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R자산운용, 하나대체, 국민연금에 이어 이지스까지’… 31억 달러 투자
미국 부동산 잇따라 매입 ‘약이 될까, 독이 될까’
지난해 3분기까지 외국인들의 미국부동산투자에서 3위를 차지한 한국투자자들이 지난해 4분기와 올해 들어서는 투자가 마치 로켓처럼 폭발하고 있다. 지난 1일 한국의 제이알자산운용, 지난달 21일에는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등이 잇따라 미국부동산을 매입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국민연금이 20억 달러를, 하나대체운용은 약 7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 이는 코로나 19가 완전히 회복되기 전 미국부동산을 미리 매수, 부동산 경기 회복에 대비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되며, 특히 온라인상거래 급증에 따라 최신 물류단지를 잇따라 매수하는 등 유통구조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안치용 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최근들어 가장 활발하게 미국부동산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 지난 1월 21일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의 사무용빌딩을 2억1백만 달러에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본보가 입수한 매입계약서에 따르면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은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럿의 ‘300 사우스 브레바드스트릿’ 빌딩을 ‘SRPF A/300 사우드브레바드 유한회사’로 부터 매입했다. 매입법인의 명의는 ‘VP 300 SB 유한회사’이며, 이 빌딩은 대지가 1.45에이커에 건평이 35만 8천 스퀘어피트에 달한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은 또 같은 날 KEB하나은행 뉴욕지점에서 1억 3천만 달러의 모기지를 얻었으며, 모기지 서류 확인 결과 ‘VP 300 SB 유한회사’를 대리해 프레드 아레나씨가 서명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 건물은 지난 2019년 1월 10일 미국 최대은행 중 하나인 웰스파고은행이 임대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KEB하나은행 측은 웰스파고은행에게 ‘만약 대출금 상환이 지연되거나 디폴트 되더라도, 웰스파고은행의 임대권리를 인정한다’는 합의서를 작성했으며, KEB하나은행을 대리해 이병현 뉴욕지점장이 서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하나 측 부동산 매입법인 ‘VP 300 SB 유한회사’는 지난 1월 5일 델라웨어주 및 노스캘롤라이나주에 설림된 것으로 확인됐다. 즉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은 전체 매입금액의 65%를 모기업 격인 KEB하나은행 대출을 통해 조달했으며, 웰스파고라는 거대은행이 임대한 건물이어서, 임대료 수입에 대한 걱정은 없는 셈이다. 한국의 제이알자산운용도 지난 1일 오아이오 주 콜럼부스 소재 아마존물류센터건물의 우선매입협상자로 선정됐다.
오하이오 주 주도인 콜럼부스의 ‘510 선베리로드’에 소재한 이 물류센터는 매입가격이 6100만 달러에 달한다. 콜럼부스 다운타운에서 차로 6-7분 거리이며, 대지가 11만 5천 스퀘어피트, 건평이 2만 7819스퀘어피트에 달한다. 아마존이 10년간 장기 임대한 이 물류센터는 대부분의 대형물류센터들이 도심에서 차로 20-25분 거리에 위치한 것과는 달리, 다운타운인근에 소재, 콜럼버스지역에 신속한 물류배달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큰 이점이 있다. 이 건물의 소유주는 ‘몬트워즈유한회사’로, 지난해 3월 공사를 시작해 최근에 완공한 ‘A’클라스의 물류창고이다. 제이알자산운용은 매입금액의 약 35%수준인 250억원을 다튼 기관투자자에게 재매각하고, 나머지 돈은 현지 금융기관 등을 통해 조성, 다음 달 에스크로 클로징을 마칠 것으로 보인다.
