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란타 총격사건 계기로 짚어 본…미국 내 총기소지 문제점과 느슨한 규제법

이 뉴스를 공유하기

‘미국에서 더이상 총기는 보호무기아닌 살상무기’

인종차별이 문제인가?

총기소지가 문제인가?

미국에 현재 2억7천만정 총기가 있다고 한다. 통계에 따르면1966년부터 2012년까지 총기에 의한 대량 살인사건이 90건이다. ‘대량사건’이란 한번 총기 사건에 4명 이상 집단으로 사망하는 경우다. 미국은 인구가 세계 전체의 4% 정도이지만 총기 소유자는 무려 전세계의 45%를 점유하고 있다. 한 사람이 수백정의 총기를 소유하기도 한다. 2020년도에만 2천3백만정의 총기가 팔려 나갔다. 전년 보다 64%나 증가했다. 지난해 총기로 인한 사망자는 무려 2만 명, 총기사고로 인한 부상은 4만명, 총기로 인한 자살 사건은 24,000명 정도이다. 한편 독감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35,000-60,000명,자동차 사고사는 39,000명, 유방암 사망은 42,000명, 간 질환 사망자 43,000 명이다. 이들보다 총기로 인한 사상자가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기를 규제하자”고 여기 저기서 나오지만, 법으로 규제 하는 것은 아직도 불투명하다. <성진 취재부 기자>

총기규제 시위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아시안 6명을 포함해 8명이 21세 백인 청년에 의해 총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전에 이번에는 코로라도주  부더 수퍼마켓에서 경찰관 1명을 포함해 10명이 자동소총을 든 중동계 청년에 의해 숨지는 사건으로 미국 전국이 다시 “총기를 규제하자!” 라는 소리가 높다. 코로나19로 일상 활동에 상당한 제약이 있었던 지난해 미국에서 총에 맞아 숨진 사람들이 2만 여명에 달해 지난 20년 간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총기난사로 인한 대량 인명살상 사건은 줄어 들었지만 총격 사망 자체는 크게 늘어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달24일 총격 사건을 집계하는 단체 ‘총기폭력 아카이브’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에서 지난해 1만9,380명이 총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최대치였던 2017 년보다 3,600여 명이 늘어난 것이며 지난 20년간 최고치라고 WP는 전했다.

총격으로 부상한 이들 역시 2018년보다 8,000여 명 늘어 4만 명에 육박했다. 지난해 총기를 사용 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도 2만4,000명이나 됐다. WP는 전문가들을 인용,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범죄방지 활동도 타격을 입고 실업이 증가했으며 스트레스도 늘어난 상황이 총기 사망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로니 던 클리블린드 주립 대 교수는 WP에 “하루에 (총격사건과 자살을 합쳐) 총기로 100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 것” 이라며 “대부분은 유색인종 커뮤니티에서 발생하는데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할 때까지는 별로 관심을 받지 못하지만 이는 만성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WP는 또 약 300명의 어린이가 미국에서 지난해 총에 목숨을 잃었으며 이는 2019년보다 50% 증가 한 충격적 수치라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학생들이 상당 기간 학교에 가지 않았고 학교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이 거의 없었는데도 오히려 총기에 사망한 어린이들의 숫자는 크게 늘어난 것이다. WP는 자살과 가정폭력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수치라고 분석했다. 총기 구매도 크게 늘었다. WP는 신원조사에 대한 연방정부 데이터를 토대로 지난해 2,300만 정의 총기가 판매됐고 이는 2019년보다 64% 증가한 수치라고 지적했다. 이렇게 총기사건이 크게 발생함에도 총기규제는 말로만 메아리칠 뿐 실제 연방법으로 제대로 규제가 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기자회견을 가졌으나 그 자리에서도 총기 규제는 우선순위기 아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994년 당시 상원 의원으로서 총기 규제를 입법화 했으나 그 당시 법은 2004년까지 10년간만을 유효하는 법으로 끝나고 말았다.

