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넉넉함을 마음에…’
가을이 오면‘독서의 계절’이라고 말한다. 정말 가을이 독서의 계절일까? 그런데 이곳 미국 한인 사회나 한국 서점가에서는 가을은 통념과 달리 1년 중 책이 가장 안 팔리는 계절이라고 한다. 그렇다보니 한마디로 가을은‘이름 값’을 못하는 계절인 셈이다. 어쩌다가‘가을은 독서의 계절’이 되었을가? 한국의 출판업계에 따르면 가을이 독서의 계절로 규정된 것은 농경문화의 관습에서 유래한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흔히 가을에 독서를 장려하기 위해 쓰이는 사자성어인‘등화가친(燈 火 可 親)’은 그런 관습을 담은 대표적 사례라는 설명이다.
맛있는 시집과 정겨운 수필집
등화가친은 중국 당나라의 대문호인 한유가 아들에게 책읽기를 권장하기 위해 지은 시 ‘부독서 성남시(符讀書城南詩)’에 등장하는 한 구절인데, 한 해 농사를 마쳐 먹거리가 풍성한 가을은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공부하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가을의 넉넉함 덕분에 마음을 쌀 찌울 수 있는 여건도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처럼 독서의 계절로 자리매김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우리 나라의 경우엔 1920년대 일제 문화통치기에 시작된 독서 운동을 직접적 기원으로 보는 주장도 있다. 일본인들이 독서를 즐기는 민족임은 이미 세계에 잘 알려진 이야기다. 우리가 살고 있는 남가주는 일년내내 좋은 날씨이다. 최근에는 이상기온으로 기후자체가 막 나가 는 상태이지만 그래도 어김없이 가을이 오는듯 벌써 가버린 계절이 되곤한다. 여름 철이 가면서 가을 기분 내는 듯 하다가 금방 겨울이 다가온다. 독서를 하는데 딱히 이유를 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최근 아주 맛있는 시집이 손에 들어왔다. 한인사회에서 너무나 잘 알려진 문학예술가 장소현 시인이 8번째로 펴낸 ‘그림과 시’(해누리, 2021)이다. <시로 쓴 미술 이야기>라는 부제가 눈에 뜨인다. 첫 페이지를 펼치니 <그림에서 시를 읽으며…>라는 제목에 이어 “좀 엉뚱한 책을 내놓습니다. 깊이 따지고 보면 이해 못할 일도 아닌데, 우선 겉보기엔 생뚱맞습니다.”라는 글쓴이의 이야기가 나온다. “엉뚱하고…생뚱맞다”라고 했지만 한장 한장 책장을 펼치며 글을 읽으니, 싱싱한 가을 포도의 생큼한 맛보다 더 상쾌한 약수를 마시는 기분이었다. 저녁 먹고 읽기 시작한 책을 잠자리에까지 들고 가서 ‘편하게 읽다가…잠들어야지…’ 했는데, 웬걸 160 페이지 시집을 읽으며… 훑으며 보냈는데 창밖이 희미하게 밝아져 왔다. 정말로 정말로 오랫만에 책을 읽으며 밤을 새웠다. 하나도 피곤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좋은 책을 읽었다는 생각이 온 몸에 건강을 불어 넣었다고 생각했다.
“그림은 사랑이다” 책을 통한 지혜
시인이 이번에 펴낸 ‘그림과 시’에는 제1부 그가 좋아하는 미술가들-고흐, 가우디, 파우카잘스, 로트레크, 피카소, 모딜리아니, 뭉크, 자코메티, 케테 콜비츠, 마크로스크의 그림을 시로 다시 그렸다. 제2부에는 캘리포니아의 한인 화가들-김순련, 안영일, 현혜명, 박윤정, 원미랑, 김진실, 김소문, 박다애, 박혜숙, 최영주, 최윤정, 장정자의 그림들을 시로 읊었다. 제3부에는 고국의 벗들-한운성, 최상철, 박충흠, 윤석원, 오윤, 김승희, 권순철, 김희영의 그림들에 시를 노래 하였다. 마지막 제4부에는 옛날에 솔거의 노송도 등을 포함해 그림들에서 시를 짓는다. 장소현 시인의 ‘그림과 시’는 그림이 시로 쓰여지고, 그림이 시로 노래하고, 그림이 시로 채색이 되어 있다. 그가 접한 화가들과 그림을 통해서 소통하는 대화를 시로 적어 나가니 그 그림들이 더 마음에 다가오고 그림을 통해서 작가들이 우리에게 주고 싶은 말을 장소현 시인은 대변하고 있다. 시인, 평론가, 언론인으로 활동하는 장소현 시인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일본의 와세다 대학원 문학부를 졸업, 시인으로서 <서울시 나성구> <하나됨굿> <널문리 또랑광대> <사탕수수 아리랑> <사람 사랑> <사막에서 달팽이를 만나다> <나무는 꿈꾸네> 펴냈고, 극작가로서 <서울 말뚝이> <한네의 승천> <김치국 씨 환장하다> <민들레 아리랑> <오! 마미> <사막에 달뜨면> <사또> 등 50여편을 미국과 한국에서 공연했다. 그리고 소설집으로 <황영감> 미술책으로 <에드바르트뭉크>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중국 미술 사> (번역), <그림은 사랑이다> 등이 있다. 그는 <고원 문학상>과 <미주가톨릭문학상>을 수상 했다. 현재 미주중앙일보에 문화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우리는 “한 개 주면 정 없다”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 여기 장소현 시인의 책과 함께 박철웅 목사의 수필집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소개한다.
박철웅 목사는 1976년에 미국에 와서 공부도 팽개치고 20대 중반부터 봉재공장을 경영하며 미주 봉제협회 회장으로, 다운타운 라이온즈 클럽 회장으로 평통자문위원으로 사화적인 명성에 얹혀 세상 즐거움에 만끽하였다. 그 길은 세상적으로는 참 멋있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서는 모두가 헛된 것임을 알게 되었고, 마흔이 되어 뒤늦은 신학을 시작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진작 이 길로 갈 걸”이란 후회를 여러번 했다고 한다. 커뮤니티 활동으로는 전현직 평통위원들의 모임인 ‘일사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미주중앙 일보에 칼럼을 게제하고 있다. 박 목사의 ‘‘나눌 수 있는 사람’ 책속에는 무려 85개의 우리 생활에서 부딛히고, 마딱드리며, 압박을 주는 과제부터 과거에는 체험하지 못했던 희열 환희 열정 등등… 그리고 우리들이 평소 애매하게 느꼈던 생활 감정 등등으로 쉽게 소통시키지 못했던 환경들도 쉽게 풀어주는 말씀의 지혜가 담겨 있다. 책을 통해서 지혜를 얻는 것이 가장 싼 비용으로 가장 귀한 보배를 얻는 지름길이다. <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