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도대체 나라냐?] 이성윤 공소장 유출은 검찰의 정권교체 물밑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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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와 검찰의 총성없는 마지막 전쟁

검찰로 시작해
검찰로 끝나나

이성윤. 이성윤. 이성윤. 이 이름 석자가 얼마나 대단하길래 이 한 사람 때문에 나라가 또 한번 두 쪽이 나고 있다. 정권이성윤 초반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중반에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때문에 나라가 뒤숭숭하더니 후반에는 결국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때문에 이 모양 이 꼴이 됐다. 세 사람을 가운데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쪽은 청와대와 검찰이다. 검찰은 법적으로 법무부의 지휘 감독을 받는 행정부에 속해 있지만 대한민국의 검찰은 헌정 사상 가장 막강한 권한을 오랫동안 누려온 조직이다. 겉으로는 인사권을 지닌 대통령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 같지만 5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돌변해서 칼을 들이대는 것이 대한민국 검찰의 행태였다. 그런 검찰을 건드렸다가 비극적 최후를 맞이한 것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주군의 비극적 결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목도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때부터 검찰개혁을 외쳤지만, 본말이 전도된 검찰개혁이란 비판에 직면했다. 정권 중반으로 접어들자 검찰은 가만히 있지 않고, ‘정의’란 가면을 뒤집어 쓴 채 현 정권의 약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오랜 기간 정권을 들어다났다 해온 경험이 축적된 검찰의 힘을 빼기엔 현 정권이 너무 아마추어였다. 이제 양측의 마지막 싸움이 시작됐다. 그래도 직접적으로 정치행위에는 한 발 물러나 있던 검찰이 이번에는 자신의 수장 출신을 내세워 정권교체를 하기 위한 물밑작업에 들어갔고, 청와대가 수세에 몰린 형국이다. 최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공소장이 유출된 것은 현 정권을 주저앉히기 위한 검찰의 일격이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한국시간으로 지난 5월 12일 수원지방검찰청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 2인자를 그 부하들이 기소한 전례없는 일로써 사실상 하극상에 가깝다. 이 지검장은 2019년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 금지(출금) 사건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수원지검의 이 지검장 공소장에는 조국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도 수사 무마에 관여한 정황이 담겼다. 이 지검장은 기소 직후 낸 입장문에서 “(김 전 차관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하는 등 불법행위를 한 사실이 결코 없다”며 “향후 재판 절차에 성실히 임해 진실을 밝히고 대검 반부패강력부(반부패부)의 명예를 반드시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이성윤 지검장이 연루된 사건은 다름 아닌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출국금지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고, 이를 수사하는 검찰에 이 지검장이 수사무마를 했다는 것이다. 김 전 차관은 건설업자 윤중천 씨의 강원 원주시 별장에서 ‘성접대’를 받았다는 혐의로 두 차례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공소시효 만료 등으로 무혐의 처리됐다.

엉뚱하게 불똥 튄 김학의 사건

그런데도 적폐 청산을 내세운 문재인 정권의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는 2018년 4월 23일 이 사건 조사를 권고했다. 그리고 2019년 3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부터 김 전 차관 사건 등을 보고받고 철저한 수사지시를 내렸다. 나흘 뒤인 2019년 3월 22일 밤 인천국제공항에서 태국행 비행기를 타려던 김 전 차관이 법무부에 의해 출국을 금지당했다. 그리고 5월 16일 검찰은 김 전 차관을 성접대가 아닌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했는데, 1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에선 유죄가 나와 김 전 차관은 법정 구속돼 현재 3심을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춤을 춰온’ 김 전 차관 사건이 이 지검장 기소를 초래한 것은 정말로 엉뚱한 일 때문이다.

김 전 차관 출국을 막은 법무부가 김 전 차관의 개인정보를 177회 무단 조회한 직원 3명을 자체 감사로 적발한 것이 시작이었다. 법무부는 김 전 차관이 이들로부터 “출국 금지를 당할 것”이라고 귀띔 받아 출국을 시도했다 보고, 이에 대한 조사를 반부패부에 의뢰했다. 반부패부는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에 수사를 맡겼는데 안양지청은 바로 김 전 차관 출국금지요청서가 위조된 것을 간파했다. 요청서에 쓰인 사건번호 형식이 실제와 다르고 발행기관인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관인(官印)이 없었기 때문이다.안양지청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청 직원들이 김 전 차관 출국을 막은 후 엉터리 요청서로 출금을 한 문제에 대해 논의한 것도 확인했다.

세사람이를 추궁하자 출입국·외국인청 직원들은 “잘못된 것은 법무부 요청서인데, 왜 우리한테 덮어씌우려 하느냐. 우리는 김 전 차관에 대해 출국 금지가 내렸는지 확인했을 뿐”이라고 반발했다. 안양지청은 허위 출국금지요청서를 만든 주체를 찾는 것으로 수사 방향을 돌리기로 하고, 그러한 내용을 담은 수사계획서를 반부패부로 보냈다. 그 무렵 이성윤 당시 반부패부장은 서울동부지검장에게 전화를 걸어 정식 사건변호 기입과 관인 날인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결국 안양지청은 반부패부로부터 수사를 종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안양지청은 ‘야간 급박한 상황에서 관련 서류(출국금지요청서)의 작성 절차가 진행됐고, 서울동부지검장에 대한 사후 보고가 된 사실이 확인돼 더 이상 진행 계획 없음’이라는 요지의 수사(결과) 보고서를 만들어 7월 4일 반부패부로 보내야 했다. 이성윤 부장이 서울동부지검장에게 요청했다 거절당한 것을 ‘동부지검에 사후 보고한 것’으로 적어 반부패부에 보고하게 된 것이다.

