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바람 부는 대선정국] 절체절명의 사투 ‘패하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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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이라고는 눈곱 만큼도 없는‘파렴치한들의 대선 戰’

‘대장과 왕’…누가돼도
둘 중 하나는 감옥간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이곳 LA 현지 시간으로 11월 4일 최종 결정된다. 국민의힘 경선의 당원 사전투표 참가율이 이미 11월 2일 기준으로 60%를 넘겼을 정도로 국민의힘 후보가 누가될지에 대해 관심이 뜨거운 상황이다.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봤을 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유리해 보이지만 홍준표 의원의 상승세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에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는 상황이다. 후보가 누가 될지 여부는 차치하고서라도 이번 대선은 역대급 난장판 대선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양당의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30%가 넘는다는 것이 이번 대선에 대한 민심이 어떤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선 레이스가 이렇게 흐르기까지는 거대 양당 후보들이 믿음을 주진 못한 데에 이유가 있다. 특히 여당 후보인 이재명 후보와 야당 유력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이번 대선에서 지면 그 다음 정치인생이 불확실 할 정도로 사투를 벌이고 있다. 만약 두 사람 중 누구 하나가 대통령이 되면 나머지 한 사람은 바로 수사를 받을지도 모른다. 홍준표 의원이 대통령이 된다면 두 사람 모두 감옥에 가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질 수 있다. 이미 홍준표 의원은 자신이 대통령이 될 경우 이재명을 감옥에 보내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물론 홍준표 의원 조차도 이런 말을 할 자격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지난주 본지 기사에 잘 나와 있다. <선데이저널>은 그동안 두 사람의 비리 의혹에 대해 오랜 기간 보도해 왔는데, 우려가 현실이 되고 말았다. 후보들이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초유의 대선 레이스를 다시 한 번 짚어봤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이재명10월 7일 현재 여당 경선의 허들을 넘고 본선 링에 오를 것으로 확실시 되는 이재명 경기지사(더불어민주당), 그리고 정권 교체라는 보수 진영의 기대를 끌어안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국민의힘). 두 후보는 모두 ‘관리될 리스크’로 치부하기 어려운 정치적 스캔들의 복판에 서 있다.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 시기에 다급해진 추격자가 1위 후보를 향해 네거티브 공세를 펴는 것은 일종의 통과의례다. 그러나 여야의 유력 주자가 모두 검증의 진흙탕에 빠져 서로의 얼굴에 묻은 검댕만을 가리키는 진풍경은 일찍이 선거사에 없었다. 게다가 두 스캔들 모두 폭발력이 강력하다. 불과 4년 전 부패한 대통령을 탄핵한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믿기 어려운 현실이다.

누가돼도 좋은데 윤석열 만큼은…

이 지사가 치적으로 알려온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의 이면은 ‘대장동 게이트’라는 이름에 맞춤한 대형 개발비리로 얼룩지고 있다. 그가 대장동 개발이라는 중책을 맡긴 산하기관 간부는 구속됐다. “1원도 받은 적 없다”는 해명이 있어도 유권자들의 마음에 의구심이 일렁일 수 밖에 없다. 윤 전 총장은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야권·검찰발 ‘고발 사주 의혹’에 연루돼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의 수사망에 올랐다. ‘검찰총장의 눈과 귀’로 불리며 총장에게 직보하는 수사정보정책관이 관여한 사실이 확인됐으니 이 또한 사건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대장동 게이트의 주요 등장인물이 윤 전 총장의 부친 집을 사들인 사실도 석연치 않은 대목으로 남아 있다. 3·9 대선까진 5개월의 시간이 남았다. 정치의 시공간에선 하룻밤 사이에도 역사가 새로 쓰이지만 대장동 게이트와 고발 사주 게이트, 두 스캔들의 정치적 파장은 쉬 잦아들지 않을 공산이 크다.

어김없이 대선 때마다 유력 후보를 둘러싼 의혹이 제기됐다. 어쩔 수 없이 검·경 수사가 따라붙었다. 1992년 제14대 대선부터 반복된 일이다. 결과적으로 검·경은 매번 유력 대선 후보의 혐의를 털어주거나 수사를 유보하는 결론을 냈다. 2022년 3월 9일 제 20대 대선을 다섯 달 앞두고 검찰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유력 대선 주자를 둘러싼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임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이 야당(당시 미래통합당)에 범여권 인사 고발을 사주한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과 경기남부경찰청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민간업자들에게 특혜를 준 의혹을 수사한다. 여느 대선과 마찬가지로 이번 대선 역시 수사기관이 판을 쥐고 흔들 가능성이 크다.

