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사회 진정한 ‘우리들의 영웅’
열심히 돈 벌어서
뜻있는 곳에 썼다
홍명기 미주도산기념사업회총회장의 갑작스런 타계는 국내외 한인사회의 커다란 손실이다. 특히 LA한인사회는 동포사회의 숙원사업들이 크나큰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으로 평소 고인이 미주동포사회의 여망을 담아 추진했던 한미박물관의 완공계획이 큰 차질을 빚게 됐다. 고인은 한인사회 재력가들과 함께‘1천만 달러 신개념 재단’ 설립을 꿈꾸어 왔는데 이것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고인은 무엇보다 민족의 선구자 도산 안창호 선생의 유산을 기념 하는 다양한 사업을 계획까지 구상하였으나 홍 회장의 타계로 모든 것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제 고인이 추진했던 동포사회를 위한 사업들은 후세들의 몫이 되었다. <성진 취재부 기자>
홍명기 회장이 한인사회에 대한 열성적인 기부활동을 하게 된 동기는 1992년 LA폭동(4·29폭동) 에서 한인사회가 무참하게 폭도들에게 당하고, 주류사회로부터도 차별을 당하자 새삼 ‘한국인 정체성’이 되살아났다고 여러 언론들과 인터뷰에서 밝힌 적이 있으며, 본보 기자에게도 여러 차례 강조한바 있다. 그는 “한인사회문제에 적극 참여”하고 “열심히 돈을 벌어 뜻있는 곳에 쓰자”는 것이 생활의 목표 였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본보 기자는 홍 회장과 코리아타운 옥스포드 호텔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점심을 겸한 인터뷰에서 홍 회장은 자신이 추진하는 한인사회 숙원 사업인 한미박물관 건립을 포함한 다양한 과제에 소신을 밝혔다. 아쉬운 과제들도 설명했다. 그는 20년전 리버사이드 도산 동상 제막식(2001)때 다짐한 것이 있다고 했다. 도산의 유산을 국내 외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전파시키는 사업을 펼치는데, 그중 도산 안창호 기념관 건립과 ‘도산 사상 국제 대회’(가칭),미국에서의 도산의 활동 특히 리버사이드 파차파 캠프 이민사적 개발 등등에서 기초작업을 완성시키고 올해 연말쯤 일단 커뮤니티 단체 직책에서 은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인은 이날 한인사회의 숙원사업인 한미박물관 등 문제로 중요한 회의가 있다며 9월중에 다시 만나자고 했다. 그러나 그날이 마지막 인터뷰가 되고 말았다.
지난 2017년 3월 23일 리버사이드시에서 도산을 포함 한인 이민선조들이 공동체를 일구었던 ‘파차파 캠프’ 의 ‘문화 관심지 (City Point of Cultural Interest)’ 지정 현판식이 열렸다. 원래 사적지로 제기되었으나 역사적 유물이나 증거가 없어 ‘문화 관심지’로 지정됐다. 파차파 캠프는 도산 안창호 선생이1904년 리버사이드로 이주해 한때 오렌지를 따던 곳이다. 이곳의 동포들은 1937년까지 <1532 Pachappa Ave>의 지명 주변에서 거주해 “파차파 캠프”로 불렀다. 일부 학자들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도산은 중국인 철도 노동자의 임시 거주지였던 이곳에 한인회관과 17동의 주거시설을 갖추고 일자리를 찾아 모여든 한인 노동자들과 함께 마을을 일구었다. ‘한인 노동국’ 이라는 직업소개소 개설, ‘한인 장로회 전도소’ ‘한인회관’ 등을 세워 예배, 한글교실, 주일학교. 야학, 애국 강연과 결혼, 생일 축하연 등 한인 노동자와 가족 200여명의 공동체 생활을 하며 독립운동의 기초를 세웠다고 했다.
“도산 유산 기념 사업” 600만달러 후원
홍명기 회장은 이 ‘파차파 캠프’를 역사적 유적지로 선정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지난 2015년부터 홍명기 회장은 미주한인사회를 위한 신개념의 비영리재단을 꿈꾸며 미주한인 갑부들의 출연으로 신개념 재단 설립 추진했었다. 1인당 10만 달러 출연으로 100명으로부터 총 1천만 달러 기금의 재단을 설립하자는 것이었다. 이같은 비영리재단은 뉴욕 코리아소사이어티처럼 한미 상호간의 이해와 협력 증진을 목표로 하는 활동은 물론 미주동포사회의 차세대 지도자 육성과 한미 양국의 정책, 기업, 경제, 교육, 예술 분야 를 증진시키는 것도 목표였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한미 양국의 저명한 인사들을 초청하여 포럼을 개최하기도 하고, 한미 간의 교류를 증진시킬 수 있는 다양한 연구활동 지원은 물론 ‘한류’ 의 폭넓은 교류도 진작시키는 과제도 수행한다는 것이다.
