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에서 구텐베르크까지’ 캠페인 한국의 ‘직지’ 새로운 역사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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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금속활자본 ‘직지’

명실공히 세계 최초 역사의 증인

Capture우리는 고려시대 금속활자본 ‘직지’(Jikji)가 서양의 구텐베르크가 만든 금속활자보다 78년이나 앞선다고 배워오고, 그렇게 알아왔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가 우리 조상이 만들었다는 기록(?)을 자부심으로 지니고 있다. 더구나 지난 2001년 ‘직지’와 구텐베르크가 동시에 유네스코 세계기록 문화로 등재되면서 우리들에게 새롭게 다가왔다. 그러나 그후에도 ‘직지’가  ‘가장 오래된’ 금속 활자본이라는 명예 이외에 다른 사실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그런데 한국인이 아닌 미국의 학자 가 “한국의 ‘직지’가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로서 진정한 발명가로서 조명하고 이러한 한국의 업적이 인류의 가장 위대한 성취중의 하나임을 증거하겠다”며 미국, 한국, 독일, 노르웨이, 네델란드  등 에서 이 분야 세계적 권위자들 30여명과 ‘직지에서 구텐베르크까지’ 프로젝트(From Jikji to Gutenberg)를 시작해 크게 주목되고 있다. 무엇보다 이 같은 작업을 LA한국문화원(원장 박위진)이 함께 캠페인을 벌이고 있어 문화원의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성진 취재부 기자>

직시_프린트지금은 사라졌지만 한때 미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최상의 권위를 지녔던 잡지 ‘라이프’ (LIFE) 지가1997년에 지난1천 년 동안 있었던 사건 중에서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100대 사건 중에 No.1 으로 <구텐베르크의 성경 인쇄>를 선정했다. 인류문화 발전에 금속활자가 끼친 영향을 주목한 것이다. 앞으로 이 같은 사건을 꼽는다면 당연히 우리나라의 ‘직지’가 No. 1 사건으로 들어 가야 할 것이다. 이번에 ‘직지에서 구텐베르크까지’(From Jikji to Gutenberg)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유타대학교 매리어트 도서관 기록보존과 과장으로 재직중인 랜디 실버만(Randy Silverman)과장은 지난 13일 LA한국문화원 유튜브 영상(https://www.youtube.co m/user/VideoKCCLA)을 통해 구체적인 설명을 했다. 실버만 과장은 ‘직지에서 구텐베르크까지’ 프로젝트에 약 30명의 북미, 유럽 지역 해당분야 전문가가 연구 패널로 참가했으며, 대표적으로 미국 국회도서관 기록보존과 과장 엘머 유스만 (Elmer Eusman), 과학적 연구 분석을 위해 미국 내 다중분광영상 권위자 마이클 토스(Michael B. Toth) 및 ‘직지’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실무를 맡았던 이승철 박사(ICDH, UNESCO/ 청주 고인쇄박물관) 등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는 ‘직지에서 구텐베르크까지’ 프로젝트 협업은 구텐베르크 성서나 직지에 의해 우리에게 남겨진 부분들을 단순히 바라보는 것을 넘어 케미칼 풋 프린트로 활용한 프로젝트 진행을 통해 당시 사람들이 사용했던 원재료에 어떤 방식을 사용했는지도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다중 스펙트럼 이미징, 방사선 형광 분석 등을 통해 이런 고서들의 구조를 근복적으로 파헤칠 계획이며 동아시아와 서유럽의 인쇄 역사에 있어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을 다룰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직지’와 구텐베르크의 성서가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에 등재됐고, ‘직지’가 70년 이상 구텐베르크 성서보다 앞서 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직지’는 서양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고 실버만 과장은 직시했다. ‘직지에서 구텐베르크까지’ 프로젝트는 최신 방사광광원기를 갖춘 스탠포드 대학교 비파괴 다중 스펙트럼 이미징 및 방사선 형광분석 등을 통해 금속활자를 사용한 동아시아와 서유럽의 새로운 과학적 물적 증거들을 발견하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실버만 과장은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과학적 실험을 통한 연구작업으로 금속활자들로 제작된 초기 책자들에 사용된 기술, 문화적 의의 및 역사적 정황등을 설명하는 책을 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2027년에는 ‘직지’ 65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를 전세계에 걸처 개최한다면서, 미국회 도서관을 시작으로 북미와 유럽 지역 40여개 대표적인 도서관에서 동시에 개최되는데, 여기에 참여하는 도서관은 한국에서 온 초기 금속활자본과 구텐베르크 42행 성서와 함께 전시되어 한국의 금속활자가 명실공히 세계 최초라는 역사의 증인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저평가 한국의 금속활자기술 재평가 기회

