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王’ 지지자 할머니가 그렸다?…새빨간 거짓말
중요한 순간마다
점쟁이들이 있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TV토론회에서 손바닥에 왕(王)자를 그리고 나온 것에 대한 논란이 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특히 ‘아파트 할머니가 그려줬다’ ‘손가락만 씻어서 안 지워졌다’ ‘여자들이 점 보러 다닌다’는 그의 황당무계한 해명이 논란을 더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자신은 전혀 역술인 같은 사람은 만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윤 후보의 이런 해명은 새빨간 거짓말에 가깝다. <선데이저널>이 수차례에 걸쳐 이미 윤 후보와 가까운 역술인과의 관계를 다룬 바 있지만, 윤 후보는 검사를 그만두려거나, 검찰총장직을 그만두려 했지만 그 때마다 수십 년 간 알고 지낸 역술인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고 이 역술인이 “기다리면 더 큰 기회가 온다”는 말로 그의 사퇴를 만류했다. 이 역술인은 윤 전 총장의 부친도 잘 알고 있는 인물로 잠실과 신천 일대에 적을 두고 활동하는 고령의 철학가이다. 이 역술인은 부인 김건희 씨는 물론이고 윤 전 총장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황하영 동해전기사장과 황 사장의 지인이자 모 갤러리대표 이 씨와 두루 아는 사이로 윤 전 총장의 검사 생활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이런 사실이 윤 전 총장과 가까운 지인들은 잘 알고 있음에도 그는 역술인은 찾아다니지 않는다는 철따구니 없는 새빨간 거짓말로 진실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예비후보의 이른바 손바닥 ‘王’자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냥 알고 지내는 역술인이 좀 있다고 하면 될 것을 거짓으로 해명하다 보니 일이 점점 커지고 있다. 윤 후보 주변에 있는 역술인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선데이저널>에서 두 차례에 걸쳐 보도한 바 있는데 이것이 대선 레이스에서 현실적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본지가 이미 실명을 밝혔던 진정스승은 물론이고 심지어 ‘항문침’ 전문가가 그의 곁을 수행할 정도로 역술인들이 윤 전 총장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다른 후보가 무려 5명의 이름을 언급하며 윤 후보에게 역술인을 알고 있는지 여부를 물을 정도로 대선 레이스가 코미디가 되어 가고 있다. 본국 시간으로 지난 5일 열린 토론회에서 유승민 예비후보와 윤 후보 간에는 다음과 같은 대화가 이어졌다.
유승민: 천공스승님을 아느냐
윤석열: 천공이란 말은 제가 못 들었다.
유승민: 모 언론인이 이 사람과 인터뷰를 했는데 본인이 윤석열 후보의 멘토고 지도자 수업을 시키고 있다고 한다는데 모르시느냐
윤석열: 제가 알긴 하는데 무슨 멘토니 하는 이야기는 좀 과장된…
유승민: 알긴 아느냐.
윤석열: 네.
유승민: 지장스님은 아느냐.
윤석열: 지장스님은 잘 모르겠다.
유승민: 이병환이라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있느냐.
윤석열: 뭐하시는 분이냐. 만난 적 없다.
유승민: 특정한 부위(항문)에 침을 놓는 분이고 윤 전 총장님 지난 6월9일 첫 공개행사 때 바로 뒤에 따라다니던 사람인데 모르느냐.
윤석열: 모른다.
유승민: 역술인 중에 노병한씨를 잘 아느냐.
윤석열: 지난번에 신문에도 났지만 자주 보는 게 아니고 딱 한번 김종인 전 위원장과 정갑윤과 봤다.
유승민: 윤 후보님과 부인, 장모님이 역술, 무속인들을 자주 만나느냐
윤석열: 저는 그런 분들을 잘 안 만나는데 우리 장모가 어떻게 하시는 건 모르겠다. 아무래도 우리나라 여자분들이 점도 보러 다니는 분들이 계시지만.
역술인에 자문 구하는 코미디 대선
토론회에서 낯선 이름들이 나오자 각종 커뮤니티와 정치권에선 화제가 됐다. 다들 그들이 누군지에 대한 관심이 모아졌다. 가장 먼저 언급된 ‘천공스승(진정스승)’은 <선데이저널>이 이미 올 4월 처음으로 실명을 공개했던 인물이다. 조선일보 기자 출신 최보식씨가 지난 3월 인터뷰를 했지만 당시는 익명으로 노출이 된 바 있다. 그는 자신을 소개할 때 “수행 3년 7개월째가 되면서 밤에는 차원계를 왕래하면서 신들과 대화하고 천지 대자연의 공부를 하게 되었다. 17년간의 수행에서 의문이 풀리지 않을 때는 곡기 끊기를 수십 회 거듭하면서 70번을 죽었다 살아나기를 되풀이하였고, 죽었다가 살아날 때 가장 먼저 찾은 곳이 물가이며, 물가로 가서 두 손으로 물을 떠올리는 순간에 깨우침을 얻었던 것은 바로 목숨을 걸고 각오한 깨우침이었다고 말한다. 그런 그를 윤석열 후보가 따른다고 본인 스스로가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보니 윤 후보도 이 관계는 부인하지 못 했다.
