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포탈혐의 유죄판결 35억 관세 고액체납자 서미겔러리 홍송원
LA베버리힐즈에 600만불 호화주택있다
삼성그룹 홍라희 여사와의 그림 거래로 이름이 잘 알려진 홍송원 전 서미갤러리 관장이 거액의 관세를 포탈한 혐의로 관세청의 체납자 명단에 오른 가운데 공교롭게도 체납액에 맞먹는 규모의 저택을 전액 현금으로 구매한 후 이를 아들 명의의 회사에 무상으로 증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 체납자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홍 씨가 LA에 주택을 구매하고 이를 양도하는 과정들은 전형적인 재산도피 및 자금세탁 수법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따라서 이런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큰 파장이 예상된다. 또 홍 씨의 남편으로 한국 온누리교회 부목사를 지낸 박담회 씨는 목회를 하면서도 지난해 초까지 LA인근에서 골프연습장을 운영한 것으로 밝혀졌다. 홍 씨는 재벌가 여사들의 그림 매매를 하던 대한민국 최고 화상(畫商)이었으나 지난 2007년 삼성그룹 전 법무실장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당시 홍라희 여사와의 그림 거래 사실이 알려지며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동양그룹 이혜경 전 부회장의 미술품을 빼돌려 매각한 혐의로 2015년 12월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당시 법원이 홍 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혐의가 강제집행면탈 및 조세포탈이었는데 공교롭게도 이번 주택구입 사실이 드러나면서 또 다시 조세포탈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위기에 처하게 됐다. 서미갤러리 홍송원 전 관장 일가를 둘러싼 미국 내 부동산 매입 관련 의혹들을 짚어 보았다. <특별취재반>
삼성 그룹과 CJ, 오리온 그룹 등 재벌일가와 그림 및 부동산 매매를 하며 재벌그룹 비자금 창구로 지목됐던 홍송원 전 서미갤러리 관장이 지난 2007년 7월 31일 캘리포니아 주 9038 원더랜드파크애비뉴 주택을 318만 6천 달러에 매입했
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는 김용철변호사가 삼성그룹 비자금사건을 폭로하며 삼성그룹의 비자금 통로로 홍 씨를 지목하기 3개월 전이다. 당시 김 변호사는 “(고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관장은 수시로 구조본 재무팀 관재파트에 연락해 미술품 구입대금을 미술품 거래상인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에게 지급하도록 했고, 홍 대표는 미국 크리스티와 소더비 경매소 등에서 ‘유명 화가’의 작품을 구입했으며 미술품 구입대금으로 송금된 돈이 무려 600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에 홍 씨는 삼성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았다. 홍 씨는 당시 원더랜트파크 애비뉴 주택을 은행 모기지 하나 없이 전액 자체 조달했다. 본보가 확보한 디드[권리증서]에 따르면, 또 홍 씨의 남편인 박담회 목사는 2007년 7월 30일 퀵클레임디드을 통해 자신의 부인인 홍 씨에게 주택소유지분 50%를 양도했다. 박 씨는 퀵클레임디드에 홍 씨의 배우자라고 밝히고, 무상양도 서명을 한 뒤 주한미국대사관의 공증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홍 씨가 이 주택을 매입할 박 씨는 한국에서 목사로 재임하던 시기로 추정되며, 주한미국대사관 공증을 통해 박 씨는 당시 한국에 체류했음이 입증된 셈이다. 박 씨가 캘리포니아 주법에 따른 부부공동 소유권리를 포기함에 따라 이 집은 온전히 홍 씨의 단독 소유가 됐다.