말로만 총기규제, 실제론 소지 부추겨   

2017년 10월 2일 라스베이거스 컨트리 뮤직 페스티벌에서 총격 사건으로 58명이 사망했다. 한 달 후인 2017년 11월 6일 텍사스 주 서덜랜드 스프링스 제1침례교회에 총기 난사로 26명이 사망했다. 당시 연이은 총격사건에 정치권 공방이 가열되면서 총기규제 여론이 역대 최대치인 70%이상 치솟았다. 그러나 그 이상 진전되지 못했다. 미국의 총기규제에 대하여 영국의 권위지인 이코노미스트지는 지난 2019년 8월 22일자에서 미국의 총기 환경을 “너무 늦었다(Too Late).”라는 한마디로 정의했다.이미 미국 사회에  2억 5천 만정 이상 유통된 미국 내 총기 숫자를 두고 이제서야 총기 소지를 제한한다는 것이 사실상 ‘어불 성설’이라는 것이다. 영국의 BBC방송도 지난 2018년 미국에서 총기규제가 안되는 이유 5가지 들었다. 미국에는 전미총기협회(NRA)라는 미국 정치에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이익단체가 있어 총기규제를 여러가지 방법으로 방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NRA는 정치인을 로비하는 데 많은 돈을 쓰기 때문만은 아니다. 5백만 명에 달하는 회원들의 숫자도 중요한 요인이다. NRA는 대부분의 총기 규제에 반대하며 연방 및 주 차원에서 기존의 총기 소유 규제를 철폐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 총기를 규제하자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으나 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 총기를 규제하자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으나 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미국에서 총기 소지에 대한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국 수정헌법 2조에 명시돼 있는 “미국민은 무장할 권리를 갖는다”는 조항은 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미국민에게 신성불가침의 조항으로 인식된다. 수많은 총기사건에도 불구하고 총기규제 논란은 수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미국사회를 둘러싸고 있는 골칫거리 중 하나다. 과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 어떻게 줄여 나갈 것인지. 매번 정권 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 되는 주제이며 골칫거리다. 특히 총기 소지에 있어서 가장 전향적인 지역인 텍사스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의 파장이 크다. 지난 2019년 8월3일 텍사스주 국경도시 엘패소의 쇼핑센터에서 총격 사건이 일어나 최소 20명 이 숨지고 2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당시 미국 전역에서 지난 일주일 새 총기 사고가 연달아 일어 난 가운데 또다시 무고한 시민을 상대로 한 대형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범인은 21세 백인 남성인 패트릭 크루시어스다.

그는 범행 직전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에잇챈(8chan)’에 인종차별주의적 내용의 성명서를 작성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폭력적 극단주의자들의 플랫폼으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에잇챈’ 은 공식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총기 규제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과 대량 살상 범죄자에 대한 강력한 법 집행을 약속했다. 그는 비디오 게임 등을 통한 폭력 미화 풍조에도 우려를 나타내고 총기 범죄를 도모할 수 있게 방치한 인터넷 공간의 개선 노력을 요구하는 등 문화적 변화도 촉구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 지도부를 겨냥한 인종차별적 발언이 당시 사태를 불러 왔다고 맹비난 했다. 민주당은 총기규제 문제를 그냥 넘지기 않겠다고 공언했다. 민주당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 당이 전미총기협회(NRA)의 강력한 로비에 휘둘려 총기 규제는 뒤로한 채 개인적인 일탈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이 같은 의견에 가세했다. 그는 당시에 성명을 내고 “미국만큼 총기폭력을 용인하는 나라는 없다”며 총기규제법 개정을 거듭 촉구했다.

NRA의 막강 로비에 공화당이 대변자

미국에서 총기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언급되는 단체가 NRA(전미총기협회)다. 정치학 교과서에 등장할 만큼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NRA는 미국 최대이익 단체 중 하나다. 그동안 총기규제를 촉구 하는 일반 여론은 높았지만 번번이 NRA의 로비에 막혀 입법화에 실패했다. NRA의 역사는 뿌리깊다. 남북전쟁 직후인 1871년 북부연합군 장성들의 주도로 결성돼 150년 가까운 역사를 지녔다.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그랜트 장군을 비롯해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존 F. 케네디, 리처드 닉슨, 로널드 레이건, 조지 H W 부시 등 9명의 역대 대통령도 NRA 회원이었다. 트럼프 전대통령도 마찬 가지다. 500만 회원을 주장하는 NRA는 전통적으로 공화당을 후원해온 이익단체로 트럼프 전대통령을 적극 지지한다. 트럼프 전대통령이 말로는 총기규제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막상 규제법안에는 소극적 태도를 보여온 배경이다. NRA는지난 2016년 한해 정치인에 대한 직접적인 후원과 로비에 4백만 달러를 썼으며 정치 활동 에 5천만 달러 이상을 썼다. 도널드 트럼프의 선거운동에는 3천만 달러 가량을 쓴 것으로 추정 된다.

▲ 총포상에서 인명살상 무기들이 버젓이 거래되고 있다.