천공은 윤 전 총장과의 인연에 대해 과거 박영수 특검에서 최순실 관련 수사를 할 때 부인인 김건희 씨의 소개로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과 자주 전화를 하며 열흘에 한번쯤 직접 만난다고도 했다. 유 후보가 언급한 지장스님은 유 전 의원 측이 제보를 받고 물어본 것으로 알려졌으나, 윤 전 총장은 “모르고 만난 적 없다”고 답했다. 또 논란이 된 사람은 이병환 씨다. 유 전 의원은 질문을 하며 이 씨에 대해 “부산에 사는 사람인데 특정 부위(항문)에 침을 놓는 이상한 분이라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부산과 경남 일대에서 항문에 침을 놓아 기를 불어넣어준다는 이른바 항문침 전문가로 알려져 있는 인물로 많은 추종자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선 의료 면허증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독자적으로 개발해 특허를 받고 무료 의료봉사활동을 다닌다고 지역 언론 등에 홍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씨는 지난 6월 9일 윤 전 총장이 우당 이회영 선생 기념관 방문 당시 윤 전 총장의 옷매무새를 가다듬어주는 등 바로 옆에서 수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은 전날 토론회에서 이 씨를 모른다고 한 것이다. 유승민캠프는 6일 논평에서 “윤석열 후보의 ‘이병환 씨를 모른다’는 대답은 거짓말”이라며 “6월 9일 영상을 보면 이 씨는 윤 후보를 밀착 수행하며 내빈들에게 인사를 시키고 수시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수행을 했는데 만난 적이 없다는 건 무슨 해괴한 대답이냐”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언급된 노병한 한국미래예측연구소장은 관상가로 알려져 있다. 노 소장은 지난 8월 윤 전 총장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과 식사를 할 때 동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총장은 노 소장에 대해 “딱 한번 봤다”며 “식사하러 갔더니 거기 나오셨더라”고 답했다. 윤 전 총장은 유 전 의원이 ‘후보님과 부인, 장모님이 역술인들을 자주 만나느냐’는 질문에 “저는 그런분들 잘 안 만나고, 우리 장모가 어떻게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라면서도 “아무래도 우리나라 여자분들이 점도 보러 다니는 분들이 계시지 않겠느냐”고 여성들을 싸잡아 말해 논란의 빌미를 주기도 했다. 여기까지가 그 동안 본국 언론을 통해 흘러나온 역술인들이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철딱서니 없는 거짓말이 더 문제
이미 지난해 중앙일보 사주인 홍석현 회장과 만난 자리에도 역술인이 동행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본국 언론에 노출되지 않은 역술인 중 윤 후보와 십수년 이상 인연을 맺어온 역술인은 따로 있다. <선데이저널>이 지난 4월 기사에서 잠깐 언급한 바 있지만 이 역술인은 서울 송파구 신천에 자리 잡고 있는 고령의 역술인이다. B선생이란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 이 역술인은 윤석열 후보의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도 알고 지내며 집안의 대소사를 챙겨 왔다. 특히 윤 후보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까지도 꾸준히 왕래하며 중요한 현안들에 대한 조언을 구해왔다. 특히 윤 전 총장이 사법고시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던 기업인과 함께 방문해 장래 일에 대한 조언을 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역술인은 주로 윤 후보의 운을 사주로 풀어내는데 능한 인물이다.
윤 후보는 수차례 검사를 그만두려거나, 검찰총장직을 그만두려 했지만 그 때마다 수십년 간 알고 지낸 역술인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고 이 역술인이 “기다리면 더 큰 기회가 온다”는 말로 그의 사퇴를 만류했다. 게다가 이 역술인은 윤 후보의 처인 김건희 씨. 스폰서로 알려진 동해전기산업 황하영 사장이나 김 씨의 지인 C갤러리 대표 이 모 씨 등과도 오래 알고 지낸 인물로 그야말로 다른 역술인과 다르게 윤 후보의 개인사까지도 낱낱이 알고 있는 인물이다. 점(占), 역술이라는 것이 한국 사회에서는 널리 통용되는 종교와 같은 것이기 때문에 누구나 만날 수는 있다. 하지만 윤 후보조차도 역술인과의 관계를 떳떳하지 못하게 생각해 거짓으로 변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항문침 전문가 이병환 씨가 버젓이 자신을 수행했음에도 모른다고 해명한 것이 대표적이다. 유 후보 측은 윤 전 총장의 전날 TV토론회 발언을 문제 삼아 “공직선거법 위반일 뿐만 아니라 사퇴를 요구할 수 있는 중대한 사유”라고 날을 세웠고, 윤 전 총장 측은 “치졸한 정치공세”라고 맞받았다.
