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재 LA총영사 청탁금지법 위반과 갑질 비리 의혹 ‘사실과 달라’
상당수 ‘뻥튀기’ 제보
LA총영사를 포함해 미국 주재 재외공관장 두 명이 연달아 청탁금지법 위반과 갑질 비위 논란으로 감찰과 징계 대상에 올라 동포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해외 최대 한인동포가 거주하는 LA 주재 총영사가 공관 내부자들의 고발에 의해 본부 감찰을 받는 이례적인 사건이 터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특임 공관장으로 지난해 5월 부임한 박경재 LA총영사가 공관의 지휘 감독 업무를 하면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JTBC방송을 포함해 뉴시스 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박 총영사는 외부인사에게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상 한도를 넘어서는 300달러 이상 고가의 와인 등을 선물로 받았다는 의혹과 함께 필수 서류가 부족한데도 비자를 부정 발급하도록 직위를 남용한 의혹, 행정직원들 에게 요리 서빙을 지시하는 등 업무 외 역할을 강요한 소위 ‘갑질’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박 총영 사 측은 ‘사실과 다른 면이 너무 많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외교부의 최종 판단을 기다린다는 입장이며 <선데이저널>이 문제의 의혹과 관련해 거론되고 있는 당사자들을 직접 취재한 결과 사실과 다르며 박 총영사에 앙심을 품고 있는 일부 단체의 특정세력들이 이번 사건에 제보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어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특별취재반>
공관 내부고발자로부터 신고를 받은 외교부 감찰관은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LA 총영사관을 직접 찾아 박경재 총영사와 관계자들에 대한 감찰을 실시했다. 일부 고발자들은 박 총영사 부임 이래 대소 관저 행사가 100여회에 이르며 이 과정에서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과 일부 동포들이 총영사관 관저를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의혹 등 또 다른 문제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
외교부가 지난해 5월 박 총영사 부임 이래부터 내부 고발자들로부터 받은 핵심 의혹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청탁금지법’ 위반(일명 “김영란법”) 의혹이고, 또 다른 혐의는 부당 지시, 폭언 의혹, 즉 ‘갑질’ 의혹이다. 이는 고질적으로 재외공관에서의 대표적인 비위 문제이다. 일단 감찰을 마친 박 총영사는 9일부터 휴가에 들어가 부인과 함께 현재 콜로라도주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5월 27일 특임 공관장으로 부임한 박 총영사는 정통 외교관이 아니어서 공관내 주류인 외교부 영사들을 포함해 타 행정부서에서 파견된 영사나 직원들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면도 있어 부임 초부터 삐걱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내부 고발자의 자료 제공으로 박 총영사가 외부 인사에게 청탁금지법상 한도를 넘어서는 금액대의 선물을 받는 영상과 사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상당수가 부풀리거나 뻥튀기 자료로 추정된다. 대형 의료기관,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포함한 기업 관계자들과의 모임과 식사 자리에서 한 병 당 300달러에 달하는 고급 와인들을 수시로 받았다는 주장도 본지 취재 결과 사실과 달랐다. 이 관계자는 ‘300달러짜리 와인이 아닌 80달러짜리 와인이다’라고 제보자의 주장을 부인했다.
일부 직원들은 “1년 동안 100회 이상의 관저 행사가 열렸는데 그때마다 손님이 들고 온 선물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이에 대하여 박 총영사는 “손님이 와인을 한 두병 선물로 가지고 오면 같이 마시거나 영사관 직원의 생일과 퇴직, 회식 때 썼다”고 말하며 가지고 온 와인이 얼마짜리인지 일일히 체크하지 못한 게 실수라면 실수다’라고 김영란법 위반 의혹에 대해서 말했다. 한 공관 직원은 “손님들이 와인, 화환 등 여러 선물을 주면 정중하게 사양한다는 안내 표시도 곳곳에 게시해 두고 받으면 다시 돌려보내고, 받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번 사건에 거론되고 있는 당사자들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300달러 와인은 누군가 부풀려 제보한 것이며 실제는 80달러 정도에 불과한 와인이다라고 불쾌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외교부는 또 세 건의 비자 부정 발급 지시 의혹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영사관 담당 영사는 ‘ 어떤 경우라도 특혜를 준 사실이 없으며, 국익차원에서 발급과 관련해 도움을 준 사실은 있다’ 고 말하며 ‘말도 않되는 주장이다’라고 항변하며 ‘지인의 부탁을 받은 박 총영사가 필수 서류가 부족한데도 비자를 발급하라며 직원들을 주말에도 출근시켰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세 건의 비자 부정 발급 지시 의혹도
이번 감찰에서 박 총영사의 부인 조 모씨의 행동도 문제가 되고 있다. 박 총영사 부부는 만찬 행사장에서 행정직원에게 칵테일 제조, 요리 서빙 등 웨이터 업무를 수십 차례 지시하는 등 업무 외적인 역할을 강요한 의혹도 받고 있다. 그리고 관저 옆집에서 방울뱀 소리가 난다며 수색을 지시했지만 나온 건 아무것도 없었다고 한다. 외교부 훈령상 재외공관 행정직원의 직무는 민원 행정, 통·번역 업무 등으로 명확히 규정돼 있다. 공관의 한 직원은 “아무리 업무 분장표나 계약서 내용, 행정직원 운영지침을 설명해도 ‘세상 참 좋아졌네’ ‘윗사람이 까라면 까야지’라는 말을 들으면 이럴 거면 지침을 왜 뒀는지 자괴감이 들었 어요”라는 말까지 전했다.
