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과 훈련부족…허술한 위생상태, 보호장비 미비가 원인
요양시설은 ‘사각지대’
‘속수무책으로 당하다’

▲ 코로나19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제네바 우드는 많은 이의 기도로 살아났다고 말한다.
미국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전염병 코로나 19가 지난해 봄 처음 알려진 후 고령자들이 주로 거주 하고 있는 양로원 등 장기요양 시설이 집중적인 피해를 당했다. 지난해 2월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나타난지 약 4개월만에 약 54,000 명의 장기요양시설 거주자(환자)와 직원들이 사망 했다. 그 이후 지난 해 말까지 사망자 수가 무려 13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 현재 미국 전체 코로나 사망자의 25%가 장기요양시설에서 나왔다. 비극적인 상황이다. 양로병원 요양원들이 종합병원과는 달리 고령자들이 코로나 19에 속속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인력부족, 위생상태 미비, 보호장비 시설 미비, 훈련부족 등으로 나타났다. 비극적인 상황에서 이들 요양시설들은 사각지대였던 것이다.
성진 (취재부 기자)
미국은퇴자연합회(AARP)는 지난 해부터 특별 조사반을 편성해 미국내 양로병원 요양원 등을 포함한 장기요양 시설들이 코로나-19에 어떻게 대처를 했는지 파악에 나섰으며, 장기요양시설들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을 정부당국에 건의했다.
지난 봄에 처음 코로나가 시작했을 당시 대부분 요양원들에서는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었다. 트럼프 정부도 “우리가 잘 통제하고 있다”면서 “곧 사라질 것”이라고 했지만 비극적인 상항은 이내 쓰나미처럼 닥쳐 왔다.
시애틀 외곽의 한 장기요양시설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출현했다는 뉴스를 지난해 2월 29일, STAT라는 과학 및 보건 웹사이트가 처음 보도한 그 뉴스는 앞으로 일어날 혼란을 암시했다. 미국 내 요양원에서 발생한 첫 번째 코로나-19 발병으로 우려되는 비극적인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정부 당국 평가에서 5성급 상위 레벨로 알려진 시애틀의 커크랜드 소재 요양원 ‘라이프 케어 센터’ (Life Care Center)가 불과 며칠 사이에 108명의 환자 중 27명과 180명의 직원 중 25명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로 나타났다. 지난해 2월 29일 라이프케어 센터는 로레타 라프(79, Loretta Rapp)라는 환자의 상태가 극도로 나빠져 911에 신고, 응급병원으로 후송시켰으나 이내 사망했다. 비극의 시작은 바로 이때 부터였다. 로레타 라프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사망한 최초의 미국 요양원 환자 중 한 명 이었다.
그로부터 이 끔찍한 전염병이 미국내 요양원을 휩쓸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 넷째 주까지 적어도 54,000명의 환자와 요양원 직원들이 집단적으로 사망했다. 미국내 총 9,912개의 요양원 시설에서 처음 3개월 동안 거의 264,000명의 사람들이 감염되었다. 많은 미국인들은 이 같은 비극적이고 충격적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다만 양로원에 부모나 사랑하는 가족을 둔 사람들만이 비극적인 상황을 만나 비극적인 삶을 살아간 것이다.
한 가지 특징은 장기요양시설의 환자는 미국 인구의 1% 미만이지만,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미국내 발생한 모든 코로나-19 사망자의 43%가 이 요양 시설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 이후로도 그 수치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이후 지난해 말까지, 미국내 장기요양시설의 사망자 수는 13만 명을 넘어섰고, 전염병이 수그러 들지 않고 있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의 요양원들은 환자들과 직원들에게 안전과 보살핌을 제공 하는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장기요양시설 코로나 초기 심각성 인지 못해
문제의 요양원 라이프케어 센터에 어머니(91, 제네바 우드)를 둔 캐미 네이드는 “어머니는 뇌졸중으로 쓰러 진 후 1월 중순에 재활 치료를 위해 라이프케어 센터에 들어갔다. 어머니는 3월 초에 퇴원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2월 마지막 주에 침대에서 떨어져 엉덩이가 부러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어머니 주변의 환자들이 아프기 시작했을 때가 바로 그 때였다. 신종 코로나 발생을 알리는 시작이었다.
캐미의 어머니 제네바 우드는 “나의 룸메이트는 기침을 하고 있었는데 모두가 기관지염이라고 말하고 있었다”면서 “그때 나도 기침이 나서 숨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폐렴인 줄 알았다. 병원 직원이 나의 열 기운이 102도라는 소리를 기억한다” 고 말했다.

