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총리 직속기관 태국투자청 ‘승인 기업’…코트라 입김 없인 불가능
이스타항공 전무 자격으로
태국 코트라 방문했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사위 서창호 씨와 이스타항공 실소유주인 이상직 무소속 의원 간 유착 의혹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 의원과 서 씨가 2018년 타이 이스타젯 설립 당시 함께 코트라에 방문해 정부 측의 도움을 요청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런 증언은 정부 기관인 코트라가 태국 이스타젯 설립에 구체적으로 도움을 줬는지 여부를 밝히는 핵심적인 사안이어서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만약 코트라가 타이이스타젯이 설립되고 태국 정부로부터 특혜를 받는 과정에서 개입했다면 사건의 성격은 크게 달라진다. 즉 정부 기관이 대통령 친인척이 다니는 회사를 위해 구체적으로 움직였다는 것인데 이럴 경우 대통령에게 직권남용 내지 포괄적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법적 의견까지 나오고 있어 대통령 퇴임 후 수사로도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라고 한다. <선데이저널>이 코트라 관계자 등으로부터 확보한 증언 등에 따르면 2018년 서 씨가 태국으로 급하게 이주한 후 이 의원 등이 방콕으로 건너가 현지 코트라 사무실을 함께 방문했다고 한다. 타이이스타젯은 설립 이후부터 신생 소형항공사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특혜들을 타이 정부로부터 받았는데 결국 이는 코트라와 같은 정부 기관의 보증없이는 불가능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과연 코트라가 타이이스타젯 설립에 어떤 식으로든 관여했다면 정부 기관이 나서서 대통령 친인척과 여당 정치인에게 특혜를 준 것이므로 파장은 커질 전망이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선데이저널>이 다각도로 깊숙하게 취재한 바에 따르면 이 의원과 대통령 사위 서씨는 2018년 코트라 태국 현지 사무소 등을 방문해 항공사 설립과 관련한 여러가지 협업을 했다고 한다. 코트라는 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을 돕는 공공기관으로 사실상 정부 입김 아래 있다. 두 사람의 코트라 방문이 수상한 이유는 정부의 보증 없이는 불가능했던 일들이 당시 일어났기 때문이다. 2018년 8월 9일 서 씨는 출국과 동시에 타이이스타 전무이사 직함으로 태국의 노동비자를 발급받았다. 문제는 서 씨가 취업하며 타이이스타는 태국 정부로부터 여러 특혜를 받았다.
타이이스타젯 설립 특혜의 비밀
일단 2018년 12월 초 태국 산업부 산하 총리 직속기관인 태국투자청의 ‘승인 기업’이 됐다. 태국투자청은 해외 기업들의 투자를 유치해 세제감면과 노동자들의 비자발급 등에 대한 편의를 제공하는 기관이다. ‘태국투자청 승인 기업’이란 이러한 태국투자청의 혜택을 받는 기업을 뜻한다. 태국에 진출한 본국 기업 중 태국투자청의 승인을 받은 곳은 대표적으로 삼성전자, 삼성전기, 포스코, 한화케미칼 등이 있다. 태국투자청 승인 기업은 태국 현지에서 타국으로의 외환 송금 등에 편의를 보장받을 수 있고, 법인세를 3~10년까지 면제받을 수 있다. 외국인의 지분 100% 보유가 허용되고, 법인명으로 토지소유권도 인정된다. 태국은 일반적으로 외국인에게 토지 소유권을 허가하지 않지만 태국투자청 승인 기업에 한해 예외를 두는 것이다.
태국투자청은 토지대와 운영경비 등을 제외하고 최소 100만 바트 이상 투자를 한 기업에 이러한 혜택을 준다. 타이이스타는 태국에서 ‘외국 기업’이 아니다. 태국인 대표 2명이 지분의 99.98%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 대표 박모씨는 0.02%의 지분을 갖고 있을 뿐이다. 타이이스타는 2017년 2월 자본금 2억 바트(약 71억여 원)로 설립됐다. 다만 태국투자청은 자국 기업에 대해서도 필요한 조건을 충족할 경우 외국 기업과 동등한 혜택을 준다고 한다. 항공운송업(Air Transportation) 업종에서 태국투자청의 승인을 받은 기업은 모두 태국 계 회사들이다. 타이이스타와 같은 항공운송업 업종에서 태국투자청의 승인을 받은 기업은 총 10곳으로, 모두 태국 계 항공사들이다.
