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특집-1] ‘미국의 힘’ 무기밀매 북한인 70년 만에 최초 미국법정에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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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제위반 문철명…4년 만에 잡아왔다

지난 22일 사상 최초로 북한인이 형사피고로 미국법원에 출석한 가운데, 북한과 말레이시아의 단교를 초래한 이 사건은 미국이 무려 4년여 수사 끝에 올린 개가로 확인됐다. 미국사법당국은 유엔제재가 시작된 2009년께부터 북한을 주시해 오다, 2017년 초 문 씨에 대한 수사를 시작, 지난 2018년 5월 연방기소대배심을 통해 배심원들에게 관련혐의를 입증, 기소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 사건은 미국이 얼마나 철저하게 대북제재위반사건을 조사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난 사건이다, 이처럼 미국의 철저한 대북제재의지가 입증됨에 따라 당분간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에 나서기 보다는, 미국은 물론 한국정부와도 갈등을 고조시키는 벼랑 끝 전술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특별취재반>

‘김정남이 암살됨으로써 말레이시아와 단교위기에 처한 북한은 말레이시아를 무기 밀수출의 거점국가로 활용했다는문명철 사실도 이번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북한이 쿠알라룸푸르공항에서 김정남을 암살함으로써 이제 북한은 무기 수출에도 중대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7월 중국세관당국은 중국에서 선적돼 에리트리아로 운송될 예정인 항공화물 속에서 이상한 물건을 발견했다.’ 지난 2017년 3월말 선데이저널에 보도됐던 바로 이 기사의 핵심 인물이 마침내 지난 22일 피고인으로 정식 기소돼 워싱턴DC연방법원에 섰다. 북한국적자가 미국법정에 선 것은 지난 1950년 한국 전쟁이래 7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북한을 방문한 미국인이 간첩혐의 등의 누명을 쓰고 북한법정에 서거나, 미국 사법당국이 북조선 국적자를 기소한 적은 있지만, 기소된 북 조선인이 미국법정에 선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인 것이다.

말레이시아정부와 사법공조 ‘개가’

무기밀매 등 대북제재위반혐의를 받고 있는 북조선국적자 55세 문철명씨는 지난 20일, 말레이시아로 부터 미국으로 전격 송환된데 이어, 지난 22일 워싱턴DC 연방법원에서 당사자 인정심문을 받았다. 특히 연방법무부는 그동안 법원의 허가를 받아 철저하게 비공개로 처리했던 문 씨에 대한 기소장도 이날 처음으로 공개했다. 기소장 확인결과 놀랍게도 미국 사법당국은 현재 언론에 보도된 것보다 1년 빠른 2018년 5월 3일 이미 연방대배심을 통해 문 씨를 기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즉 2017년 3월 유엔대북제재 보고서 공개이전부터 수사를 개시, 1년여 만에 문 씨를 기소한 셈이다. 미국 사법당국이 연방대배심에 의해 기소된 문 씨를 정식으로 재판에 회부한 것은 그로부터 1년이 흐른 2019년 5월 2일, 워싱턴DC 연방법원은 연방검찰이 정식기소한 당일 문 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말레이시아정부에 사법공조를 요청, 말레이시아사법당국은 같은 해 5월 14일 문씨를 체포, 구금했다,

미국이 문 씨를 정식 기소, 송환을 요청하자, 북한은 이에 반발하며 송환반대소송을 제기, 패소하면 항소와 상고를 거듭, 대법원까지 끌고 가며 극력하게 저항하다 마침내 말레이시아 대법원이 최종 송환판결을 내림에 따라 북한인이 사상최초로 미국에 송환돼 법정에 선 것이다. 미국 사법당국이 문 씨에게 적용한 혐의는 대북제재를 어기고 미국 금융기관을 속이며 돈세탁을 하는 등 모두 6가

▲ 미국 사법당국은 지난 2018년 5월 3일 연방대배심에 문씨를 돈세탁 혐의로 기소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 기소장은 문씨의 미국 송환 이후인 지난 3월 22일 공개됐다.

▲ 미국 사법당국은 지난 2018년 5월 3일 연방대배심에 문씨를 돈세탁 혐의로 기소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 기소장은 문씨의 미국 송환 이후인 지난 3월 22일 공개됐다.

지 혐의로 확인됐다. 연방검찰은 기소장에서 ‘문씨가 2009년 6월 유엔안보리의 대북제재, 2016년 3월 유엔안보리의 북한정찰총국에 대한 제재, 2016년 10월 유엔안보리의 북한 사치품 수출 금지 등을 어겼다’고 밝혔다. 당초 문 씨는 말레이시아가 아니라 싱가포르에 거주하면서, 북한정찰총국과 관련된 싱가포르회사인 신사르무역의 직원으로서 북한무기판매 등에 주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 뒤 2016년 9월 북한이 유엔안보리 결의를 어기고 미사일 발사시험을 하자, 싱가포르 정부는 2017년 9월 문 씨를 말레이시아로 추방한 것이다. 본보가 지난 2017년 3월말 유엔대북제재보고서를 인용, 북한이 말레이시아를 통해 무전기 등을 불법판매하고 있다고 보도했으며, 바로 이 무전기 등 북한무기 판매의 주범이 문 씨로 드러났다.

