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아리랑 그리고 윤동주의‘별’공연으로…
민족 정체성 재확인했다
LA토요풍류(KTYPR, 대표 한종선)는 재외동포재단 후원으로 직지 LA홍보위원회가 지난 9월 2일 LA 한국 교육원에서 개최한 <직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20주년과 9월 4일 직지의 날 기념 행사>에 초대되어 공연을 펼쳤다. 이날 토요풍류는 유네스코 등재된 자랑스러운 한국 문화유산인 판소리와 아리랑을 바탕으로 전통 예술을 현대에 맞게 재해석한 총 4개의 공연을 선보여 해외에서 한국의 판소리와 아리랑을 새로운 장르로 개척했다.
잠베의 리듬과 판소리의 절묘한 조화
첫 무대에서 심현정 판소리꾼과 아프리카 전통악기 잠베(Djembe)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는 윌프리드 솔리 (Wilfried Souly)가 판소리 ‘춘향가’ 중에서 이도령이 춘향이에게 첫눈에 반하여 시종 방자에게 춘향이를 모셔오라고 하여 방자가 춘향이한테 가자고 협박하는 ‘방자 분부듣고’ 대목을 공연했다. 이몽룡의 몸종인 방자의 익살스러운면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자진모리의 빠른 장단을 아프리카 전통 악기 잠베(djembe) 북소리와 함께하는 새로운 시도의 판소리를 보여주었다. 판소리는 원래 한국 전통 고수의 북장단에 맞춰 이리저리 몸짓을 해가며 때로는 흥겹게 때로는 피를 토하듯 애절하게 외쳐대며 얘기를 풀어가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소리꾼 심현정이 아프리카 북소리에 맞춰 춘향가의 한 대목을 불렀다. 이런 시도는 판소리이기에 가능했다.
판소리는 인간의 희로애락을 모두 담을 수 있는 소리를 낼 수 있는 특성이 있다. 또한 판소리는 인간의 다양한 전통 예술로부터 필요한 것을 수용하고 그것을 종합하는 개방성을 지닌 것으로, 한국어의 표현 가능성을 최대치로 발휘하는 특성이 있다.
잠베는 아프리카의 타악기로 공명 통에 팽팽히 조여진 막이나 가죽을 떨리게 하여 소리 내는 악기들을 뜻한다. 그 기원은 14세기에서 16세기 서아프리카를 지배한 고대 말리 제국 때부터 유래 되었다고 한다. 젬베가 만들어내는 리듬은 사람과 사람간의 자연스러운 어울림을 가능케 한다. 젬베는 치유의 악기, 그리고 사람을 다른 세계로 인도하는 신기한, 불가사의한 악기라고 아프리카 사람들은 믿는다. 이어서, LA지역에서 한국 전통춤을 바탕으로 컨템포러리 안무가로 활동하고 있는 정다은 안무가의 설장구춤을 선보였는데, 설장구 가락들 중에서 역동적인 후반부의 동살풀이와 휘모리를 바탕 으로 민속적인 춤사위와 현대 춤의 세련미, 다이나믹한 무대 구성이 돋보이는 솔로 춤이었다. 다음으로, 정다은 안무가의 작품 ‘별’을 선보였는데, 한국무용의 기본 동작들을 한글의 자모음 결합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임의로 조합한 컨템포러리 댄스이다.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을 텍스트로 대입하여 얻은 임의의 동작들이 판소리꾼 심현정의 소리에 맞춰, 미국인 무용가 샨탈 체리(Chantal Cherry)가 한 글자 한 글자 짚어 가며 춤을 추면서 시작 된다. 소리 역시 우리 음악의 5음계를 주사위를 던져 임의로 얻은 음의 순으로 작곡 되었다. 이 또한 한국 춤의 새로운 장르의 개척이다. 마지막 순서로는 한국의 대표적 민요 아리랑을 바탕으로 심현정의 소리와 정다은, 샨탈 체리의 안무, 월프리드 솔리의 잠베(djembe) 연주가 어우러지는 피날레 공연을 선보였다. 소리꾼 심현정이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의 여음과,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는 사설을 구성지게 부르며 날라갈 때 잠베의 북소리와 정다은과 샨탈 체리의 현란한 무용이 함께 어우러진 글로벌 아리랑으로 승화되었다. 이날의 공연은 직지 행사의 취지에 맞게 한국 전통음악을 현대에 맞게 해석하여 다양한 인종들이 함께 어울려 풀어낸 뜻 깊은 공연이었다. 이번 공연 영상은 9월말까지 토요풍류(KTYPR) 웹사이트(www.ktypr.com)와 유튜브 공식개정을 통해서도 공개될 예정이다.
