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적인 기형단체, 돈과 권력과 음모가 어우러진 난장판…
‘활로가 보이질 않는다’ 엇박자
국내외로 잘 알려진 김동길 교수는 한때 “이게 뭡니까!”로 세태를 비꼬기도 했는데, 미주한인회 총연합회(이하 “미주총연”)의 분쟁도 가히 “이게 뭡니까!”이다. 자칭 정통성이라고 주장한 박균희 체제의 미주총연은 지난 6월30일로 임기가 마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박균희 체제의 총연은 미주총연 통합문제를 ‘조정위원회’(조정위원장 이민휘)로 넘겼다. 이와 상대하는 미주한인회장 협회 (비대위원장 폴 송)는 지난 7월 31일 LA 코리아타운 JJ 그랜드 호텔에서 비대위, 통추위, 선관위 합동 회의를 통해 미주총연 통합문제를 논의했는데 ‘통합을 서두르지 말고 우리 입장만 고수하지도 말고 시간을 두고 타협점을 모색하자’는 방향을 정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또다른 한인회장 협의체인 미주현직한인회장단협의회(회장 김수철)는 지난 8월 28-30일까지 라스 베가스 웨스트 게이트 호텔에서 제2회 총회를 개최했는데 총연 통합 문제에 뚜렸한 입장을 제시하지 못했다. 한편 박균희 체제로부터 미주총연 통합 문제에 대한 위임을 받은 이민휘 조정위원장은 최근 본보 와의 인터뷰(별첨 참조)에서 “위원들과 전직 회장단의 의견을 듣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성진 취재부 기자>
이민휘 미주총연 조정위원장은 미주총연에서 제16와 17대 총회장을 지낸 경력의 소유자로 미주한인사회의 원로다. 그는 미주총연 역대 회장 중 가장 막강한 영향력과 지도력을 발휘했던 인물이다. 이민휘 조정위원장은 지난 4월부터 한국에 나가 약 5개월동안 지내다가 최근 LA로 돌아왔다. 그는 미주총연 제28대 박균희 회장의 제의로 미주총연 통합 문제를 이관 받았는데, 선거보다는 추대제로 차기 회장을 선출하는 것을 모색 중이라고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는데 성사가 될지 관심이다.
갑론을박 통합문제 협의 논의
박균희 28대 미주총연 회장은 건상상 문제로 최근 양로병원에서 요양 중인데 상태가 안 좋아 주위에서 우려하고 있다. 그는 지난 6월말로 총연 회장 임기만료로 28대를 마감했는데 후임 회장 선출을 하지 못하고 조정위원회에 이관한 이후 갑자기 건강 문제가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직 한인회 회장들을 중심으로 한 미주현직한인회장단협의회는 지난 8월 29일 오후 4시 라스베가스 웨스트게이트 호텔에서 제2회 정기총회를 개최하고 정관 개정 등 의제와 결의서 등을 채택했다. 이날 약 50명의 회원들이 참석하는 협의회는 “미주에서 최고의 한인 단체가 되기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며 지역사회를 위하여 최선을 다해 일하며 2세, 3세 앞으로 차세대들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충실히 하며 한국과 미국의 가교 역할은 물론이고 두 나라의 발전과 협의를 포함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모두 다 할 것”이라며 “각 한인회를 존중하고 협력하며 서로 얼굴을 붉히는 법으로 해야 할 일들을 결코 하지 않을 것이며, 양보하여, 단합과 화합으로 새로운 한인단체가 되어 미주한인사회의 구심점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또 한편 고 남문기 회장이 주도했던 미주한인회장협회(약칭 미한협)의 비대위의 폴 송 위원장은 조만간 이민휘 미주총연 조정위원장과 만나 미주총연 통합 문제와 관련해 협의를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미한협의 한 관계자는 최근 “미주총연의 이민휘 조정위원장과 금명간 만나기로 했다”면서 “시기는 빠른 시간내에 폴 송 미한협 비대위원장이 만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미한협은 지난 7월 31일 LA코리아타운내 JJ 그랜드 호텔에서 비대위, 통추위, 선관위 등이 모임을 갖고 향후 진로와 미주총연 통합 문제에 관해서 토론을 벌였다. 이자리에서 앞으로 미주총연이 돈으로 회장이 되려는 풍조를 없에고 비젼을 지닌 인물로 주류 사회에 도전할 수 있는 능력자로 선출해야 한다는 지적 등 많은 의견 들이 나왔다. 그리고 미한협이 하루빨리 비대위 체제를 해산하고 정상적인 조직체로 새회장을 선출하여 미주총연 통합을 모색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현실적으로 3개 미주한인 단체가 존재
