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차기 대통령감이냐고 모두에게 물어보니…
‘인물이 없다’
본국 대선이 약 1년 앞으로 다가왔다. 통상 12월에 치러졌던 본국의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의 영향으로 내년 3월 7일 치러지게 됐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줄곧 2강을 형성하던 것과 달리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실상 대선주자 반열에 오르면서 3강 구도로 재편됐다. 큰 이변이 없는 한 현재의 주자군에서 다음 대통령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본국은 지금 LH투기의혹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도 급락하고 있다. 지난 4년간을 돌아보면 문재인 정부를 곤경에 빠트린 사건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 인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이 있다. 두 사건은 문 대통령이 취임사 때부터 외쳤던 공정이란 가치를 짓밟았다는 데에 있다. 이번 LH사건의 경우 문재인 정부에서 폭등한 부동산 가격과 공정이란 문제가 하나로 엮이면서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고 있다. 결국 다음 대선은 누가 더 공정하고 능력있는 사람인가란 이슈가 대선의 주요 화두가 될 전망이다. <선데이저널>은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현 시점에서 3강을 이루고 있는 세 인물들의 강점과 약점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현재 본국 여론조사기관들이 발표하는 수치를 보면 윤석열 검찰총장이 20% 후반에서 30% 중반으로 세 후보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0%대 초중반으로 2위,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 초반에서 10% 후반으로 3위를 달리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윤 전 총장의 약진이다. 검찰총장 재임 시절에도 대선주자군에 이름이 거론됐지만, 지지율은 10% 전후에 그쳤다. 총장 사임과 동시에 지지율이 20% 이상 폭등하면서 현재로서는 가장 유력한 후보가 됐다.
하지만 본지가 그동안 수차례 보도했듯이 그의 지지율에는 다소이 ‘환상’이 포함되어 있다. 한 번도 선출직에 올라본 적 없기 때문에 대중의 검증에 멀어져 있던 윤 전 총장의 지지율에는 막연한 환상 같은 것들이 녹아 있다. 반면 이재명 지사의 경우 이미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가 맷집을 단련한데다, 행정경험까지 인정받고 있어 지금의 지지율은 바닥에서부터 다져 올라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내년 대선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이유다. 먼저 현 시점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부터 보자.
1. 의혹투성이, 윤석열
검증 링에 오르는 즉시 ‘훅’간다
정치인 윤석열’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은 ‘검찰총장 윤석열’이다. 살아 있는 권력과 대립하는 모습으로 ‘반문’의 확실한 아이콘이자 ‘원칙과 소신을 중시하는 투사’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하지만 그가 과연 이 시대가 원하는 공정에 걸 맞는 후보일지는 알 수 없다. 본지가 몇 차례에 걸쳐 제기했던 의혹들은 그가 대선에 뛰어들어 분위기가 달구어지면 반드시 짚고 넘어갈 수 밖에 없는 문제들이다. 이미 처와 장모 관련 의혹이 정치권과 언론에서 제기돼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이다. 윤 전 총장의 처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는 현재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받고 있고, 장모인 최모씨는 요양급여 부정수급을 비롯한 몇 가지 문제로 이미 기소가 되거나 수사 중이다. 검찰총장 청문회를 통해 제기됐던 윤 전 총장의 지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도피 사건 관련 의혹도 다시 불거질 전망이다. 여기에 본지가 제기한 웅진그룹의 타이거그룹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윤 전 총장의 봐주기 수사 의혹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이미 윤 전 총장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 당시 특수부 검사들을 총동원해 조 전 장관은 물론이고 아내, 자식까지 사실상 피의자로 올려놓고 수십번이 넘는 압수수색을 하며 그야말로 탈탈 일가를 털어냈다. 이런 윤 전 총장의 수사 방식은 부메랑이 되어 본인의 가족에게 돌아갈 것이다. 다만 그에게 자녀가 없다는 점은 어떤 면에서는 이점이다.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사람들을 모으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윤 전 총장을 돕는 인맥은 검찰에서 함께 일해 왔던 법조계 인사들이나 충암고, 서울대 법대 동기 등이 꼽힌다. 여기에 어떤 방식으로든 기존 정치인들이 합류할 전망이다. 주변이 엘리트 코스를 밟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일 수도 있지만, 그 주변인들이 이 시대 보통사람이 원하는 공정의 가치를 오롯이 담아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가 불러 모은 주변인들이 ‘불공정’ 프레임에 들어간다면 그 부담은 윤 전 총장이 질 것이다. 이미 지난 주 기사로 지적했듯 윤 전 총장과 관련해 언론에 이름이 흘러나오는 인물들은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나 정동영 전 민생당 대표와 같은 노회한 정치인들이다. 그 밥에 그 나물이라고 할 수 있다.
2. 좌파 MB? 이재명
김부선 스캔들과 조폭과 유착 의혹
이재명 지사는 경기도지사를 하면서 행정력을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많다. 그래서 본국 보수층에서도 이 지사를 지지한다는 인사들이 제법 적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그가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첫 번 째로 넘어야 할 산은 바로 민주당의 후보가 되는 것이다. 이는 바로 민주당 핵심세력인 친문과의 관계 때문이다. 이재명 지사에 대한 지지도가 아무리 높다고 해도 당내 경선을 통과하지 못하면 대선주자로 나설 수 없다. 하지만 이 지사와 친문의 관계는 견원지간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친문 측에서는 끊임없이 이낙연이 안 되면 정세균·임종석·유시민 등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놓는다.
