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들의 편견 조장한 졸렬한 버서리즘(birtherism)의 결과물
모두가 알고 있었는데 정작 트럼프만 몰랐다
트럼프는 비즈니스면에서 성공한 인물일지 몰라도 미국 정치계에서는 초년병이었다. 그가 가장 크게 잘못한 것은 미국민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너무나 거짓말을 많이 한 것이다. 4년전 그는 대통령이 되자, 미국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그 만의 정치신념을 민의의 바탕에 투지않고 그 자신의 ‘미국우선주의’라는 정치 실험을 계속 강행해 나갔다. 과학을 무시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응책 실패, 인권을 무시하는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국제기구에서 일방적 탈퇴, 중국과의 소모적 무역전쟁, 우방동맹국과 일방적 방위비 증액 강요, 국익에 반하는 북핵 외교의 실패 등등은 미국민들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협력과 지지를 받지 못했다. 정부 공직자들도 그 앞에서 소리를 내지 못했다. 야당인 민주당도 번번히 대결을 하지 못햇다. 결국 4년을 참아온 국민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민주주의 심판장인 선거에서 그를 심판한 것이다. 그것이 2020년 미국 대선의 의미이다. <성진 취재부 기자>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부친 멕시코 국경장벽이 비난의 대상이다.
워싱턴 포스트에 주간칼럼을 쓰는 파리드 자카리아는 4년전에 ‘트럼프는 패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번 대선을 앞두고 그의 칼럼에서 “필자는 이번에도 위험을 감수하고 트럼프가 선거에서 패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을 것이다. 지난 4년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숱한 일들을 겪었지만 필자는 아직도 미국인들의 가슴 속에 ‘최상의 가치’가 담겨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바로 그 가치에 필자는 다시 베팅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번에는 그의 베팅이 적중했다. 그는 미국의 가치가 되살아 날 것이고 그것이 바로 건국 이래 미국은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아이디어를 꾸준히 확대했고, 바로 이것이 미국인들로 하여금 과거에 대한 향수에 사로잡혀 뒷걸음질 치지않고,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앞으로 전진하도록 만들기 때문에 이번에는 트럼프가 패할 것이라고 베팅했던 것이다.
그는 4년 전 선거에서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를 평가 절하했다. 솔직히 말해 그처럼 위험한 인종주의적 세계관을 지닌 인물이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고 했다. 4년 전 많은 미국인들은 트럼프의 인종주의에 “혹해서”가 아니라, 그가 내민 위험천만한 인종주의 “미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표를 던졌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대다수의 미국인들이 지난 4년내내 그를 못마땅해 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평균 지지율은 공식 집계가 시작된 이후의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최저치를 작성했다.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을까? 뉴욕타임스의 네이트 콘이 지적하듯 그는 지난 대선에서 현대 미국사를 통틀어 두 번째로 인기 없는 후보와 맞붙는 행운을 누렸다.(가장 인기없는 후보 1위는 트럼프 본인이다.)
직접투표에서 힐러리 클린턴에게 뒤졌지만 3개 경합주에서의 아슬아슬한 승리로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 정족수를 넘기면서 어렵사리 백악관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고 했다. 인도계 미국인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이고 무슬림인 자카리아는 트럼프를 가리켜 “그는 천박하고 속물스러 웠으며, 대부분의 정책이슈에 무지했을 뿐 아니라 아주 사소한 일에 대해서조차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병적인 거짓말쟁이였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는 “이번에 트럼프의 패배를 확신하는 주된 이유는 지난 몇 년 사이에 미국에 큰 변화가 있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흑인인 버락 오바마가 외국태생이라는
의혹을 제기해 그에 대한 백인들의 편견을 조장하는 졸렬한 버서리즘(birtherism)에 편승해 중앙 정가로 진입한 인물이라고 모독했다. 또 트럼프는 지난 8월 백악관에서 가진 대통령후보 지명수락연설에서도 멕시코 인들을 겨냥한 인종 주의적 발언을 남겼다. 그것도 모자라 전 세계의 무슬림들에게 미국의 국경을 “완전히 폐쇄하겠다”는 제안까지 곁들였다. 대선 유세 내내, 외국인과 소수계를 향한 그의 수사는 일관되게 모욕적이었다. 하지만 필자는 미국인 유권자들이 그의 인종주의적 언행에 맞장구를 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유권자들이 바른 투표를 할 것이라고 믿었다. CNN 방송은 올해 11월 3일 대선에서 흑인의 사전투표 참여가 크게 늘었다고 보도했다. 4년전에는 외면했던 흑인 유권자들이 이번에는 대거 투표에 참여했다. CNN은 흑인 유권자들이 2016년 대선때보다 훨씬 더 높은 비율로 투표장으로 몰려 들었다고 전했다.
