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러웨어 법원 ‘미래에셋에 계약금과 일체의 비용 지급하라’ 판시했지만…
‘소유권 분쟁소송’숨기고
매입계약 체결한 이유가 궁금해
미래에셋과 중국 안방보험의 미국호텔인수관련 58억 달러의 소송전과 관련, 지난 8월말 ‘미래에셋이 비교적 여유있게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보인다’는 본보보도대로 미래에셋이 1심에서 승소판결을 받아냈다. 델라웨어주 형평법원은 지난달 30일, ‘안방보험은 미래 측에 계약금 5억8천만 달러와 제반 소송비용등을 모두 지급하라’고 판결함에 따라, 미래측이 기사회생했다. 법원의 이 같은 판결은 ‘안방보험이 복잡한 소유권분쟁에 휘말린 것을 알고도, 미래 측에 이를 숨기고 호텔매각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밝혀진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안치용(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델라웨어 주 형평법원은 지난달 30일, 미래에셋이 안방보험과의 호텔매입계약을 이행해야 한다는 안방보험 측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대신, ‘안방보험은 미래에셋에서 받은 계약금과 거래비용 및 소송비용, 그리고 이자등을 미래에셋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자칫하면 5억8천만 달러에 달하는 계약금을 모두 날릴 뻔 했던 미래에셋측이 사실상 완전하게 승소한 셈이다. 이번 판결을 통해 미래에셋측이 회수하는 돈은 계약금 5억8천만 달러 및 이에 대한 이자와 매매계약에 따른 비용 368만5천 달러 및 미래측이 부담한 소송비용등이다.
본보 ‘미래, 유리한 고지 선점’ 8월보도 적중
미래에셋은 지난해 9월 11일 안방그룹[현 대가그룹]과 미국 내 15개 최고급호텔을 58억 달러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으나, 이들 호텔이 복잡한 소유권 분쟁에 휘말린 사실을 뒤늦게 확인, 크로징당일인 지난 4월 17일 안방보험 측에 ‘계약위반사유발생’을 통보하자 안방보험은 열흘 뒤인 4월 27일 델라웨어 주 형평법원에 계약불이행을 이유로 미래에셋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었다. 그 뒤 미래에셋도 ‘계약을 위반한 것은 안방보험이므로, 이미 지급한 계약금 5억8천만 달러를 반환하라’며 맞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8월 25일부터 28일까지 5일간 불꽃 튀는 재판이 펼쳐졌었다.
얼핏 미래에셋의 계약위반으로 보이는 이 소송에서, 안방보험측은 미래와의 매매계약 이전인 지난해 8월 5일, 이미 델라웨어 주법원에 월드어워드파운데이션과 소유권 분쟁소송을 시작한데 이어, 지난해 10월 24일부터 12월 16일까지 6건등 무려 90건 정도 소유권소송이 진행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미래에셋이 여유있게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안방보험이 소유권에 문제가 있는 호텔을 매각하려 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게 됨으로써 승소한 셈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등소평의 외손자사위인 우 샤오후이 안방그룹회장이 중국정부에 구속되기 3주전 ‘호텔 15개의 소유권은 안방보험이 아닌 등소평일가 소유로 추정되는 델라웨어 4개회사에 있다’는 계약서에 서명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이 문서는 비밀이며, 특히 시진핑일가, 부정부패수사의 총책임자인 왕치산일가, 당 중앙위원회 위원일가, 그리고 중당정부인사에게 유출돼서는 안 되며, 이를 유출한 사람은 등소평일가에게 2700억 달러, 한화 270조원의 벌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경고문구가 적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문서가 중국재판은 물론 미국재판에서 증거로 제출됨으로써, 미래 – 안방의 다툼 이면에는 중국 권력실세들의 재산다툼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공개됐었다.
한국 금융당국, 미래에셋 부실실사 조사해야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현실적으로 그 어떤 회사도 매매계약에 꼭 필요한 타이틀을 발급해 주려 하지 않았다. 미국 4대 타이틀회사인 퍼스트아메리칸, 피델리티내셔널, 올드리퍼블릭, 스튜어트 등이 모두 타이틀, 즉 권원보험 증서발급을 거부했다. 타이틀 제공은 매도자, 즉 안방보험의 의무지만, 이를 지키지 못함으로써 계약은 자동으로 무산됐다. 따라서 미래에셋의 계약해지는 정당하며, 귀책사유는 안방보험에 있다는 것이 판결의 요지다.
미래에셋이 5억8천만달러에 달하는 돈을 되찾게 됐지만, 미래에셋은 실사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힘들다, 소송과정에서 미래에셋은 계약직전 6개호텔의 소유주가 사기에 휘말린 것을 뒤늦게 알았을 뿐더러, 이를 알고도 되레 안방측에 계약강행을 요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안방측이 월드파운데이션등과 소유권 분쟁에 휘말렸다는 사실도 미래에셋이 자체적으로 인지한 것이 아니라, 대주단, 즉 미래에셋에 돈을 빌려주려던 채권단이 발견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래에셋은 호텔만 보면 앞뒤 안보고 덤빈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다. 미래에셋은 투자자들의 돈을 위임받아 관리하는 회사인 만큼 거래에 앞서 철저한 실사를 해야 마땅하지만 소송과정에서 너무나도 허술한 실사를 했다는 사실이 발각된 것이다. 미래에셋이 피해를 입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자산운용회사를 관리하는 금융당국은 반드시 이 사건에 대한 별도의 조사를 실시,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을 막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