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북 대사관 습격 크리스토퍼 안 송환 재판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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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언론  ‘암살 대상인 미국 시민 송환 해서는 안된다’

스페인으로 송환되면

‘반듯이 암살당할 것’

▲ LA 연방법원에서 심리를 마치고 나온 크리스토퍼 안 씨

▲ LA 연방법원에서 심리를 마치고 나온 크리스토퍼 안 씨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습격 사건으로 범죄인 인도 재판을 받기 위해 지난달 25일 LA연방 지법에 출석한 북한인권단체 ‘자유조선’ 멤버인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토퍼 안씨는 스페인으로 송환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미국 법조계와 워싱턴 포스트(WP)와 폭스뉴스(Fox News)등 주류 언론에서는 ‘북한의 암살 대상인 미국 시민을 송환 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나타 냈다. 현재 안씨의 사건을 담당하는 연방지법 재판장인 진 로젠 블루스 판사도 ‘안씨가 송환되면 암살 당할 위험이 있다’는 객관적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한편 WP는 현행 미국 법제도에 따르면 연방법무부 장관은 ‘특별한 상황에서 범인 인도를 중지’시킬 수 있으며, 역시 미국무장관도 ‘범인 인도를 중단’하는 권한을 지니고 있다. 북한 대사관 습격 사건은 트럼프와 김정은의 2차 하노이 정상회담 개최 5일전에 발생해 세계에 주목을 받았는데 트럼프 재임 시절인 2019년 4월 미 검찰은 돌연 안씨를 LA에서 체포해 스페인 정부 요청에 의거 송환 절차를 진행시켜 왔는데, 바이든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새로운 변화를 보이고 있다.<성진 취재부 기자>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2일자에서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이며 싱크탱크인 외교 협회 (CFR)의 맥스 부트(Max Boot)연구원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수미 테리(Sue Mi Terry) 선임 연구원이 공동으로  크리스토퍼 안 씨의 사연을 담은 이례적인 칼럼을 게재하면서 안 씨가 북한 외교관들의 탈출을 도우려다 자신의 자유를 희생할 수도 있다는 것은 ‘씁쓸한 아이러니’라고” 지적했다. 안 씨와의 대면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된 ‘이 전직 해병은 북한 외교관들의 망명을 도우려 했다. 이제 그는 징역 수십 년 형에 직면했다’라는 제목의 칼럼은 안 씨의 가정 환경과 사건 경위 등을 자세히 설명했다. 안 씨는 지난2019년 4월에 체포되어 연방교도소에 3개월째 구류 중에 로젠 블루스 연방판사의 보석 허가로  자택에서 지내게 되었다. 보석 규정에 따라 전자 감시 장치를 하고 집에서 15마일 이상을 떠날 수 없으며 오후 8시에서 아침 8시 사이에도 외출을 할 수 없으나 주중에는 교회나 병원 등을  방문할 수 있다.

안 씨는 항상 사람들을 돕고 있었다. 그의 아내는 남편의 사건을 심리하는 판사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그가 슈퍼마켓 앞의 노숙자에게 돈과 담요를 주며 도왔으며 안 씨는 암으로 사망한 아버지를 대신해 나이 17세때에 가장 역할을 맡았으며, 2000년 고등학교 졸업 직후 미국 해병대에 자원했으며 이라크 팔루자 복무 시절 입은 부상으로 명예 제대를 했다. 그는 이제 쇠약해진 신경질환을 앓고 있는 병든 어머니와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97세의 장님 할머니를 돌보고 있다. 안 씨는 해병대 제대 후에는 버지니아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한 뒤 사업을 하던 중에 2009년 예일대 중퇴 후 북한 난민돕기 조직을 만든 ‘자유조선’의 지도자 에이드리언 홍을 처음 만났다.

시간이 있을 때 마다 홍을 도왔던 안 씨는 2017년 필리핀에서 휴가를보내고 있었는데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북한 공작원에게 독살 당한 직후 그의 아들 김한솔과 가족들이 신볍의 위험이 닥치자 휴가도 반납하고 김한솔 도피 작전에 참여했다. 2019년 초에는 홍으로부터 스페인 마드리드 북한대사관에 있는 북한 외교관들의 망명을 도와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외교관들의 북한내 가족들이 보복을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북한대사관에 침입해 이들 외교관들을 납치하자는 것으로 가장하자는 것이었다.