지금 박균희 28대 회장의 이후의 미주총연이나 이와 통합을 모색하려는 미한협이나, 제3의 한인 협의체인 미주현직한인회장단협의회 등은 미주총연의 분쟁이 단순히 통합으로 해결 될 것으로 여기고 있는데, 통합이 분쟁 해결이라는 공식이 성립되려면 선결과제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번 계기에 미주한인사회와 미주한인 지역 한인회를 대변하는 미주 지역 한인단체로서의 비전과 조직 체계를 시대에 맞추어 개혁을 해야 하는 것이 선결과제이다. 이미 잘 알려진바와 같이 미주 총연은 지난 10여년 동안 분쟁과 추태로 얼룩져 미주 동포사회로 부터 신뢰를 잃은지 오래이다. 또한 한국정부로부터 대표성도 인정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 재외 동포재단측이 미주총연의 통합과 중재를 위해 미주총연과 미주한인회장협회와 지난번 워싱턴DC 총영사관까지 동원해 통합을 모색했으나 양측의 비협조(?)로 결렬 되버렸다. 재단은 미주총연이 어떤 성격으로 어떻게 조직되어야 한다는 개념조차 지니고 있지 못하고 있다. 애초 재단이 통합 문제 해결의 중재자로 나설 때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져 있었다. 재단이 나서야 하는 입장이 아닌 것이다.
미주총연의 분쟁 해결과 새로운 미주 대표 단체 구성은 미주한인사회 스스로가 자립적인 자세 에서 이뤄져야 한다. 민주적이고 자주적인 자세가 안된다면 그것은 될 때까지 노력하고 기다려야 한다. 압력이나 위세에 눌려 조직체가 구성되면 그것은 ‘모래위에 성’이나 마찬가지이다. 미주총연이 진정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조직으로 구성되려면, 미주 각지역에서 주법에 의해 비영리 단체 등록을 한 지역 한인회들이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서 구성되어야 정통성이 확고하게 될 것 이다. 그리고 미주총연의 총회장 선거는 현직 한인회장이나, 그 한인회의 대표성을 지닌 대표자 (예를 들면 이사장)가 참여하여 실시해야 하는 것이다. 50개주에서 각주가 자체 주의 한인회 연합 체로 구성해 주 대표성도 부여하는 방법도 모색할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전직 한인회장들을 절대 로 의결권이나 선거권에 참여시키면 안된다. 전직 회장들이나 이사장들은 자문위원 등으로 자신들의 경험을 물려줄 수 있는 봉사심을 보여 주는 것이 좋다.
현재의 미주총연 구성은 ‘미주지역의 한인회로 구성한다’로 명기하고서는 실제로는 전직 한인회 장과 현재 한인회장을 모두 참여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태생부터 잘못된 것이다. 실제로 지난 29대까지 총회장을 보면 전직 회장들이 거의 독식했다. 여기에 일부 기득권 그룹들이 총회장 선거 를 좌지우지 해왔다. 미주총연 구성은 당연히 지역의 현직 한인회장들이 연합하여 활동하는 연합체가 되어야지, 전직 한인회장들이 섞여 들어가서 좌지우지하는 행태까지 부리는 미주총연이 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미주 지역을 대표하는 “미주 한인회 총연합회”라는 연합체를 민주적 방식으로 구성하려면 현재의 지역 한인회를 대표하는 회장이나 이사장들이 참여하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그 참여 방식은 직접 으로도 할 수 있고, 간접으로도 할 수 있다. 간접 방식은 미주 50개주에서 주별로 한인회 연합체를 구성하여 주별 한인회 연합체가 미주 한인회 총연합회를 구성하는 방법이다. 그것이 민주적이고 미국 헌법 정신에도 부합되는 것이다.
