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난 여자들 덕분에… 바람 잘 날 없었던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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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부터 정경심, 김건희, 최은순, 추미애, 김수경까지…

2020 논란의 중심에 섰던
여인들과 ‘탐욕의 치맛바람’

김정숙2020년 한 해는 그 어느 해보다 여성들이 뉴스의 중심에 등장하는 일이 많았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올해 1월 검찰 인사로 새해 벽두를 열어젖히더니 아들의 황제휴가 의혹 및 검찰개혁 논란으로 연말까지 신문 지상과 방송을 장식했다. 추 장관과 각을 세운 윤석열 검찰총장 역시 그의 처와 장모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장모 최은순이 재산을 증식해온 과정, 그리고 처 김건희가 윤 총장을 등에 업고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은 의혹 등은 대권을 노리는 윤 총장의 아킬레스건이 되어 버렸다. 기어코 한 해의 마지막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장식했다. ‘과잉·표적수사’를 주장해오던 정 교수는 본국시간으로 12월 23일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혐의가 15개에 달해 많은 쟁점이 있었으나 재판부는 입시 비리와 관련된 5개 혐의에 대해 전부 유죄를 선고했다. 나머지 혐의도 사모펀드 관련 횡령 혐의와 거짓 변경 보고, 증거은닉·인멸 교사 혐의 등 4가지를 제외하고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그동안 재판에 출석해 줄기차게 무죄를 외치던 정 교수는 1심 재판부의 판단만 보면 그야말로 양두구육(羊頭狗肉)의 전형이 됐다. 사실 올 한 해 본국을 대혼란에 빠뜨린 이슈였던 검찰개혁의 배후에는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존재한다. 법조계에서는 김정숙 여사가 경희대 후배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앉히는 데에 있어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처럼 역병과 전쟁 최일선에서 싸운 여장부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올해 여러 여성들이 각종 뉴스의 중심에 서서 치맛바람을 일으켰던 것이야 말로 주지의 사실로 평가받을 만하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윤석열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에서 검찰총장으로 영전할 당시 검찰인사 또 하나의 포인트는 후임 중앙지검장이 누가 되느냐였다. 여러 인사들이 물망에 올랐지만 이성윤 중앙지검장이 결과적으로 후임이 된 데에는 김정숙 여사의 의중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모두 경희대 출신으로 모교 사랑이 각별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문 대통령 부부의 사위 역시 경희대 출신이다. 이런 연유로 같은 경희대 출신인 이 지검장이 가장 유력하다는 설이 인사 전부터 파다했다. 사실 이 지검장은 중앙지검장으로 가기에는 이렇다 할 이력이 없었기에 그의 발탁은 파격으로 평가됐다. 그렇기 때문에 인사 뒤에 영부인의 파격적 지지가 있었다는 소문이 더욱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졌다. 결과적으로 이 지검장의 발탁은 오늘날 검찰개혁 실패의 단초를 제공했다.

국론만 분열시킨 검찰개혁 헛발질

김정숙 여사에게 바통을 이어받아 검찰을 뒤흔든 인물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었다. 추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격돌은 2020년 내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었다.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면 거의 매주 주간지 커버의 인물로 두 사람이 다뤄졌다. 결과적으로 일련의 흐름을 되짚어보면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찍어내기로 작심한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2020년 1월 9일 추 장관이 자신의 정책보좌관에게 “지휘감독권의 적절한 행사를 위해 징계 관련 법령을 찾아보라”고 지시하면서 본격적으로 불붙었다.

이후 약 10개월에 걸친 압박 끝에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징계위에 회부하면서 제시한 이슈는 크게 여섯 가지로 정리된다. 우선 2018년 11월 언론사 사주를 만난 것을 “사건 관계자와의 부적절한 교류”라고 규정했다. 조국 사건 등 재판부 개인정보가 담긴 보고서를 만들어 반부패강력부에 전달하도록 지시해 재판부를 불법사찰한 의혹이 있다고 했다. 또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에 대한 대검 감찰부의 감찰을 중단하도록 지시하고,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의 감찰을 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로 이첩하라고 지시함으로써 감찰을 방해한 혐의도 있다. 한동훈 검사장 감찰 관련 정보를 외부에 유출했고, 대면 감찰 요구를 4차례 불응해 감찰을 방해했다고도 했다. 압권은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한 부분이다. 추 장관은 “대검 국정감사에서 정치 참여를 선언한 것으로 해석되는 발언을 했다”고 징계 사유로 내놨다. ‘정치하지 않겠다’는 말을 안 했으니 정치하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논리다.

