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빌미로 퇴사 압력’ 소송하자
KBS ‘경비 5500달러 횡령’ 맞소송
KBS뉴욕 현지채용직원이 KBS등을 상대로 뉴욕 주 법원에 고용차별 소송을 제기하자, KBS 측은 해당직원이 사무실 운영비 수천달러를 횡령했다며 맞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KBS측은 소송답변서 및 맞 소송장을 통해 20년간 근무한 이 직원이 6개월간 5천여 달러, 1개월에 1천 달러도 안 되는 돈을 횡령했다고 주장, 일각에서는 KBS가 비정해도 너무나 비정하다는 말까지 낳고 있다. KBS의 맞소송장을 통해 과연 노동법 소송에 어떤 논리로 맞서고 있는지 살펴본다. <안치용 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 KBS는 맞소송을 통해 현지직원의 횡령액중 미반환액 1532달러와 징벌적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지난 7월 30일 KBS뉴욕 현지채용직원이 ‘회사 측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퇴사 압력을 가하고 이에 응하지 않자 횡령혐의를 씌웠다’는 소송을 제기하자, KBS측이 지난 9월 22일 뉴욕주법원에 답변서를 제출하고 이 직원을 상대로 맞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KBS 측은 답변서 및 맞소송장에서 ‘현지채용직원에게 매달 1100달러를 사무실 운영비로 지급하고 이에 대한 관리를 맡겼으며, 이 직원은 이 돈에 대한 지출내역과 영수증 등을 매달 회사 측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KBS측은 ‘이 직원이 지난 2020년 4월부터 9월까지 엉터리 영수증을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4월에 905달러, 5월에 1011달러, 6월에 874달러, 7월에 929달러, 8월에 845달러, 9월에 924달러를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즉 현지 채용직원이 6개월간 사무실 운영비 5488달러, 1개월에 약 9백 달러씩을 횡령했다고 주장한 셈이다. 특히 KBS 측은 올해 4월 이 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사무실운영비 횡령혐의에 대한 해명을 요청했고, 이때 이 직원이 허위영수증을 제출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횡령혐의는 퇴사 압력 합리화 명분
또 ‘이 직원이 횡령액 5488달러 중 3956달러를 이미 반환했으며, 1532달러는 받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즉 현지채용직원이 횡령혐의를 시인했고, 횡령액중 상당액을 이미 반환했다는 주장이며, 이 주장이 맞는다면 더 이상 다툴 것도 없이 KBS의 승리이다. 또 KBS 측은 ‘나이가 많다며 퇴사 압력을 가했다’는 현지채용직원의 주장도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고, 어떠한 형태의 퇴사 압력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직원은 소송장에서 이미 횡령혐의는 자신을 쫓아내기 위한 명분이라고 주장했었다. 이 직원은 ‘KBS가 자신에게 매달 1800달러 상당의 사무실 운영비, 즉 전도금 관리를 맡겼고, 이 돈의 대부분을 식비로 사용했지만, KBS규정상 식비를 운영비의 일정비율이상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식비로 사용한 돈을 다른 비용으로 거짓 기재했으며, 이는 모든 직원이 알고 있으며 양해한 사안’이라고 주장했었다.
▲ KBS는 답변서에서 원고소송기각요청과 함께 원고를 상대로 직원으로서의 신의성실원칙의 위반, 부당이득취득등 3가지 혐의로 맞소송을 제기했다.
양측 화해하지 말고 시시비비 가려야
현지 직원과 KBS 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으며, 사실여부는 재판을 통해 하나하나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은 이 직원이 KBS에서 2001년 2월부터 무려 20년 이상 근무했다는 것이다. 십년이면 강산도 바뀐다는데,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 KBS와 한솥밥을 먹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지금 KBS가 20년 근무 직원이 횡령했다는 돈은 약 5500달러, 단돈 7백만 원이다.
세상이 아무리 비정하고 야속하다한들 20년간 한솥밥을 먹던 직원이 돈 5천 달러를 횡령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나 비정한 일이라는 지적도 낳고 있다. 물론 횡령을 했다면 그것은 처벌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사용규정이 불분명한 전도금 성격의 사무실 운영비를 횡령했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런 성격의 돈은 관리하기가 매우 힘들고,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규정 위반에 걸릴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은 한번이라도 직장 생활을 해 본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20년 한솥밥을 먹던 직원을 상대로 고작 수백만 원을 횡령했다고 고발하는 KBS 측의 태도가 한마디로 슬프기만하다. 하지만 이것이 지금 이 시간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며, 세상이 흘러가는 세태이다. 부디 양 측은 절대로 화해하지 말고 명명백백하게 시시비비를 가리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