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해외계좌미신고중 사상최대 벌금
해외계좌 숨겼다 1천만 달러 벌금 ‘폭탄’
캘리포니아 주 어바인거주 한인영주권자가 거액의 해외계좌를 고의로 숨긴 혐의로 적발돼, 무려 1천만 달러 상당의 벌금을 물게 됐다. 이 벌금은 해외계좌 최대잔고의 50%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동안 해외계좌 미신고로 적발된 한인들의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아 미납세금만 납부하거나, 최대잔고의 약 3분의 1을 벌금으로 낸 것을 감안하면, 고의성이 드러남으로써 사상최대의 벌금을 물게 된 것이다. <박우진 취재부기자>
캘리포니아 주 어바인거주 56세 한인남성 민진기씨[영문명 JEAN GUY MINN]가 지난 4월 2일 캘리포니아중부연방검찰과의 유죄인정협상을 통해 해외계좌미신고에 따른 이자소득에 따른 소득세 미납분 57만 달러 및 고의로 해외계좌를 숨긴데 따른 벌금 923만여 달러 등 980만 달러를 자진납부하기로 합의했다. 민 씨가 부담하게 될 980만 달러는 그동안 해외계좌 미신고로 적발된 한인들의 소득세 및 벌금 중 사상 최대액수다.
이자소득세 포탈 유죄인정합의
캘리포니아 중부연방검찰이 지난 4월 12일 공개한 민 씨에 대한 기소장 및 유죄인정합의서에 따르면, ‘민 씨는 지난 2016년 홍콩과 싱가포르 은행에 예치된 예금으로 벌어들인 이자소득 55만여 달러를 연방재무부에 신고하지 않아 16만 달러의 소득세를 내지 않은 것을 비롯해 2010년부터 2017년까지 8년간 236만여 달러의 이자소득을 신고하지 않아 57만 4천 달러에 달하는 소득세를 포탈했다’고 밝혔다. 또 민 씨는 지난 4월 2일 이 같은 사실을 모두 인정한다며 유죄인정합의서에 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 씨는 한국국적의 미국영주권자로 지난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엔데버캐피탈주식회사 및 맥소캐피탈어드바이저스의 지분을 50%이상 소유한 실소유주로서, 홍콩소재 로얄뱅크오브캐나다에 맥소캐피탈계좌를, 싱가포르소재 ABN암로뱅크에 엔데버캐피탈 및 본인명의의 게좌를 보유하는 등 2개 해외은행에 3개 계좌를 보유한 혐의를 시인했다.
검찰수사결과 열뱅크오브캐나다의 맥소캐피탈계좌의 잔액은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540만 달러에서 585만 달러 등 6백만 달러를 조금 못 미쳤으나, 2013년 815만 달러로 늘어난 뒤 2015년 다시 두배가 넘는 1788만 달러를 기록했다. 또 2016년과 2017년에는 1800만 달러가 넘었고, 2018년에는 예금 잔고가 1847만 달러로 최대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민 씨의 이자소득은 예금잔고가 8백만 달러대 때는 약 30만 달러였던 반면, 1800만 달러대 일 때는 매년 50만 달러상당에 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민씨는 유죄인정협상에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해외잔고 중 최대액을 기록한 해외잔고 중 50%를 민사벌금 명목으로 판결 선고 전까지 납부하기로 합의했다. 이 기간 중 최대잔고는 2018년 1847만 달러이므로, 923만여 달러 상당을 벌금으로 내야 한다.