▲ 앨리슨 롤리는 어머니의 죽음을 헛되지 말게 하라고 탄원하고 있다.
캐미는 당시 어머니를 보기위해 요양원에 갔는데 복도를 걸어가면서 만난 직원 절반이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절반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그래서 상황이 심각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나중 캐미는 “감사하게도 어머니는 코로나에서 회복되어 좋아졌다”면서 “하지만 어머니의 룸메이트는 성공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녀의 어머니 제네바 우드는 “내가 살아 난 것은 많은 기도의 덕분이다”면서 “그리고 감자 스프의 덕을 많이 본 것 같다. 당시 내가 먹을 수 있는 것은 감자 스프였다”고 말했다.
라이프케어 센터의 버너 부사장은 “당시 우리는 상황이 얼마나 안 좋은지 전혀 몰랐다. 우리가 전에 경험한 독감과는 달랐다”면서 “독감은 확실한 증상이 있는데 우리 간호사들은 환자로부터 마른 기침과 호흡 곤란 증상을 주로 듣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한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무증상으로 지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2월과 3월 당시 신종 코로나에 대하여 초기의 미국 연방 정부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음이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라이프케어 센터의 티모시 킬리언 대변인은 “우리 요양원이 상황이 악화되고 시설이 폐쇄되고 사람들이 죽어가기 시작하면서 저는 정부 당국이 어떤 종류의 조정된 대응책이 나오기를 계속 기대했지만, 우리는 그런 것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시애틀 지역 메디케어 및 메디케이드 서비스센터(CMS) 관계자인 시마 버마는 시애틀의 요양원 의료 시설에서 코로나 상황이 발생했을 때, 그는 백악관 코로나 대응팀에게 전화를 했다. “우리는 이 신종 코로나에 대하여 더 많은 정보를 얻기를 원한다고 했다”면서 “이 병이 노인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관련하여 더 많은 더 좋은 정보를 얻기를 바랬다. 하지만 그것은 이루어 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코로나 대응 방침 현장에 제대로 전달 안돼
세계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해 맥을 못추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다. 코로나의 위기가 지역적 재앙을 넘어 미국 대륙의 모든 주를 아우르는 사태로 몰아 가고 있다.
AARP부회장 겸 코로나 책임자인 낸시 리몬드는 “이 국가적 비극을 막기 위해 즉각적인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면서 “요양원이 환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는 근본적인 개혁과 더불어, 이 취약한 노인들과 그들을 돌보는 사람들에게 가능한 한 빨리 백신이 제공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올해 1월 12일 현재, 136,000명 이상의 장기요양시설 거주자(환자)와 직원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새로운 AARP 분석 결과 양로원에서의 코로나 환자 및 사망률이 3개월 만에 4배 증가했다. 전국적으로 요양원이 위기에 처해 있다.
AARP는 코로나가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이어지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계속 악화되는 위기를 보여준다고 밝혔다. 요양원 10곳 중 9곳(87%)에서 코로나 환자와 사망자의 전국적인 비율은 지난 3개월 동안 약 4 배가 증가되었다. 2020년 9월부터 12월까지 요양원에서 보고한 내용은 노인 환자 중 신규 확진자는 100명당 2.6명에서 10.8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양로원 직원 확진자는 100 명당 2.5명에서 9.3명으로 역시 증가했다. 양로원 환자 사망자는 100명당 0.48명에서 1.88명으로 늘었다.
개인 보호 장비(PPE)의 부족 사태는 지난해 9월 1주일 공급이 없는 요양원의 26%에서 12월 18%로 같은 기간 동안 약간 감소했다. 거의 모든 요양원이 직원 감염을 보고했고 노인 환자 절반 이상이 감염을 보고 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너무나 많은 요양원이 여전히 적절한 PPE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여기에 직원 부족은 지속적인 문제로 남아 있으며, 가장 최근의 보고에 따르면 요양원의30%의 설비가 부족하다고 보고됐다.
AARP 분석은 코로나-19 사례에서 사망 및 요양원의 인력 부족이 지난 6월 1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임을 보여준다. 거주자와 직원 모두의 코로나-19 전국적인 비율은 11월 15일로 종료된 4주 동안 두 배로 증가했으며, 거주자의 경우는 주민 100명당 2.8명에서 5.7명으로 증가했으며, 직원 사례는 직원 100명당 2.7명에서 5.4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요양원은 환자 100명당 사망자가 0.47 명에서 0.78명으로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12월 초 현재, 106,000명 이상의 요양원과 기타 장기 요양시설 환자와 직원이 코로나-19로 사망했는데, 이는 미국에서 발생한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의 약 40%에 해당하는 최대 사망 수치다.
