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금메달은 모두 한국, 한국, 한국, 한국, 한국 그리고 또 한국으로 돌아갔다”
2021년 여름에 치루고 있는 도쿄 올림픽대회 (2021년 7월 23일-8월 8일) 명칭이 1년전 연도인 바로“ 2020 Tokyo Olympic”이다. 역사상 처음으로 무관중으로 시작된 이번 올림픽은 말도 많고 이변도 많다. 지난 7월 23일 개막된 올림픽에서 각국의 우위 다툼도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개막 하면서 초장에 중국이 금메달 3개를 선점하면서 1위로 가다가 다시 개최국 일본이 1위로 올라 서자, 다음날에는 미국이 1위로 올라섰다. 8월 4일 현재 중국이 1위이고 미국이 바짝 쫓고 있다. 8월 8일 폐막일 결승점에 과연 어느 나라가 1위가 될지 흥미거리이다. 한편 한국도 여자 양궁에서 사상 올림픽 연속 9회 금메달 왕국에 올라 세계가 놀라고 있다.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 금메달 8개로 10위 이내를 목표하고 있다. <성진 취재부 기자>

▲ 한국 양궁 에이스 안산
무관중과 코로나-19 펜더믹으로 도쿄 올림픽 메인 중계 방송사인 NBC는 황금시간대 시청율이 지난 리우 올림픽(2016) 때보다 무려 47% 감소해 울상이다. 그래도 “ 손해는 안 볼 것”이라고 NBC측은 애써 밝혔다. 도쿄 올림픽 개막 후 처음 일주일 동안 통계에 따르면 NBC의 평균 황금시간대 시청자 수 1,520만명은 2016년 리우 올림픽보다 47%, 2012년 런던 올림픽 보다 57% 줄었다. 이번에 NBC올림픽 중계에 광고 투자 액수가 12억 달러에 이르고 있어 광고주들의 시름도 깊어만 가고 있다. 이같은 불황은 NBC가 지난 23일 개막식 중계 시청자가 고작 1천 600만명 정도로 1988년 서울 올림픽 중계 이후 가장 적은 시청자 수였다. 올림픽 볼거리 중 가장 화려한건 개막식이다. 일본 조직위원회가 혹시나 마지막에라도 개막식 출연을 기다리던 북한 선수단은 애초 포기 선언대로 불참했다. 북한은 올림픽 회원국과 지역 205개 중 유일하게 참가하지 않은 나라가 됐다. 아프리카의 가나도 애초 불참을 선언했으나 대회 2일을 남겨놓고 참가해 큰 박수를 받았다. 올림픽 일등 정신은 “메달이 아니라 참가하는 것”이다.
북한이 참가했다면 112번째 입장 순서이지만 실제로 112번째로 입장한 건 칠레였다. 북한이 빠지 며 순서가 하나씩 앞당겨진 것이다. 이날 각국은 개최국 언어인 일본어 순서로 입장했다. 대한민국은 103 번째로 입장했다. 올림픽 사상 첫 9연패라는 기록을 세운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에 세계 주요 외신들이 주목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을 ‘매혹적이고 무자비한 양궁의 나라ʼ라고 표현하며 한국 여자양궁 대표 팀이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9연패 기록을 세웠다는 소식을 전했다. WP는 한국 대표팀이 “1988년 올림픽에 참가한 이래로 금메달은 모두 한국, 한국, 한국, 한국, 한국, 한국, 한국, 한국 그리고 또 한국으로 돌아갔다”고 보도했다. 이어 경기 내내 웃는 얼굴로 상대방을 무자비하게 제압했다며 한국 대표팀의 여유로움에 대한 찬사를 보냈다. 이날 WP는 “한국 대표팀 은 경쟁 중 어떤 팀보다 자주 미소를 지어 적과 관객을 헛갈리게 한 뒤 웃고, 파괴하고, 웃고, 파괴 한다”라며 “마치 커피를 마시기 위해 만난 듯한” 여유로움을 보였다고 평했다. 또한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은 단체전에서 치른 총 9세트에서 한 번도 지지 않았고, 딱 1세트만 비겼다”며 “이들은 경기 내내 화기애애하게 얘기를 나누고 주먹 인사를 했다. 활을 쏘는 중 화려한 뒷마당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덧붙였다.
WP “양궁, 커피 마시듯 웃으며 상대 파괴 무자비하다”

▲ 한국 여자 양궁은 올림픽 9연패 위업을 달성했다.
