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 ‘만년 백띠’ 박동우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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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원 ‘명예5단’ 흑띠 달다

‘태권도의 날’ 행사가 지난 4일 OC 부에나팍시 더소스몰에서 약 500명이 운집하여 성대하게 열렸을 때 가슴 뿌듯하게 여기는 동포들이나 태권도 사범들이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박동우 샤론 쿼크-실바 주의원 보좌관은 남달랐다. 그는 원래 한국에서 무덕관에서 태권도를 배웠다. 그러나 장애 때문에 품새를 못해 만년 백띄를 지녔는데 이날 ‘명예 태권도 5단’을 국기원으로부터 단증을 받고 감격했다. 태권도의 날을 맞아 이날 법안 제정에 기여한 샤론 쿼크-실바 의원, 최석호 주하원, 데이브 민 주상원과 함께 박동우 보좌관 등 4명이 나란히 ‘명예 태권도 5단’단증과 감사패를 받았다.

박동우 보좌관의 숨은 노력과 애국

▲ 박동우 보좌관(앞줄 오른편)이 태권도인들과 함께하고 있다.

▲ 박동우 보좌관(앞줄 오른편)이 태권도인들과 함께하고 있다.

박동우 보좌관은 무슨 이유로 주 의원들과 함께 나란히 명예 5단 증과 감사패를 받았을가. ‘태권도의 날’을 처음으로 발의하게끔 샤론 쿼크-실바 의원에게 제안한 것도 박 보좌관이었다. 지금껏 주의회에서 제안되고 통과된 아리랑의 날, 한글날, 김영옥 대령 기념일 그리고 40년 역사에 최초로 OC한인회에 10만 달러 지원금 배정을 성사 시키는데 모두 박동우 보좌관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어떻게 이처럼 엄청난 일들을 성사시켰는지 박 보좌관이 과거 한 일을 보면 그의 모국 사랑은 영원하다. ‘아리랑의 날’은 박 보좌관이 신문에서 보훈 병원의 있는 6·25 참전 노병들이 한국인을 만나서 ‘아리랑’ 노래를 불렀다는 기사를 보고, 문듯 ‘아리랑’을 미국사회에 더 알려야겠다는 심정으로 결의안 제정을 추진했던 것이다. 더 의미있는 것은 캘리포니아주에서 ‘한글날’을 제정한 것이다. 사실 어마어마한 사건이다. 한국의 언어를 미국 의회에서 존경하며 기념일로 제정한 것은 아주 이례적인 사건이다. 미국 의회에서도 다른 나라 언어를 기념해 법안을 통과시킨 것도 처음이다.

지난 2019년 8월 30일 캘리포니아주 하원은 10월 9일을 ‘한글날(Hangul Day)’로 제정하는 결의안 (ACR 109)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데 이어, 9월 9일 상원도 이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 시켰다. 이러한 성과를 이뤄내는데 산파역을 한 인물이 바로 박동우 보좌관이다. 샤론 쿼크-실바 의원의 보좌관인 그는 한국계 미국인들에게 한글의 중요성을 심어주기 위해 한글날을 제정해야 겠다고 결심하고 샤론 쿼크-실바 의원을 설득해 결실을 맺었다. 대한민국을 벗어난 해외 최초의 한글날을 캘리포니아주 의회를 통해 10월 9일을 기해 한글날을 선포하게 됐을 때 그는 참으로 뜻 깊고 가슴 뿌듯한, 모국 대한민국을 사랑한 애국자가 된 듯한 벅찬 마음에 흥분했던 그였다.