이 중에는 타이항공(THAI AIRWAYS), 방콕항공(BANGKOK AIRWAYS) 등 비교적 잘 알려진 태국 계 항공사들도 있다. 소형항공사들도 있지만 이들은 타이이스타와 달리 현재까지 정상적인 영업을 하고 있거나, 현재는 영업을 중단했지만 과거에는 정식 운항을 했던 회사들이다. 반면 타이이스타는 2017년 2월 설립된 이후 제대로 된 영업활동을 한 적이 없다. 그런데 신생항공사나 다름없는 타이이스타젯이 이런 특혜를 받았는데 이런 특혜는 일반적으로 한국 정부나 코트라 같은 정부 사이드의 도움이 없으면 불가능하다고 한다. 즉 이 의원과 서 씨가 함께 타이이스타젯의 태국 안착을 위해 손을 잡았고 이후 이 의원은 타이이스타젯을 이용해 돈을 어디론가 빼돌렸다는 공식이 설립되는 것이다.
페이퍼컴퍼니 증발과 사라진 51억
하나는 한 때 여당소속이었던 이상직 무소속 의원과 대통령 사위 서창호 씨를 둘러싼 의혹의 개요는 이렇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후 이 의원이 대통령 사위가 자신이 실소유주로 있는 타이 이스타젯(본국 이스타항공의 태국 계열사로 보임) 임원으로 취직시키면서 사위 가족의 태국 이주를 도왔고, 이 대가로 공공기관 이사장 및 여당 국회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 딸 다혜 씨는 2018년 돌연 태국으로 이민을 갔다. 대통령 재임 중에 그 딸이 해외로 이주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게다가 다혜 씨는 이민을 상당히 서두른 정황이 여기저기서 포착되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타이이스타젯을 둘러싼 사건은 본지도 두 차례에 걸쳐 보도한 바 있는데, 최근 이 의원과 서 씨를 둘러싼 이상한 정황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일단 타이이스타젯이 항공기를 리스할 때 이스타항공이 보증을 서줬고, 이스타항공이 태국의 티켓총판회사에 받아야 할 외상매출금 71억원을 타이이스타젯 설립에 쓰였다. 원래 청와대 측은 대통령 사위가 취업했던 회사와 이스타항공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해명했으나 이런 해명은 모두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두 회사의 임원이 모두 이상직 의원의 ‘가방 모찌’나 다름없는 사람이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게다가 타이이스타젯에 들어간 돈 71억 원 중에 51억 원이 모두 현금화 되어서 불투명하게 사용된 사실도 밝혀졌다.
이것도 모자라 대통령 사위 서 씨가 타이이스타젯에 잠시 몸담았던 말단 직원이 아니라 최소 4개월간 전무급으로 일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특히 타이이스타젯에서 일했다는 일본인 직원의 증언이 본국 언론을 통해서 최근 흘러나왔는데 그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회사 대표(CEO)는 박석호 씨였지만 그는 힘도 돈도 없어 보였다. 반면 서 씨는 아주 큰 힘이 있었고, 박 대표보다도 높아 보였다. 타이이스타의 모든 비용은 이스타항공에서 지급됐는데 이와 관련해 서 씨는 아주 중요한 인물로 여겨진다. 서 씨가 타이이스타와 이스타항공 및 한국 정부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을 해, 타이이스타에 돈이 들어오게 한 것으로 보인다. 서 씨의 역할이 없었다면 타이이스타는 존속할 수 없었을 것이다. (중략) 타이이스타가 이스타항공 및 한국 정부와 관계를 맺어 자금을 지원받는 과정에 대통령 사위를 이용할 수 있다고 봐서 데려왔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왜 항공을 전혀 모르는 사람을 고위직에 앉혀 거액의 연봉을 줬겠나.”