▲ 총포상에서 인명살상 무기들이 버젓이 거래되고 있다.

NRA의 연간 예산은 대략 2억5천만 달러로 교육 사업, 총기 시설, 회원 행사, 후원, 법률 활동 등에 사용된다. NRA의 힘은 단지 숫자에만 있지 않다. 워싱턴에서 NRA는 거물 정치인을 만들 수도, 그리고 무너뜨릴 수도 있는 정치세력이란 명성을 구축했다. 자신들이 가진 표심으로 정치인들을 줄 세우고 자신들의 재정적, 조직적 자원을 지지자를 지원 하고 반대자를 격파하는 데 사용한다. 한 전직 공화당 하원의원은 2013년 뉴욕타임즈에 이렇게 말했다. “NRA에 가서 ‘제가 현직에 있는 동안 NRA에 반항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라고 말했죠.” 총기 규제 법안이 하원을 통과하더라도 상원에서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상원 또한 도시와 시골의 분단이 주 차원에서 벌어진다. 뉴욕, 메사추세츠, 캘리포니아같이 대도시 유권자 들이 지배적인 주의 수는 총기 소유를 옹호하는 분위기가 강한 시골 및 남부 주보다 적다. 상원의 규정 또한 더욱 엄격한 총기 규제를 위한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 이른바 ‘필리 버스터’  때문에 대부분 주요 법안은 100명의 상원의원 중 단순히 51명의 과반수가 아닌 60명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2013년,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사건 이후 총기를 구입할 때 신원조회를 더욱 철저하게 하는 법안이 상원에서 양당의 상당한 지지를 받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NRA의 결연한 로비 이후 법안은 단 56명의 투표를 얻었다. 필리버스터를 깨는 데 4표가 부족했다. 이는 총기 규제 법안이 통과에 가장 근접했던 순간이었다.

규제여론 일어도 연방법 안바껴

▲ 미국에서 총기규제 소리가 높아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뿐이다.

▲ 미국에서 총기규제 소리가 높아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뿐이다.

한편 AP통신이 지난 2018년 말 실시한 총기규제에 대한 찬성 여론은 70%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각종 총기사건에도 꿈쩍 않던 규제 여론이 부쩍 높아진 것이다. AP는 미국에서 총기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가장 높아진 시점이라며 지지부진하던 총기규제  법안들이 통과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평가했지만 그때 뿐이었다. 미국인들은 어려서부터 총과 친근하다. 기본적으로 총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아직도 많은 미국 가정이 총기류를 자연스럽게 배치하고 있으며 주말마다 부모와 자녀들이 사격장에 함께 가는 모습 이 익숙하다. 지난 2018년에는 한 유튜브에서 총기류 홍보 영상으로 10대 소녀가 소총으로 인간 형상의 타깃을 잇달아 명중시키는 영상이 공개돼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심지어 미국에는 어린이용 총기전문 잡지도 있다. ‘주니어 슈터’는 2009년 여름호에 ‘부시마스터 AR15’ 반자동 소총 예찬 기사와 함께 해당 총기 할인권을 첨부했다. 잡지는 어린이 독자에게 할인 권을 부모에게 보여주라고 권유하면서 “혹시 아느냐. 크리스마스 아침에 AR15가 트리 아래에 놓여 있을 수도 있다”고 적기도 했다.

버몬트나 일부 주에서는 여전히 별도의 등록 절차 없이 총기소지가 가능하다. 16세 이상만 되면 부모의 동의 없이도 총기를 구매할 수 있다. 중부 도시에만 가도 월마트 같은 수퍼체인에서도 총기를 쉽게 구매한다. 마치 백화점에서 물건을 고르듯 권총부터 라이플까지 일목요연하게 진열돼 있다. 국가 차원에서 새로운 총기 규제에 가장 큰 걸림돌은 아마도 열의의 차이일 것이다. 반대는 늘 거세지만, 지지는 새로운 총기 사건이 발생할 때는 높아졌다가 곧 사그라들기를 반복한다. NRA와 총기 옹호파 정치인들은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관심이 사그라들 때까지 입법을 질질 끄는 것이다. 총기 옹호파 정치인들은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거나 기도를 하고, 침묵의 시간을 갖거나 조기를 걸기도 한다. 그렇게 규제 입법의 노력은 조용히 미뤄지고 결국 수포가 된다. 이런 정치적 사회적 현상이 바뀌지 않는 한 미국의 총기 규제는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끝나고 만다.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뉴스를 공유하기
최신기사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