‘더 이상 트럼프 언행에 맞장구 안 칠것’
구체적으로 대선일 2주 전인 지난 10월 20일 기준으로 조지아주에서 사전 투표에 참여한 흑인은 60만명으로 4년 전 대선 때 29만명의 배를 넘었다. 캘리포니아주는 흑인의 사전투표 참여가 30만 명으로 4년 전 같은 시점 11만명 보다 크게 늘었으며 메릴랜드주는 같은 기준으로 1만 8천명에서 19만명으로 10배 넘게 증가했고,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이겼을 때 백인의 트럼프 지지가 원동력이 됐지만 한편으론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흑인의 투표 불참 역시 큰 요인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1천 200만 명의 흑인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흑인 투표율은 꾸준히 상승해 2012년 66.2%까지 올랐지만 4년 전 대선 때는 59.6%로 20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 2008년과 2012년 대선은 흑인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출

▲워싱턴 DC 거리에‘트럼프 물러가라’는 피켓도 나타났다.
마한 선거였다. 흑인은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으로 꼽힌다.
워싱턴포스트와 ABC 방송이 지난 10월 초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흑인 유권자에게서 바이든 후보는 92%의 지지를 얻어 8%인 트럼프 대통령을 압도했다. 또 갤럽의 올 여름 조사 때 흑인의 87%는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이렇다 보니 민주당은 흑인 투표율 제고에 상당히 공을 들여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오바마 여사는 지난 8월 한 행사에서 미국의 기초선거구당 2명꼴로 밀려 2016년 대선에서 졌다고 한 뒤 “우리는 그 결과를 안고 살아왔다”며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올해 흑인의 투표 참여가 증가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백인을 중시하는 정책을 편다는 인상을 주면서 백인 우월주의 집단이 활보하는 등 소수인종 사이의 소외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의 백인 중시 정책에 소수인종 반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 와중에 백인에 비해 유색인종의 피해가 컸다는 불만도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네소타주의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를 비롯해 올 들어 공권력에 의한 흑인 사망사건이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미전역의 인종차별 항의시위로 번진 것도 흑인의 투표 참여를 촉진한 것으로 해석된다. 흑인인 데이브 리처드는 CNN과 인터뷰에서 “이번 선거는 버락 오바마를 위한 2008년 대선보다 더 중요하다. 당시 대선은 변화와 역사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며 “이번 선거는 미국을 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사회에 흑인의 투표율 제고를 어렵게 하는 각종 장벽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많은 주가 중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투표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갖고 있다.
이 법에 따라 흑인 16명 중 1명은 투표권을 잃었는데 비흑인의 경우 59명 중 1명꼴이라는 점과 비교해 흑인의 투표권 박탈 비율이 더 높은 것이 실정이다. 일례로 권투 선수인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의 경우 1992년 강간죄 유죄 선고로 투표권을 잃었다가 주의 규정 변경으로 올해 처음으로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2013년 연방대법원이 차별금지투표법을 약화한 판결을 내린 이후 흑인이 많이사는 남부 주에서 약 1천 200곳의 투표소가 폐쇄된 것도 흑인의 투표 제약으로 작용한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CNN은 인터뷰한 흑인들이 인종 불평등과 경찰의 잔혹성, 의료혜택 상실을 우려한다며 많은 흑인이 생애 가장 중요한 선거처럼 느낀다고 말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WP는 민주당은 4년 전 대선 때 뺏긴 중서부 노동자의 지지를 탈환하는 데 관심이 있지만 실제로는 다른 인종의 투표에 대선이 달려있을지 모른다며 이는 2016년 대선 때 투표하지 않은 흑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