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와중에 빚까지 얻어 천막 쳤는데….
‘페티오 영업 하지 말라고?’
연중 최대 명절인 땡스기빙 데이가 왔지만, 코리아타운은 꽁꽁 얼어붙었다. 어디를 가나 거리에는 걸어다는 사람은 보기 드물고 상점들마다 썰렁한 모습이다. 코로나에 발목이 잡힌 상인들은 도산 위기가 코앞에 다가왔다며 ‘어떻게 이 난관을 극복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장탄식을 호소한다. 여기에 추수감사절 연휴와 실종된 블랙프라이데이, 연말 크리스마스 대목을 가로막은 코로나 대확산에 매출도 크게 줄었다. 공포감만 퍼지고 자칫 유령도시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코로나에 치이고, 겨울 날씨에 치이고, 대책없는 정부의 무책임한 막가파 정책에 상가 주민들의 한숨이 더 깊어지고 있다.
LA코리아 타운은 흡사 유령도시
웨스턴 9가 코리아타운 플라자는 예년 같았으면 선물용품이나 마켓에서 과일상자를 찾는 손님들이 분주했을 이 수퍼마켓은 어떤때는 손님이 한명도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한산한 모습이다. 마켓 안내원은 “지난 수년이래 요새처럼 손님이 없기는 지금이 가장 심한 것 같아요…. 여기에 갑자기 더 심해지니깐 사람들이 더 움직이기를 꺼려하는 것 같아요”라며 한 숨을 짓는다. 비대면 땡스기빙데이가 대세가 되면서, 연말까지 불경기가 계속될 것으로 단정한 상인들은 25일 부터 아예 야외영업도 3주간 폐쇄되는 바람에 망연자실한 표정들이다. 말이 3주지 사실상 언제가 될지 모르는 막연한 기대감에 어깨가 쳐져있다. 8가에 위치한 한식당의 매니저는 “지금 이 사태가 거의 도산 위기입니다. 여기 저기서 문 닫아야겠다는 소리만 들리고 정부에서는 대책도 없고… 언론에서는 겁만 주고… 앞집 뒷집에서는 곡소리만 나오고 정말 죽을 맛입니다…”라고 절박감을 호소했다.
8가에 위치한 또 다른 한식당 주인은 24일 “아니… 월동준비로 제대로 텐트촌 영업을 위해 없는 와중에도 홈디포에 가서 장비 재료를 사가지고 번듯하게 페티오 천막을 설치했는데… 다시 폐쇄라니… 개스 히터도 5대를 구입하는 등 8천여불을 들였는데… 정말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에요”라며 답답함을 털어 놓았다. 이처럼 코리아타운 요식업계가 또 다시 시름에 빠졌다. 일식당 아라도를 경영하는 한인요식협회 김영호 회장은 25일 오후 10시부터 심야 영업과 야외 영업을 금지하는 방역 조치를 내린데 대하여 “이미 추수감사절과 연말 특수를 기대하면서 장기적으로 겨울 시즌과 내년 상반기까지 버틸 준비를 했는데 이번 옥외 영업 폐쇄 조치는 빙산이 내려 앉는 기분이다”라며 “한편 과연 이런 방법 밖에 당국이 취할 수 없는지도 답답하다”고 호소하면서 영세상인들을 위한 정부의 특단의 조치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타운의 상가가 연말연시를 대비해 장기적 옥외 영업을 예상하고 이미 건조한 패티오를 확장이나 수리하고 야외 천막과 히터 등을 추가로 구입하여 땡스기빙데이 명절 특수를 기대했던 한인 요식업계로서는 “벼락맞은 기분”이라고 했다.