금속무엇보다 실버만 과장은 “인쇄술의 발명은 대개 현대문명의 중대한 혁신중 하나로 여겨지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한국위 중추적 역할은 오늘날까지 거의 알려지지 않은채 남겨저왔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라면서 “ 이번 전세계적으로 이 분야의 전문인 30여명의 역사학자, 재료공학자, 기록보존전문가 및 과학자들이 국제 협업으로 이 문제를 추진하게 되었음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다가오는 2027년이면 한국에서 개발한 금속활자의 진정한 발명가를 조명하고, 한국인의 인쇄술 발명이 인류의 가장 위대한 성취중의 하나임을 제대로 알려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LA한국문화원은 5월 아태 문화유산의 달을 맞아 유타대학교 매리어트 도서관과 협력,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인 직지(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의 독창성을 미 현지 기록보존학 권위자들의 시각에서 다루어보는 영상을 제작해 지난13일 한국문화원 소셜미디어를 통해 온라인으로 영상을 선보였다.

이번 영상은 아태 문화유산의 달을 기념하여 인류 역사에 혁신을 가져다 준 인쇄술, 특히 금속 활자를 이용한 인쇄술이 일찍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발달한 사실을 조명, 독일 구텐베르크 42행 성서에 70년 이상 먼저 제작되었음에도 인지도 면에서 저평가 되어있는 한국의 금속활자를 새로운 시각에서 다루어 보자는 취지이다. 박위진 LA한국문화원장은 “직지가 세계 인쇄사에 지닌 가치를 관련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국제적 협력을 통해 조명할 기회가 주어져 기쁘게 생각하며, 이로 인해 서로 다른 문화간 이해의 폭이 향상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또한 “앞으로도 다양한 문화 컨텐츠를 현지 커뮤니티와 공유함으로써 최근 아시안 혐오 범죄 등으로 인해 불거진 인종간 갈등 양상을 완화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나 갈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이번 행사는 유튜브 댓글 이벤트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LA한국문화원 유튜브 채널에서 해당 영상에 댓글을 남긴 모든 시청자에게 소정의 상품이 전달되며, 댓글 작성 후 jyp@kccla.org로 우편 주소를 보내면 된다. (LA한국문화원 유튜브 채널 https://www.youtube.com/user/VideoKCCLA)

‘직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는 고려시대 청주목에 있었던 사찰 흥덕사에서 만들어진 인쇄물로, 정확한 이름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이다. 이름이 길기 때문에 세간 에서는 ‘직지’ 또는 ‘직지심체요절’로 축약해서 부르는 경우가 많다. 일부에서는 ‘직지심경’이라 부르기도 하나, 직지는 불경이 아닌 요절이므로 엄밀히 직지심경은 잘못된 표현이다. ‘직지’는 공식적으로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으로 알려져 있다. 고려의 승려 백운 화상이 중국에서 가져온 요절을 재구성하여 엮은 것으로, 현재 남아있는 본은 1372년 제작이 시작되어 1377년에 간행되었다. 이는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간행한 금속활자본 성경 보다 78년 더 앞선다. 기록에 의하면 ‘직지’ 이전에도 1234년 인종 시기의 ‘고금상정예문 (상정 고금예문)’, 1239년 고종 시기의 ‘남명천화상송증도가’ 같은 금속활자 인쇄물이 존재했던 것으로 보이나, 안타깝게도 소실되어 현대에 전해지지 않기에 인류에게 남아있는 것 중에서는 가장 오래 된 것이 이 ‘직지’이다.

▲ ‘직지’ 의 새로운 업적을 탐구하는 랜디 실버판 과장

▲ ‘직지’ 의 새로운 업적을 탐구하는 랜디 실버판 과장

‘직지’는 각 상권, 하권의 2권으로 나뉘어 있는데 현재 프랑스에 있는 원본은 하권에 해당하며, 상권은 한때 현상금까지 내걸고 찾는 물건이었으나 결국 실종되어 현재는 그 행방이 묘연하다. 단, 이는 최초본의 상권이 실종되었다는 뜻으로, ‘직지’라는 책의 텍스트 자체는 인쇄물의 특성상 오늘 날에도 잘 남아 있다. 이후 간행된 목판본 ‘직지’는 완본이 제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청주고인쇄 박물관의 주도 하에 그 내용을 바탕으로 금속활자본 직지 하권의 글자체와 판형을 본따서 상권 내용의 디지털 복원이 이루어졌다. ‘직지’는 1900 파리 엑스포 한국관에 소개되기도 했으나 당시에는 서양 중심의 세계관은 접어 두더라도 오리엔트(근동) 지역에서 워낙 유물 유입이 빈번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직지’의 가치가 발견된 것은 1972년, 외규장각 조선왕실의궤를 찾아 헤매던 재불 역사학자이자 프랑스 국립도서관 사서 고 박병선 박사에 의해서였다. 프랑스 국립도서관 지하실 구석에서 먼지에 싸여 있는 ‘직지’를 찾아냈다고 한다. 발견 당시 학계에서는 직지가 요하네스 구텐베르크의 성서보다 더 오래된 금속활자본이라는 말을 믿지 않고 무시했기 때문에, 결국 고 박병선 박사는 혼자서 연구를 시작했고, 한국 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기어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임을 입증해낸다. 이로써 그녀는 “직지대모”로 불리게 된다.

