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선데이저널 최초보도…취재 17년, 작성기사 262개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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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BBK, 다스 실소유주 의혹
‘대단원의 마침표를 찍다’

취재기간 17년. 작성기사 262개. <선데이저널>이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다스 및 BBK 실소유주 의혹을 취재하면서 남긴 기록이다.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법원에서 뇌물과 횡령 등으로 17년형이 최종 확정되고 재수감 되면서 본국 언론이 다스 및 BBK 의혹과 관련해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 측이 처음 제기했다”고 기사화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2003년 본지가 이 전 대통령과 다스 및 BBK 관련 첫 보도를 시작하면서 이 사건은 공론화 됐고, 결국 2007년 본국 대선에서도 이 문제가 최대 이슈가 됐다. 오죽하면 당시 MB 측 박계동 의원이 국회에 나와 “이 사건은 LA한인신문 ‘선데이저널’의 공작”이라고까지 음해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명박 후보의 당선이 유력한 상황에서 검찰과 특검은 이 전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줬고, 진실은 가려졌다. 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는 것처럼 다스와 BBK 실소유주 의혹은 끊임없이 이 전 대통령을 따라다녔고, 결국 법의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사실 17년이나 끌 사건이 아니었음에도 법원과 검찰 등 본국의 사법기관이 정치권력에 기생하며 본질을 외면한 사건이었다.
리차드 윤(취재부기자)

이명박

본국 시간으로 10월 29일 대법원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의 상고심에서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8000만여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판결의 핵심은 결국 다스와 BBK 등이 이 전 대통령 소유라는 것이다. <선데이저널>이 17년 전 최초로 의혹을 제기했던 사건이 매듭지어지는 순간이었고 이명박의 몰락을 알리는 선고였다. 선데이저널이 2003년부터 60여회에 걸친 추적 기사를 통해 알리는 동안 침묵을 지키던 본국 언론들은 2007년 대선을 전후해서 이 사건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그 이후 여러 언론사나 기자들이 마치 이 사건을 자신들의 노력으로 밝혀낸 것처럼 과대포장하고 있지만 사실 2003년부터 보도하기 시작한 <선데이저널> 웹사이트를 들어가 보면 17년 간 의혹이 어떻게 처음 제기되고 어떤 진행 과정을 거쳤는지 여실히 잘 드러나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대단원의 마무리를 한 MB의 BBK 및 다스 실소유주 의혹의 전말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써내려간다는 심정으로 다시 정리해봤다.

‘다스는 이명박 것’ 명백히 밝혀져

이명박 전 대통령의 운명을 가른 사건은 캘리포니아 법원에 접수된 하나의 소장에서 시작된다. 이것을 취재하는 본국 언론의 기자들도 이 사실을 잘 모르겠지만 이 소장이 BBK 사건의 운명적인 막을 올리는 계기가 됐으며 17년이 지난 오늘 결국 이명박이 몰락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이다. 2003년 5월 31일 캘리포니아 법원에 ‘다스’라는 회사가 미국 시민권자인 김경준이라는 사람의 권유로 거액을 잃었다며 소송을 낸 것이다. 2003년 6월 <선데이저널>은 당시 소송에 대한 기사를 처음 보도했는데, 다음은 당시 기사 내용의 일부다.

<< 우선 지난 5월 31일 접수된 ‘DAS(舊 대부기공㈜ : 대표이사 이상은)’ 측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은 이미 캘리포니아 주 법원에 계류 중인 상태로 이 소송을 제기한 DAS 사의 대표이사 이상은 씨는 묘하게도 이명박 서울 시장의 친 형이기도 하다. LA 민사법원에 접수된 기록에 따르면 “당시 경북 경주에 주소지를 둔 대부기공이 김경준 씨의 잘못된 권유로 투자해 1,580만 달러 규모(한화 140억원)의 투자 손실을 보았다며 전액을 배상하라”고 지난해 4월 김 씨와 김 씨의 부인 이보라 씨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던 것.