투자운용사들 부동산 매입열풍 현황
지난해 12월은 한국투자자들의 미국부동산투자가 30억 달러에 육박, 폭발이라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급증했다. 하나 대체투자자산운용은 지난해 12월 21일 워싱턴 주 시애틀의 2+U타워를 6억 6900만 달러 상당에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본보가 확보한 계약서에 따르면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은 ‘HS 2U 오너 유한회사’라는 법인 명의로, 전 소유주 ‘SCD 2U 유한회사’로 부터 리스권을 양도받는 형식으로, 매입에 성공했다. ‘SCD 2U’는 지난 2017년 2월 7일 부지 소유주인 ‘2 애비뉴 부동산투자유한회사’로 부터 리스권을 확보, 38층 규모의 대형빌딩을 신축한 뒤, 이를 하나 측에 매도한 것이다. 이 부동산 리스권은 75년이며 추가로 25년을 더 리스할 수 있어, 사실상 백년간 이 부동산을 소유하는 것이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은 같은 날 JP모건체이스은행으로 부터 4억 5760만 달러의 모기지를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체매입 금액의 68% 수준에 달한다. 모기지대출 서류 확인결과 ‘HS 2U 오너 유한회사’를 대리해 패트릭 우드러프씨가 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빌딩은 당초 2+U 빌딩으로 불렸으나, 클라우드서비스 및 CRM업체인 퀄트릭스가 2019년 9월 빌딩명을 퀄트릭스빌딩으로 한다는 조건하에 13개 층을 임대, 앵커테넌트가 되면서, 빌딩이름이 퀄트릭스빌딩으로 바뀌게 됐다. 하지만 현재도 ‘2+U빌딩’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전세계 연기금 중 3위 규모로, 7백조 원 상당을 운영하고 있는 국민연금도 지난해 12월 무려 20억 달러어치의 물류센터를 무더기로 매입했다. 국민연금은 스톡브릿지캐피탈과 조인트벤처를 결성, 20억 달러를 지불하고 미전역의 A클래스 물류창고 23개를 한꺼번에 사들였다.
매입액이 무려 20억 달러, 2조3천억 원 규모여서 역시 클라스가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로나19로 전자상거래가 폭발적으로 증가, 물류센터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대형부동산 개발회사가 신축한 물류센터는 물론, 현재 공사중인 물류센터까지 입도선매형식으로 매입한 것이다. 이들 23개 물류센터의 전체 규모는 무려 1430만 스퀘어피트에 달한다.
국민연금이 매입한 물류센터는 대부분 아마존 등에 임대됐거나 임대될 예정이며, 지난 1월 초 매입이 끝난 펜실베이니아 주 핀들레이 소재 채프만 웨스트포트, 지난해 12월 16일 매입한 샌프란시스코 리버모어의 마라톤비지니스센터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자들 아마존 등 물류단지 눈독
역시 지난해 12월 이지스자산운용과 하나금융투자도 버지니아 주 스태포드시, 캔사스 주 캔사스시티,미네소타 주 미네아폴리스의 레이크빌 등 3곳에 건설 중인 대형물류센터를 3억 9천만 달러에 매입했다.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인 이들 물류센터는 이미 아마존이 15년 장기임대계약을 체
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등은 3개 물류센터의 지분 80%에 해당하는 금액을 이미 지불했으며, 완공 검사가 끝나는 대로 20%를 더 지불하고, 소유권을 완전히 넘겨받게 된다. 이처럼 한국투자자들이 물류단지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매장은 사실상 폐업하다시피 한 가운데 온라인상거래가 유통구조를 완전히 장악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1994년 7월 온라인책방으로 출발한 아마존은 성장에 성장을 거듭, 지난 2월초 현재 물류창고가 최소 815개에 달하고, 현재 건설 중인 물류창고도 이미 262개나 미리 임대해 둔 것으로 집계됐다. 물류창고가 무려 1077개에 달한다. 아마존이 미래 임대한 물류창고가 기존창고의 30%에 달할 정도로 창고가 많이 필요한 상황을 감안하면 초대형, 최신 물류창고가 미국부동산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투자자들의 미국부동산 투자액은 지난해 12월에만 최소 31억 달러, 올해 들어서도 1월에만 최소 2억 달러이상에 달한다.