2012년 부동산압류우려 차남에 무상증여
약 5년 뒤인 2012년 1월 5일 홍 씨는 이 부동산을 앤트웨이[ANTWAY]라는 법인에 한 푼도 받지 않고 무상으로 양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디드에 따르면, 홍 씨는 주택을 앤트웨이에 무상증여했다. 따라서 카운티정부의 양도세와 시정부의 양도세가 모두 면제된 것으로 밝혀졌다. 홍 씨는 이 부동산을 무상증여할 때 주미한국대사관에서 공증을 받았다. 홍 씨가 오리온그룹 비자금 조성혐의로 구속된 것이 2011년 5월 6일인 점을 감안하면, 그로부터 약 8개월 뒤 주택을 무상증여한 것이다. 당시 홍 씨는 미술품 거래를 가장해 오리온그룹이 40억 6천만 원의 비자금 조성을 도운 것은 물론 다른 사람이 팔아달라며 맡긴 그림 3-4점을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하고 수백억 원의 대출을 받아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은 바 있다. 여기에 더해 2012년 초 김찬경 미래저축은행장이 그림을 담보로 하나캐피탈에서 145억 원을 빌린 뒤 이 돈을 갚지 않은 사건이 발생하고, 2012년 6월 하나캐피탈이 김 전 행장의 그림을 매각한 홍 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일도 발생했다. 이에 홍 씨가 하나캐피탈 등에 주택이 압류될 것을 우려, 선제적으로 자신의 부동산을 양도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즉 무상양도 전 오리온그룹 비자금사건, 무상양도 직후의 하나캐피탈사건 등을 고려하면 이 같은 무상양도가 범죄의혹을 받은 사건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부동산 매각-매입 통해 철저한 돈세탁
그렇다면 홍 씨로 부터 326만 달러짜리 주택을 공짜로 받은 앤트웨이는 누구 소유일까? 캘리포니아 주정부 확인결과 앤트웨이는 2011년 12월 7일 설립된 것으로 확인됐다. 즉 무상양도받기 약 1개월 전에 설립된 법인인 셈이다. 또 2019년 9월 30일 앤트웨이가 주정부에 제출한 법인서류에 따르면 CEO와 세크리테리, CFO는 모두 박필재란 이름의 한국인이었으며 법인의 이사 또한 박필재 씨 1명 뿐이었다.
온전히 홍송원 씨의 차남인 박필재 씨의 소유인 셈이며, 박 씨는 자신이 서명한 법인서류에 사업목적을 주택임대라고 기록했다. 또 지난해 12월 6일 앤트웨이가 주정부에 제출한 법인서류에 따르면 박필재 씨는 예전에 제출한 법인서류와 다른 사항이 없다고 신고했다. 즉 여전히 앤트웨이는 박 씨의 사실상 1인 법인이며, 이는 무상양도의 실 수혜자가 박 씨임을 보여주고 있다. 바로 이 박필재 씨가 ‘홍송원–박담회’ 부부의 둘째아들이다. 홍 씨는 자신의 둘째아들에게 330만 달러 상당의 주택을 무상으로 증여했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다.
홍 씨로부터 고가주택을 무상으로 양도받은 앤트웨이는 약 7년이 지난 2019년 2월1일 앤트웨이는 이를 제 3자에 326만 달러에 팔아치운 것으로 드러났다. 이 서류에 매도자인 앤드웨이를 대표해 서명한 사람은 박필재, 즉 홍 씨의 둘째아들로 확인됐다. 특히 박씨는 326만 달러에 매도한 뒤 약 2개월 후 2019년 4월 12일 린다미어드라이브의 주
택을 278만 9500달러에 매입했다. 역시 은행 모기지 대출없이 전액을 자체 조달했다. 방 5개에 욕실 4개, 건평이 3417 스퀘어피트로 100평이 넘는다. 홍 씨가 둘째아들에게 무상증여 한 뒤 7년만에 둘째아들은 이를 매각한 직후 새로운 주택을 매입함으로써 완벽하게 자금 세탁이 된 셈이다. 홍씨는 2005년에는 첫째 아들인 박원재 씨에게 변칙증여를 했다는 의혹도 받은 바 있다. 홍씨는 2005년 8월 서울 종로구 가회동 자신의 땅에 건물을 신축해 장남이 운영하는 ‘원앤제이 갤러리’를 만들어줬다.
2011년 작성된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홍송원 대표는 장남 회사를 5년 동안 매출 910억 원, 2010년 당기순이익 60억 원의 탄탄한 중견 기업으로 만들어준 사실이 있다’고 적시돼 있다. 하지만 가회동 원앤제이 갤러리 토지와 건물은 채권자였던 미래저축은행이 경매에 붙여 2018년 경기도 용인에 사는 김모씨에게 넘어갔다. 그럼에도 원앤제이는 같은 자리에서 현재까지도 갤러리를 운영 중이여서 궁금증을 더해주고 있다.