천성적으로 남을 돕는 전직 미해병대원

▲ 지난 2019년 스페인 북한 대사관 습격 당시 크리스토퍼 안 씨 모습

▲ 지난 2019년 스페인 북한 대사관 습격 당시 크리스토퍼 안 씨 모습

2019년 2월 22일, 안 씨 등 9명이 북한대사관에 침입했으며, 당시 무기를 소지하지 않았던 안 씨 의 역할은 대사관 직원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안심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당시 대사관내 북한 여성 1명이 2층에서 뛰어내려 스페인 경찰에 신고하자 북한 외교관은 망명이 위험해졌다고 마음을 바꿨고, 결국 일행은 바로 대사관을 떠났다고 안 씨는 말했다. 미국에 돌아온 홍은 북한대사관에서 가져온 컴퓨터와 문서를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넘겼다. 하지만 곧 스페인 법원은 홍과 일행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당시 트럼프 행정부의 법무부는 스페인의 송환 요청에 따라 그를 체포하기로 결정했다. 안 씨는 2019년 4월, 홍의 아파트에 갔다가 무장한 사법당국 요원들에게 검거됐다. 이후 3개월간 연방 교도소에 구금됐다가 7월에 보석으로 풀려난 뒤 현재 스페인 당국의 송환 요구에 관한 재판 을 받고 있다. 안 씨는 스페인이 북한과 정식 외교 관계를 수립하고 있고, 북한 요원들이 스페인의 ‘지하세계’와 연계돼 있기 때문에 자신이 송환될 경우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WP지는 막스 부트와 수미 테리 두 연구원의 오피니언 칼럼에서 연방수사국(FBI) 역시 대사관 잠입 뿐 아니라 김한솔을 도운 전력 때문에 북한 요원이 안 씨를 살해하려는 믿을만한 위협이 있다는 의견을 법원에 전달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안 씨의 신변안전을 위한 관련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WP는 바이든 정부의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이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안 씨의 스페인 송환을 막을 수 있으며, 바이든 행정부 내 누군가 이 전직 해병이 외국 땅에 있는 정권의 적을 암살한 오랜 역사가 있는 북한 암살 단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막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연구원은 안 씨가 북한 주민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 노력하다가 자신의 자유를 희생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은 ‘씁쓸한 아이러니’라고 덧붙였다. 한편 안 씨는 현재 불법 친입과 협박, 상해, 불법 감금, 강도, 범죄조직 결성 등 6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안 씨에게 북한 외교관 망명을 도와 달라고 요청한 홍은 현재 잠적한 상태이다.

WP “바이든 정부, 안 씨의 신변안전 도와야”

스페인 송환에 관한 1심 심리는 지난 5월25일 LA연방법원에서 열렸으며, 항소와 관련 해서는 연방대법원을 포함해 2번의 기회가 더 있다. 다만 미 국무부가 ‘송환 반대’ 결정만 내리면 재판은 종료될 수 있다. 현재 무료 변론 변호사들로 구성된 안 씨의 변호인단은 미국 법정에서 제기된 관련 혐의는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LA 연방지방법원에서는 안 씨의 스페인 송환여부를 결정하는 심리 절차를 재개했다. 스페인 정부는 그가 2019년 2월 북한대사관에 진입한 ‘자유조선’ 소속 용의자 7명 중 한 명이라며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이에 미 법무부는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안 씨를 스페인에 신병을 넘길 것 을 사법부에 요청했다. 이날 머리를 단정하게 빗은 양복 정장 차림의 안 씨는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피고인석에 앉았다. 재판이 시작되자 취재진에는 다른 법정에서 화상 생중계를 시청하는 것만 허용됐다. 법원은 생중계 화면에 크리스토퍼 안과 변호인, 검사의 모습은 비추지 않았고 담당 재판장인 진 로젠 블루스 판사의 진행 장면만 보여줬다. 이날 검찰과  안 씨의 변호인은 재판에서 스페인 송환의 법적 정당성을 두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변호인은 그의 신병이 스페인에 넘겨지면 북한의 살해, 납치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며 인도주의적 예외 조항에 따라 송환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 크리스토퍼 안 씨를 옹호하기 위해 법정에 나온 웜비어 부모

