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신년특집] 상상 초월한 바이든 신정부 내각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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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재무장관 흑인 국방부장관에서 원주민내무 장관까지…

트럼프 반 이민정책
원점으로 되돌릴 것

중제

바이든미국의 제46대 대통령으로 오는 1월 21일 취임하는 조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달부터 신임 내각 명단을 계속 발표하면서 “어떤 내각보다 유색인종이, 여성이, 장벽을 깬 이들이, ‘첫번째’인 이들이 많은 내각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인선은 내각 다양성을 한층 강화하는 이례적인 행보이기도하다. 바이든 당선인은 미 역사상 첫 원주민 여성 내무장관, 첫 여성 재무 장관, 첫 흑인 국방 장관, 첫 여성 국가정보국(DNI) 국장, 첫 이민자 출신 국토안보 장관, 첫 성소수자 장관, 첫 흑인 환경보호 청장(장관급) 등을 지명했다. 그는 이미 부통령 후보자 지명 때부터 여성이자, 흑인이자, 인도계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선택했다. 또 ‘빅4 장관’ 자리로 꼽히는국무ㆍ재무ㆍ국방ㆍ법무부 중 두 자리(재닛 옐런 재무ㆍ로이드 오스틴 국방)를 각각 최초 기록으로 채웠다.
성진 (취재부 기자)

미국 정부와 국민은 역사적으로 두가지 멍에가 있다. 아메리카 원주민(인디언)학살과 흑인노예 문제이다.
아메리카 대륙에 백인들이 처음 온 것은 종교의 자유를 위한 영국의 청교도 101명이 신대륙으로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2개월이 넘는 모진 고난의 항해 끝에 1620년 11월9일 메사추세츠 주 케이프카드 만에 도착한 때였다. 400여년전 이야기다. 당시 청교도들은 굶주림과 추위, 그리고 원주민(인디안)의 습격에 대한 공포 속에서 첫해 겨울을 보내면서 거의 반수가 괴혈병, 폐렴 등을 질병에 걸려 죽었다.

당시 원주민들과 청교도들 사이에 분쟁도 있었으나, 상호 협력 및 불가침 조약을 맺은 이후 오히려 원주민들로부터 옥수수와 밀, 경작 법 등 많은 도움을 받았다. 특히 청교도들이 양식이 부족해서 일 주일에 3일씩 금식을 하며 어렵게 지낼 때는 원주민들이 짐승들을 잡아다 주기도 해서 연명해 나갈 수가 있었다. 가을이 되어 그들이 심은 옥수수와 보리, 밀 등이 풍작을 이루었고 가을추수를 하여 함께 축제를 올렸다. 그것이 오늘날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로 명절이 되었다.

그러나 미국이 ‘자유’와 ‘인권’의 기치를 내걸고 영국으로부터 독립(1776)한 이후 ‘추수감사절’의 유래를 잊고서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을 온갖 방법으로 약탈과 탄압에다 학살도 서슴치 않고 오지로 쫓아버렸다.
결정적인 것은 1890년 12월 29일, 사우스다코타주 ‘운디드니’ (Wounded knee)에서 미군 500여 명이 기관총 등으로 원주민 수족을 무장해제 시키면서원주민 투사들은 물론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200명 이상을 대량 학살했다. 소위 “운디드니의 학살’이다. 영화로도 소개가 되었다.

▲ 바이든 신정부 새내각 명단

▲ 바이든 신정부 새내각 명단

이후 원주민들은 미국정부와 명분상 화해조약을 맺었으나 미국정부는 번번히 약속을 지키지 않고 원주민들을 오지로 몰아넣고 말살정책(?)을 계속 펴나갔다. 원주민들을 보호구역에다 몰아넣었다. 그런데 어떤 원주민 보호구역에서 금이 발견되지 백인들이 무작정 그 땅으로 습격해 들어와 원주민들을 쫓나내었다.

이처럼 원주민들을 학대한 미국 정부와 의회는 약 200년이 지난 2009년 12월 9일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원주민에 대한 사과결의문’이 포함된 법안에 서명했다. 그런데 이 사과결의문을 ‘2010년도 국방예산 지출법안’ 속에 슬쩍 끼어넣는 방식으로 결론이 났다. 웃기는 사과문이었다.