우리의 노래 아리랑 통해 전통예술 승화
한국의 판소리(Pansori)는 1964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보존·전승되고 있으며, 2003년 ‘인류구전 및 무형 유산 걸작’으로 선정되었으며, 2008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으로 등재 되었다. 판소리는 한 명의 소리꾼이 고수(북치는 사람)의 장단에 맞추어 창(소리), 아니리(말), 너름 새(몸짓-발림)을 섞어가며 구연하는 일종의 솔로 오페라로 생각하면 좋다. ‘판소리’라는 말은 ‘여러 사람이 모인 장소’라는 뜻의 ‘판’과 ‘노래’를 뜻하는 ‘소리’가 합쳐진 말이다. 판소리는 17세기 한국의 서남 지방에서, 굿판에서 무당이 읊조리는 노래를 새롭게 표현한 것에서 유래되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판소리는 서민들 사이에서 구전으로 전해지다가 19세기 말경에 문학적 내용으로 더욱 세련 되어졌으며 도시의 지식인들 사이에 많은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판소리는 인류 보편의 문제점에 접근하는 예술로 승화되었고 민족문화의 전통 계승과 발전에 기여하였다. 원래는 여러 가지 구전 설화를 바탕으로 한 열두 마당이었으나 ‘춘향가’ ‘심청가’ ‘흥보가’ ‘수궁가’ ‘적벽가’ 등 다섯마당만 전해오고 나머지 일곱마당은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끊기고 말았다.
한편 아리랑(Arirang)은 한국의 서정민요로 2012년에 유네스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 등재됐다. 한국의 대표적인 민요인 아리랑은 역사적으로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한국의 일반 민중이 공동 노력으로 창조한 결과물이다.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한국의 노래이다. 특히 미국 등 해외에서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아리랑을 함께 부를 때마다 그들의 민족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한편, 고국의 동포들은 각 지방의 아리랑이 해당 지방의 정체성을 더욱 돈독하게 한다고 믿고 있다. 아리랑은 단순한 노래로서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오’라는 여음과 지역에 따라 다른 내용으로 발전해온 두줄의 가사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아리랑의 사설은 특정 개인의 창작물이 아니라 여러 세대에 걸쳐 한국 일반 민중이 공동으로 창작 한 결과물이다. 따라서 사랑, 연인과의 이별, 시집 살이의 애환, 외세에 맞선 민족의 투쟁 등 민중이삶의 현장에서 느끼는 희로애락의 감정을 노랫 말에 담았다. 현재 ‘아리랑’이라는 제목으로 전승되는 민요는 약 60여 종, 3,600여 곡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간의 창의성, 표현의 자유, 공감에 대한 존중이야말로 아리랑이 지닌 가장 훌륭한 덕목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누구라도 새로운 사설을 지어 낼 수 있고, 그런 활동을 통해 아리랑의 지역적, 역사적, 장르적 변주는 계속 늘어나고 문화적 다양성은 더욱 풍성해진다. 아리랑은 국내에서든 해외에서든 한민족을 하나로 묶고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힘을 가진 아리랑은 심금을 울리는 한민족의 노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