문제는 소송을 진행하는 회사 대표가 이명박 서울 시장과 형제 관계라 주목 받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DAS 사 이상은 대표가 과연 ‘동생 이명박 씨의 권유로 투자했는지 아니면 김경준 씨의 권유로 투자했는지’의 양쪽 가능성 중 그 진실에 촉각이 곤두세워지고 있다. 그 사실여부가 이번 민사소송 재판에서 주요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반면 피고 김경준 씨의 주장은 이렇게 요약된다. “피고인 김경준 씨 측은 원고 측이 회사 투자에서 발생한 손실을 자신에게 떠넘기려 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으며 자신은 BBK 투자자문의 에이전트에 불과하다며 실소유주인 이명박 씨가 투자 손실액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김 씨 측은 책임소재를 돌리는 ‘BBK 이명박 대표설’을 계속 고수하며 변론에 나설 것으로 보여진다.>>

이듬해인 6월 1일 캘리포니아 법원에는 김경준 씨를 상대로 한 또 한 건의 민사소송이 제기되었다. ‘옵셔널벤쳐스 코리아’의 후신 격으로 상호를 바꿔 단 ‘옵셔널캐피탈’ 사가 김경준, 이보라, 에리카 김 변호사 등을 상대로 미화 3000만 달러를 보상하라는 소송이 제기된 것. 그런데 여기에 또 다시 이 전 대통령이 등장한다. 세 사람은 LK-e 뱅크라는 지주 회사를 설립하고 그 밑에 하위 파트너로 e-뱅크증권, BBK, 하나은행 등을 엮는 거대한 사이버 금융 거래 네트워크를 구상했고, 모든 법적인 문제는 에리카 김 변호사가 주도적으로 담당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지주 회사 격인 LK-e 뱅크의 L은 이명박 씨, K는 김경준 / 에리카 김 남매의 이니셜을 따 설립했다는 점이다.
당시 제출한 소장에는 “에리카 김 변호사가 유령회사 급으로 보이는 5개 사의 실질적 대리인으로 활약했으며, 공문서 위조 및 불법송금 등의 혐의가 있다”는 내용을 등이 담겨 있다.

선데이1

이명박과 에리카의 ‘자승자박’

이런 소송을 거치면서 모든 의혹은 하나로 모아졌다. 과연 ‘다스, BBK, 옵셔널벤처스’의 주인은 누구인가? 그리고 이명박과 에리카 김은 도대체 무슨 관계이기에 천하의 이명박이 에리카 동생 김경준에게 거액을 투자하게 됐는지 각종 의혹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 나왔고 그들의 비밀스러운 사생활 스토리들이 적나라하게 불거져 나왔다.
결국 2007년 대선에서도 이런 의혹들이 본국 언론의 주관심사로 떠올랐다. 이 역시 20003년 본지가 사건이 처음 불거질 때부터 제기해왔던 의혹들이다.

<이번 연방 마샬에 전격 체포된 김경준 씨 사건의 가장 관심거리는 김경준 씨의 투자유치와 관련한 거액의 공금 횡령과 외화도피라는 충격적 사실도 사실이거니와 김 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 변호사와 이명박 씨와의 묘한(?) 관계가 핵심의 의혹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의 거물 정치인이자 현재 서울시장을 지내고 있는 이명박 시장은 이번 김경준 씨 사건으로 가장 큰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으며 ‘김경준 씨와의 사기 공모’ 등으로 피해자들로부터 피소를 당한 사실이 부각되면서 자칫 정치적 위기에 몰려 있다. 이번 사건의 등장배경인 사기극은 코스닥 역사상 전무후무할 정도로 엽기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듯 싶다.