민주적이고 자립적인 대표단체로 거듭나야
한편 2021 세계한인회장대회가 오는 10월 4일부터 7일까지 서울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서 하이 브리드(오프라인 및 온라인 병행)방식으로 개최 된다. 재외동포재단은 재외동포사회와 모국간 민족적 유대감 증진과 전세계 한인회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매년 ‘세계한인회장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하나된 동포, 더(the) 강해진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을 개최되는 이 대회에 국내외 3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인데 올해에도 미주총연은 초청되지 않았다. 주요일정은 공식행사로 세계한인회장대회 개회식 및 폐회식, 제15회 세계한인의 날 기념식 등 과 주요회의로 지역별 현안토론, 정부와의 대화, 한인회운영사례 발표, 전체회의 등이 계획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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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휘 조정위원장 인터뷰
“배신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민휘 회장은 지난달 28일(토) 자택에서 본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미주총연 통합 문제와 관련 해 간략한 조정위원장 자격으로 인터뷰를 가졌다. 이제 90대에 들어선 이 조종위원장은 대화 하는데 많은 불편을 나타냈다. 귀도 잘 안들리고 눈도 잘 안 보인다고 했다. 다음은 인터뷰 요지 이다.
질의- 미주총연이 지난 10년간 분쟁이 계속 중이다. 전직 총회장으로서 이 같은 사태가 왜 일어 나고 해결이 안 되는가에 대한 입장은?
이민휘– 상호간의 신뢰 문제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총연 활동에서 나는 많은 배신을 보아왔다. 서로 상대방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풍토가 성립되지 않으면 통합은 이뤄질 수 없다.
질의-미주총연 통합 문제와 관련해 박균희 전미주총연 회장으로부터 정식으로 조정위원회에 위임을 받았는가?
이민휘– 그렇다. 어려운 과제지만 해결하려고 노력중이다. 그래서 지난 주 JJ그랜드 호텔에서 조정위원회 위원들과 전직 회장들과 만나 논의했다. 조정위원들은 나에게 단안(?)을 내려 달라고 했으나, 심사 숙고 중이다.
질의- 통합을 위해 박균희 후임 회장 선출관계는 어떻게 되는가?
이민휘– 여러가지 현실상 총회를 개최하여 회장을 선출하는 문제는 힘들 것 같다. 나의 개인적 생각은 능력있는 리더십을 지닌 사람을 차기 회장으로 추대하는 방안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질의- 그런 인물이 있는가?
이민휘– 마음속에 그 사람이면 괜찮겠다 하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 지금 설득하고 있는 중이다.
질의- 미주총연 통합을 위해 타 연합단체와도 만날 계획이 있는가?
이민휘– 한 관계자를 통해 미주한인회장협회측과 조만간 만나기로 했다. 총연 통합 문제를 위해서는 어느 누구와도 만날 용의가 있다.
질의- 미주총연 분쟁을 해소하기 위해 분쟁 관계 단체 관계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이민휘– 상대방의 입장을 적극 이해하는 자세가 되기를 바란다.
이날 인터뷰 중간 중간 이 조정위원장은 말을 이어가기를 힘들어 했다. “말을 많이 하면 힘들어.. ….”라면서 “이 세상이 사는 것이 아니야!”라면서 얼마전 지인이 갑자기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며, “아무도 언제 죽을지 몰라, 자연의 법칙이지…나도 언제 죽을지 몰라…”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5개월 동안 서울에서 체류하는 동안에도 젊은 후배들이 숨지는 것을 보고, 더욱 인생 무상을 느꼈다고 했다. 한극을 자주 여행하는 것은 고국의 후배들이 초청에 의해서라며 과거의 인연들이 미래를 준비해주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는 비록 90대에 들어섰지만 아직도 눈빛이 빛나고, 특히 기억력은 놀라울 정도였다. 한 예로 미주총연의 초대 회장 이도영 회장부터 지난 28대 박균희 회장까지 전체 회장의 이름을 연대별로 기억해내는 바람에 기자를 놀라게 했다. 서울 가는 비행기도 이코노미스트 좌석에서 10시간 이상을 견디며 여행했다는 이 조정위원장은 “정신이 맑으면 건강도 유지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 짧은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 기자를 이 조정위원장은 현관 앞 까지 나와 배웅하면서 오랫 동안 손을 흔들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