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 간 재산 쌈박질 소송…돈 앞에는 부모-형제도 없다

■메릴랜드거주 친남매 20년간 소송전…

■돈 가로챈 장남상대 소송도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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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도 물어가지 않는 돈 때문에…

가족소송이른바 ‘왕자의 난’으로 불리는 재벌가의 재산싸움, 잊을 만하면 왕자의 난이 신문방송을 장식하지만, ‘장삼이사’, ‘필부필녀’의 삶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음이 미국법원을 통해서 드러나고 있다. 미주한인들도 여동생이 오빠를, 오빠는 여동생을, 부모는 장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가족 간의 소송이 줄을 이어, 돈 앞에는 부모형제도 없다는 말을 실감나게 하고 있다. 지난 7월 20일 메릴랜드 엘리엇시티에 거주하는 이원순씨가 버지니아주 요크타운거주 오빠 이원복씨를 상대로 20만 달러를 돌려달라며 버지니아 동부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연인 즉슨 이들 남매의 소송전은 약 20년간 이어져 온 것으로 드러나, 피붙이도 돌아서면 남보다 더하다는 말을 실감나게 한다. 불과 몇 푼의 돈 때문에 전개되는 혈육 간의 씁쓸한 목불인견 소송의 전말을 짚어 보았다.
<박우진 취재부기자>

소송의 시작은 오빠였다. 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지난 2002년 7월 23일 오빠 이원복씨가 여동생 이원순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14만1천여달러 승소판결을 받았고, 판결에도 불구하고 돈을 갚지 않자, 2004년 5월 21일 여동생의 집에 대한 압류를 요청했고, 법원은 2004년 6월 1일 이를 승인했다. 아뿔싸, 그러나 법원의 실수로 일은 더 꼬이고 만다. 여동생 거주지인 하워드카운티의 클럭이 판결등록 일자가 2002년 7월 23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2004년 6월 1일로 잘못 기재했으며, 연방판결 집행가능 기간을 2년 이상 늘려주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이 여동생의 주장이다.

선산 팔아 챙긴 오빠 상대 반환소송 낸 여동생

2015년 7월 23일 오빠는 연방법원에 2002년 판결의 효력을 연장시켜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여동생은 메릴랜드 주법에 따르면 2002년 판결의 유효기간은 12년이므로 이미

▲ 메릴랜드주 거주 여동생과 버지니아주 거주 오빠가 ‘오빠가 빌려준 돈 10여만 달러’를 둘러싸고 18년째 소송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 메릴랜드주 거주 여동생과 버지니아주 거주 오빠가 ‘오빠가 빌려준 돈 10여만 달러’를 둘러싸고 18년째 소송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에 만료됐으므로 판결 무효를 주장했다. 반면 오빠는 판결등록일이 2004년 6월 1일이므로 12년이 지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클럭이 실수를 했지만 어쨌든 유효한 판결등록 일자가 2004년 6월이라는 것이다. 오빠가 소송을 제기하자, 여동생은 지난 2016년 3월 24일 오빠를 상대로 판결연장 신청을 기각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2002년 판결효력은 2014년 7월 23일자로 종료됐고, 오빠가 판결연장을 요청한 2015년 7월 23일은 이미 시효가 지난 뒤이므로 판결연장 신청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같은 해 6월 2일, 여동생의 기각요청을 이유가 없다고 거부하고, 2016년 6월 3일자로 판결재등록을 승인했다. 오빠 입장에서는 2002년의 판결효력을 2028년 6월 3일까지 합법적으로 연장 받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에 따라 여동생은 판결 연장에 불복, 2016년 7월 6일 항소를 제기했고, 오빠는 항소를 기각해 달라고 요청한 끝에 법원은 같은 해 8월 9일 다시 여동생의 항소를 기각하고 오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자 여동생은 2016년 8월 17일 또다시 특별항소 법원에 항소를 제기했고, 2년 반 동안의 법정투쟁 끝에 지난해 1월 30일 마침내 여동생이 승소했다.

