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폭도들에게 ‘쳐들어가라’ 선동…‘내란음모죄 적용되나?’
망나니들에 의해 짓밟힌 미국의 자존심
미국 정치의 중심축은 지금까지는 대통령들이 선거의 패배를 존엄과 관대함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동시에, 패배한 대통령들은 집권 중 행한 행동으로 인해 기소를 당하거나 수감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의사당 폭거 사태와 관련 미 언론의 일각에서는 한국의 정치판처럼 미국 대통령도 퇴임 후 구속당할 수 있다는 논조를 밝혀 주목이 되고 있다. 미국 매체 ‘컨버세이션’(Conversation)은 최근호에서 “아메리카 정치의 전통은 한국이나 브라질과 같은 민주주의 국가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이들 나라들에서는 패배한 대통령들은 그들의 반대자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 한결같이 수감 되어왔다. 그런데 이번 트럼프 대통령은 그의 지지자들에게 의사당을 습격하도록 부추김으로써, 1월 20일 이전에 그의 대통령 임기를 종료하고, 그가 퇴임 후 범죄로 기소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 그가 그토록 어렵게 만들어 온 유산을 더욱 더럽힐 수 있는 수치스러움을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성진 (취재부 기자)
미국 역사상, 어떤 전직 대통령도 임기를 마친 후 범죄행위로 기소된 적이 없다. 이는 미국 정치의 전통적 유산에 심대한 훼손이 될지도 모르고, 또한 전직 대통령 한 명을 형사 처벌하는 것이, 당파적 이유로 번져 차기 대통령이 기소될 가능성을 높여 악순환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전통에 따라, 트럼프는 어떠한 범죄로도 기소되거나 기소되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 퇴임하면, 뉴욕에서 그의 관련 회사 중 하나에 대한 적어도 한 가지 혐의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것이다.
한편 트럼프가 현재 숙고 중인 것으로 알려진 자신에 대한 선제사면은 과거 어떤 대통령도 실행 하지 않았던 것이다. 선제사면의 가장 가까운 상황은 1974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자신의 전임자인 리처드 닉슨 전대통령을 사법방해 혐의에 대하여 사면했을 때였다.
트럼프가 자신에 대한 사면을 추진하려는 어떤 노력에 대하여, 그 자신이 2018년 중반에 스스로 지적한 “내가 잘못한 것이 없는데 왜 그러겠는가?”라는 문제에 부딛힐 것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사면은 궁극적으로 합헌이라고 생각되더라도 그것을 추구하는 대통령의 전통을 추락시킬 것이다. 미국 정치의 양극화 심화와 트럼프의 터무니없는 행동은 정치권이 전직 대통령에게 부여한 보호 조치에 저울을 씌웠을지도 모른다.
바이든 차기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은 트럼프의 임기가 끝나면 미래의 공직자들을 위한 교훈과 경고로서 트럼프를 기소할 필요가 있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트럼프의 케이스는 닉슨에 견주게 될지도 모른다. 반대로 트럼프 수사 결과 혐의가 나올 경우 바이든 행정부는 포드-닉슨 합의를 본 따서 사면을 단행할 수도 있다.
이것은 대통령의 직위의 존엄성을 보존하는 동시에 닉슨 대통령의 이름을 사면을 받은 유일한 대통령으로서 그의 이름을 덧붙여 트럼프를 질책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의 궁극적인 운명과 유산은 그가 그동안 그렇게 무자비하게 공격했던 상대편의 손에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바이든 차기대통령이 트럼프를 사면(?)
한편 미국 의사당 폭동 사태가 지나간 다음, 시위대가 별다른 제지도 없이 진입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영국의 BBC방송이 지난 8일 이와 관련한 내용을 보도했다.
미국 조야는 지난 6일 워싱턴DC 연방의사당에서 발생한 폭동 사태의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미국의 심장부에서 어떻게 이런 대규모 폭동에서 경비가 소홀히 다루어질 수 있었을까?
당시 조 바이든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공식 인증하기 위해 상하원 합동회의에 나왔던 많은 의원들은 어떻게 수천 명의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사당을 무력으로 침입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당시 공개된 사진과 영상을 보면 이들 폭도들은 의사당 내부를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많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사당내에서 미국의 민주주의의 상징들을 약탈하고 파괴 하면서 자신들의 행위를 라이브로 방송하고 사진을 찍었다.
이번 사태가 전 세계에 방영되면서 많은 이들은 미국 의회 경호실의 대응에 문제를 제기했다. 의회 경호실에는 의사당 건물과 그 일대를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2000명가량의 경위들이 소속돼 있다.
당시 의사당에서 시위대를 몰아내고 건물의 안전을 확보하기까지 방위군까지 출동해 수 시간이 걸렸다. 혼란의 규모와 정도의 심각성에 비해 시위대 중 체포된 이들은 초기에는 상대적으로 소수에 불과했다. 사건 발생 후 의회 경호실의 대처가 미비했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SNS에 올라온 영상에서 부실한 경찰 방어선이 빠르게 시위대에 의해 무너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수 시간 동안의 폭력 사태 후 몇몇 시위자들이 체포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사당 바깥으로 인도되는 모습이 포착됐는데 심지어 몇몇 난동자들은 계단을 내려가는데 의회 경위들의 도움을 받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SNS에서 나타난 가운데 화제가 된 것은 한 의회 경위가 시위대 중 한 명과 셀카를 같이 찍는 듯한 모습까지 보이기도 했다.