유승민 캠프 이수희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윤석열 후보는 무엇을 감추려고 자칭 ‘항문침 전문’ 이병환을 모른다고 거짓말을 했나”라며 “그동안 윤 후보와 캠프에서 보인 대응처럼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면 ‘손바닥 왕(王)’보다 더 큰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예비후보인 홍준표 후보 역시 “윤 전 총장은 ‘지지자가 써줬다’고 했는데 윤 전 총장과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이 언론에 그 해명이 거짓말이라고 딱 잘라 이야기를 하더라”며 “한두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지지자가) 그랬다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도자는 거짓말을 절대 하지 말아야한다”며 “차라리 내가 정치를 시작하다보니 초조하고 토론회 나가려다보니 두려워서 그랬다고 이야기 할 순 있다. 무슨 일이 터졌을 때 돌파하는 방법은 정직뿐”이라고 설명했다. 홍 의원은 “윤 후보가 처음 정치판에 들어와서 1일 1망언을 하다시피 했는데 망언 후 해명하는 과정을 한번 보라”며 “제가 보니 계속 (윤 후보는) 거짓해명을 한다. 말에 말이 붙고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는 식이다. 어떤 상황이 터졌을 때 대처하는 방식으로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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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불지 말라’며 큰소리치더니만…
결국 또 사고 친 박지원 국정원장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핏대를 세우며 부인하던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결국 문재인 정부가 만든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의 수사를 받는 불명예를 입게 됐다.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철저하게 차단하겠다고 취임 일성을 내뱉던 박지원 국정원장이 본인부터가 공수처 수사를 받게 되며 직원들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게 되어 버린 것이다.
말뿐인 정치중립, 불법사찰 계속
본국시간으로 10월 6일 공수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시절 검찰의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 제보 관련 수사와 관련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제보사주 의혹 고발 사건을 수사2부(부장검사 김성문)에 배당했다. 윤 전 총장 캠프 측이 지난달 13일, 15일 고발한 사건으로 지난 5일 병합 배당됐다고 한다. 앞서 윤 전 총장 측은 고발사주 의혹이 불거진 이후 제보자 조성은 씨와 박 원장 접촉에 주목, 지난달 13일 이들을 포함한 3명에 대해 국가정보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있다는 취지 고발을 했다. 또 박 원장의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관련 의혹 관련 발언 이후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허위사실 유포로 선거에 부당하게 관여했다는 주장을 하면서 지난달 15일 추가 고발이 이뤄졌다. 공수처는 고발 대상 중 박 원장만 입건했다. 이에 따라 박 원장은 현직 국정원장 신분으로 정치적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사건 관련 공수처 수사 대상에 오르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그간 역대 국정원장을 둘러싼 정치 개입 등 의혹은 숱하게 제기됐다.
또 다수 국정원장들이 전직, 현직 상태에서 수사선상에 올랐고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사례도 적지 않다. 반면 박 원장은 취임 이후 여러 계기에 ‘정치 중립’을 강조해 왔다. 또 “이번 정부 들어 정권의 부당한 지시는 없었으며, 국정원의 정치 개입·불법 사찰은 없었다”는 점을 여러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권력기관 개혁 법률안 의결 합동 브리핑에서 “국정원의 정치 개입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했으며, 지난 7월 취임 1년을 앞두고 직원들에게 정치 중립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긴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비교적 최근에는 8월 27일 과거 국정원의 불법사찰과 정치개입 관련 대국민 사과에서 “철저한 정치 거리두기를 실천하겠다”, “국정원을 다시 정치로 끌어들이는 그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대응해 중립을 지켜가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고발사주’, ‘제보사주’ 공방 관련 수사에서 현직 국정원장인 박 원장이 입건 대상에 이름을 올리는 상황이 벌어졌고 국정원 정치 중립 문제가 다시 세간의 도마 위에 오르게 된 것이다.
박 원장 신병처리 여부 최대관심사
물론 고발에 따른 절차상 입건이 곧바로 박 원장 관여, 국정원 정치 개입 사실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수사 결과 연관성 확인이 어렵다는 결론이 나오거나, 혐의가 없다는 방향의 법원 판단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다만 대선 즈음 불거진 정쟁 사건에서 국정원장이 입건, 관련 내용이 오르내리는 것은 또 다른 국정원의 정치 개입 의혹과 논란을 부르는 불씨이자 이를 증폭시키는 촉매가 될 소지가 적지 않다. 개입 문제가 대선 국면 정치 공세 지점으로 부각될 소지가 있으며, 수사 전개 과정에서 집무실 등을 집행 장소로 하는 강제수사 등이 추진될 경우 국정원 위신과 신뢰도 손상 우려도 존재한다. 향후 박 원장 대상 대면 조사 방식과 시기, 현직 상태에서 조사가 이뤄질지 여부 등도 주목받을 전망이다. 나아가 공수처의 신병 처리 판단 여부 등 또한 적지 않은 관심을 끌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