이에 박 총영사는 “외부 웨이터를 쓰지 않을 때 잠시 행정직원이 직원들의 전출입 모임 때 가벼운 일을 도와줬을 뿐 직원들에게 서빙을 시켰다는 주장은 음해다” 억울함을 호소했다. 박 총영사 부인 조모 씨와 관련해서 조 씨가 요리사에게 주말에 ‘김치를 담그라’ 고 시킨 뒤 수당을 지급하지 않거나, 끓이지 말라는 북어국을 끓였다는 이유 등으로 수시로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완강하게 부인했다. 이같은 의혹들에 대해 박 총영사 측은 일부 직원들의 일방적인 주장이며 사실과도 다르고 일부는 왜곡된 부분이 많다고 주장했다. 총영사관 측은 현재 외교부에서 종합 감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결과를 지켜 보아 주기를 요망했다. 특히 박 총영사 측은 ‘와인이 한 병 당 300달러 상당의 고급 와인을 그대로 받았다는 부분은 완전히 근거없는 주장’이라며 ‘300 달러 와인은 모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비자 부정발급 지시 의혹과 관련해서도 비자 발급은 애초 법무 영사 권한이기에 부정한 지시를 내린 적인 없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또한 행정 직원에게 웨이터 업무를 지시했다는 부분도 사실이 아니라고 박 총영사 측은 강조했다. 한편 외교부는 “감사중인 사안에 대해선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부 직원들의 사실왜곡과 편견 주장”
이번 사건의 비위 파장은 박 총영사 뿐만 아니라 공관의 일부 영사들까지 대교민과 공공외교 관련 업무 등을 놓고 ‘갑질’ 행사로 동포사회의 비난을 사고 있다. 한 예로 동포 담당의 박 모 영사는 최근 타운의 비영리단체인 KOWIN LA 운영 문제에 부당한 간섭을 하여 해당 단체 임원들이 “공관 측의 월권”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공공외교를 담당하는 유 모 영사 는 ‘직지’ 유네스코 등재 20주년 기념과 ‘직지’ 국가기념일 행사를 관저에서 개최하자는 단체 제의 를 고의적으로 축소를 유도하는 등 행사 의미를 퇴색시키기에 주력했다.
이같은 영사들의 비협조적인 자세는 외교부가 표방한 우리 국민의 자긍심을 높이는 공공외교 추진 이 당면과제라고 2020년에 선언한 정신에 위배되는 자세이다. 또한 공공외교 활성화를 통해 외국 대중이 우리 문화와 정책에 보다 쉽게 접근 공감할 수 있는 환경 조성하라는 외교부의 지침에도 어긋나는 행동이다. 특히 일부 영사들이 특임 공관장의 약점을 잡아 자신들의 의도대로 방침을 이끌어 나가려는 자세 도 매우 위험한 행태이다. 박 총영사는 외무공무원 출신이 아닌 특임공관장으로, 행정고시 22회로 교육부에서 오래 근무 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고등학교 동문이기도 하다. 2017년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의 정책 자문위원 으로 활동했다. 총영사는 대사와 달리 주재국의 아그레망(사전동의)을 필요로 하지 않으며 대통령이 임명하면 된다. 우리 정부를 대표해 상대국 정부와 외교 교섭을 벌이는 대사관과 달리 총영사관은 주요 도시 에서 자국민 보호, 여권·비자 발급, 경제통상 업무 등을 책임진다. LA처럼 한인이 많은 곳에서는 총영사관의 존재감도 상대적으로 크다.