결의문 속에 면책조항을 삽입해 이 결의문이 현재 진행 중에 있는 원주민의 대정부 소송에서 원주민에게 유리한 근거로는 쓰일 수 없다고 밝히고 있는 점은 사과의 진정성을 훼손시킨다고 원주민들은 말하고 있다. 아직도 솔직하게 공개적으로 명명백백하게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정부의 태도를 은근히 비난하고 있는 분위기다. 의회와 정부는 원주민 문제에 관한 한 크게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주민들에게는 ‘인디언’이라는 명칭부터 콜럼버스가 인도를 발견했다고 착각해 잘못 붙인 것으로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이 명칭을 거부하고 있다. 최근 미국 프로야구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도 이 때문에 이름 교체 작업에 나섰다.

원주민들이 백인들을 살렸는데…나중 학살로

이같은 분위기에서 바이든 당선인이 원주민계 여성인 뉴멕시코주 지역구의 뎁 할랜드(60, Deb Haaland) 연방 하원의원을 내무장관 후보로 지명해 미국을 깜짝 놀라게 했다. 원주민들의 오랜 숙원이 조금이나마 풀어주는 계기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첫 원주민계 장관이 되는 뎁 할랜드 의원은 원주민 보호구역 등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아메리카 땅에서 쫓겨난 원주민 후손이 250년 후에 그 땅을 관리하는 장관으로 지명을 받은 것이다.

▲ 미정부 내각중 원주민 출신으로 내무장관에 지명된 할랜드 의원

▲ 미정부 내각중 원주민 출신으로 내무장관에 지명된 할랜드 의원

뉴멕시코주에서 라구나푸에블로족 원주민 출신으로 내무장관 지명을 받은 뎁 홀란연방 하원 의원은 상원 인준을 통과한다면 미국 역사 250년 사상 최초로 내무부를 이끄는 첫 원주민 장관이 된다.
미국의 원주민은 현재 300만~500만 명 정도로 대부분 빈곤 문제를 안고 있다. 할랜드 장관 후보 조차 과거 푸드 스탬프(저소득 영양지원)에 의존해야 했던 ‘싱글 맘’ 출신이다.

미국정부의 내무부는 광물 등 천연자원과 문화 유산의 보존·관리, 600개의 원주민 부족과 연방 정부와의 관계를 감독하는 부처다. 62개 국립공원을 포함 미국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202만3428㎢(5억 에이커)의 토지를 관할한다.
트럼프 행정부 당시 내무부는 유타주 원주민 보호 구역에 있던 베어이어스 국립기념비의 보호를 해제하고, 알래스카의 북극 국립 야생동물 보호구역에 석유 채취를 강행하기도 했다.

바이든 인수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할랜드는 환경보호와 청정 에너지에 대한 지식과 의지가 있는 사람”이라며 “그는 토지와 물 보존, 재생 에너지, 공공 토지와 연방 국립공원 등의 문제에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할랜드는 중앙정치 경력이 짧다. 2018년 연방의회에 입성했다. 그러나 그는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진보적인 계획안인 그린 뉴딜을 적극적으로 지지했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환경 규제안 철폐에 맹렬히 비난한 인물로 바이든 행정부와 코드가 잘 맞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회 내 평판도 좋다. 최근 하원의원 50여명은 공동 성명을 통해 “할랜드는 행정부와 원주민 사이 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지칠 줄 모르는 노력을 했다”고 밝혔다. 원주민 120명도 바이든 당선인에 공동 서한을 보내 “이미 오래 전에 원주민계 내무장관이 나와야 했다”며 할랜드의 지명을 촉구 했다.

원주민 수난의 역사 정리할 원주민 출신 임명

바이든 당선인은 거의 백인 일색이었던 트럼프 행정부와 달리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 을 주요 직위에 포진시키고 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은 자메이카인 부친과 인도계 모친을 둔 아시안계이다.
바이든 당선인의 외교안보 분야 내각 인선은 각 분야에서 전문지식과 오랜 경력을 갖춘 전문가들을 기용하는 동시에 특히 여성과 유색인종 등 다양성을 고려한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 ‘베테랑 군단’이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와 신고립 주의에서 빠져나와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외교력과 글로벌 가치를 복원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틀을 운영할 외교 수장인 국무장관에 앤토니 블링컨, 백악관 안보보좌관에 제이크 설리번이 내정됐다. 블링컨-설리번 조합은 트럼프 외교안보팀과 큰 차이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안보보좌관 자리에 임시직 포함 무려 7명을 차례로 고용했다. 인사의 실패를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 가장 오래 자리를 차지했던 존 볼턴의 경우 1년 5개월. 그 기간 동안 볼턴 보좌관은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늘 충돌했고 경질된 후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맹렬히 비판하는 저서까지 출판하기에 이르렀다.