이재명 지사를 바라보는 친문계의 마음은 편치 않다. 정동영계로 정치에 입문했고 19대 대선후보 경선 당시 문 대통령과 각을 세운 점을 고려할 때 이 지사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을 공격한 트위터 아이디 ‘혜경궁 김씨’의 원래 주인이 이 지사의 아내란 설이 지금까지 정설로 내려오고 있다. 이 때문에 친문계는 이 지사가 퇴임한 문 대통령을 정적들의 공격으로부터 성의껏 보호해줄지 알 수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친문 지지자들은 이 지사가 그간 보인 여러 번의 파격 행보 탓에 “당선 후 어떻게 행동할지 모른다”며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윤 전 총장과 지지율을 다투는 후보가 여권에서 이 지사를 제외하고는 보이지 않는다.
‘이길 수 있는 후보’와 ‘믿을 수 있는 후보’ 중 한 명을 택할 때가 온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지사의 스타일은 양날의 검이란 평가를 받는다. 그의 ‘사이다 행정’은 누군가에게는 ‘불도저 행정’처럼 불안감으로도 다가온다. 도지사 감으로는 좋지만 대통령 감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인식은 그가 반드시 지워내야 할 물음표다. 일각에서는 이 지사를 ‘좌파MB’라는 별칭으로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지사도 개인의혹으로 따지면 윤 전 총장 못지않게 많은 인물이다. 대표적인 것이 영화배우 김부선 씨와의 스캔들이다. 김부선씨는 2010년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2007년 대선 직전 총각 행세를 하고 다니던 피부가 깨끗한 변호사 출신의 1961년 출생의 정치인과 깊은 관계를 맺었다”고 폭로했는데 이 정치인으로 이재명이 지목됐다. 김부선 씨는 그 뒤로도 “성남사는 가짜 총각, 거짓으로 사는게 좋냐”며 이재명을 겨냥한 듯한 글을 몇 차례 더 올렸다가 어찌된 영문인지 돌연 2016년 “이재명 시장에게 미안하고 아무 관계가 아니다”는 사과 글을 게재해 세인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후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관계를 폭로하면 검사를 동원해서 나를 마약범으로 잡아넣겠다고 하는 협박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2018년 12월 11일 김부선 스캔들을 뒷받침 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고 김 후보의 고발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김부선의 캐릭터를 보면 내년 대선 국면에서 그의 입에 다시 한 번 대중의 이목이 집중될 수 있다.
이 지사는 정계 입문 전 변호사로 활동할 때 성남지역 조직폭력배의 변론을 맡는 등 폭력 조직과 유착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바 있다.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는 2018년 7월 21일 ‘조폭과 권력-파타야 살인, 그 후 1년’ 방송을 통해 이재명이 2007년 변호사로 일하면서 성남의 폭력조직 국제마피아파 61명이 검거된 사건에서 피고인 2명의 변론을 맡았다는 내용 등을 보도했다. 국제마피아파 조직원 이모씨가 설립한 ‘코마트레이드’가 성남시로부터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것도 논란이 됐다. 코마트레이드는 중소 우수기업 자격이 없었는데 특혜를 줬다는 것이다. 국제마피아파는 경기도 성남시 유흥가를 중심으로 건설현장 이권 개입, 집단폭행, 성인 PC방 등의 불법행위를 저지른 지역 최대 폭력 조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3. 호남 출신의 한계, 이낙연
이명박-박근혜 성급한 사면론에 발목
현재까지 친문계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인물은 오로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그는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맡으면서 오랜 기간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왔다. 그러나 현재 그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각종 여론조사결과 문재인 정부 초대, 최장기간 총리라는 후광이 사라지며 최근 차기대선주자 지지율조사에서는 초기 40%를 넘나들었던 지지율이 반 토막 이하로 줄었다. 더구나 당내 기반마련과 인지도 유지, 민주당 지지층 결집을 통한 대권주자 지위를 공고히 하고자 맡았던 당 대표직도 원하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비위 사태와 관련해서는 피해자를 피해고소인이라고 지칭해 논란을 일으켰고, ‘추미애-윤석열’ 사태에서도 중재보다는 추미애 전 법무장관을 옹호한 탓에 ‘맞지 않는 옷을 입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논의가 무르익지 않았던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언급한 것은 이 대표에게 치명상을 입혔다. 놀란 민주당 지도부가 긴급 회동에 나서며 이 전 대표의 발언을 거둬들였지만, 차츰 이 전 대표의 스타일에 적응해가던 친문 지지층이 이미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고 이 전 대표의 고향이자 민주당의 안방과도 같은 호남 민심마저 돌아서면서 지지율이 10% 초반까지 곤두박질쳤다. 대표직에 물러날 쯤엔 집값논란에 이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투기사건이 터져 성과는 커녕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끝까지 제 3후보가 출현하지 않을 경우 당내 핵심 지지층인 ‘친문’의 표심은 결국 이 대표를 향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에게 반등의 기회는 다음 달 치러지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다. 이 전 대표 측은 지지율 고전을 극복할 돌파구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로 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해 당대표 재임 중 당헌을 고쳐가면서까지 민주당 후보를 내서 선거를 치르겠다는 정치적 결단을 내렸다.
도덕적 비난이 적지 않겠지만 시민들의 선택을 받게 된다면 이를 만회함은 물론 대선을 앞두고 서울과 부산이라는 거대 지역구를 지켜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 뿐 아니라 이 지사 또한 지지율이 20% 중반에 머물고 있는 점을 가리켜 ‘한계’로 규정하며 새로운 주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정권을 탄생시킨 당내 친문 인사들은 아직 대선까지 시간이 충분하다며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판세를 지켜보는 중이다. 때문에 이 전 대표로서는 아직 ‘친문 적자’로 부를만하면서 동시에 유의미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후보가 마땅치 않은 점을 염두에 두고 빨리 지지율을 높임으로써 아직 이 지사에게 적지 않은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당내 친문 표심을 끌어들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