외교부는 이미 지난 2019년에 들어 특임공관장의 ‘갑질’, 성추문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하자 재발 방지 차원에서 별도의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다. 당시 외교부는 “특임공관장을 위한 별도의 프로 그램을 마련하고 있다”며 “현장에 부임하고 나서도 여러 면으로 인사와 복무를 관리할 예정” 이라 고 밝혔다. 특임공관장 내정자는 앞으로 부임 전에 이수해야 하는 3주 교육에 더해 이틀 동안 별도 의 교육을 추가로 받게 된다. 특임공관장을 위해 신설되는 교육에는 ‘갑질’이나 성인지 관련 내용이 포함될 방침으로 전해졌다. 예산 관리, 외교 업무 등 재외공관 운영 기본사항도 교육될 예정이다. 외교부는 아울러 특임공관장 인선 단계에서부터 여러 검증 절차를 철저하게 진행해 재외공관장 관련 사고를 방지할 계획이다.앞서 특임공관장이었던 김도현 전 주베트남 대사와 도경환 전 주말레이시아 대사는 청탁금지법 위반 및 폭언 등 갑질 행위로 해임됐다. 특임공관장은 직업 외교관 출신이 아닌 정치인, 고위공무원, 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를 대사 또는 총영사로 임명 하는 것을 말한다. 외교부는 문재인 정부 들어 전체 재외공관장 중 특임공관장 비율을 최대 30%까지 늘리겠다는 목표 를 갖고 외부 인사를 적극 발탁해오고 있다.
특임공관장 인선 단계에서부터 검증 철저
한편 외교부는 11일 권원직 주시애틀총영사의 비위 혐의 조사를 마치고 인사혁신처 중앙징계 위원회에 징계 의결을 요구했다. 중앙징계위는 징계 의결 요구서를 접수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해야 한다. 권 총영사는 부적절한 행동으로 외교부 본부 조사를 받으면서 6월부터 총영사관으로 출근하지 않았다. 현장 행사에도 참석하지 않고 있으며 관저에서 근무 중이다. 외교부는 권 총영사가 어떤 의혹을 받고 있는지 공개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권 총영사가 직원을 상대로 성희 롱을 해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 조치가 실시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해 12월 부임한 권 총영사는 외교부에서 주중국 참사관, 주필리핀 공사, 국무조정실 외교안보 정책관 등을 거쳤다. 권 총영사는 27회 외무고시에 합격, 외교통상부 북핵협상과장을 거쳐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공사, 국무조정실 외교안보정책관 등을 지냈다. 해외 주재 외교관들이 최근 7년간 한 해에 10명꼴로 해외 근무 중 징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외교부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재외공관에서 징계를 받은 외교관은 총 71명이다. 직급별로 보면 공관장이 4명, 고위공무원이 25명이며 나머지는 그보다 낮은 직급이다. 특히 ‘갑질’로 징계를 받은 외교관이 14명이다. 갑질은 한국 사회에서 이 문제가 공론화된 2017년 부터 징계 사유로 등장했다. 갑질이 상급자가 하급자에 하는 행위다 보니 공관장(3명)과 고위 외무 공무원(6명) 등 고위직이 징계의 다수를 차지했다. 성과 관련한 부적절한 행위로 징계받은 외교관은 9명(성비위 7명, 성희롱 2명)이다. 이에 대한 징계 수위는 감봉 1명, 정직 4명, 강등 1명, 파면 3명 등이었다.
2019년에는 한미정상 간 통화내용을 유출한 사건과 관련해 1명이 파면되고 2명이 감봉 3월 처분을 받았다. 이밖에 횡령, 예산 집행 규정 위배, 부적절한 처신, 근태 불량 등이 징계 사유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외교부 본부 직원의 징계는 총 19명으로 재외공관보다 적다. 2019년 기준 재외공관 근무 인원이 1천286명으로 본부 인원(964명)보다 33% 많다는 점을 고려 해도 재외공관 징계가 많다.해외에서는 직원들에 대한 통제가 상대적으로 약한 게 원인으로 분석된다. 본부의 경우에는 징계 처분도 가벼운 편으로 2019년 9등급 직원이 성비위 등으로 강등됐고, 올해에는 사무관이 술을 마신 상태에서 킥보드를 타 1개월 정직됐다. 재외공관 공무원들의 비위 방지를 위해 공무원 복무 규정 강화와 교육 훈련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지만 기강해이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