36억 체납 6년째 고액체납랭킹 15위
홍 씨의 이 같은 부동산 증여 및 자금세탁 혐의가 문제가 되는 것은 그가 현재도 본국 세정당국 세금 체납 랭킹에 올라있는 체납자이기 때문이다. 홍 씨는 지난 2013년 10월 오리온그룹 기업회생 신청 뒤 이혜경 오리온 부회장이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미술품을 빼돌려 판매토록 한 혐의와 관련, 이를 도운 혐의로 2013년 12월 30일 기소됐었다.
이에 따라 2015년 12월 23일 1심에서 홍 씨는 징역 3년 6월에 벌금 20억 원, 이 부회장은 징역 2년 실형선고를 받았었다. 그 뒤 홍 씨와 이 부회장은 항소를 했고, 지난해 11월 25일 항소심에서 홍 씨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20억 원이, 이 부회장에게는 징역 2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1심보다 가벼운 형을 받았지만 벌금 20억 원은 그대로였다. 홍 씨는 항소심에서 강제집행 면탈혐의는 무죄선고를 받은 반면, ‘매출을 축소하거나 회계장부를 허위로 기재 세금을 포탈한 점’에 대해서는 유죄가 인정됐다. 검찰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 지난해 12월 9일 대법원에 상고했고, 지난해 12월 21일 상고이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홍 씨가 오리온비자금 조성혐의로 구속된 것이 2011년 5월이므로, 불과 2년여 만에 다시 불법을 저지른 것이다. 특히 홍 씨는 지난 2013년부터 관세를 체납해 온 것으로 드러났고, 지난해 12월 7일에도 관세청이 발표한 고액상습체납자 251명에 포함됐다. 6년 연속 고액상습 체납자 명단에 포함됐으며 지난해 12월 기준 고액체납자 랭킹 15위였다. 서미갤러리는 지난 2013년 5월 14일 폐업한 뒤 2013년 8월 2일이 납기일이지만 그때부터 지금까지 관세를 납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청은 서미갤러리가 체납한 관세 16억 2300만원, 해외에서 관세를 수입하면서, 매입가격을 낮추는 방법으로 관세를 포탈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홍 씨는 관세체납액 16억 원에 법원선고 벌금 20억 원등 한국정부에 납부해야 할 돈만 약 36억여 원에 달한다. 홍 씨가 둘째아들에게 넘긴 LA부동산이 326만 달러 상당인 점을 고려하면, 한국정부는 둘째아들 부동산을 압류하면, 이 돈을 찾아올 수 있는 셈이다.
홍라희 등에 업고 미술계 거물로 등극
홍 씨가 거액의 재산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재벌가 안방마님들의 그림 구입을 대행하면서다. 특히 국내 최고의 컬렉터로 알려진 홍라희 리움미술관장이 그녀의 최대 고객이었다. 최대 고객을 넘어서 홍 씨는 홍관장의 집사 역할을 하며 미술계에 이름을 알린 것으로 전해진다. 홍라희 관장은 매년 미술언론 등의 영향력 조사에서 1위를 놓지 않는 사람이다. ‘관저’ 격인 미술관은 세 곳이다. 서울 태평로 로댕갤러리,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이다. 수장품은 1만 5천 점이 넘는다. 이 땅의 옛 고고 유물과 미술품, 국내외 근현대 미술품들을 망라한다. 규모와 질 모든 면에서 국내 최고 수준이며 세계 굴지의 컬렉션이다. 최근 이건희 회장이 사망하면서 그가 기부하기로 한 작품에 관심이 모아졌는데 이 회장 소유의 작품은 제쳐두고라도 홍 씨가 가지고 있는 작품의 규모가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홍씨는 1990년대 홍 관장이 좋아하는 서구 거장들의 미니멀 그림들을 납품하면서 끈끈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전해진다.