김 씨는 주가조작, 유령회사 투자, 외화유출 등 각종비리를 총망라한 사기극을 벌였으며, ‘이명박’이라는 거물 정치인이 주요 메뉴로 등장하는 등 세인들의 이목과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김경준 씨는 한국 검찰 뿐만 아니라 ‘위조여권 등 서류조작 혐의’ 등이 드러나 만큼 미국 실정법마저 저촉한 상태라 ‘처벌’은 불가피해 보인다.

대한민국 최고 기업 중 하나인 ‘현대그룹’ 출신으로 천하에 똑똑하고 잘 나가던 정치인 이명박 씨가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어 불과 30대 초반의 젊은 김경준 씨에게 무려 1백억원을 투자했으며, 그것도 모자라 정치적 생명의 최대 위기를 맞게 되었는지 도무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

<선데이저널>이 제기한 의혹은 단지 한인사회에서 이 사건 관계인들 간에 떠돌던 그런 루머가 아니었다. 본지가 보도과정에서 제기한 팩트들을 그대로 가지고 마치 야당에서 자신들이 입수한 것처럼 떠들어댔다. 일례가 2001년 BBK 계좌에서 이명박 씨의 계좌로 넘어갔던 약 50억 원에 대한 송금영수증이다. 검찰이 첫 번 째 수사과정에서 증거로 채택하지도 않았던 이 자료는 다스 측이 직접 작성했던 자료를 본보가 최초로 입수했던 것이었다.

실제 본보가 연방법원 자료실에서 입수한 서류에 따르면 한국외환은행의 BBK계좌의 거래 관계에서 지난 2001년 2월 28일자로 4,999,995천원(약50억원)이 이명박 시장 계좌로 지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7월 한나라당 예비후보들의 검증 청문회에서 이 50억 원이 문제가 되자 이명박 후보 측은 “김경준씨 측이 조작해 짜깁기한 것” 이라고 일축했었지만 모두 이명박의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본보의 취재결과 이번 자료가 김 씨 측이 제시한 자료가 아니라 이 후보의 형인 이상은씨가 대표로 있는 (주)다스 측이 미국법원에 제출한 법적 자료라는 점에서 이 후보 측이 그 동안 주장해온 ‘김 씨 측의 짜집기’라는 주장을 정면으로 뒤집은 셈이었다. 이런 의혹 제기에 대해 대선 3달 전이었던 9월 20일 이명박후보 진영의 진수희 의원은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며 시기적으로 일치하지 않다’라고 말하며 ‘BBK가 돈은 보냈다는 2001년 2월에는 이명박후보가 서울시장이 아니었는데도 이명박(시장)이라고 기재한 것은 김경준 씨의 조작이다’라고 강하게 반론을 제기했다.

2007년 검찰과 특검도 본지 보도에 나온 서류를 입수해 수사 과정에서 참고를 했다. 하지만 검찰은 다스가 만들어서 냈던 이 서류도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다. 결국 검찰이 이 서류를 가지고 있었다는 말은 팩트지만, 이 서류를 가지고도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윤석열은 MB 면죄부 준 장본인