돈 세탁 거쳐 미 선박엔진 10대 구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2016년 7월 중국에서 에스트리아로 운송될 예정인 항공화물 속에서 GPS안테나와 고주파 안테나 등이 가득 찬 박스 45개를 발견했고, 이 군용무전기에 ‘글로벌커뮤니케이션사’의 브랜드인 ‘글로콤’이라는 상표가 부착돼 있었다, 글로콤은 말레이시아에 주소를 둔 회사였고, 북한의 ‘팬시스템스 평양’의 자회사로 확인됐다. 문 씨는 바로 이 글로콤 무전기를 판매해서 번 돈으로 술, 담배, 화장품등 사치품을 구매, 북한으로 보낸 것이다. 말레이시아에서 이를 주도한 것은 김창혁이지만, 김창혁은 이미 추방돼 2017년 이전 북한으로 돌아갔고, 문철명이 말레이시아에 남아있다 전격 체포된 것이다.

문 씨는 김동철이라는 또 다른 인물과 공모, 2013년 5월 14일 북한대외무역은행의 프론트컴퍼니에 2만 7천여달러를 송금하는 등 2013년에만 54만 4천 달러를 미국금융기관을 거쳐, 불법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14년 5월부터 2015년 12월 29일까지 25차례에 걸쳐 미국금융기관을 통해 북한의 위장회사들에게 수천달러에서 수십만 달러씩을 송금하는 가하면, 100만 달러의 돈을 빌리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돈으로 지난 2014년 9월 미국회사로 부터 북한금수품목인 선박엔진을 구매했고, 2014년 12월에도 선박엔진 10대를 구매, 싱가포르로 들여온 뒤 중국을 경유, 북한으로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16년 10월 10일부터 싱가포르회사로 부터 99만 달러 상당의 물품을 구매하기로 하고 , 실제 2016년 11월부터 2017년 1월까지 50만 달러를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금수물품의 최종 배달처는 북한의 경흥무역이었다.

북한 국적자 최초 미국법정에서 재판

▲ 본보가 지난 2017년 3월 1067호에 유엔대북제재보고서를 인용, 북한이 말레이시아를 통해 무전기 등을 불법판매하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 본보가 지난 2017년 3월 1067호에 유엔대북제재보고서를 인용, 북한이 말레이시아를 통해 무전기 등을 불법판매하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문씨는 무기판매대금으로 2014년 11월 23일 맥주를 한 카톤당 6.5달러에 2178카톤을 구매해 북한 남포항으로 보냈으며 2016년까지 최소 4차례, 18만 달러어치 이상의 맥주를 사들였다. 또 2016년 9월 15일 레미마틴, 시바스리갈, 조니워커 블랙, 조니워커골드 등 위스키 604박스를 10만 3천여 달러에 매입했고, 2016년 10월 16일에도 571박스를 9만 6천여 달러를, 2018년 2월 5일에는 위스키는 물론 와인까지 4백카톤을 사서 북한으로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외에도 문 씨는 화장품과 미용용품도 구매했다. 무기판매대금으로 고급술과 화장품등 유엔이 금지한 사치품을 구매, 북한에 보낸 것이다. 문씨의 기소에 대해 연방검찰은 ‘북한의 제재회피와 미국의 국가안전을 위해 장기간 해외각국과의 공조수사를 통해 이뤄낸 성과이며, 미국은 앞으로도 미국의 사법권을 최대한 활용, 자국민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연방수사국 FBI는 ‘미국영토밖에 있던 피의자에게 법의 심판을 받게 한 것은 FBI 역사상 가장 큰 성과중 하나이며, 특히 그 대상이 북한인 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 문씨는 미국검찰이 이름을 미공개한 공모자와 함께 5차례에 걸쳐 약 50만달러를 불법송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 문씨는 미국검찰이 이름을 미공개한 공모자와 함께 5차례에 걸쳐 약 50만달러를 불법송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북한은 이 사건을 큰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난 2017년 2월 13일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의 공항에서 암살된 사건과 관련, 말레이시아가 북한인 리정철 등을 배후인물로 지적한 데 이어, 말레이시아 법원이 미국송환결정을 내리자 극단적 선택을 했다. 북한은 19일 말레이시아와 국교 단절을 선언했고, 말레이시아는 북한이 단교를 선언한 당일 ‘북한대사관 직원은 48시간 내 말레이시아를 떠나라’고 요구했다.

말레이시아와 북한은 지난 1973년 국교를 수립했고, 북한이 가장 먼저 무비자입국을 따낸 나라가 바로 말레이시아였다, 결국 북한 외교관과 가족 등 30여명은 지난 21일 오후 말레이시아에서 짐을 싸서 중국 상하이로 떠났다. 말레이시아를 떠나기 전 북한대사는 ‘말레이시아정부는 이번 사태가 가져올 결과를 감내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미국의 극악무도한 정책으로 만들어진 반북음모의 산물이다, 말레이시아가 미국을 맹목적으로 지지했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북한은 이번 사건을 빌미로 미국에 대한 적대적 정책을 더욱 강화할 것임을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다, 모든 것이 자업자득이지만 이 사건을 핑계 삼아 핵협상을 거부한 채 핵개발에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제재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여, 과연 북한이 얼마나 버틸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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