WP는 “한국 여자 양궁대표팀은 인정사정 없이 정확성을 요하는 스포츠에서 왕조 중 왕조”라며 “필요할 때 필요한 것을 생산할 수 있는 한국인들의 능력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한편 한국 여자 양궁 대표팀은 강채영(25·현대모비스), 장민희(22·인천대), 안산(20·광주여대)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25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ROC(러시아 올림픽위원회, 크세니야 페로바·옐레나 오시포바·스페틀라나 곰보에바)를 꺾고 금메달을 획득 했다. 한국의 영원한ʻ태권 에이스ʼ마지막 올림픽을 마친 이대훈(29)이 끝내 눈물을 훔쳤다. 이대훈은 지난 7월 25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홀A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태권도 남자 68㎏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중국의 자오슈아이에게 15대17로 지고 말았다. 경기 뒤 이대훈은 “금빛 찬란한 올림픽이 될 것으로 생각했었다. 패자부활전에서는 응원해주신 분들께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이제 선수 생활은 은퇴한다. 지난해 올림픽이 열렸다면 올해 전국체육대회 등을 뛰고 마무리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앞으로 올림픽을 기다리기에는 좀 그럴 것 같다. 앞으로 공부하면서 선수 육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그렇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길고도 험했던 도전의 막을 내렸다. 이대훈은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10년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후 12년 동안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국가대표 자리를 지켰다. 10년 넘는 세월 동안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세계태권도연맹(WT) 올해의 남자 선수에도 무려 네 차례나 이름을 올렸다. 딱 한 가지 아쉬움이 있었다. 바로 올림픽 금메달. 그는 2012년 런던에서는 58㎏급에 출전해 은메달을 땄다. 2016년 리우에서는 68㎏급에서 동메달을 수확했다. 한국 태권도 선수가 올림 픽에서 체급을 달리해 2회 연속 메달을 딴 것은 남녀를 통틀어 이대훈이 유일하다. 하지만 그는 금메달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랜드 슬램 달성을 위한 마지막 퍼즐. 무척이나 어려웠다. 포기는 없었다. 이대훈은 도쿄에서ʻ올림픽챔피언ʼ을 향한 마지막 출격에 나섰다.

▲ 테권도 이대훈 선수
하지만 하늘은 이번에도 이대훈을 외면했다. 그는 7월 25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홀A에서 열린 남자 태권도 68㎏급 16강전에서 연장접전 끝에 울루그벡 라시토프(우즈베키스탄)에 19대21로 패했다. 그야말로 충격적인 패배. 이대훈은 끝내 고개를 숙였다. 기사회생 기회가 있었다. 이대훈은 라시토프가 결승까지 오른 덕에 패자부활전에 나설 수 있게 됐다. 패자부활전은 결승 진출자에게 패한 선수들에게 다시 입상 기회를 주는 제도. 다만, 이대훈은 오후 7시부터 9시 15분까지 불과 135분 사이에 세 경기를 치러야 했다. 이대훈은 이를 악물었다. 그는 세이두 포파나(말리)와의 첫 판에서 11대9로 승리했다. 오후 7시 56분 미르하셈 호세이니(이란)와 두 번째 패자부활전에서도 30대21로 웃었다. 파이널 매치. 이대훈은 오후 8시 45분 자오슈아이(중국)와 격돌했다. 이대훈은 몸통 부위 발 공격으로 첫 득점에 성공했다. 하지만 체력적 한계를 극복할 수는 없었다. 후반부 상대에 연달아 득점을 허용하며 패했다. 마지막 올림픽. 해피엔딩을 원했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대훈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아시안게임 선발 됐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 10년 후에는 지금 도쿄 올림픽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만약 올림픽이 지난해 열렸다면 경기 감각은 조금 더 좋았을 것 같다. 하지만 결과는 똑같을 것으로 생각한다. 결과론적인 것이다. 가족들에게 메달 하나 들고 가겠 다고 했는데 미안하다. 이 부분은 다른 분들께도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나를 좋게 생각해주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예전의 이대훈 모습을 보이지 못해 걱정했다. 그래도 좋았던 때의 이대훈으로 기억해주시면 좋겠다. 그리고 열심히 했던 선수로. 내 경기는 끝났 지만 아직 한국의 경기는 끝나지 않았다”고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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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시스템’이 만든 33년 최강 한국 여자 양궁
한국이 7월25일 열린 여자 양궁 단체전 결승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를 세트 승점 6대0(55-54 56-53 54-51)으로 꺾고 금메달을 땄다. 전날 24일 혼성 단체전(김제덕-안산) 우승에 이어 한국 선수단에 두 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선 이틀 내리 태극기가 올라 가고,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한국은 1988년 서울올림픽에 여자 양궁 단체전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이번 도쿄 대회까지 33년 동안 금메달을 한 번도 놓치지 않고 9연패를 달성했다. 올림픽에서 특정 종목 9연속 우승은 수영 남자 400m 혼계영(미국)과 육상 남자 3000m 장애물(케냐)에 이어 한국 여자 양궁이 역대 세 번째로 달성했다. 강채영(25·현대모비스), 장민희(22·인천대), 안산(20·광주여대)으로 이뤄진 여자 대표팀은 8강 전 부터 결승전까지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경기력으로 정상에 섰다. 안산은 전날 혼성 단체 전에 이어 대회 첫 2관왕에 올랐다.