미술시장 관계자는 “‘입속의 혀’란 별명이 생길 정도로 홍 씨의 홍 관장의 미술 집사 구실을 잘했고, 삼성가 경조사 때는 파티장 세팅도 도맡아 해줄 정도였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004년 이후 삼성 내부에서 지나치게 홍 씨에게 의존한다는 건의가 올라가면서 이 회장이 대노했던 것으로 전해진다.하지만 삼성 특검을 거치며 두 사람의 관계는 소원해 졌다. 결국 2011년 6월 홍 씨가 홍라희 관장을 상대로 미술품 판매대금을 덜 지급받았다며 50억 원 규모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홍씨는 2009년 8월~2010년 2월 홍 관장에게 미술품 14점을 판매했다. 그런데 총 판매대금 781억 8천만 원 가운데 250억 원만 받고 나머지 531억 8천만 원은 받지 못했다며 잔금 50억 원을 우선 변제하라는 소송을 냈다. 판매된 작품은 ‘Untitled Ⅵ’(판매가 313억 원), ‘Man Carrying a Child’(216억 6천만 원), ‘Bull’s Head’(64억 5천만 원) 등이었다. 그러나 홍 관장 측은 구입했던 그림이 12점이었고 그림 값은 250억 원이었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2011년 11월 홍송원 대표는 양측의 오해가 풀렸다며 소송을 취하했다.
홍 씨는 그림뿐만 아니라 재벌들과 부동산 거래도 심심치 않게 했다. 2010년에는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장녀인 이경후 씨와 홍 씨가 수십억 원 규모의 부동산 거래를 하기도 했다. 홍 씨와 이경후 씨가 거래한 서울시 중구 장충단 일가 부동산은 홍 씨가 분양받아 이를 경후 씨에게 넘긴 것으로 2년 만에 약 두 개에 가까운 금액으로 매각했다. 홍씨는 CJ 일가와도 미술거래도 꾸준히 한 바 있었다. 특히 CJ 오너인 이재현 회장 일가는 서미갤러리를 통해 2001년부터 2008년 1월까지 약 7년간 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 138점을 1422억 원에 사들인 바 있다. 이에 대해 양측은 CJ 쪽과는 2007년에만 아주 일부 거래가 있었을 뿐, 그 이전에는 거래가 없었다고 말했으나 양측의 해명과 달리 2010년 부동산 거래는 CJ 오너 일가와 서미갤러리가 2010년까지도 꾸준한 관계를 맺어왔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둘 사이의 거래는 미술품뿐만 아니라 부동산까지 확대됐다는 것도 보여주고 있다.
목사 남편도 최근까지 LA에 골프장 운영
목회자로 알려진 홍 씨의 남편 박담회 씨는 목회를 하면서도 캘리포니아 주 오렌지카운티에서 지난해 초까지 골프연습장을 운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 씨는 지난 1991년 12월 12일 캘리포니아 주에 ‘젠트리골프’[DBA더 아일랜즈 골프센터]를 설립한 뒤 오렌지카운티 정부로 부터 ‘14893 벨로드, 아너하임’의 부지를 임대, 골프연습장을 운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8년 3월 23일 오렌지카운티주정부 회의록에 따르면 ‘젠트리골프 임대계약은 2018년 9월 30일 만료되
며, 주정부직원이 박담회 씨를 직접 면담할 결과 박씨는 20년 추가 리스를 요청했으나, 2022년 9월 30일까지 임대계약 연장허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즉 박 씨가 서울 온누리교회 부목사 등으로 사역을 할 때도 미국에서 골프연습장을 운영했던 것이다.
박씨는 2022년 말까지 임대계약을 맺었지만, 지난해 2월 5일 남은 리스를 제 3자에게 양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렌지카운티정부는 2019년 월 임대료는 8434달러, 2020년 임대료는 월 9507달러였다고 밝혔다. 박담회 씨는 서울에 주택을 2백여 채 보유한 것으로 유명한 박만송 삼화제분회장의 사촌동생이다. 젠틀리골프가 2017년 11월 20일 캘리포니아 주정부에 제출한 법인서류에 따르면 CEO와 세크리테리는 박담회 씨, CFO는 박필재 씨였으며, 사업목적은 골프연습시설운영, 서류서명자는 박담회 씨로 확인됐다.
2019년 11월 22일 법인서류에서는 변동사항이 없다고 밝혔고, 2020년 잔여임대기간을 다른 사람에게 넘긴 뒤 2020년 8월12일 업체를 폐업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씨가 1991년 말부터 지난해 초까지 골프연습장을 운영한 셈이다. 홍씨는 1988년 청담동에서 화랑을 시작했으며, 1995년 1월 30일 캘리포니아 주에도 서미인터내셔널을 설립했으나 1999년 4월 7일 폐업했으며, 폐업신청서에 서명한 사람은 남편인 박담회 목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