검찰은 유력주자 친 적 없다

1992년 대선의 초원복국 사건, 1997년 김대중 비자금, 2002년 대선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사건, 2007년 BBK 사건, 2012년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등으로 인해 검찰이 대선판에 끼어들었지만 이 사건들에서 살펴보면 의외로 결론은 간단하게 났다. 검찰이 유력대선 후보를 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대선이 좀 다른 양상이 있다면 공교롭게도 지지율 1, 2위를 달리는 대권 주자 두 사람과 관련한 의혹 수사가 한창이란 점이다. 이 얘기는 곧 대통령이 되지 못 하는 사람은 정치생명을 기약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교도소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이다. 일단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특혜 의혹 사건에 윤석열 전 총장은 고발사주 의혹에 발목이 잡혀 있다. 두 사건이 메가톤급 게이트로 번질지, 관리 가능한 리스크 수준에 머물지는 검찰 수사 의지에 달려 있다.

윤석열두 사건 모두 매일 쏟아지는 내용은 복잡하지만 핵심은 간명하다.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이 묵인 또는 승인, 지시한 앞뒤 정황이 있느냐다. 경우에 따라 두 후보의 책임이 도의적 책임에 그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법적 책임까지 확장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중책을 맡겼던 이들(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 대형 스캔들에 휘말린 이상 ‘정치적 책임’은 피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대장동 게이트’는 이 지사가 성남시장에 재직하던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성남 대장동 민관 공동개발사업의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성남시 쪽이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고 수익을 몰아주도록 배분 구조를 설계했다는 게 의혹의 뼈대다. 전직 언론인 김만배씨가 대주주를 맡은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자산관리와 김씨 지인들이 투자한 업체 천화동인이 4천 억원 넘는 배당금을 챙긴 데 이어 분양 이익도 거두고 있어서다.

구속된 유동규씨는 화천대유 쪽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개발로 챙길 수 있는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사업 협약에 넣지 않는 등 성남시에 재산상 손해를 끼친 혐의(뇌물 수수·업무상 배임)를 받고 있다. 유씨의 구속영장에는 그가 김씨 등으로부터 받은 8억원의 뇌물액이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자금, 이혼 위자료 등을 마련하려 빌린 돈”이라는 게 유씨 쪽의 주장이다. 야당은 “이재명 지사가 설계자고 유동규는 실무자였다”며 이 지사를 배임의 공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대장동 게이트’로 가장 먼저 구속된 유동규씨는 2010년 이재명 지사의 첫 성남시장 선거를 도왔고 이 지사가 경기도에 부임한 뒤엔 경기관광공사 사장직에 올랐다. “산하기관 중간 간부를 측근이라고 하면 측근이 미어 터진다”는 이 지사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거듭 중책을 맡길 정도로 신뢰하는 사이인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이 지사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이 지사에게 배임죄를 물으려면 높은 예상 수익을 성남시에 유리하게 배분할 수 있는데도 이를 포기하는 등 회사(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끼치면서 제 3자에게 이득을 안겨주려 한 정황이 드러나야 한다. 국민의힘 등 야권 일각에선 천문학적인 대장동 개발이익 일부가 이 지사의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이재명 캠프 쪽은 되레 “검찰의 자금 추적이 더디다”고 맞불을 놓고 있다. 거리낄 게 없다는 취지다.

▲ 국민의힘 대선 경선 ‘4강 주자’들. 왼쪽부터 홍준표, 원희룡, 유승민, 윤석열 후보.

▲ 국민의힘 대선 경선 ‘4강 주자’들. 왼쪽부터 홍준표, 원희룡, 유승민, 윤석열 후보.

하락하는 한국 정치 수준

윤 전 총장은 검찰총장에 재직하던 2020년 총선 시기에 검찰 조직을 이용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쪽에 범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의 쟁점 역시 고발장 작성·전달 과정에 윤 전 총장이 이를 인지하거나 보고받았는지 여부다.

보고받거나 지시했다면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 검찰총장의 직계조직으로, 매일 총장에게 직보하는 손준성 당시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고발장 전달 과정에 관여한 사실은 이미 수사에서 드러났다. 최근 공수처가 제보자 조성은씨의 휴대전화를 감식하는 과정에서, 손준성 검사의 사법연수원 동기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조씨에게 전화해 “(윤석열 총장에게 비우호적인 서울중앙지검이 아니라) 대검에 접수하라”고 고발장 접수를 부탁한 통화 녹취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윤 전 총장은 “자기들(손준성과 김웅)끼리는 동기니까 통화할 수 있지만 나는 전혀 보고받거나 알지 못한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러나 고발장에 피해 당사자로 이름을 올린 윤 전 총장에게 보고되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단 지적이 나온다. 수사 결과 두 후보 모두 각각의 스캔들에 연루된 사실까지 확인되지 않은 채 본선에 오른다 해도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선까지 남은 5개월 동안 양쪽 진영의 네거티브 혼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두 후보가 현재 핵심 지지기반인 25~30%의 지지를 받는 점을 고려하면 본선에서 40~50%가량의 중원을 잠식해야 하지만 ‘게이트 정국’이 펼쳐지면서 이미 거친 말싸움만 난무하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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