극우 단체 프라우드 보이즈의 단원인 닉 옥스는 트위터에서 의사당 안에서 찍은 셀카를 올린 후 CNN에 “수천 명이 안에 있었는데 경위들은 전혀 상황을 통제하지 못했다. 누가 날 멈춰 세우거나 검문도 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폭도들은 의사당내 설치된 미국의 역사적인 인물들과 풍경을 배경으로 폭력 사태를 저지르는 상상할 수 없는 작태가 빚어졌다.
한 시위자는 얼굴을 드러낸 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사무실을 점거하여 책상에 발을 올리고는 웃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찍혔다. 그는 나가면서 하원 의장의 사무실에서 훔친 것으로 보이는 서한을 자랑하듯 내보였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한 남성이 남부연합 깃발을 들고 행진하는 모습과 뿔이 달린 모자를 쓰고 페이스 페인팅을 한 음모론자 리처드 바넷(60)은 상원 회의장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좌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미스터리한 의사당 폭동의 의혹 사례
당시 경비에 대한 정계의 반응은 다양했다. 많은 의원들이 의회 경호실 고위 인사들의 사퇴를 요구했다.
민주당의 원내대표 척 슈머 상원의원은 자신이 상원 다수당 원내대표가 되는 즉시 마이크 스텐저 상원 경호실장을 해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하원 경호실장 폴 어빙이 곧 사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폭력 사태가 격화하던 상황에서도 경호 인력의 증강이 언제 이뤄지는지에 대해 혼선이 있었다.
미국 언론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에 워싱턴DC 주방위군의 동원을 꺼리자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이를 승인했다고 한다.
만일 사실이라면 작년 미국 전역을 휩쓸었던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BLM)’ 시위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한 진압을 촉구했던 것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BBC 방송의 안보 전문기자 고든 코레라는 이러한 대비가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안보 관련 의사 결정이 얼마나 정치화됐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한다.
차기 부통령인 캐멀라 해리스는 국민들이 두 개의 치안 체계를 목격했다며 “하나는 극단주의자들이 미국 연방 의사당을 공격하게 방치한 체계이고, 다른 하나는 지난 여름 평화 시위대에 최루탄을 발포한 체계다. 이는 다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위 통제 전문가로 영국 정부의 자문관으로 일하는 클리포드 스토트 교수는 워싱턴에서 발생한 “중대하면서도 매우 당혹스러운 경비의 실패였다”라면서 여러 의문들이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토트 교수는 현재 시애틀에서 발생한 BLM 시위에 대한 경찰의 대응을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 중이다. 미국 수도 치안 당국의 복잡한 구조를 감안하더라도 트럼프 지지자들의 행위가 격화했을 때에 대한 대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단순히 치안 대응의 복잡성의 문제가 아니라 위험 평가가 매우 부실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 의회 경호실은 5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으며 시위대 수천명을 상대로 “용감하게” 대응했다고 말했다. 스티븐 순드 의회 경호실장은 “의사당에서 발생한 폭력 시위는 내 워싱턴DC 치안 관리 30년 인생에서 경험한 그 어떤 것과도 달랐다”고 말했다. 경호실장은 의회 경호실이 이번 사건에 대하여 경비 계획 절차 등에 대해 철저한 재검토를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상하원 의회가 대통령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공식 인증하는 걸 방해하기 위해 트럼프 지지자들이 워싱턴DC에서 집회를 가진 것은 사전 계획된 것이었다. 시위는 미리 계획돼 있었고, 트럼프 대통령과 측근들이 대선 결과를 부정하기 위해 수개월 동안 격렬한 반대를 지속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집단폭력과 훌리건 행위의 심리를 연구하는 스토트 교수는 “시위대가 범죄를 공공연하게 저지르면서 ‘기쁨’을 드러내는 것이 특히 흥미롭다”면서 “시위대에게는 매우 분명한 목적이 있었고 그것은 자신들의 행동이 정당하다는 생각에 기반한 것이었다.”고 지적하면서 “자신들의 행동을 대통령이 허용했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일 워싱턴DC에 모인 트럼프 지지자들 일부는 ‘2021년 1월 6일’이란 날짜와 ‘내전’이란 표현이 함께 새겨진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시위대는 폭동을 트럼프가 원하는 것으로
시위대는 법적 처벌을 받을 것인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시위대에게 최대한의 법적 처벌을 촉구했다. 공개된 영상의 양이나 시위에 가담한 이들의 대담한 행위로 볼 때 이들을 기소할 근거는 많다.
페이스북이 당시 폭력 사태의 영상들을 삭제하기 시작하자 일각에서는 시위대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영상 증거들을 보존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의사당 안에서 포착된 여러 사진과 영상에 등장 하는 인물 중 다수는 극우단체나 ‘큐애넌’ 관련 음모론 조직에서 이미 알려진 인물들이었다.
의회 경호실은 현장 영상 등을 통해 시위대의 신원을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법률 전문가들은 시위대의 일부는 내란음모죄로 기소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내란 음모죄로 기소되는 경우는 아주 드문 일이지만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20년형까지 받을 수 있다.
한편 이번 미역사상 전례가 없는 의사당 폭거 사건에 다수의 경찰들이 참석한 것으로 나타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워싱턴 의사당 폭동 사건과 관련해 현재 전국적으로 각 경찰국들이 자체 소속 경찰관들의 불법집회 참석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들은 지난 6일의 국회 의사당 폭동에서 비번인 경찰관들이 무슨 역할을 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미국 전역의 경찰 부서는 의사당에 대한 공격으로 번진 워싱턴DC의 집회행사에 참석한 경찰관 들을 정직시키거나 내사과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특히 뉴햄프셔, 펜실베이니아, 텍사스, 워싱턴 주에서 이번 사건에 연루된 경찰 지휘관이나 경찰 들은 비록 개인자격으로 참석했지만 법을 어겼는지에 대한 문제는 조사될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