불법 변태영업 ‘노래방- 룸싸롱’은 불야성
윌셔 길에 위치한 한인 식당 업주는 “겨울을 대비해 패티오 지붕을 설치하기 위해 1만 달러 넘는 비용을 쓰고 있는데 힘이 빠진다”며 “렌트비와 직원 급여를 생각하면 버텨내는 것이 걱정”이라고 한숨을 토해낸다. 웨스턴 9가에 한국산 제품을 판매하는 웨스턴 백화점도 한산했다. 매장의 직원들 표정도 어두웠다. 한 직원은 “땡스기빙데이 전후에 요즘처럼 손님이 없기는 지난 3년이래 처음이다” 라면서 “제일 걱정은 여기서 얼마나 더 일하게 될지… 매일 조마 조마해 하면서 지낸다”며 억지 웃음을 보였다. 코리아타운 플라자에 위치한 진흥각 관계자는 “그동안 투고와 딜리버리로 그나마 버티어 왔는데 이번 당국의 밤 10시 이후부터 아침 5시까지 통행금지 조치로 인해 고객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돼 거리를 나오질 않는다”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코리아타운은 저녁 5시만 되면 그야말로 암흑 천지로 변하고 노래방과 룸싸롱 등 일부 불법변태 영업장소를 제외하고는 사람 구경을 하지 못할 정도다.
이번 당국의 조치가 비록 3주간이지만 언제 또 변경될지 우려감도 높아지고 있는 한인 요식업계에게 야외 영업 금지는 매출 유지에 큰 타격임에는 분명하다. 야외 영업으로 코로나 19 이전의 30% 정도 매상을 올리던 한인 요식업계는 매출이 반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반토막 매출이 예상되자 한인식당 업주들은 입너 조치로 아예 영업을 중단하거나 직원 수를 줄이고 직원들의 근무 시간을 대폭 줄이는 등 비상 위기경영에 들어가고 있다. 요식업계에 종사하는 한인들의 실직 사태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하루에 감염자가 6천명이 넘을 정도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코로나 확진에도 마치 코로나 감염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돈이 눈이 먼 일부 노래방 업소와 단속을 피해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긴 룸싸롱은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지난 주 목요일 대대적인 노래방 단속으로 상당 업소들이 티켓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다음날부터 보란듯이 영업을 재개하고 노래방과 룸싸롱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문제는 수시간 동안 100스케어 피트도 되지 않은 작은 방에 수명의 남성들은 여성 종업원들을 옆에끼고 밴드에 맞춰 마이크 한개로 돌아가면서 노래를 불러 코로나 감염 위험에 노출되고 있음에도 업주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불법 변태 영업을 계속하고 있었다. 노래방으로 이사를 간 유명 룸싸롱의 한 마담은 기자의 질문에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어쩌겠어요. 목구멍이 포도청이고 수입이 없는데 어떻게 생활을 하겠는냐”고 반문하며 ‘아가씨들은 정말 곤혹스러워합니다. 먹고살기 위해 어쩔수 없는 선택이다’라며 난감한 표정을 지어보였다.(노래방과 룸싸롱 현장르포 취재는 다음 주에 게재 예정)
‘대책없이 희생만 강요’ 분노 확산
한편 일부 남가주 주민과 소상공 업계가 캘리포니아주 야간 통행금지 조치를 성토하고 나섰다. 이들 주민들은 정치인들은 방역대책을 실천 안하고 주민들에게만 강요하는 코로나 대책에 분노의 항의를 보냈다. 일부 LA지역 주민들은 에릭 가세티 시장 공관 앞에서 지난 22일 코로나 19 방역강화 조치 철회를 요구하면서 항의 시위를 벌였고, 오렌지 카운티 주민은 헌팅턴 비치에서 주정부의 졸속행정을 항의했다. 이들은 LA시장과 주지사가 권한을 남용해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을 침해한다며 탄핵과 주민소환까지 주장했다.
최근 개빈 뉴섬 지사는 생일 파티를 위해 손님들과 함께 나파밸리를 방문한 사실에 주민들이 탄핵까지 들먹일 정도가 되었다. 거기에 일부 주의회 의원들은 코로나 대책 협의 명분으로 하와이 관광명소 마우이 섬으로 갔다는 소식에 주민들의 분노는 더없이 커졌다. 대책회의 명분으로 주민들 세금으로 관광을 갔던 것이다. 23일 현재 가주 정부는 코로나 19 대유행 단계인 보라색 지역 41개 카운티를 대상으로 제한적 자택 대피 행정명령을 내렸다. 지난 21일부터 한달 동안 해당 지역은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비필수 사업장 영업을 할 수 없다. LA카운티는 가주 정부보다 더 강력한 방역조치를 지난 20일부터 시행했다. 또한 LA카운티는 25일 오후 10시부터 지난 3월에 준하는 자택대피 행정명령을 재시행 한다고 발표했다. 보건 당국은 코로나 19 급증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며 주민 협조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