▲ 크리스토퍼 안 씨를 옹호하기 위해 법정에 나온 웜비어 부모

이날 재판을 앞두고 북한 문제 전문가 3명은 지난달 18일, 2019년 2월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습격 사건에 가담한 후 미 사법당국에 체포된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토퍼 안 씨의 스페인 송환을 반대하는 서한을 미 재판부에 제출했다. 안 씨의 변호인을 통해 제출된 이번 서한은 미국 터프츠 대학의 이성윤 교수,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 일본 소피아 대학의 산드라 파이 교수가 작성했다. 이날 변호인은 특히 북한에 억류됐다가 2017년 의식불명 상태로 석방된 뒤 숨진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부모와 미국 내 북한문제 전문가인 이성윤 터프츠대 교수를 증인으로 신청했다. 이 자리에서 오토 웜비어의 어머니 신디 웜비어는 “북한은 살인마다. 아들이 괜찮을 것이라고 거짓 말만 했다”며 안 씨의 송환을 눈물로 적극 반대했다. 이성윤 미 터프츠대 교수는 “북한은 암살에 만료 시한이 없다는 것을 보여줘 왔다”면서 “크리스토퍼 안이 송환될 경우 북한은 스페인에 있는 그를 찾아갈 것(암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 교수는 북한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 사건, 한국으로 망명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와 탈북외교관 출신인 국민의 힘 태영호 의원의 북한 정권 비판 발언 등을 소개하며 송환 반대에 힘을 실었다. 이날 검찰은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감시카메라에 잡힌 크리스토퍼 안의 모습을 보여줬고, 자유조선 멤버들이 사건 이틀 전에 모조 권총과 칼, 포박용 도구를 사들인 영수증을 증거 자료로 제출했다. 검찰은 그를 주거침입, 불법감금, 협박, 폭력을 수반한 강도, 상해, 조직범죄 등 6가지 혐의로 기소한 상태다.

 윔비어 모친 눈물 증언 ‘북한은 살인정권’

이날 담당 재판장인 진 로젠블루스 판사는 사건이 복잡하고 검토해야 할 자료가 많다면서 다음 달 6월 4일을 추가 심리 기일로 지정했다. 로젠블루스 판사는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 직원들의 당시 사건 증언이 북한의 강압에 의한 것일 수 있다며 검찰에 근거를 제시해달라고 요청했다. 안 씨는 재판을 마친 뒤 밝은 표정으로 기자들과 만나 “진실과 논리, 상식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재판장께서 옳은 결정을 내려주기를 기도하지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도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지지자와 저를 믿고 오랫동안 제 곁을 지켜준 분들에게 감사하다 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안 씨는 지난 5월27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만약 내가 이 나라(미국)를 떠난다면 암살 당할 수 있다고 미국 법무부는 내게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똑같은 법무부가 나를 (스페인 에) 인도하려 한다”며 “무척 실망스럽다”고 강조했다. 그는 “법원은 내가 이 나라를 떠나면 저와 주변 사람 목숨이 위험해진다는 것을 인정했다”며 “솔직히 말하자면 그들(법원 관계자들)은 (저를 둘러싼) 위험이 여기 미국에도 있고 미국을 떠나면 그 위험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는 여전히 미국과 미국 국민을 믿는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논리와 상식이 승리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래 자유조선은 북한 외교관 요청에 따라 납치 사건으로 가장하려 했으나 내막을 모르는 북한 대사관 소속 한 여성이 대사관 건물 2층에서 뛰어내려 스페인 경찰에 신고하면서 일이 어그러 졌다는 게 안 씨의 주장이다. 안 씨의 송환 인도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가 반북한단체 ‘자유조선’ 멤버로 활동해왔기 때문에 스페인으로 신병이 넘겨지면 “김정은 정권이 (그를) 암살할 것이 확실하다”는 입장이라고 폭스 뉴스는 전했다. 폭스뉴스는 “안 씨는 김정은이 자신의 등 뒤를 노리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며 “그의 지지 자들은 북한 암살단이 그를 제거하거나 평양으로 납치해 여론 조작용 공개 재판을 열어 반체제 활동으로 처형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보도했다. 안 씨는 “우리가 그곳(북한 대사관)에 들어간 전적인 이유는 (북한) 사람들을 돕고자 했던 것” 이라며 “실제 증거를 보고 상식으로 판단한다면 어떤 이야기가 더 믿을 만한지는 매우 명백하다” 고 주장했다.

 “북한 외교관 망명 돕기 위해 대사관 습격”

그는 사건 당시 북한 대사관 소속 외교관들은 “더 나은 삶을 선택하기를 원했고 북한 체제하에서 살고 싶어하지 않았다”며 “그들은 아이들을 위해 더 나은 것을 원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들은 (북한에서) 평생 거짓말을 주입 받다가 서구 국가(스페인)에 왔고 자신이 들은 모든 것이 거짓이라는 것을 깨닫고 자식들을 위해 원하는 바를 결정해야 했다”며 “나는 그들의 생명을 구하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안 씨는 지난 5월 25일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오토 웜비어 부모가 출석해 자신의 송환 반대를 탄원한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밝혔다. 안 씨와 버지니아대 동문이라는 인연이 있는 오토 웜비어는 북한에 억류됐다가 2017년 의식불명 상태로 석방된 뒤 숨졌다. 폭스뉴스는 미국 법원의 크리스토퍼 안 송환 인도 여부 결정에는 몇 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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