‘문재인-이상직-서창호’ 커넥션
이런 모든 정황들은 서씨가 이스타항공과 타이이스타에서 특별한 역할을 했고, 그 배후에 이상직 의원이 있음을 가리키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이상직 의원이 왜 서 씨를 동원했냐는 것인데 가능성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이상직 의원이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기 위해서 서 씨를 이용했거나, 다른 하나는 이상직 의원이 대통령으로부터 특별한 대가를 바라고 서씨를 도왔을 가능성이다. 후자일 경우는 일이 커진다. 대통령이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본국 정치권에서는 <선데이저널>이 지난 6월 <문재인의 시한폭탄 이상직, 연관된 의혹의 ‘판도라’가 열린다> 제하의 심층보도에서 언급했던 포괄적 뇌물죄와 관련한 가설들이 심심치 않게 오고가고 있다.
<선데이저널>은 문재인 대통령–이상직–서창호를 둘러싼 사건이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당시 검찰이 노 전 대통령 일가에 들이댔던 것과 비슷한 모양새라고 지적했는데 이것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본인이 아닌 가족들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되었는데, 검찰은 포괄적 뇌물죄라는 논리로 노 전 대통령을 옭아맸다. 권양숙 여사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에 연루되어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수사해 본 결과 박연차는 가릴 것 없이 금품을 정계인사에게 살포했고, 친노 인사들이 대거 적발돼 구속되었다.
이 과정에서 정상문이 박연차에게 돈을 받아 권양숙 여사에게 전달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재임 중에 노 전 대통령이 이를 알았는지 여부가 핵심이었다. 하지만 국세청과 검찰의 끈질긴 수사 끝에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공소권 없음을 이유로 그에 대한 수사는 종결되었다.
만약 당시 수사가 계속 되었더라면 본지가 2009년 몇 차례 보도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 씨가 미국 뉴욕에 있는 허드슨 클럽에 거액의 콘도를 산 것까지 수사대상이 되었을 뻔 했다. 당시 노씨는 본인 명의로 220만 달러 고급주택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현금 13억원을 1만원권 7박스로 경연희라는 여자와 거래했으나 검찰은 노씨를 단순 외국환 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으나 결국 이 사건마저 더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대통령의 가족과 관련된 일이 해외에서 진행됐다는 점과 검찰이 당시 포괄적 뇌물죄라는 법리를 끌고 온 만큼 이번 사건도 같은 방식으로 엮을지, 그렇다면 대통령이 이를 알았는지 여부가 핵심이 될 수 있는 만큼 여러 가지 면에서 당시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노무현의 전철 밟나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최근 대통령을 지난 세 사람의 전직 대통령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검찰청 포토라인에 섰고, 결국 비극적 결말에 이르렀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로 범위를 넓혀 봐도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한 사람 정도 빼고 대통령의 말로는 비참했다. 퇴임을 9개월 정도 밖에 남기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은 과연 이 비극의 굴레에서 빠져 나올 수 있을까. 애석하게도 그럴 가능성은 별로 커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문화 되어 있던 법리인 ‘직권남용’을 무기로 전직 대통령을 수사하면서 ‘직권남용’의 덫에서 전직 고위 공무원들은 어느 누구도 자유롭지 않게 됐다. 문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다.
여기에 대통령 친인척, 보다 구체적으로 딸과 사위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한 퍼즐조각들이 하나 둘 완성되고 있는데, 이 퍼즐은 점점 문 대통령을 가리키고 있다. 문 대통령이 자유롭기 위해서는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가 중요한데, 그를 지켜줄 후보는 사실상 이낙연 전 국무총리 밖에 없다. 문제는 그가 당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그를 지켜줄 수 있을까. 정치권에서는 정반대의 전망이 나온다. 그가 여당의 대선후보로 최종 결정된다면 혹은 집권하게 된다면 어느 순간 그 역시 문 대통령에게 등을 돌릴 것이란 관측이 파다하다. 대한민국의 불행한 역사는 언제까지 반복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