여자들

추 장관은 2020년 11월 24일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가진 윤 총장의 직무집행 정지와 징계 청구에 관한 브리핑에서 “법무부 감찰 결과 확인된 검찰총장의 비위 혐의가 매우 심각하고 중대하다”며 “감찰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돌아간 상황은 추 장관이 받은 ‘말할 수 없는 충격’과는 꽤 거리가 멀었다. 1주일 뒤에 열린 법무부 감찰위원회는 윤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와 징계위 회부, 수사의뢰 조치가 모두 부적절하다고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본래 법무부 감찰위는 법무부가 검찰총장 등 중요사항을 감찰할 때 자문을 받게 되어 있는 기구였다. 그러나 감찰위가 열리기 한 달 전쯤 추 장관은 법무부 훈령인 ‘법무부 감찰규정’을 개정해 감찰위의 사전 자문 규정을 의무에서 선택사항으로 바꿨다. 추 장관의 직무정지 명령도 서울행정법원이 12월 1일 윤 총장이 신청한 직무정지 명령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힘을 잃었다. 결국 추 장관은 윤 총장에게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리면서 본인도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자충수에 본인이 나가 떨어진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

윤석열 부인과 장모의 해괴한 의혹들

추 장관과 각을 세웠던 윤 총장 역시 두 여인 때문에 발목을 잡힌 모양새가 됐다. 아직까진 두 사람 관련 의혹들이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지만, 윤 총장이 정치에 발을 내딛는 순간 두 사람 관련 의혹은 그에게 화약고나 다름 없다. 이미 여권에서는 속도 조절 작업에 나선 모양새다. 당장 의혹들에 대한 파상공세 보다는 훗날을 대비해 자료를 차곡차곡 쌓아놓고 있다. 본지가 보도했듯 두 사람과 관련된 의혹의 중심에는 돈이 있다. 장모 최은순의 경우 재산형성 과정과 수사 무마 의혹이 핵심이고, 처 김건희는 윤 총장을 등에 업고 기업들로부터 부정한 돈을 수수했느냐다.

법조계에서는 윤 총장이 자리를 비운 사이 이 지검장이 윤 총장 관련 의혹에 대해 수사 강도를 더욱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추 장관은 이미 지난 10월 윤 총장 가족·측근이 연루된 4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이 독립적으로 수사하라며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했다. 이 지검장은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된다. 추 장관이 윤 총장 징계를 청구하자 차장검사들이 사퇴를 건의했지만 이 지검장이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검장은 윤 총장의 부인 김건희씨 관련 의혹을 권력형 비리를 전담하는 특수수사 부서인 반부패수사2부에 배당했지만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했다. 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정용환)는 김씨가 운영하는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의 협찬금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이다. 지난달 서초세무서로부터 코바나컨텐츠의 과세자료를 확보하고 최근 전시회 주최사·협찬사 관계자를 불러 조사했다. 코바나컨텐츠 사무실과 전시회 협찬사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법원이 기각했다. 이 지검장은 김씨가 연루된 의혹이 있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도 반부패수사2부에 배당했다. 수사팀은 주식 거래에서 조작 의심 정황이 포착됐다는 한국거래소 분석 결과를 확보해 조사 중이다.

정경심의 뻔뻔한 거짓말이 부메랑

본국시간으로 12월 23일 서울중앙지법은 정경심 교수의 15개 혐의 중 증거인멸 등 일부는 무죄로 봤지만, 입시비리 관련 혐의는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정 교수 딸의 입시 과정에서 제출된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 단국대의과학연구소 체험활동 확인서 등을 모두 가짜라고 본 것이다.

법무부 장관 딸의 입시 비리 의혹은 문재인 정부가 내걸었던 ‘공정성’ 가치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에서 수사 초기부터 큰 논란이 됐다. 이는 검찰의 과잉 수사 논란을 불러온 결정적 계기가 되기도 했다. 검찰이 지난해 9월 6일 동양대 표창장 위조 혐의의 공소시효가 임박했다는 이유로 정 교수를 소환조사도 하지 않고 전격 기소했기 때문이다. 당시 조 전 장관은 법무부 장관 내정자 신분으로 청문회에 참석하던 중이었다. 소환조사 없는 기소를 놓고 법조계에서는 검찰로서는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지만, 전례를 찾기 어려운 과잉수사라는 반발도 컸다. 하지만 재판부가 이날 정 교수의 입시 비리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결하면서 ‘무리한 기소’라는 비판은 빛을 잃게 됐다. 오히려 당시 검찰이 소환조사를 이유로 공소시효를 넘겼다면 비판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 된 셈이다.

놀라운 것은 정 교수의 행태다. 정 교수는 11월 열린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담담히 서려고 노력했지만 사건의 무게감 때문에 심신이 여전히 힘들다”며 “이 사건 기소, 특히나 제가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것은 제가 아는 사실과 너무 차이가 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최후진술 전 “눈이 매우 아파 잘 보이지 않는다”고 언급한 뒤 미리 준비한 내용을 읽었다. 최후진술 과정에서 수차례 흐느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하지만 표창장 위조를 포함한 입시비리 관련한 부분에서 법원이 전부 유죄를 선고한 만큼 정 교수의 눈물은 그야말로 악어의 눈물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번 판결로 과잉·표적수사 비판이 역풍을 맞아 검찰개혁의 명분을 흔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총장을 압박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 정부와 여권의 입지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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