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16억 달러 정도였음을 감안하면, 12월 한달 매입액이 9개월 치의 2배에 달할 정도다. 특히 지난해 12월 21일 국민연금은 부동산보유 규모가 2975억 달러, 약 330조에 달하는 세계 2위의 부동산투자회사인 미국의 러셀인베스트먼트와 제휴협정을 맺고 10억 달러에 달하는 글로벌부동산 투자를 일임하기로 했다. 러셀측은 이날 배포한 보도 자료를 통해 ‘30년 이상 부동산투자 경험과 강력한 실행능력을 통해 국민연금에게 보다 빠르고 안전한 투자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더믹이 끝날 조짐을 보이자 한국투자자들이 한발 먼저 과감한 투자로 사실상 미국부동산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KB증권, 지난해 DC빌딩 3억 2500만달러 매도
한편 KB증권이 지난해 9월 25일 자신들이 소유하고 있는 버지니아 주 레스톤의 패트리어츠파크를 3억 2500만 달러
에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부동산은‘12290 및 12300, 13100 선라이즈밸리드라이브’소재 건평 70만 6천 스퀘어피트의 3개 건물로 17개 미정보기관 중 수장격인 국가정보국이 입주한 건물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건물 이름도 패트리어츠파크 즉 애국자공원으로 명명된 것이다.
당초 이 건물은 현대증권 측이 지난 2014년 10월 8일 ‘현대 에이블 패트리어츠파크 유한회사’ 명의로 3억 2100만 달러에 매입했던 것으로 확인돼, 6년 만에 약 4백만 달러 오른 가격에 매도한 셈이다. 매매차익은 적지만 그동안의 임대수입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 에이블 패트리어츠파크 유한회사’은 2014년 7월 3일 델라웨어 주에, 2014년 7월 19일 버지니아 주에 각각 설립됐으며, 법인설립서류 서명자는 송형진 현대증권 이사로 확인됐다. 그러나 현대증권은 지난 2016년 KB금융지주에 인수돼 KB증권으로 이름을 바꿨다. 이 법인은 3억 달러가 넘는 막대한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지만, 2015년 현대증권이 매물로 나오면서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법인등록을 제때 갱신하지 않아 버지니아 주정부가 2015년 10월 31일자로 법인등록을 자동 취소했으며, 지난 2016년 2월 19일 뒤늦게 법인을 갱신[REINSTATEMENT]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 뒤 KB증권에 인수된 뒤에도 관리가 안됐다. KB증권은 법인등록을 제때 갱신하지 않자 주정부는 2017년 10월 31일자로 다시 법인 등록을 취소시켰다. 그 뒤로 무려 2년간 방치되다 지난 2019년 9월 24일 다시 법인을 되살린 것으로 확인됐다.
KB증권은 법인등록 갱신 후 약 한 달도 안 된 2019년 10월 19일 2억 1800만 달러 대출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즉 소유법인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조차 모르다가 대출을 받으려고 보니 법인이 사실상 죽은 상태여서 부랴부랴 갱신을 했던 셈이다. 현대증권 매도 직전, 그리고 KB증권으로 바뀐 뒤에도 소유법인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셈이다. 하마터면 3억 달러짜리 부동산이 날아갈 수도 있어 고객의 돈으로 투자를 하는 증권사의 자산관리가 이토록 허술한 것이다. 이 법인은 지난해 9월 25일 매각 뒤 한 달여 만인 10월 31일자로 다시 등록이 자동취소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7월 31일까지 법인등록을 갱신해야하지만 이를 어겨 3개월 만에 다시 법인등록이 취소된 것이다. 버지니아 주정부는 이 법인은 법인등록이 자동 취소돼 INACTIVE 상태이며, 등록 갱신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밥 먹듯이 등록 취소를 당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