1800만 달러 해외계좌잔고 절반 벌금
이처럼 거액의 벌금이 부과되는 것은 연방법상 ‘민사벌금’ 항목에, 의도적으로 해외계좌 신고를 하지 않았을 경우, 1)10만 달러의 벌금 또는 2)해외계좌 최대잔고의 50%등 두 가지 경우 중 더 큰 금액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해당조항31 U.S.C. § 5321(a)(5)(C)(i)(II) ]. 민 씨는 해외계좌잔고의 50%가 약 923만여 달러로 10만 달러보다 많기 때문에 923만여 달러가 적용되는 것이다. 연방검찰은 지난 13일 보도 자료를 통해 민 씨가 해외계좌잔고 최대액인 1800만 달러상당의 절반을 벌금으로 납부한다고 밝혔다. 민 씨는 오는 26일 법원에 출두하며, 최대 5년형이 선고될 수 있다. 해외게좌를 고의로 숨겼다가 예금 잔고 절반을 내놓기로 합의한 것은 물론 재판부 판단여하에 따라 징역형까지 선고받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본보확인 결과 민씨는 부인과 공동명의로 지난 2006년 4월 19일 어바인의 한 주택을 149만 달러에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1990년대 초부터 2003년까지는 뉴저지 주 포트리와 클로스터 등에 거주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민씨가 자진납부하기로 한 천만달러상당의 벌금은 해외계좌 미신고로 적발된 한인 중 사상최대 액수이다. 그동안 뉴욕주 롱아일랜드와 위스콘신 주 밀워키 거주 한인 2명도 해외계좌 미신고혐의로 적발됐지만, 미납 소득세를 납부하거나, 100만 달러상당의 벌금을 납부하는 데 그쳤다. 민 씨의 1천만 달러는 역대급인 것이다. 민 씨에 앞서 2018년 12월 뉴욕 주 서폭카운티거주 한인 남모씨는 지난 2009년 삼성증권에 41만여 달러, 신한은행에 4만 8천여 달러 등 2개 금융기관의 예금 46만 5천 달러를 2010년 6월 연방재무부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연방검찰에 적발됐다. 또 남씨는 2010년 삼성증권에 108만여 달러, 신한은행에 43만여 달러등 151만 5천 달러를 2011년 6월 세금보고 때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적발됐다. 남씨는 이에 따라 연방재무부가 2009년 미신고분에 대해 4813달러, 2010년 삼성증권 및 신한은행 미신고분에 각각 1만 달러 등 3만 4813달러의 벌금을 부과받고도 이를 납부하지 않았고 결국 연방검찰에 이첩됐다. 남씨는 해외계좌 미신고사실을 시인하고, 단 고의성이 없다고 주장, 지난 2019년 4월 30일 3만 8천 달러를 납부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1만 달러 이상 해외계좌 무조건 신고해야
또 2019년 6월 위스콘신 주 밀워키거주 한인 이모씨도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한국과 홍콩, 싱가포르의 해외계좌 27개 이상을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연방검찰에 적발됐다. 이 씨의 신고하지 않은 해외계좌의 최대잔고는 341만 달러에 달했다. 이 씨는 재판에서 해외계좌를 숨기지 않았다며 부인취지로 답변을 했고, 연방법원은 2020년 7월 22일 이 씨에게 해외계좌 미신고에 따른 벌금 약 106만 달러, 연체료 약 6만 달러, 2020년 3월초까지의 이자 14만3천여 달러등 126만 달러를 납부하라고 판결했다.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는 1970년 제정된 은행비밀법에 따른 것으로, 미국납세자는 전년도 1년 중 단 한번이라도 해외금융계좌 잔고합계가 1만 달러를 넘으면 4월 15일까지 연방재무부에 신고해야 한다. 또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니더라도, 세법상 거주자, 즉 1년 중 183일 이상을 미국에서 거주할 경우 미국납세자로 간주돼 해외금융계좌신고의무가 부여된다. 민 씨 사건은 그동안 해외계좌미신고로 적발되더라도 미납소득세만 납부하면 해결된다고 생각했지만, 고의성이 입증될 경우 최대잔고의 절반에 달하는 벌금이 부과됨으로써 평생 모은 재산을 한순간에 날릴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미국은 한국은 물론 사실상 전세게 모든 국가와 금융계좌교환협정을 체결, 미국시민권자나 영주권자의 게좌정보를 넘겨받으므로 사실상 부처님 손바닥 보듯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더 이상 자산을 숨길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