검찰의 반격

이 지검장의 기소는 예정된 것이었으나 그의 공소장에 의외의 이름들이 튀어나왔다. 그러면서 상황은 이서윤은 허수아비, 진짜 배후는 따로 있다는 분위기를 흘리고 있다. 혐의를 언론에 흘려 여론을 자기 편으로 만드는 검찰의 전형적 수법이 결정적인 순간에 나온 것이다. 이는 검찰이 하는 정치행위의 최정점에 있는 행동이기도 하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상은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다. 검찰은 공소장을 통해 박 전 장관이 2019년 6월 안양지청 수사팀이 이규원 검사를 수사 중이라는 보고를 받고 윤대진 전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나까지 수사하겠다는 것이냐”며 질책했다고 밝혔다. 조 전 수석에 대해선 이광철 당시 대통령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으로부터 이 검사에 관한 요청을 받고 윤 전 국장에게 이를 전달했다고 언급했다. 검찰은 수사 외압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윤 전 국장 등 현직 검사 3명은 공수처에 이첩했다.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사건을 수사처에 이첩해야 한다는 공수처법에 따른 것이다.

박 전 장관, 조 전 장관 그리고 이규원 검사가 누구인가.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개혁을 이끌었던 수장이고, 이 검사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최고 측근이었다. 이들을 공수처에 넘겼다는 것은 검찰 입장에서 묘수 중 묘수라고 볼 수 있다. 수사를 하기도 안 하기도, 무혐의를 내기도 안 내기도 어려운 패를 공수처에 넘긴 것이다. 공수처가 이첩 사건을 수사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박 전 장관과 조 전 수석을 겨냥하게 될 거란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검찰은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대한 수사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원지검 수사팀은 김 전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조치가 이뤄지는 과정에 개입한 이 비서관의 기소를 검토하고 있다. 빠르면 이번 주에 재판에 넘길 가능성도 점쳐진다. 앞서 수사팀은 같은 사건으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재판에 넘겼다. 그런 한편 서울중앙지검도 이 비서관의 소환조사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지검은 수원지검과 별개로 ‘기획 사정’ 의혹을 살피고 있다. 이 비서관이 2018~2019년 버닝썬 사건을 덮기 위해 ‘김학의 성접대 의혹’을 왜곡·과장해 언론이 보도케 하고 전·현직 검찰 간부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이 비서관의 수사와 기소 후 적법한 시점에 공개될 공소장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공소장에는 이 비서관의 윗선, 청와대 인사들이 대거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조국·박상기 두 전직 법무부 장관들이 등장해 파장이 컸던 이성윤 공소장은 예고편에 불과하고 이 비서관이 본편일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그간 이 비서관의 혐의는 개괄적으로 알려졌을 뿐, 세부 내용은 베일에 쌓여 있다. 검찰이 이 비서관을 마치 ‘히든카드’처럼 손에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비서관의 각종 혐의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검찰은 이 지검장과 이 비서관을 동시에 기소하는 방안까지 검토했을 만큼 수사는 최종 단계까지 진척이 됐다고 한다. 사건 관련자들의 통화내역 등 핵심 물증도 확보했다는 후문도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김학의 수사’를 지시(문 대통령 측은 “지휘가 아닌 당부였다”고 주장한다)한 것으로도 보이는 문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묻는 방향으로 불똥이 튈 수도 있다.

靑, 밀리면 죽는다

이런 일련의 상황들은 결국 정권 말기로 갈수록 청와대에게 불리할 수 없다. 검찰에 대해 저항이니 조직지키기니 비판해도 결국 빌미를 제공한 것은 정권의 아마추어리즘이다. 아무리 김학의 사건이 중요하다 했더라도 과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면 비판받아 마땅한 일이다. 만약 김학의 전 차관이 그대로 도피했더라면 오히려 그 책임 검찰이 졌을 것이고, 검찰개혁의 동력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무리한 조사가 일을 그르쳤다. 이런 어설픈 행동들이 부메랑이 되어 자기 목을 노리고 있다. 이제 현 정권에 방법은 없다. 무리해서라도 정권의 안위를 지키는 수 밖에. 그 전면에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이 지검장이 있다. 이 지검장이 끝까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는 것은 전국 최대 검찰청을 계속 이끌며 재판을 준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돼 ‘이성윤발 후폭풍’은 다음 달 검찰 인사 때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검찰 내부와 여권에서조차 직무배제 및 사퇴론이 나오는데도 이 지검장의 ‘버티기 작전’이 가능한 것은 “기소와 징계는 별개”라며 사실상 이 지검장을 두둔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징계에 미온적인 대검찰청이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이 지검장이 현 정부 들어 일관되게 정권 수사를 방어하는 노력을 기울여 온 점에 비춰볼 때 그의 행동이 대통령의 의중과 무관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의 임기 5년은 결국 검찰과의 전면전을 벌이다가 기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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