한국 여자 양궁이 33년간 세계 정상을 지킨 데는 이유가 있다. 치열한 경쟁을 뚫은 선수를 공정 하게 선발하는 시스템이 정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 금메달 경력자라도 가장 아래 단계부터 거쳐 올라가지 못하면 대표가 될 수 없다. 국제 무대 경험이 부족해 세계 랭킹이 100위권에 들지 못하는 선수라도 국내 선발전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태극 문양을 달 수 있다. 대표 선발을 둘러싼 잡음이 생길 수가 없는 구조다. 대한양궁협회는 이번 올림픽에 처음 채택된 혼성 단체전에 누굴 내보낼지 고민이 많았다. 지난 4월 올림픽 대표 선수 6명을 뽑는 국가대표 최종 평가전에서 남녀 1위를 한 김우진 (29·청주시청) 과 강채영을 일찌감치 혼성전 멤버로 정해 호흡을 맞추게 하는 방법이 있었다. 둘은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적이 있었던 실력자다. 앞선 국제대회 성적이나 국가대표 경력을 따졌을 때도 대표팀 멤버 중 가장 돋보인다.
하지만 협회는 고민을 거듭하다 내부 경쟁을 거쳐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기로 했다. 지난 23일 도쿄 올림픽 현장에서 열린 랭킹라운드(예선전)를 마지막 선발전으로 삼았다. 그 결과 남자팀 막내 김제덕(17·경북일고)이 688점을 쏘며 선배들을 제치고 전체 1위를 했다. 여자팀 역시 막내인 안산(680점)이 25년 만에 종전 올림픽 기록(673점)을 갈아치우고 1위를 했다. 대표팀에서 가장 경력이 짧은 둘은 랭킹라운드에서 보여줬던 실력을 24일 혼성전까지 이어갔다. 김제덕은 경기장이 떠나갈 정도로 ‘코리아 파이팅’을 외쳤고, 안산은 시시각각 변하는 바닷바람에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는 침착함을 보이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들은 국내 최종 평가전에서 각각 3위로 도쿄행 턱걸이를 했다. 양궁협회의 공정 경쟁 원칙이 있었기에 새로운 스타가 탄생한 것이다. 양궁협회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대표 선발의 공정성을 더 높였다. 2019년 8월에 열린 대표 1차 선발전 때 기존 국가대표 선수도 모두 참가하도록 했다. 이전에는 비(非)국가대표 선수끼리 1·2차 선발전을 거친 다음 국가대표 선수들과 3차 선발전-평가전을 치러 최종 대표를 뽑았다. 1·2차 선발 전을 건너뛸 수 있는 기존 국가대표 선수들의 혜택을 없앤 것이다.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서 막판 ‘짬짜미’가 벌어질 가능성을 막기 위해 같은 팀 선수끼리 첫 경기에 대결하도록 대진을 짜기도 했다. 난수표처럼 복잡한 선발전 포인트 산정 방식 역시 유지했다. 2016년 리우올림픽 2관왕 장혜진(33·장혜진)도 2차 선발전의 벽을 넘지 못했다. 대표 선발전이 2차까지 끝났던 2020년 3월 코로나 사태로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됐다. 양궁협회는 2020년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올림픽 출전권을 줄지 고심하다 2021년도 대표를 새로 뽑아 도쿄에 보내기로 했다. 모든 선수들은 다시 ‘제로 베이스’에서 경쟁했다. 2020년도 대표 선발전 당시 어깨 부상으로 중도 포기했던 김제덕은 협회의 방침 덕분에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남녀 선수 198명이 작년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7개월 동안 세 차례 선발전, 두 차례 평가전을 거쳤다. 험난한 여정에서 살아남은 남녀 3명씩이 도쿄행 티켓을 잡았다. 이들 6명이 토너먼트, 리그전, 기록전 등을 치르면서 쏜 화살만 3000여 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