BBK 연속보도가 계속되고 2007년 대선에서 이런 문제가 불거지자 MB를 보호하려는 쪽도, MB의 비리를 추적하는 쪽도 본지에 접촉해왔다. 특히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캠프 측에서는 총 3명이 본지 발행인을 찾아와서 BBK 사건 무마를 시도했다. 그들이 바로 이명박 정부에서 요직에 앉았던 신재민 전 문화부 차관, 김효재 전 정무수석, 박계동 의원(전 국회 사무총장) 등이다. 특히 대선 전 박계동은 “DJ측과 친분이 두터운 미주 LA한인신문인 <선데이저널>의 전 발행인인 연훈씨가 이러한 BBK공작을 주도하고 있다”며 “연훈 씨가 미국으로 도피한 후 미주 한인주간신문 <선데이저널>을 인수해 BBK공작을 주도해왔으며, <선데이저널>을 통해 60여 차례에 걸쳐 이명박 후보를 음해하는 보도를 일삼고 있다고 거짓말을 꾸며댔다. 결국 박 씨는 대선 전 본지 발행인을 만나 사과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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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사건은 17년이나 끌 사건이 아니었다. 2007년 대선 전에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거나 이후에 특검이 제대로 수사했으면 이명박은 대통령이 되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본인이 LK-E 뱅크 설립에 관여했다는 광운대 동영상까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2007년 이명박 후보에게 면죄부를 줬다. 당시 이 사건을 수사했던 최재경 검사나 김홍일 검사 등은 이명박 정부에서 승승장구했다. 압도적인 지지율을 기록하던 대선 후보를 검찰이 제대로 수사할리 만무했다. 당시 정호영 특검에 파견 나가 이 사건을 수사했던 인물이 문무일 전 검찰총장과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17년 형을 선고받고 구속 수감된 이명박은 지금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당시 그에게 면죄부를 줬던 최재경 정호영 문무일 윤석열 등 이른바 BBK검사들은 또 어떤 상념에 잠겨있을까. 이제 이명박은 BBK라는 지긋지긋한 이름에서 종신형과 다름없는 17년의 중형을 선고받고 수감되면서 끝내 의혹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명박은 사면이 없다면 96세가 돼서야 감옥에서 나온다.


다스와 BBK가 누구 거냐고요?

‘바로 이명박 것입니다’

BBK는 1999년 4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돼 그해 8월 한국에 투자자문업으로 등록했으며, 역외펀드인 ‘MAF 펀드’를 설정해 국내 개인과 법인들의 자금을 유치했다가 불투명하고 변칙적인 자금 운용으로 소송을 당한 바 있다. 당시 BBK의 대표가 미국 시카고대학 경제학 석사에 살로먼스미스바니 증권사 출신인 김경준씨였다. 김씨는 이 전 시장과 함께 LK – e뱅크라는 자산운용회사를 차리기도 했으며, 광은창투 후신인 옵셔널벤처스 대표로 재직 중 회사 주가를 조작한 뒤 자금을 횡령하는 금융사기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지주 회사 격인 LK-e 뱅크의 L은 이명박 씨, K는 김경준 – 에리카 김 남매의 이니셜을 따 설립했다.
흔히 ‘BBK 사건’이라고 부르는 금융사기 사건에는 이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및 횡령 문제가 아울러 포함돼 있다. 김경준의 BBK 설립에서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선 5200여 소액투자자들이 600억원대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돼 만만찮은 폭발력을 안고 있는 사안인데, 이 전 시장 쪽은 김씨와 함께 LKe뱅크를 공동 설립한 것을 빼고는 BBK,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사건에 전혀 관련돼 있지 않다는 주장을 펴왔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서 이 회사가 누구 것이냐에 대한 의혹이 다시 일었다. 결국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이 전 대통령이 설립한 청계재단이 가지고 있는 영포빌딩 지하의 ‘다스’ 사무실에서 이 전 대통령 재임 시 청와대 문건이 발견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검찰은 수사를 진행한 끝에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수사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이 상당량의 회사자금을 횡령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를 포착했다. 대법원의 이날 판결은 검찰의 이 주장을 받아들였다는 의미다. 아울러 다스 실소유가 인정되면서 삼성그룹으로부터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대납받은 것에 대한 혐의도 인정됐다.

대법원 판결로 삼성그룹이 이 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것도 인정됐다. 원심 재판부는 다스 소송비 대납과 관련해 제공된 금품이 직무집행에 대한 대가라는 점에서 이 전 대통령과 삼성그룹 사이에 공통의 인식이나 양해가 있었다고 평가했었다. 이 전 대통령이 삼성그룹으로부터 부정청탁을 받고 다스에 돈이 제공됐다는 것이다. 이는 고(故)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의 특별사면과 관련한 청탁이 있었고 그 대가로 금품이 제공되었음을 인정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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