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의 심각한 고민과 전기차배터리 시장
중국은 날고 있는데
미국은 걸음마 수준
국제무역위원회가 LG에 판정승을 선언하면서, 바이든대통령에게 전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그린에너지’와 ‘재생에너지’를 추구하는 바이든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공정한 무역’을 훼손한다는 비판을 우려, 판정을 뒤집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건설 중인 대형 전기배터리공장이 중국이 107개, 미국은 9개로, 107 대 9로 밀리고 있다는 참담한 현실을 감안하면, 자칫 여기서 멈칫하면 미국은 세계1위 경제대국을 중국에 내주는데 그치지 않고 중국에 종속당하게 될지도 모를 우려감이 팽배하다. 따라서 바이든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대신, 물밑에서 양상의 합의를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안치용 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LG의 제소직후부터 이를 비중있게 보도해 온 전 세계 언론도 국제무역위 판정을 일제히 주요뉴스로 보도했다. ‘LG가 승리해 SK가 타격을 입었다. 바이든대통령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식의 보도가 주를 이뤘다. 그렇다. 지난 10일부터 60일간 다시 피를 말리는 연장전이 시작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국제무역위 판정을 뒤엎을 것인가’가 이제 관심의 초점이 된 것이며, 이는 그린에너지를 강조한 바이든은 물론 중국과의 패권경쟁에 나선 미국의 운명과도 직결된다.
바이든 거부권행사 여부 촉각곤두
현행법상 미국대통령은 국제무역위의 명령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국제무역위가 독립된 사법기관이 아니라 행정부에 속해 있고, 판정도 판결이 아닌 일종의 행정명령이므로,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에게 최종 권한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바이든대통령은 60일간 이 판정을 검토한 뒤, 최종결정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바이든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신 물밑에서 엄청난 압력을 행사하며 LG–SK의 합의를 촉구할 것으로 분석된다. 만약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이는 미국이 부르짖어온 ‘공정무역’을 부정하는 것으로 자승자박이 된다. 트럼프 전대통령에 이어 중국에 불공정무역을 개선하라고 압박해온 정당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셈이 된다. 또 거부권행사이유로 언급돼 온 미국산업 및 미국소비자의 손해도 명분이 약한 상황이다. 무역위가 ‘제한적 생산’을 허용함으로써, 거부권행사의 싹을 잘라버린 것이다.
실제로 미국대통령이 무역위 판정을 뒤집은 것은 단 1차례뿐이어서 자칫하면 거부권을 행사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므로, 바이든이 이 같은 위험을 감수할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무역위 판정이 그대로 집행된다면, ‘그린’, ‘재생’이라는 바이든행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가 타격을 받게 된다. 3조 원대 공장이 10년 간 가동이 중단된다면, 이는 바이든 자신뿐 아니라 미국전체가 차세대 먹거리 경쟁에서 밀려나게 된다. 바이든대통령으로서는 진퇴양난의 처지다. 결코 ‘그린, 재생’을 놓칠 수 없지만, ‘공정무역’이라는 명분도 지켜야 한다. 그렇다면 바이든행정부는 명분도 지키면서 실리도 잃지 않기 위해 물밑에서 양측의 합의를 종용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가 나설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바이든의 공약도 공약이지만 현실적으로 전기배터리가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나 크지만, 미국이 중국에게 한없이 밀리고만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 전기배터리 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367억 달러규모에서 2027년 1293억 달러로 커진다는 전망이 제기됐으며, 일부에서는 4년 뒤인 2025년 시장규모가 1600억 달러로, 1490억 달러로 추정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규모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 20년간이 메모리반도체의 시대였다면, 이제 전기배터리의 시대가 된 것이다. 현재 전기배터리의 가장 큰 수요처가 자동차산업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전기배터리는 사실상 모든 산업에서 기름을 대체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무궁무진한 것이며 주식시장에서도 전기배터리업체가 조만간 전기차업체를 압도하고 폭등을 주도할 것이란 전망이 쏟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현실은 참담하다.
미 전기배터리사업 참담한 성적표
지난 1월 27일 제니퍼 글렌홀름 연방에너지장관 지명자는 연방상원 인준청문회에 출석, 충격적인 증언을 했다. 글렌홀름 지명자는 ‘현재 전세계에 대형전기배터리공장이 142개가 건설 중이며, 이중 107개가 중국에 신축중인 반면, 미국은 단 9개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무려 107 대 9개, 중국이 미국보다 11.8배나 더 많아서 아예 게임 자체가 되지 않는다. 농구 게임에서도 볼 수 없는 압도적 패배, 이게 바로 미국 전기배터리 사업의 참담한 성적표이다. 기가팩토리급 전기배터리 공장도 중국이 93개, 미국은 단 4개에 불과하다. 현재 중국이 75%정도를 장악하고 있지만 조만간 90%를 넘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전기배터리회사도 공장은 대부분 중국에 있다. 미국이 중국에 뒤쳐져도 너무나 뒤쳐진 것이다.
