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이 지나도록…북에 억류 생사도 모른 채
돌아오지 못한 국군포로 8만2493명
6.25전쟁이 끝난 지 70여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많은 국군장병들이 북에 억류된 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국군포로문제는 전쟁포로의 귀환이라는 군사적 성격을 넘어, 납북자문제와 더불어 북한정권이 동족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한 대표적 인권문제로 손꼽힌다. 그동안 남북 간에는 수 차례 정상회담을 비롯한 각종 회담이 진행되었지만, 정작 국군포로의 존재는 외면당했다. 6.25전쟁포로 송환문제는 1950년 당시 휴전협상이 시작되면서부터 전쟁 당사국들 간에 가장 첨예하게 대립한 이슈였다. 국군과 유엔군은 포로들의 자유의사를 존중하여 송환한다는 원칙에 따라 귀환을 희망하는 북한군과 중공군 포로를 모두 송환하였다. 그 결과 송환된 북한군 포로는 7만 5,823명, 중공군 포로는 6,670명으로서 총 8만 2,493명에 달했다.
6.25 후 한명도 귀환 못해
북한은 반면 송환해야 할 국군과 유엔군 포로의 수를 축소하거나 은폐하기에 급급했다. 그 결과 북한이 돌려보낸 국군포로의 수는 고작 8,333명, 유엔군 포로는 5,124명으로서 총 1만 3,457명에 불과했다. 실제로 북한에 억류된 국군포로의 수는 어느 정도일까? 유엔군 사령부는 1953년 8월 유엔에 제출한 휴전 관련 특별보고서에서 국군포로 및 실종자의 수를 8만 2,318명으로 집계하였다. 이 수치는 6.25 개전 당시의 국군 전 병력과 거의 맞먹는 규모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LA의 미주국군포로송환위원회의 정용봉 회장은 “그토록 많은 군인들이 국가의 부름에 호응하여 전쟁터에 나가 포로가 되어 북한에 불법 억류되었는데도, 1953년 휴전 이후 공식적으로는 한 명도 돌아오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2021년 제46차 유엔 인권이사회 북한인권결의안에 처음으로 국군 포로와 그 후손들에 대한 인권 탄압 문제가 적시됐다. 3월23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채택 결의안에는 “송환되지 않은 북한 내 전쟁포로(국군 포로) 및 그 후손들이 지속적인 인권 침해에 시달리는 데 우려를 표한다”는 내용이 처음 담겼다. 지난해 결의안에 납북자 문제가 포함된 데 이어 올해 국군 포로 문제까지 북한의 인권 침해 사례로 언급된 것이다.
결의안엔 국군 포로 문제 등 북한 인권 탄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노력과 함께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국경 인근에서 과도한 무력 행위를 일삼는 북한의 행태에 대한 비판도 담겼다. 지난해 있었던 북한군의 한국 공무원 피살사건을 염두 에 둔 것이다. 실제 북한인권시민연합이 지난 2월에 발표한 국군 포로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국군 포로 뿐 아니라 그 후손에게도 광산 노동을 강제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북한인권시민연합은 지난 2월25일 수감 경험자들의 증언 등을 취합한 보고 서에서 한국전쟁의 국군 포로들과 그 후손이 북한 탄광에서 노예노동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북한의 신분 제도에 따라 국군 포로의 후손도 광산 노동의 의무를 물려받게 됐으며, 이들이 석탄·납·아연·마그네사이트 등 광물을 채굴하는 데 투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단체는 또 2017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이후에도 북한이 금수품목인 석탄의 생산량을 되려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의 저자인 조애나 호사니악 북한인권시민연합 부국장은 AFP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초 UN북한인권 결의안 채택
한편 2014년 작성된 유엔 인권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전쟁 이후 최소 5만명의 국군 포로들이 북한에 잔류했으며, 이들 가운데 500명이 생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4년 작성된 유엔 인권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전쟁 이후 최소 5만여 명의 국군 포로가 북한에 잔류했다. LA미주국군포로송환위원회(회장 정용봉)은 2012년에 UN인권위원회와 ICC (국제 형사법정)에 북한에 억류된 국군포로들의 참상 보고서를 최초로 국제기구에 제출하면서 ‘국군 포로들의 인권 학대에 김일성-김정일 정권의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인권시민연합 보고서를 작성한 조애나 호사니악 부국장은 한국의 중앙일보와의 통화 에서 “이번 결의안엔 서울 유엔 현장사무소의 인력을 확대해 추가 조치를 강구하는 등의 후속 조치도 담겼다”고 밝혔다. 호사니악 부국장은 “문재인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 개선과 남북대화를 위해 국군 포로 문제를 외면 하던 상황에서 벗어나 전향적인 조치를 취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3년 연속으로 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앞서 2008~2018년 11년 연속으로 공동제안국에 참여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불참 배경에 대해 “여러 상황 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입장을 정했다”고만 말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남북관계의 특수성 측면에서 ‘인도주의 협력이 더 실질적인 북한 인권의 개선을 이룰 수 있다’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사실” 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 인권 문제는 인권 문제대로 거론하면서 인도주의 협력은 나름대로 진행하고 관계 개선은 관계 개선대로 진척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면에 트럼프 행정부 때인 2018년 6월 인권이사회를 탈퇴했던 미국은 올해 공동제안국으로 복귀했다. 바이든 정부는 인권 문제를 대북 정책의 중심축에 놓겠다고 이미 공언한 상태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18일 한·미 외교·국방(2+2) 장관 회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대북 정책의 목표를 설명 하면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미국과 동맹에 가하는 위협 축소와 함께 “모든 한국인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한국인은 억압적 정부에 의해 자행되는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인권 유린 때문에 계속 고통받는 북한 주민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장관의 발언과는 달리 바이든 정부는 인권 문제와 관련, ‘선택적 기반(selective basis)’을 거부하고 있다. 인권은 보편적 가치이기 때문에 국가별 상황과 관계없이 모든 국가가 동일한 인권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정부의 이번 결의안 불참이 ‘인권 외면국’이란 비판과 함께 향후 대북 정책 추진 과정에서 한·미 간 갈등 요인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