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세손이 LA에 1260만 달러 저택 매입했다는데…‘정말, 황세손 맞아?’
때 아닌 대한제국 황세손 ‘적통’논란
‘대한제국의 황세손 앤드류 리가 로스앤젤레스에 1260만 달러의 대저택을 매입했다’는 보도가 대서특필되면서 또 다시 ‘적통논란’이 일고 있다. 앤드류 리씨는 지난 2018년 말 황손인 이석씨의 지명으로 황세손이 된 것으로 알려진 반면 전주이씨 대동종약원등은 이미 지난 2005년 앤드류 리씨가 이원씨를 황세손으로 지명했다. 이구씨 사망이후 적통논란에 이어 또 다시 비슷한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앤드류 리씨가 IT전문가로서 성공한 사업가라는 사실은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엄연히 황세손이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황세손이 지명된 것은 대한제국의 끝나지 않은 비극이라는 지적이다. 어찌된 영문인지 전후사정을 짚어 보았다.
안치용(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성공한 IT전문가로 알려진 앤드류 리씨, 황세손인 이 씨가 로스앤젤레스 인근에 1260만 달러 상당의 대저택을 매입했다고 LA타임스가 보도, 화제가 되고 있지만, 지난 2005년 이원씨가 황세손이 됐다는 점에서 적통논란이 재현되고 있다는 지적을 낳고 있다.
본보확인결과 ‘대한제국 황세손이 히든밸리의 저택을 매입했다’는 기사에 언급된 저택의 정확한 주소는 캘리포니아주 벤츄라카운티의 히든밸리지역 ‘2500 화이트 스탤런로드, 사우전드옥스’로 밝혀졌다. 이 씨는 이 대저택을 지난 11월 30일 1260만 달러에 매입한 것이다. 이 저택은 대지가 16.8에이커로 2만천여평, 건평이 1만4703스퀘어피트로 413평에 달하고, 방이 7개, 욕실이 8.5개이며 와인시음실, 영화관, 체육관, 테니스장, 수영장등이 갖춰져 있다. 본보가 이 주택의 재산세 서류를 확인한 결과 올해 벤츄라카운티가 재산세 부과를 위해 책정한 이 저택의 공시가격은 1201만4천여달러, 1년치 재산세는 12만6099 달러에 달했다.
특히 이 저택은 지난 2008년 2월 5일 한인으로 추정되는 로렌스 마틴 한이 1160만 달러에 매입했다 지난 2012년 12월 14일 중국계 유명화백 두 해준 [HAIJUN DU]에게 1100만 달러에 매도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두해준화백이 계속 소유하고 있다가 앤드류 리씨에게 매도한 것이다. 두해준화백은 지난 2015년부터 이 주택을 1890만 달러에 매도하려고 부동산 시장에 내놨으나, 거래가 이뤄지지 않았고, 그 뒤 매도희망가격을 계속 내려, 최종적으로 지난 8월 1일 1299만9천 달러로 하향조정한 뒤 1260만 달러에 매매가 성사된 것이다.
‘황세손 저택매입’보도 – 발단은 이석씨
앤드류 리의 저택매입이 큰 화제가 된 것은, 1260만 달러에 달하는 거래규모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국과 한국 언론이 ‘대한제국 황세손이 매입했다’는 보도 때문이다. 하지만 이 씨는 황손 이석씨의 자녀가 아니므로 엄격히 말해 황세손이라고 말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이석씨의 아들은 따로 있다.
본보취재결과, 앤드류 리씨는 1983년 12월생으로, 한국이름은 상민이며, 그의 아버지는 1950년생 이재O씨, 어머니는 1953년생 이동O씨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앤드류 리씨가 설립한 사업체의 주소, 부동산 거래내역 등 공개 자료를 통해 확인된 것이다. 앤드류 리씨가 지난 2013년 아버지로 부터 자신이 황실의 일원이라는 사실을 처음 들었다고 밝힘으로써 아버지 이재O씨도 황실의 후손일 가능성이 커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석씨의 아들은 아닌 것이다.
이 씨 일가는 인디애나 주의 주도인 인디애나폴리스의 카멜지역에 주로 거주했으며, 인디애나에서 태어난 앤드류 리씨는 퍼듀대학에 입학한 뒤, 뉴욕 주 버팔로대학으로 전학했다가, 학업을 중단하고 IT사업에 뛰어들어 큰돈을 번 사업가이다. 이 씨는 지난 2009년 가상사설망 제공기업인 프라이빗 인터넷엑세스를 설립한 뒤 지난해 11월, 이를 영국회사에 9550만 달러에 매도하기도 했으며, 지난 2014년에는 세계 최초의 비트코인거래소를 설립하는 등 IT전문가로 확인됐다.
이 씨는 지난 2009년 4월 8일 인디애나 주에 프라이빗인터넷엑세서 (PIA)를 설립했고, 그 뒤 이 회사의 지주회사인 런던트러스트미디어인코퍼레이티드(LTMIF)라는 법인도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회사의 주소는 인디애나 주 카멜의 한 주택이며, 이 주택이 바로 이 씨 부모명의의 집으로 확인됐다. 이 씨는 또 지난 2016년 11월 13일 콜로라도 주에도 같은 이름의 법인을 설립했다.