바이든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외교안보 참모들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왔다. 두 사람은 미국의 외교정책 세부 사안을 잘 숙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듣는다. 외교 공무원들과의 호흡도 잘 맞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미국 내 정보기관들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장(DNI)에는 여성인 애브릴 헤인스 전 중앙정보국(CIA) 부국장 이 지명됐다. 현재 중앙정보국(CIA) 수장(부장관급)인 지나 헤스펠보다 더 높은 자리로, 헤인스 국장이 최종 임명되면 미 정보당국 역사상 가장 높은 자리까지 올라간 여성이 된다. 2015~2017년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을 역임한 그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후보로도 거론돼 왔다. 시카고대 물리학과와 조지타운대 로스쿨을 나온 헤인즈 지명자는 2007~2008년 상원 외교 위원회 부수석 전문위원으로 당시 외교위원장이었던 바이든 당선인과 호흡을 맞췄다.

이민자 문제를 총괄하는 국토안보부 장관에는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전 국토안보부 부장관이 낙점됐다. 첫 이민자 출신이자 라틴계인 국토안보부 장관이 탄생하게 되는 것. 트럼프 대통령이 남부 국경장벽 건설을 밀어붙이고, 불법이민자 부모와 어린 자녀들을 강제로 떼어놓는 등 거센 비판을 불렀던 이민 정책을 바이든 행정부가 원점으로 되돌릴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인종과 다양성을 겸비한 적재적소 인선 작업

기후변화 특사로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섰던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이 활동하게 된다. 그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국무장관으로 재직하던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의 기본 틀을 설계한 주요 인사이자 협약에 서명한 당사자였다. 바이든 인수위는 기후변화 특사 자리를 백악관 NSC(국가 안보회의) 내에 설치할 것이라고 밝혀 기후변화 문제를 백악관에서 직접 다루게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인수위는 이와 함께 자료에서 그를 설명하며 핵 비확산에서 극단주의 세력까지 도전들을 다뤄 온 ‘미국의 Mr. 외교’라고 했던 뉴욕타임스의 평가를 달았다. NSC에서 기후변화를 넘어서는 외교 안보 이슈에도 그가 자문을 하게 될 것임을 시사한다.

바인든 당선인은4성 장군 출신의 흑인인 로이드 오스틴 전 중부사령관을 미 역사상 처음으로 국방부 장관에 지명 했고, 흑인 여성인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국내 정책 현안 최고 조정자인 국내 정책위원회(DPC) 위원장으로 내정했다. 흑인 여성 외교관 출신인 린다 토머스-그린필드를 유엔 주재 대사에, 역시 흑인 여성인 마르시아 퍼지 하원의원을 주택·도시개발장관에 각각 앉혔다. 국토안보부 장관에는 라틴계인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전 국토안보부 부장관이 낙점 됐다.

바이든의 파격 인선으로는 첫 ‘성소수자 장관’ 후보가 되는 ‘백인 오바마’ 로 불리는 피트 부티지지 (38) 교통장관 내정자다. 그는 지명을 받자 “감격스럽다”며 소감을 밝혔다.부티지지 내정자는 바이든 당선인이 자신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이번 지명에 역사의 눈이 쏠려 있는 것을 유념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바이든 당선인은 또 장관급으로 평가되는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캐서린 타이 하원 세입위원회 민주당 수석자문위원),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세실리아 라우스 프린스턴대 교수),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니라 탠든 미국진보센터 의장)에도 모두 여성을 지명했다. 이들은 이 자리를 맡는 최초의 대만계ㆍ흑인ㆍ인도계 여성이다.
바이든 당선인의 원주민계 장관 발탁은 백인, 여성, 흑인, 성소수자, 라틴계, 아시아계 등으로 내각을 다양하게 구성하는 과정의 화룡점정이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시대를 거치면서 정치적, 인종적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국가적 통합이 요구되는 데 따른 선택이다. 바이든의 노련한 정치 경력으로 미국을 다시 국제무대에 책임있게 올려 놓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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