‘직지’는 우리 예술문화에도 화제를 모은 작품의 주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2017년 개봉된 영화 ‘직지코드’는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가 고려 인쇄술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가설을 보태고서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을 기록한 추적 다큐멘터리였다. 캐나다인 영화감독 데이빗 레드먼과 심리학·국제언론정보학 대학원생인 명사랑 아녜스가 프랑스· 독일·이탈리아·스위스 등 5개국 박물관과 도서관을 뒤지고 연구자들을 인터뷰했다. 지난 2019년에 출판된 장편소설 ‘직지’(전2권)는 직지와 구텐베르크 활자본 사이에 놓인 78년의 간극을 추적하며, 직지가 구텐베르크에 영향을 끼쳤고, 나아가 동방의 작은 나라가 유럽의 인쇄술 과 인류의 가장 탁월한 문화유산을 이룩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천재 물리학자 이휘소라는 실존 인물을 등장시켜 남북한이 비밀리에 핵 미사일을 개발한다는 가정을 담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등, 역사적 사실과 소설적 허구를 결합한 ‘팩션’(팩트+픽션)을 꾸준 히 써온 김진명 작가의 상상력이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으로 향했던 것이다.

한국인의 ‘홍익인간’ 정신 구현한 최초 활자본

한편 ‘직지’와 구텐베르크의 활자를 두고 여러가지 논란도 나왔다. 알파벳과 온갖 문장부호, 특수문자 등을 포함해서 약 60자 정도만 주조하면 되는 요하네스 구텐베르크의 인쇄기술에 비해 한국의 금속 활자는 한자를 주조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실제 조선시대의 초기 금속활자 인쇄는 ‘인쇄본을 작성 → 인쇄본의 글자들을 그대로 활자로 주조 → 조판 → 인쇄’라는 과정을 거쳤는데, 이는 목판 인쇄보다 효율이 떨어지는 방식이었다. 활자 인쇄 라는 것은 수많은 활자를 미리 주조해두고, 필요한 것만 가져다 조판해서 인쇄한다는 데 장점이 있는 방식인데, 위와 같은 방식이어서는 이러한 활자 인쇄의 장점을 전혀 살릴 수 없었다. 대신 초주갑인자부터 한글 활자가 만들어 사용되고, 조선 후기에 들어서는 민간의 활자 제조가 활발 해지면서 실록을 편찬하는 데 민간의 활자를 구입하였고 필요한 양을 나라에서 추가로 만들어 이용하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이러한 금속활자 기술은 한국의 전근대 사회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논쟁도  있다. 요하네스 구텐베르크의 활판 인쇄기가 발명된 후 약 50여 년간 유럽 전역에서는 2천만권 이상의 책이 인쇄되었고, 1500년대 초반 50여 년간에는 독일에서만 6천만권 이상의 책이 인쇄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는 당대 유럽의 지성 세계 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 사회에도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으며, 종교개혁 등과 같은 급진적인 사상적 발전을 이끌어낸 배경이 되었다.반면 한국에서 금속활자로는 하나의 책에 대해 적게는 10부, 많아야 80부 정도의 책을 인쇄하는데 그쳤으니 큰 반향을 이끌어 내었다고는 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에 대해 《조선의 뒷골목 풍경》의 저자인 강명관은 ‘최초임은 인정하나, 당시 기술의 한계를 명확히 직시하는 것이 올바를 것’이라 말했다.

중국에서는 ‘직지’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됨을 보고 동양의 종주국으로 자만하고 있는 추세 에서 어떻게 해서든 ‘직지’ 이전의 금속활자본을 찾으려 눈에 불을 키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문화대혁명으로 수많은 유물들이 소실된 탓에 고려보다 더 빨리 금속활자를 제작했다는 증거를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1103년 발행된 ‘불설관무량수불경'(佛說觀無量壽佛經)을 금속 활자본으로 주장했으나 금속 활자 가 아니라 찰흙활자가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1341∼ 1345년 사이에 인쇄된 어시책 (御試策)이 금속활자본이라 주장했으나 일본 정가당(靜嘉堂) 문고에 소장된 어시책의 원본을 확인한 결과 1341년 편찬된 목판본으로 확인됐다. 그것도 있긴 있었는데 홍위병 난동으로 불타 버렸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번에 새롭게 도전하는 ‘직지에서 구텐베르크까지’ 프로젝트가 세계의 학자들이 진정한 과학적 탐구와 역사적 조명을 통해 한국인의 ‘홍익인간’ 정신을 구현한 문명과 문화 창달을 발견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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