변시한을 두 차례 연기한 끝에 지난 5일 송환요청 기각요청서를 제출하고 ‘공소시효가 이미 만료됐으며, 한국검찰이 송환을 요청한 7가지 횡령혐의 모두 입증근거가 부족하다’며 아예 송환요청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유 씨는 연방법원이 정한 답변서 분량 35페이지를 초과한 38페이지 분량의 기각요청서를 통해 공소시효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유 씨 변호인 측은 ‘한국 법에 따르면 횡령죄 공소시효는 횡령금액에 따라 최대 15년이지만, 한미사법공조협정에 따르면 공소시효는 송환요청을 받은 국가의 법에 따른다고 규정돼 있고, 미국형사법 18조 3282항은 횡령죄를 범죄행위를 저지른 날로 부터 5년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 씨 측은 ‘한국정부가 송환요청서에서 유씨가 2008년부터 2014년 3월까지 횡령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으므로, 이에 따르면 공소시효는 2019년 3월까지이며,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됐다’고 주장했다.

▲ 유씨측 변호인은 한국은 횡령죄의 공소시효가 횡령액의 다과에 따라 최대 15년이지만, 한미사법공조협정상 공소시효는 송환을 요청받은 국가의 법에 따르며, 미국은 횡령죄 공소시효를 5년으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유씨에 대한 공소시효는 이미 2019년 3월 만료됐다고 주장했다.
유 씨 ‘기본권 침해된다’ 송환거부
특히 ‘한국정부는 지난 2014년 5월 8일 유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으며, 영장발부로 공소시효가 정지됐다고 주장하지만, 한국형사법상 체포영장 발부로 공소시효가 정지되지 않으며, 영장발부이후에도 공소시효는 진행된다’고 밝혔다. 유 씨 측은 이 부분과 관련, 한상훈 연세대 로스쿨교수의 공소시효관련의견을 증거로 첨부했다. 한 교수는 ‘체포영장 발부나 구속영장 발부는 한국형사소송법이나 기타 형사특별법상 공소시효 정지사유로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공소시효를 정지시킬 수 없으며, 이는 대법원 판례나 학계의 일치된 견해’라고 주장했다. 즉 체포영장발부와 관계없이 공소시효가 진행돼 만료됐으므로 송환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또 한미사법공조협정 6조에 따라 도망자는 공소시효가 정지되지만 유 씨는 한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친 사람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유 씨 측은 ‘유씨는 1989년 고등학교 입학을 위해 미국에 왔고, 미시건대학을 졸업한 뒤 전문직 취업비자를 받았고, 2002년 베스티 남과 결혼, 2007년 영주권을 받았다. 또 같은 해 둘째를 출산한 뒤 웨체스터카운티의 파운드릿지로 옮겨서 지금까지 줄곧 이곳에 살고 있다. 세월호가 침몰한 2014년 4월 16일에도 이 집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유 씨 측의 이 같은 진술을 통해 유 씨가 지난 7월 22일 체포된 곳이 이미 유 씨의 저택으로 공개됐던 파운드릿지 대저택에서 체포됐음을 알 수 있으며, 연방검찰에 연방법원에 제출한 체포보고서에도 체포 장소가 파운드릿지라고 기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유 씨는 한국정부의 체포영장발부에도 불구하고 유유히 대저택에서 일상의 삶을 즐겼던 셈이다.
유 씨 변호인은 또 한국으로 송환되면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없게 된다고 강조했다. 유 씨 측은 ‘세월호 침몰당시 대통령인 박근혜는 기소도 되기 전에 유병언일가를 죄인으로 규정했을 뿐 아니라, 당시 정홍원 국무총리도 비슷한 발언을 했으며, 국회역시 기소되기 전 유병언일가 의 재산을 압류하기 위해 유병언 특별법을 발의했고 수사책임자인 최재경검사는 유병언을 잡아서 법이 허용하는 최대형을 선고받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유죄가 인정되기도 전에 선고부터 먼저 한 셈이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유 씨가 한국에 송환되면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없으며 유 씨의 기본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했다.

