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비하인드 취재> 신현수 민정수석 사표 파동 진짜 이유와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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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의 그림자
권력투쟁 내전

그야말로 조국으로 시작해 조국으로 끝나는 정권이 되어 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다음 날 곧바로 민정수석에 취임해, 청와대 경내에서 커피잔 들고 머리 휘날리는 모습으로 언론에 등장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정권 말이다 된 지금까지도 정국의 중심에 서 있다. 법무부 장관이 되면서부터 나라가 두 쪽이 나더니, 이제는 야인으로 물러나서까지 여전히 그의 영향력으로 인한 여진이 계속되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본국에서 파문이 일고 있는 신현수 청와대

신현수 (민정수석)

신현수 (민정수석)

민정수석을 둘러싼 논란도 결국 이것과 무관치 않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무엇과 연관이 있느냐. 바로 <선데이저널>이 두 차례 걸쳐 기사화했던 문재인 대통령을 만든 측근들 간의 권력투쟁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국을 법무부 장관을 만들기 위한 세력과 이를 끌어내리려는 세력 간 권력투쟁 과정에서 검찰이 동원됐고, 이것이 돌고 돌아 오늘날의 민정수석 사표 파동까지 온 것이다. 누구도 그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을 때 본지가 계속해서 이 정권의 실세라고 주장했던 신현수 민정수석도 결국 본지 보도처럼 정권 말 무대의 중심에 올랐다. 하지만 그 조차 김정숙 여사를 중심으로 한 부산파의 대표주자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망령과 싸우다가 결국 사표까지 내게 됐다. 지금의 권력투쟁은 대선을 약 1년 앞둔 정권말 시기에 벌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간단치 않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기 전 우병우 민정비서관이 상관인 김영한 민정수석을 패싱하고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직보한다는 논란이 있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신현수 민정수석의 사표설을 둘러싼 내막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정권 초기 민정수석실 구성에 있어서 많은 역할을 했던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참여정부 청와대에서 사정비서관으로 호흡을 맞췄던 그는 이후 김앤장 변호사로 일하면서 대통령 측근들 관련 사건을 맡았었다. 대표적인 것이 우리들병원 관련 사건에서 사실상 이상호 원장 측과 가까운 신한은행 피고인들의 변호를 맡았다. 그는 2017년 대선 전 문재인 캠프에 몸담으면서 법조계 관련 각종 일을 도맡았다. 신현수 민정수석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한 것은 다름 아닌 본지가 2019년부터 보도했던 우리들병원 사건에서 부터다. 본지는 2019년 2월과 12월 각각 현 정권 비선실세로 신현수 민정수석을 꼽았다. 정권 출범과 동시에 그는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으로 가는 한편, 가까운 인사들을 상당수 청와대에 밀어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18년 아끼던 딸이 사망한 후 잠시 야인으로 지내다가 민정수석으로 복귀했다.

조 국 (전 민정수석)

조 국 (전 민정수석)

일각에선 그가 가정사가 아니었다면 법무부 장관이 유력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그가 가정사로 자리를 비운 사이 조국 전 민정수석이 청와대와 법조계 전반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며 자기 사람 일색으로 만들어놓았다. 본지가 보도했던 것처럼 조국 전 장관이 임명되는 과정에서 권력 내부에선 상당한 암투가 있었고 여기에 검찰이 이용당한 측면이 있었다. 결국 검찰의 칼에 의해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지만 여전히 민정수석실이나 정권 곳곳에 조 전 장관과 뜻을 같이 하는 인사들이 요직에 자리잡고 있다.

조국 전 장관 임명과 사퇴 과정이 권력투쟁과 얽혀 있던 만큼이나 신현수 민정수석의 복귀는 복잡한 측면이 있다. 검찰개혁을 마무리 할 적임자이자 문 대통령과 잘 아는 사이지만 검사 출신인 그는 애초부터 현 여당 인사들과 맞지 않는 인사였다. 조국 전 수석 측 인사들이 가득한 청와대 내부도 그와는 맞지 않았다. 결국 그의 사표는 청와대 내부에서 불거진 권력투쟁의 일면일 뿐, 더 깊은 곳에서는 훨씬 더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조국의 망령

사실 이번 사표 파동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신현수 민정수석 간 싸움으로 드러나고 있지만 실제로는 조국 전 장관과 추미애 장관으로 대표되는 반 검찰 세력과 윤석열 검찰총장으로 대표되는 검찰 세력 간 충돌이다. 이 충돌이 표면화된 것은 최근 벌어진 검찰 중간 인사다. 이 인사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라인으로 알려진 이성윤 서울지검장은 유임됐고,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를 이끈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은 요직인 서울 남부지검장으로 이동했다.