‘필요한 생각을 법안으로 연결시켜…’

그러나 쉬운 일은 아니었다. 막상 해외에서 최초로 한글날이 제정된 이 역사적인 사건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동포들이 있을지 모르나 그에겐 험난하고 고통스러운 긴 여정이었다. 한인 동포들의 힘이 커지고 정치적 위상이 높아졌으니 당연한 결과이지 않겠는가 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지가 않았다. 그는 2018년 11월 6일 부에나 파크 교육위원 선거에 출마했으나 92표 차이로 안타깝게 낙선 했다. 이중언어(영어와 한국어) 집중 몰입 교육프로그램을 실시하고자 하는 그의 바람이 교육 위원으로 출마했던 목적이었다.

그러나 교육위원 선거에서 낙선하고 난 후에도 무언가 한글교육에 기여하고 싶은 생각은 항상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었다. 그는 한국영화 <말모이> 그리고 <나랏말싸미>도 빠지지 않고 관람했다. 말모이를 관람하며 휼륭한 우리말 한글이 겪었던 아픔과 서러움을 통감했다. LA와 OC에서는 매년 5월말 그리고 6월 초에는 토요일 한글학교 졸업식이 거행된다. 지난 2013년부터 매년 해오듯, 샤론 쿼크-실바 의원을 대신해 이들 학교들을 방문해 한글학교 졸업생들, 봉사하시는 부모님들 그리고 우수교사들에게 주 하원의원의 표창장을 전달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한글을 발명하신 세종대왕, 한글을 앎으로써 이중언어의 중요성과 한국 이민 역사를 아는 것 또한 한인으로서 정체성과 자긍심 함양에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 어가 대학 입학에도 도움이 되고 더 나아가서 사회에서 취직을 할 때도 이중언어 구사능력은 큰 역할을 함을 강조했다. 어느 졸업식 행사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불현듯 머리를 스치는 것이 바로 한글날 제정 아이디어였다. 아마 교육위원 선거에 떨어졌지만 출마의 목적이 아이디어로 연결된 듯 싶었다. 그는 곧바로 한글날 제정 결의안 작성을 하기 위해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동안 스스로도 몰랐던 한글의 우수함을 발견하고 놀라기도 했다. 한글날 제정 아이디어를 결의안으로 작성하는 것을 완료하고 나서 첫 번째 어려움에 부딪쳤다. 2017년에 아리랑의 날을 제정했고, 2018년에는 김영옥 대령 기념 고속도로 표지판도 설치했으며, 오렌지카운티 40년 역사상 최초로 주 정부 예산 10만불을 오렌지카운티 한인회에 배정받게도 해주었던 샤론 쿼크-실바 주하원의원이 한글날 발의를 주저한 것이다. 2013년부터 보좌관으로 함께 일하면서, 샤론 의원은 이렇게 통과된 법 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주의 무역관을 한국에 설치하자는 법안, 캘리포니아주와 한국의 운전면허 상호인정 법안 등 주 의회를 통과 못한 여러 법안을 발의해 주었다. 뿐만 아니라 2017년 미국과 북한의 관계가 미사일 도발, 핵무기 등으로 일촉즉발 전운이 감돌 정도 로 위험할때 8월 15일에 백악관에 편지도 보냈다. 한인 동포 정치인들도 무관심할때, 평화로운 외교방법으로 북한의 미사일 도발 그리고 핵무기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내용의 편지였다.

한글날 제정 결의안 통과 산파역

이런 샤론 쿼크-실바 주 하원의원이 주저한 이유는 어느 한인 단체장의 어처구니없는 불평 편지 때문이었다. ‘한국인이 아니면서 왜 한국 관련 법안을 발의하느냐’는 어처구니없는 편지에 의원이 주저한 것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발의해 달라고 요청하는 박 보좌관에게 한 가지 방법을 알려 주었다. 바로 한인 단체장 10명으로부터 한글날 제정 결의안을 지지하며 발의해 달라는 편지를 받아오면 고려하겠다는 조건이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비밀리에 10명의 한인 단체장들에게 연락해 한글날 지지 및 발의 요청 편지를 받아 제출했고 의원에게 발의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이렇게 해서 ‘한글날’이 제정된 것이다.
<성진 취재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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