대형배터리 공장을 1개 지어서 정상가동에 걸리는 시간이 최소 4년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오늘 공장 착공에 돌입해도 판매 가능한 제품이 나오려면 4년이 걸린다. 그나마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는 회사라고 해봐야 테슬라, LG, SK등이며, 나머지회사는 소규모에 불과하다. 테슬라는 기가팩토리를 지어도 자체물량 소화도 힘든 판이고, LG는 GM에 물량을 대기도 힘들다. SK가 문을 닫게 되면, 포드나 폭스바겐은 다른 곳에서 전기배터리를 구해야 하지만 미국 내 소싱이 사실상 힘들어진다. 가격을 둘째 치고 물건도 구할 수 없게 된다. 더구나 배터리수요는 전기차 업체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국은 오일 쇼크와 버금가는 배터리 쇼크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은 전
기배터리 원료물질 확보 면에서도 중국에 뒤지고 있다. 니켈, 리튬, 흑연, 코발트 등의 양극재, 음극재 원료물질의 확보가 중요하지만 미국에서는 이들 물질을 확보하기 힘들어 사실상 수입에 의존하는 반면, 중국은 이들 자원이 풍부하다. 테슬라가 네바다에 전기배터리공장을 짓고, 캐나다회사인 리튬아메리카가 네바다 주에 공장을 짓는 것도, 그나마 이 지역에서 소량이나마 리튬 등이 채굴되고 있기 때문이다.
호주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도 이들 자원이 많지만, 미국과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원가경쟁력에서 뒤지게 된다. 이래저래 미국은 밀리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미국 내 전기배터리공장 하나하나가 너무나 소중한 자산이다. LG화학은 2011년 미시건주 홀랜드 공장을 착공, 2013년부터 가동에 들어갔고, SK는 2019년 3월 26억 달러를 들여 조지아 주 잭슨카운티에 공장을 착공했고, 같은 해 5월 공장규모를 더 늘린다고 발표했다. LG역시 SK가 공장신축에 들어가자 2019년 5월, GM과 얼티엄셀 유한회사라는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23억 달러를 투자, 오하이오 주 트럼벨카운티의 로드스타운에 공장을 짓고 있으며, 지난해 11월 13일자로 해당부동산 2필지의 소유권 등기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테슬라를 제외하면 그나마 한국 회사들이 미국에 대형전기 배터리공장을 짓고 생산에 나서는 셈이다. 이중 하나가 생산을 못하게 되면 미국과 중국의 격차는 더 벌어지게 된다.
국익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
중국의 경제규모가 미국을 앞서는 날이 더욱 빨라지게 되며 2등, 3등 국가로 전락하는 현실을 맞을 수도 있다. 바이든대통령은 취임 뒤 닷새만인 지난달 25일, ‘바이 아메리카’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미국연방정부의 모든 관용차를 전기차로 교체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2019년 현재 관용차는 64만 5천대이며, 1년 주행거리가 45억 마일, 개솔린과 디젤 등 연료가 3억 7500만 갤런이나 사용된다. 바이든대통령은 이를 모두 전기차로 교체함으로써, 그린에너지를 살리고, 탄소배출을 줄인다는 것이다. 바이든대통령의 이같은 야심찬 계획도 전기배터리의 중요성 때문이다. 전기배터리에 미래가 달린 셈이어서 바이든대통령으로서는 어떻게든 한 개의 배터리
공장이라도 더 지어야 할 판이라, 그나마 있는 공장의 가동중단은 미국에겐 사치다. 미국은 물론 한국의 국익을 생각해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특히 한국도 메모리 반도체에 이머모처럼 전기배터리라는 미래 먹거리에서 앞서가고 있다. 삼성, LG, SK의 생산량을 합치면 기업의 국적만 따진다면 한국이 중국을 앞지른다.
단독드리블 챤스에서 정세균총리 말처럼 중국에 어부지리를 줄 판이다. 국제무역위에서 공을 넘겨받은 바이든대통령의 선택지는 거부권행사 또는 합의유도 두가지 이다. 거부권행사가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이어서 당사자 간의 합의를 종용하는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과정에서 LG와 SK는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다시 피 터지는 싸움을 펼칠 수 밖에 없다. LG는 중국, 유럽등 사실상 전 세계에서 SK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혀 전방위 압박을 계속, 백기 항복을 받아내겠다는 태세다. 반면 SK는 지난 12일 델라웨어 연방법원에 LG화학을 대상으로 특허침해 수정소송장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돼 LG의 특허침해를 끝까지 밝혀내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