두 명의 황세손…누가 적통인가
이 씨의 부모는 1990년대 초 카멜의 다른 주택을 매입해 거주하다, 지난 2003년 12월 30일 법인의 주소지로 기재된 주택을 매입했고, 지난해 5월 8일 이를 매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이 씨의 부모는 카멜주택매도에 앞서 지난 2018년 4월 24일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 한 콘도의 꼭대기 층 콘도를 ‘K모 유한회사’명의로, 265만 달러에 매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캘리포니아 주정부 확인결과, 콘도매입에 앞서 2018년 3월 15일 ‘K유한회사’를 설립했고 법인대표는 이 씨의 아버지인 이재O씨, 송달대리인은 모친 이동0으로 나타났다.
가장 눈길을 끄는 점은 지난 2018년 10월 6일 의친왕 이강의 10번째 아들인 황손 이석씨가 이 씨를 황세손으로 지명됐다는 보도 자료다. 지난 2018년 10월 16일 ‘한국황실’[THE IMPERIAL FAMILY OF KOREA]’이 홍보회사인 PR뉴스와이어를 통해 배포한 보도 자료에는 ‘유일한 대한제국 황손인 이석씨가 10월 6일 자신의 후계자인 황세손으로 앤드류 리를 지명했다’고 기재돼 있다. 즉 앤드류 리씨는 이석씨의 지명으로 황세손이 된 셈이다.
이 보도 자료에 따르면 이날 베버리힐스의 고급베트남레스토랑에서 황세손 임명식이 열렸으며 이석 황손과 부인 이경수씨, 앤드류 리씨와 부인 나나 리씨, 한국 국회의원 김광수씨, 장영달 전의원등이 참석했다고 기재돼 있다. 이날 이석씨는 앤르듀 리에게 황태자를 상징하는 검을 수여하고 , 이씨는‘황세손으로서 사랑, 인권, 평화, 인류애의 가치를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다짐했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들은 이석씨가 성공한 재미교포 사업자로 자리 잡은 이 대표를 자신의 후계자인 황세손으로 지명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보도 자료에 따르면 ‘내년에 한국에서 다시 황세손책봉식이 열릴 것’이라고 기재돼 있지만, 2019년 한국에서 이 같은 행사가 열렸다는 보도는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마도 적통이 아닌 사람을 황세손으로 임명하는 행사를 한국에서 열게 되면 반발이 생길 것을 우려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한제국 황세손이 IT분야에서 성공한 사업가로 대저택을 구입했다는 것은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이석씨와 앤드류 리씨는 지난 5월 코로나19를 극복하라며 LA한인회에 10만달러를 쾌척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한국에 황세손으로 공인받은 사람이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한국선 2005년 이원씨 황세손 승계
한국에는 대한제국 초대황제인 고종황제인 5번째 아들인 의친왕의 9남인 이갑씨의 장남인 이원씨가 지난 2005년 황세손으로 책봉돼 모든 제례를 주관하고 있다. 전주이씨 대동종약원은 지난 2003년 6월 1일 이갑씨의 아들 이원을 황세손 이구의 게자로 입적하고, 이구씨가 2005년 7월 16일 사망하자, 이원씨가 대한제국 황가의 주상으로 등극했다고 밝혔다.
이원씨는 이에 따라 자신이 재직하던 직장등에서 퇴사하고 전주이씨 대동종약원 총재, 사단법원 왕실문화원 이사장 겸 총재를 맡고 있으며, 환구단대제, 종묘대제, 사직단대제, 조경단대제, 건원릉대제등 5대제향을 주관하고 있다.
이처럼 전주이씨가 인정한 황세손이 이원씨임에도 불구하고, 이석씨는 이석씨대로 자신의 후계자로 앤드류 리씨를 지명하고, 이씨를 황세손, 이씨의 부인 나나 리씨를 공주로 임명함으로써 적통논란을 낳고 있다. 이석씨는 이구씨 타계뒤 모방송 아침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자신이 적통임을 주장, 적통논란이 일었으나, 이번에 황세손까지 지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다시 한번 누가 적통인지 논란을 낳고 있다. 사라진 나라지만, 그 적통을 잇는다는 후손이 2명이 된 셈이다.
한편 이씨가 대저택을 매입한 사우전드옥스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약 한시간 남짓 떨어진 부촌으로 영화배우등 유명인사의 별장이 즐비한 곳이다. 특히 이씨의 저택은 김승연 한화그룹회장이 불법매입했던 유명영화배우 실베스터 스탤론의 별장과 불과 1.1 마일 떨어진 곳이다. 김 회장은 지난 1992년 2월 18일 히든밸리지역에 소재한 실베스터 스탤론의 목장형 별장을 470만 달러에 매입한 뒤 이 같은 사살이 드러나자, 미국으로 출국, 5개월간 미국에 머물다 귀국한 뒤 검찰에 구속됐었다. 김 회장은 별장매입 1개월여 만에 케이만군도에 설립한 퍼시픽 리소스명의로 소유권을 무상증여하는 등 실소유주를 감추려 했지만 결국 백일하에 드러나 유죄선고를 받았던 것이다. 김 회장은 그 뒤에도 2000년까지 이 별장을 소유하고 있다가 매도했었다. 사우전드옥스는 로스앤젤레스인근 대표적 부촌이며, 한국인과도 인연이 깊은 지역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