당시 이 같은 재단 추진에 관여한 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 재단은 뉴욕의 코리아소사이어티나 LA의 월드 어페어 카운실 등의 단체를 포용한 것 같은 단체로 생각하면 좋을 것”이라면서 “이들 코리아 소사이어티나 월드어페어 카운실 재단들은 미국 주류사회가 주도하지만 이 비영리 단체는 재미한인이 주도한다는 것이 특색”이라고 전했다. 애초 빠르면 2016년 초기에 출범 시킬 것으로 알려졌던 비영리단체의 주역인 홍명기 회장의 비전은 ‘마음을 모아 공동 선을 추구하면서 커뮤니티 발전에 자양분을 제공하겠다’는 것이었다. 이같은 결심에 한인사회도 크게 기대했다.2015년 당시까지 미주사회에서 홍 회장의 기부활동은 두드러졌다. 그가 당시까지 기부한 곳만 해도 헤아리기 힘들 정도이다. 동포사회 후원을 위해 1992년부터 2015년까지 6백만 달러가 넘는 돈을 기부했다. LA 동포사회에서 그는 든든한 재정 후원자였다. 남가자주 한국학원이 폐교 위기에 처했을 때 기금모금위원장을 맡아 300만 달러 기금을 모아 학교를 살렸다. 또 2003년 미주한인 이민 100주년 공동회장을 맡아 기념사업 행사를 돕기도 했으며, 리버사이드 도산 안창호 선생 동상 건립에 기부하는 한편, 항일독립운동의 성지로 꼽히는 ‘대한인국민회관’ 복원에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진정한 차세대 지도자 육성사업 목표
크고 작은 행사에 지원한 일 말고도 현재 미주동포사회를 빛내고 있는 단체와 모임에 참여해 가장 든든한 후원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미주동포를 후원하는 ‘미주동포후원재단’ 이사장, ‘재미한인 교수협회’ 고문, ‘김영옥 재미동포연구소’ 이사장, ‘밝은미래재단’ 이사장, ‘세계해외한인무역협회’ 상임고문,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학(UCR) 총장 자문위원 등 후원과 기부를 목적으로 맡은 직함 이 그의 삶을 대변해 주고 있다. 미주한인사회의 역사적 과제로서 숙원사업중에는 ‘한미박물관’ 건립이다. 하지만 한미박물관 건립계획은 지난 2015년 이후 3차례나 건립계획이 수정 변경되는 힘든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 한민박물관 건립 이사장이 바로 홍명기 회장이다. 한미박물관 건립계획은 이미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400만 달러 지원 결정과 이미 LA정부의 350만 달러 지원금 그리고 한미박물관 공동이사장인 홍명기 회장의 기부금 250만 달러를 포함한 기존의 모금 등으로 과거 어느때보다도 건립 추진에 탄력을 받게 됐다. 한미박물관 이사장인 홍명기 회장은 지난 2019년 “가주정부와 LA시 정부 지원금 등을 포함해 약 1천 500만 달러가 확보되어 박물관 건립에 청신호가 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본격적인 모금 캠페 인 등으로 2020년에 박물관 착공은 계획대로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홍 이사장은 “2022년에 완공을 목표하는 한미박물관에 한국에 대여한 국민회 유물이 다시 돌아와 자리잡게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주한인사회의 30년 숙원 사업인 미주 이민사 최초의 ‘한미박물관 건립’은 2020년 착공해 2022년 완공을 목표하는데 총 3000-3500만 달러의 예산이 필요하다. 한미박물관은 지금까지 3차례 설계 변경을 거쳐 2019년에 최종 설계안도 확정했다. 한때 논란이 됐던 ‘수장고(archive)’도 설치 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한미박물관 이사회는 박물관부지인 LA한인타운 6가와 버몬트 애비뉴 인근 공영주차장에 건립될 박물관의 총건립비 3200만 달러(예상) 중 약 50%인 1500만 달러가 확보됐다고 밝힌바 있다. 또 한미박물관 측은 “건축비로 2500만 달러, 기타 비용으로 700만 달러 가 필요하다”면서 “건립비 1500만 달러가 확보된 만큼 대출과 기금모금을 통해 2020년 공사를 시작해 2022년 개관할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코로나 19 등 펜더믹 등으로 공사 자체가 시작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30일 홍 회장은 본보 기자와 인터뷰때에도 한미박물관 건립 계획의 진척이 안되어 “골치가 무척 아프다”고 말했다. 왜냐면 박물관 계획이 진척이 안될 경우 LA시 정부와 맺은 50년 제공 부지 계획이 무산될 위기도 있기 때문이다.