AARP 부회장 겸 코로나 책임자인 낸시 리몬드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국 내의 요양원을 휩쓸고 있다”면서 “이것은 국가적 수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연방 및 주 공무원은 이러한 추세를 뒤집고 투명한 보고, 적절한 인력 배치 및 충분한 PPE와 테스트를 통해 요양원 거주자와 직원을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도록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코로나 19 허술한 대처는 국가적 수치
코로나가 발생하면서 요양원이나 양로병원들에 부모나 배우자를 둔 가족들의 상처는 화마가 지나간 자리처럼 말할 수 없이 할퀴어져 있었다.
애릭스 핸디의 어머니 로나 아윈(86)는 지난해 3월 18일 뉴저지주 몽클레어에 있는 패밀리 오브 카레어(Family of Carea) 요양원에 들어간 지 불과 3시간 후인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애릭스에게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어머니가 아무의 도움없이 외롭고 처절하게 사망했다는 것이다. 어머니의 죽음에 대하여 그녀는 요양원을 탓하지 않는다. 그녀는 “그들이 어머니와 의사 소통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그 점에 대해 정말 요양원 관계자들을 비난하고 싶다”면서 “만약 그들이 그 날 아침에 그 요양원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있었다는 사실만이라도 알려주었다면, 어떻게 허든 어머니를 한번쯤 보기를 원했을 것인데…”라면서 “저는 어머니가 그 24시간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그것이 저를 정말 괴롭히죠”라며 어머니의 쓸쓸한 마지막 운명을 생각하며 통곡을 하기도 했다.
필리스 스칸트랜드의 사연은 더 애처롭다. 그의 84세 남편 빌 루이스는 초기 치매 증상을 보이고 있는데 인디애나주 미샤와카에 있는 골든 리빙 요양원에 살고 있다. 그들은 유리창을 통해서만 면회가 가능한데 하루는 그녀가 창문으로 남편을 찾아갔다. “그날은 재앙이었다”면서 “제가 종이에다 ‘여보 사랑해요’라고 썼는데, 그가 ‘나한테 그러지 마!’라고 말했어요. 그리고는 밖으로 통하는 문으로 가기 위해 의자에서 일어나려고 했으나 제대로 되지 않자 남편은 휠체어에서 울기만 했어요”
앨리슨 롤리는 그녀의 81세 어머니 셰릴 핑크 롤리를 코로나 발생전 2019년 마지막 날 루이지애나 먼로에 있는 양로원 오크스로 옮겼다. 다음은 그녀가 당한 처지를 연방하원 소위원회에서 증언한 내용들이다.
“어머니는 휠체어를 타는 신세지만 정신은 아주 분명 했다” 면서 “양로원이 가족들의 방문을 제한했을 때 나는 그냥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고 회상했다. “우리는 양로원 건물 밖에서, 흐릿한 창문으로 어머니를 똑똑하게 보려고 애쓰면서, 마음을 가다듬고 엄마를 위해 안정을 보이려고 애썼다”고 말했다.
그녀는 당시 양로원 직원들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기 시작했고, 어머니도 헝클어진 것처럼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는데 그녀의 어머니는 “일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부드럽게 불평하곤 했지만 “어느 날은 하루 종일 한 끼도 먹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바람에 그녀는 운영 책임자에게 문자를 보냈고, RN들은 쉴 새 없이 걸려오는 전화들에 시달린다는 불평을 들어야 했다.
‘어머니 주검을 헛되지 않게…’ 절규
앨리슨 롤리의 가족은 어머니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한 번 양로원을 방문해 창문을 통해서만 간신히 어머니를 보았을 때 그녀는 어머니가 옷을 제대로 안 입고, 단정치 못한 자세를 보고 즉시 요양원 운영자에게 연락했으나 그들의 답변은 “즉시 조치하겠다”는 말 뿐이었다.
그후 그녀의 어머니는 4월 23일에 응급병원으로 옮겨졌고 코로나 병실에 입원했지만 일주일 후 4월 29일 오후 5시 5분에 그곳에서 사망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혼자 사망했고, 그녀의 가족들은 그날의 비극으로 영원히 상처를 입었다.
앨리슨 롤리는 의회 청문회에서 “이 모든 것이 끝난 후에 제가 공유해야 할 하나의 메시지가 있다 면, 그것은 바로 이같은 요양원 시설과 운영을 개혁하고, 그리고 그것을 빨리 실천하라는 것입니 다”면서 “제발 어머니의 죽음이 헛되이 내버려 두지 마세요”라며 절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