검사 출신인 신 수석은 검찰 쪽 입장을 반영해 조직을 안정시키려 했으나, 박 장관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추미애 라인’을 중용하자 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이 ‘조국 라인’으로 불리는 이광철 민정비서관의 역할이다. 청와대 측은 검찰 인사 과정에서 신 수석과 이 비서관의 뜻이 같았다며 이른바 ‘민정수석 패싱설’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월성 원전 사건을 수사하던 검찰이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박 장관과 이 비서관이 신 수석의 반발을 무릅쓰고 인사안을 전격 관철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비서관은 청와대 내 대표적 ‘친(親)조국’ 인사다. 그는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 들어와 조국 전 수석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이후 ‘조국 사태’가 한창이었던 2019년 8월 백원우 전 의원에 이어 민정비서관으로 승진했다. 이 비서관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에서 김기현 전 울산시장(현 국민의힘 의원) 측근 비리 첩보가 청와대에서 경찰로 이첩되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또 지난해 옵티머스 사건 핵심 인물로 지목된 민정수석실 이모 전 행정관의 청와대 근무 추천을 한 장본인이라는 이야기도 정치권·법조계에서 나왔다. 검찰 인사 등과 관련해 사실상 민정수석과 맞먹는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도 여권에서 돌았다.네사람이 비서관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국가보안법 연구모임 팀장, 사무차장,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 등을 거쳤다. 2014년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 심판 사건 때 통진당을 대리했다. 2016년 탈북한 북한 식당 종업원들에 대해 ‘기획 탈북’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페이스북에서 “조국 전 수석과 그 가족분들이 겪은 멸문지화(滅門之禍) 수준의 고통을 특별히 기록해둔다”고 했다. 이 비서관은 공수처법 통과에 대해 “이제 입법으로 통과된 제도가 국민께서 변화를 체감하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비서로서 이 책무의 이행에 최선을 다해 대통령님을 보좌하겠다”고 했다. 그런 그가 현재의 직속상관인 신현수 수석을 패싱하고 인사를 쥐락펴락하는 것이야말로 조국 전 장관의 망령에 갇혀 청와대 핵심인사들이 움직이는 형국이라고 할 수 있다.

거세질 검찰의 반격

이를 놓고 여권 안팎에서는 ‘조국 사태’ 이후 계속된 여권과 검찰의 갈등이 추 장관 퇴진에도 해소되기는커녕 또 다른 갈등으로 번진 결과로 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신 수석이 조만간 있을 검찰 중간 간부 인사에서 자신의 의견이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보고 최종적으로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신현수 파동은 문재인 정부 말기 레임덕을 가속화 하는 트리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사실상 신현수 민정수석 보다는 박범계 장관의 편을 들어주면서 검찰과의 갈등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장관과 총장 간 갈등으로 꼬박 1년을 허송세월 한 2020년의 재판이 되는데다, 임기 1년을 남긴 정권에 검찰의 반격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 법무부·검찰 간 갈등 수습은 물론 검찰개혁 후속조치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으로선 장기간 이어져온 ‘추·윤 사태’를 가까스로 봉합하고 임기 5년차를 맞아 코로나19 극복과 민생 문제 해결에 드라이브를 걸던 참에 검찰 발 갈등 이슈가 또다시 터져 나오면서 국정운영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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工作의 大家가 수장 되더니…

12년 전 사건이 왜 갑자기?

국가정보원이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18대 국회의원 전원 등 1000여명의 신상자료를 작성해 관리한 사실이 뒤늦게 본국의 정치 쟁점화되고 있다. 12년 전 일이 갑작스럽게 부상한 데는 1차적으로 국정원의 ‘늑장 정보 공개’ 탓이 크다. 처음 문제가 제기된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개했으면, ‘선거용’이란 논란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결국 이번 사찰 논란은 국정원의 수장이 박지원이라는 점과 연관이 깊다고 할 수 있다. 과거 대북송금 사건 때 확인된 그의 공작 능력이 그야말로 다시 한 번 발휘된 것이다. 국정원이 관리해 온 사찰성 정보 파일에 대한 공개 요구는 시민단체 ‘내놔라 내파일’이 2017년 10월 출범해 정보공개 시민운동을 벌이면서 본격화했다. 하지만 당시 국정원은 이 정보들이 “국가안보에 관련되거나 국정원의 정보역량을 노출할 수 있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그러자 청구인 가운데 일부가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냈고,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내놔라 내파일’의 청구를 받아들여 국정원에 사찰성 정보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박지원 국정원장은 대법원 결정을 수용했다. 문제는 박지원 국정원장의 의지였다. 전반적으로 보면 그는 대법원의 판결을 보다 확대 적용해 정보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국정원은 대법원 판결 직후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등에게 내부에 보관해온 사찰성 문건을 제공한 데 이어, 앞으로 유사한 정보 공개 청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며 별도의 전담반을 구성했다. 실제 국정원은 전담반을 통해 공개대상 사찰 정보를 선별한 뒤 지난 1월 63건의 불법사찰 정보를 당사자들에게 등기우편으로 발송했다. 이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2009년 18대 국회의원 299명 전원을 비롯해 언론인, 연예인 등의 동향을 파악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었다. 국정원이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에게 공개한 사찰 기록에서 2009년 12월16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국정원에 ‘이명박 대통령을 보좌하고 국회 견제를 하기 위해 여야 의원들의 신상 자료 관리가 필요하다’고 전달했다는 내용이 나온 것이다.

1월 27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정부 때 국정원이 김승환 교육감을 사찰한 문건에 ‘2009년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국정원에 여야 의원 전체에 대한 신상자료 관리를 요청했다’는 내용이 있다. 이것이 사실이면 이명박 정부는 정치 사찰을 자행한 것이다. 낱낱이 규명해야 한다”고 공개발언했다. 이를 계기로 민주당은 국정원에 철저한 정보 공개와 진실 규명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에 국정원은 “국회의원 관련 문건에 대해선 당사자의 청구가 있으면 관련법에 따라 처리할 것이며, 국정원법에 따라 정보위 재적위원 3분의 2의 의결이 있을 경우 비공개를 전제로 정보위에 보고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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