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베버리힐스 몰 내 묻지마 대여금고 압류 개봉했더니…
마약 불법무기 거액현찰이 ‘와르르~’
연방검찰이 마약 밀매 및 돈세탁등을 수사한다며 베버리힐스 소재의 한 사설대여금고를 몽땅 압수함에 따라, 이 대여금고를 이용하는 한인 등이 소송을 제기하는 등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방검찰은 신원을 불문에 붙이는 이 사설대여금고가 불법의 온상이 되고 있다며, 약 6백개에서 1천개에 달하는 대여금고를 몽땅 압수, 이중 최소 3개 이상의 금고를 연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자신들의 대여금고가 압수되고, 강제 개봉위기에 몰리자 한인 등 대여금고 주인들은 불명확한 이유로 개인의 재산을 강제수색하고 압수하는 것은 연방법위반이라며,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 업체는 이름 등 신원을 일체 확인하지 않고 금고를 대여, 무엇인가를 은밀하게 숨기는 데는 안성맞춤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코리아타운인근 베버리힐스의 9182 웨스트올림픽블루버드의 베버리 팜플라자몰에 위치한 사설대여금고 ‘US프라이빗볼트. 이름도, 생년월일도, 소셜시큐리티번호도 필요 없는 이 사설대여금고를 이용하는 최대 1천명의 금고주인들이 밤잠을 설치고 있다. <박우진 취재부기자>
한인 A씨가 지난 4월 5일 캘리포니아중부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이유는 바로 이 사설대여금고 때문이다. 놀랍게도 소송피고는 그 누구도 얕잡아 볼 수 없는 연방정부와 연방검사 2명이었다. A씨는 ‘연방정부와 연방검찰이 적법한 이유 없이 나의 사설대여금고를 압수했다. 이는 정부의 비합리적이고 비상식적인 압수수색을 금지한 수정헌법 4조 및 정부가 정당한 절차 없이 개인의 자유, 재산, 생명을 빼앗지 못한다는 수정헌법 5조를 위배한 것이므로 당장 압수와 몰수, 개인재산에 대한 불법사찰을 중단하고 개인재산을 돌려 달라’고 요구했다. A씨뿐이 아니다. 이 사설대여금고를 이용하는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B모씨도 같은 날 대여금고 압수 및 몰수 중지 및 반환소송을 제기했으며, 지난 3월 31일 C씨도 익명으로 동일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US프라이빗볼트의 사설대여금고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소송이 잇따르는 것이다.
연간 대여료 7백-2천 달러, 타 업체 10배
이처럼 소송 봇물사태가 발생한 것은 연방검찰이 지난 3월 9일 이 사설대여금고업체를 돈세탁, 불법거래 등의 혐의
로 비공개 기소한 뒤 같은 달 22일 연방법원의 승인을 받아, 이 업체의 대여금고를 몽땅 압수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연방법원이 공개명령을 내린 기소장에 따르면, ‘연방검찰은 지난 2019년부터 사설대여금고가 마약 및 총기 불법거래, 돈세탁등의 온상이라는 정보를 입수, 수사요원들을 고객으로 위장해 불법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업체는 이름도, 생년월일도, 소셜시큐리티번호도 없이 누구든지 돈만 내면 금고를 대여해 준 것으로 드러났고, 범죄자들은 익명성을 악용, 금고 속에 펜타닐 등 마약성 진통제, 총기, 범죄수익은 현금 등을 은닉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이 업체 내 대여금고를 몽땅 압류했고, 금고 주인들의 접근이 일체 금지됐다. 연방검찰은 이중 최소 3개 이상의 대여금고를 열고 현금 1백만 달러이상과 총기 등을 발견함으로써 압수수색의 정당성을 입증했다. 이 업체의 대여금고가 최소 6백 개에서 1천개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최대 1천명의 금고가 압류된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이 대여금고를 압류한 뒤 ‘금고 소유주들은 FBI웹사이트를 통해 이를 자진 신고하라’고 공지했다.
금고주인이 누군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이 금고를 압류한 뒤 자진신고를 요구한 것이다. 이 업체는 익명을 조건으로 기존은행보다 더 비싼 대여료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가로 10인치, 세로 10인치의 1년 대여료는 2천 달러, 가로 5인치, 세로 3인치의 조그만 금고도 연간 대여료가 7백 달러에 달했다. 기존은행의 약 10배에 달하는 값이다. 하지만 이처럼 비싸도 금고를 대여하는 사람의 신원을 일체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손님들이 몰린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검찰의 무더기 압류, 즉 범죄에 활용된 대여금고를 특정하지 않고, 모든 대여금고를 몽땅 압류한 것에 대해 법률전문가들의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법조계 ‘특정하지 않은 전체 압류는 불법’
법은 명확한 증거 하에 최소한의 집행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6백개에서 1천개에 달하는 대여금고를 모두 압류한 것은 사법권 남용이며 사법권 붕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연방검찰이 우리가 모르는 증거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주인이 누구인지도 모르는 최대 천개의 대여금고가 불법임을 증명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인 A씨는 지난 5일 소송을 제기함과 동시에 자신의 금고에 대한 개봉 등 수색과 압류 등을 즉각 중단해 달라는 가처분명령을 요구했다. 본안소송 심리전에 당장 금고개봉부터 막아 달라는 것이다. 만약 이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약 1천명의 비밀이 백일하에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이 업체는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범죄자가 아닌 일반인들이 현금 등을 대여금고에 넣어 놓았을 가능성이 크다, 무엇인가 은밀히 숨기기 위해서는 이보다 좋은 곳이 없다, 따라서 장사 등 개인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현금수익을 숨겨놓았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또 코리아타운에서 약 5마일도 채 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고객 중에 한인들이 많을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다. 한인은행들 대부분이 대여금고를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이 사설금고를 찾는 사람들은 더욱 많았을 것이다. 사설금고를 이용한 사람들이 당분간 두 다리 쭉 뻗고 잠자기는 틀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