오빠가 연달아 승리하다 마침내 갑과 을의 지위가 바뀐 것이다. 특별항소법원은 여동생의 항소제기가 항소허용기간 내에 제때 이뤄졌으며, 2002년 판결효력은 2014년 7월 23일 기각됐다고 판결했다, 오빠가 판결연장 신청을 제때 하지 못함으로써 2002년 판결효력은 사실상 무효화 돼 닭 좆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되어 버렸다.

‘모친이 남긴 1만달러 달라’ 여동생에 협박까지

▲ 오빠 이모씨는 여동생에게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자 2002년 연방법원으로 부터 14만여달러 승소판결을 받은뒤 여동생의 집을 압류했으며, 판결집행기간이 만료되자 2015년 판결효력연장을 신청, 이를 승인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 오빠 이모씨는 여동생에게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자 2002년 연방법원으로 부터 14만여달러 승소판결을 받은뒤 여동생의 집을 압류했으며, 판결집행기간이 만료되자 2015년 판결효력연장을 신청, 이를 승인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오빠는 2019년 3월 18일 판결에 대한 재검토를 요청했고, 5월 14일 메릴랜드항소법원은 이를 승인했다. 이 승인의 의미는 여동생 집에 대한 지속적인 가압류를 허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항소법원은 오빠에게 담보설정은 무효화된 것으로 보이며, 그러므로 무리하게 집행을 하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단서 조항을 달았다. 오빠는 이 승소 판결을 근거로 2019년 8월 23일 한국의 선산을 매각한 돈 중 20만 6536달러를 가져갔다.

오빠의 승리로 이미 끝난 듯 했던 소송전은 또 다시 반전된다, 올해 1월 23일 항소법원이 최종적으로 특별항소법원의 판결이 옳다며 다시 여동생 승소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여동생은 올해 4월 23일 ‘지난해 오빠가 가져간 선산 매각대금 중 일부인 20만 6536달러 반환을 요청했다. 약 20년의 소송을 진행하면서 이들 남매가 변호사에게 지급한 돈만 소송가액인 20만 달러와 엇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여동생이 오빠를 소송한 사건은 또 있다. 지난 8월 17일 ‘김 모-박 모’ 부부가 뉴욕 주 퀸즈카운티 법원에 오빠 박모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공교롭게도 소송을 제기한 김모-박모씨 부부가 거주하는 곳도 오빠를 소송한 이원순씨의 주소지와 동일한 메릴랜드 엘리엇 시티였고 오빠 박모씨가 사는 곳은 뉴욕퀸즈 플러싱이다. 여동생 박 씨는 소송장에서 지난 2012년 아버지로 부터 한국의 부동산을 상속받았으나 오빠 박 씨가 재산분할을 요구, 상당부분을 준 뒤 가능하면 오빠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위해 메릴랜드로 이주했다고 밝혔다. 여동생은 메릴랜드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고, 지난해 어머니 는 한국아파트를 매각해

▲ 여동생이 ‘판결연장무효’판결을 받자 오빠는 다시 항소를 제기, 또 다시 판결을 뒤집고 지난해 8월 한국선산을 판매한 돈 20만6천여달러를 가져갔고, 여동생이 올해 1월 다시 최종승소판결을 받고, 20만달러를 되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 여동생이 ‘판결연장무효’판결을 받자 오빠는 다시 항소를 제기, 또 다시 판결을 뒤집고 지난해 8월 한국선산을 판매한 돈 20만6천여달러를 가져갔고, 여동생이 올해 1월 다시 최종승소판결을 받고, 20만달러를 되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매각대금을 딸에게 주는 등 모든 재산을 딸에게 넘기고, 평생 자기를 모시고 살아달라고 요구했다. 평생 봉양의 조건으로 한국아파트 매각 대금을 자신을 모시고 사는 딸에게 준 것이다.