▲ 한국법전문가인 한상훈 연세대 로스쿨교수는 ‘체포영장이나 구속영장의 발부가 형사소송법상 공소시효정지사유로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공소시효를 정지시킬 수 없다’라는 견해를 법원에 제출했다.
공소시효와 범죄사유를 전면 부정
유 씨 측은 세모, 모래알, 아해, 온나라쇼핑, 천해지상표권, 천해지 컨설팅계약, 천해지사진판매강요 등 한국정부가 주장하는 7가지 횡령혐의도 증거가 불충분하며 한국에서의 세모 측 경영진에 대한 재판과정에서도 이 같은 혐의가 대부분 유죄로 인정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유 씨 측은 경영진에 대한 재판 녹취록을 영문으로 번역해 기각요청서에 꼼꼼하게 인용, 무죄 주장을 펼쳤다, 즉 범죄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 씨 측은 결론부분에서 ‘유 씨의 한국 송환은 근거 없이 유 씨의 자유를 빼앗는 것이므로, 연방법원은 유 씨가 한국 송환대상이 아니라고 규정해 달라’고 촉구했다.
연방법원은 당초 유 씨 측에 8월 17일까지 기각요청서를 제출하라고 명령했으나, 유 씨 측은 지난 8월 10일, ‘증거서류 대부분이 한국에 있고, 이를 번역하기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 기각요청서 제출시한을 9월 21일로 연기해 달라’고 요청, 법원 승인을 받아냈다. 그러나 제출시한 열흘 전인 9월 10일 다시 제출시한을 10월 5일로 연기해달라고 요청, 승인을 받음에 따라 재판일정이 사실상 50일이상 연기된 것이다.
답변시한 연기를 통해 재판일정을 지연시킨 유 씨 측은 답변서에서 공소시효와 범죄사유를 전면 부정, 송환대상도 아니라고 주장함에 따라 유 씨에 대한 송환재판은 최소 2-3년간의 법정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유 씨는 체포직후 유명변호사인 폴 시트먼 변호사를 선임한데 이어, 기각요청서 제출직전인 지난달 22일 초 거물급 형사변호사인 숀 패트릭 나운톤 변호사를 추가 선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숀 나운톤 변호사는 지난 2011년 스트라우스 칸 당시 IMF 총재의 뉴욕 소피텔호텔 메이드 성추행사건을 맡아 무죄판결을 받아낸 변호사이다.

▲ 연방검찰은 연방법원에 제출한 체포영장신청서 및 집행현황을 통해 유혁기를 지난 7월 22일 웨체스터카운티의 파운드릿지에서 체포했다고 밝혔으며, 이 지역은 당초 본보가 유씨의 대저택이 있다고 보도한 지역이다.
초 거물급 변호사 숀 나운톤 추가 선임
또 유 씨는 지난 2014년 10월 2일 한국정리금융공사[당시 예금보험공사의 자회사]가 뉴욕남부연방법원에 아해프레스와 유씨, 유 씨의 부인 엘리자베스 유 씨 등을 상대로 1650만 달러 배상소송을 제기했을 때도 자신의 변호사로 숀 나운톤 변호사를 선임했었다. 숀 나운톤 변호사가 초 거물급 변호사인 것은 물론, 이미 5년 전 이사건 관련 변호를 맡았으므로 사건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는 강점을 가진 셈이다.
이 사건에서 한국예금보험공사는 지난 2017년 11월 14일 473만 달러 승소판결을 받았고, 유 씨 측은 항소했으나, 뉴욕주항소법원도 지난해 3월 12일 예보 승소판결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즉 예보가 유 씨와 유 씨의 여동생 유상나 씨를 상대로 473만 달러의 채권을 확보한 것이다. 유 씨는 맨해튼 콘도를 245만 달러에 매각한다는 계약을 체결했으나 최종계약직전 예보가 부동산처분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냈고, 결국 매각대금을 받아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유 씨는 맨해튼 콘도를 처분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막대한 재산을 소유하고 있다, 유 씨는 지난 2007년 8월 6일 뉴욕 주 웨체스터 카운티의 파운드릿지소재, 114 하이릿지 로드의 저택을 345만 달러에 매입했으며, 현시가 7백만 달러상당의 이 저택 소유주는 지금도 유 씨 부부로 확인됐다. 또 유 씨의 동생 유상나 씨도 당시 법원에 오빠의 저택인근 아몽크의 12 길포드레이크드라이브의 4백만 달러상당 저택을 자신의 주소지로 기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세월호 침몰로 304명이 숨지고, 유병언은 변사체로 발견됐지만 유 씨의 자녀들은 호화생활을 이어가고 있고, 거물급 변호사를 고용, 송환저지에 나서고 있다. 한국정부가 연방검찰과 협조, 유 씨의 기각요청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이상, 유씨 송환은 유야무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