이같이 중요한 시기에 한미박물관 건립 이사장이 유명을 달리해 앞날이 불투명해진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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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한상 대부…커뮤니티 어른…조건없는 기부왕…
갑작스런 비보 ‘큰 어른을 잃다’
홍명기 회장의 갑작스런 별세는 LA 한인사회는 물론 국내에서도 충격스런 소식으로 받아 드려지고 있다. 홍 회장은 아메리카드림을 일군 대표적인 한상으로 불린다. 국내에서는 “세계 한상들의 대부”로 불려왔다. 또한 “미주한인사회 기부왕”으로 알려져 왔다.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을 지낸 한우성 전 이사장은 “갑작스런 비보에 놀랐다”면서 “평소 고인은 도산 안창호 선생 유산을 기리는 사업에 많은 공헌을 하였다”면서 “재외동포교육문화센터 건립을 위해서도 5억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평소 고인을 존경해오면서 한상대회를 도왔던 정진철 로열아이맥스 회장은 “정말 충격적인 소식 이었다”면소 “고인은 국내는 물론 해외동포 사회에서 귀감이 되고 롤모델이 된 분 이기에 더욱 슬픔이 크다”고 전했다.
조병태 전직 한상대회장은 “2년 전 두바이 회의와 일본 고텐바 여행이 마지막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고 애간장이 녹아나는 슬픔을 가눌 길 없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제11차 세계한상대회장을 지냈으며 홍 이사장에 이어 올해 4월부터 세계한상대회 리딩CEO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홍 이사장은 리딩CEO 명예의장이었다. 박종범 회장은 “홍 이사장은 재외동포교육문화센터 건립을 위한 용지 구입대금으로 올해 초 5억원을 기부했다”며 “그때 고인께서 하셨던 말이 지금도 귓가에 생생하다”고 전했다. 홍 이사장은 12차, 박 회장은 13차 한상대회장을 역임했다.
2019년 제18차 여수 세계한상대회장을 지낸 고상구 K&K글로벌트레이딩 회장은 “홍 이사장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이어받겠다”며 “각자 거주국에서 한국민의 우수성을 떨치는 것이 애국이라는 말씀을 깊이 새기고 실천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우재 무궁화그룹 회장은 “갑작스러운 홍 이사장 비보에 눈물이 젖어든다. 한상의 큰 별이 떨어 졌으니 암울함을 감출 수 없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정영수 리딩CEO 공동의장은 “홍 이사장은 전 세계 동포사회의 정신적 지주로 한민족의 정체성을 세우는 데 수많은 헌신을 했다”며 “고인이 이 땅에 뿌린 씨앗이 차세대에게 희망의 열매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재외동포재단은 오는 10월 열리는 세계한상대회에서 고 홍 이사장을 추모하는 시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김성곤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은 “고 홍 이사장은 모범적인 한상의 표본으로 솔선수범 하며 후배 한상을 이끌어주셨다”며 “올해 10월 세계한상대회 때 뵙기를 기대했는데, 한상의 큰 별이 우리 곁을 떠나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제19차 세계한상대회는 10월 19일부터 사흘간 대전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다.
고인은 과거 세계한상대회 개최를 주도하면서 리딩 CEO(최고경영자) 포럼 공동의장을 맡아 국내 청년들을 위한 장학사업과 해외 취업 지원 등의 사업에도 앞장섰다. 고인은 한상 사회공헌재단 ‘글로벌 한상드림’을 설립해 이사장을 맡았고, 솔선해 10만 달러를 기부했다. 세계 한상들 사이 에서 ‘대부’ 역할을 했던 고인은 최근 리딩 CEO 포럼 명예 공동의장으로 추대되기도 했다. 당시 고인의 기부는 재외동포재단 주최로 개최된 ‘2018 세계한상대회’에서 열린 글로벌한상드림 총회에서 결정된 것으로, 홍 회장을 포함한 이사진들은 2019년 법인 운영을 위한 기부를 결의했다. 이에 앞서 법인 설립 당시 국내 청년들의 장학 사업을 위해 이사진들이 각 1억원을 기부함과 동시에 매년 법인 운영을 위해 추가의 기부를 해오고 있다. 당시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 주년을 앞두고 고인은 “글로벌한상드림이 특정 개인이 아니라 한상의 이름으로 모국사랑과 민족사랑을 실천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장이 되길 바라며, 특히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 주년을 맞아 전 세계 한상의 모국 기여가 우리 국민들 에게 널리 알려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2011년 고인의 공로를 인정해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