어머니는 그 대신 내가 죽으면 이돈 중 1만 달러만 오빠에게 주라고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 5월 14일 어머니는 코로나19에 의해 유명을 달리했고, 오빠 박 씨는 메릴랜드 여동생의 집으로 찾아와 어머니의 돈을 자신에게 달라고 요구했다, 오빠는 동생을 괴롭히기 시작했고, 캘리포니아와 뉴욕에 사는 언니들도 여동생에게 전화해 오빠에게 돈을 주라고 위협했다는 것이 원고의 주장이다.

여동생은 변호사를 고용, 어머니에게 받은 돈 12만 7천여달러를 변호사에게 공탁했고, 변호사는 지난 7월 20일 오빠에게 직접 여동생에게 연락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여동생은 재판부에 ‘자신이 유산의 유일한 주인이다’는 사실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메릴랜드 주에서는 부모가 장남이 재산을 가로챘다며 소송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

메릴랜드 노부부, ‘재산뺐아갔다’ 장남소송

메릴랜드 주 로렐거주 토니 김씨 부부는 자신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아들이 자신의 재산을 가로챘다며, 지난 9월 16일 이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82세인 토니씨는 지난 1972년 이민온 뒤 자신은 트레일웨이스 버스정비 기술자로, 부인은 트레일웨이스 청소부로 일하면서 돈을 모아 1981년 부터 비지니스를 시작했고 지난 1993년 9

▲ 지난 8월 17일 김모-박모씨부부가 뉴욕주법원 퀸즈카운티법원에 오빠 박모씨를 상대로 ‘어머니의 유산은 내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 지난 8월 17일 김모-박모씨부부가 뉴욕주법원 퀸즈카운티법원에 오빠 박모씨를 상대로 ‘어머니의 유산은 내 것’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월 워싱턴 DC의 한 건물을 큰 아들인 브라이언과 둘째아들 공동명의로 매입했다고 밝혔다. 그 후 이들 부부는 이 건물을 매도한 뒤 1994년 조금 더 큰 규모의 부동산을 매입해서 그 렌트비 수입으로 생활을 꾸려왔다. 특히 토니씨가 1996년 뇌출혈증으로 은퇴한 뒤 이 부동산에서 월 9426달러의 렌트비와 부부 2명의 사회보장연금 월 1600달러 등이 유일한 수입이지만, 이마저도 최근 장남이 이를 가로챘다는 것이다.

이들 부부는 갖은 고생을 하며 모은 돈으로 2남 2녀의 자녀에게 자동차와 대학학비 등은 물론 집을 구입할 때도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그러던 중 토니씨가 지난 2019년 4월 5일 은행에 가다 대형 교통사고를 당해 3개월간 병원에 입원한 뒤 재활치료 등을 받으면서 장남과의 불화가 시작됐다. 토니씨는 병원 입원 중 장남이 부동산 등을 관리한다며 자신의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캐피탈 원등 2개 은행계좌에 장남 명의를 추가해 달라고 요구해 이를 들어줬고, 2019년 7월에는 장남이 병원 퇴원에 필요한 서류라고 서명을 요구해서 서명해 줬더니 부동산 양도 서류였다는 것이다.

특히 장남이 자신에게 불필요한 수술을 받게 한 사실도 알게 됐다고 밝혔다. 토니씨는 병원에서 퇴원한 뒤 재활치료를 받으면서 장남에게 4개월 치 렌트비를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돌려받지 못했다. 장남은 ‘부모가 낭비가 심하다’며 돌려주기를 거부하고 매달 1900달러씩만 드리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자 부모는 그 돈으로는 도저히 살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토니씨는 ‘월 렌트비 9426달러를 받아서 재산세 등 제반비용 3313달러를 지불하고, 우리에게 생활비 1900달러를 주면 4123달러가 남게 된다. 이 4213달러를 몽땅 장남이 가로채고 있다’며 이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오빠와 여동생 등 친남매 간에, 부모와 장남 등 부모자식 간에 돈을 가지고 다투다 못해 법원에서 소송전까지 벌이고 있는 것이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지만, 돈이 피보다 더 중요한 셈이다. ‘인생은 혼자다’라는 말이 있듯, 결국 부모형제보다 자신을 우선시하는 사람이 점점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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