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작가는 유명미술가 야요이 쿠사마’ 작품 추정
작품 삥땅친 27만 달러로
시카고에 콘도매입 후 파산신청
미술작품 거래대금을 빼돌린 혐의로 검찰에 기소된 뉴욕거주 50대 한인여성은 같은 시기 사기혐의 금액과 비슷한 액수를 지급하고 시카고에 주택을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 여성은 지난 6월 검찰에 고발된 뒤 8월에 전격 파산을 신청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는 시카고의 주택 압류를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여성은 지난해 소득은 2만 달러가 채 안됐지만, 사기혐의 발생 시점인 2019년 소득은 무려 39만 9천여 달러에 달했으며, 한인에게 15만 달러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안치용 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 문씨는 지난 8월 4일 뉴저지 연방파산법원에 챕터 13 파산신청을 했으며, 자산이 51만 8천여 달러, 부채가 15만 7천여 달러라고 신고했다.
뉴욕한인사회에 큐레이터로 알려진 문모씨, 미술품 전문가를 자처하며 한인사회 각종 행사에 얼굴을 내밀었던 문 씨가 지난 10월 19일 2급 절도혐의로 뉴저지 주 버겐카운티 검찰에 체포 돼 기소된 것으로 밝혀졌다. 버겐카운티 검찰은 ‘1967년 11월 생인 문모씨가 10월 19일 사기에 의한 절도혐의로 기소돼 체포됐으며, 법원자진출석을 조건으로 석방됐다. 검찰은 지난 6월 15일 문 씨의 사기혐의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 금융범죄수사부가 수사를 진행했다. 수사결과 문 씨는 브로커로서 미술품 거래를 중개하며 고객의 돈 27만 3천 달러를 가로채 자신의 개인은행계좌에 입금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그 뒤 이 돈을 자신이 통제하는 부동산에 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브로커로서 고객 미술품을 판매한 뒤 대금 27만 3천 달러를 가로채 자신의 부동산 구입에 사용했다는 혐의다.
27만 달러 빼돌려 부동산에 전용혐의
본보 확인결과 문 씨는 2019년 초 뉴욕에 미술품 관련회사를 설립한 직후, 시카고에 주택을 구입했고, 지난 6월 검찰에 사기혐의로 고발당한 직후, 이 주택을 지키기 위해 챕터13 파산신청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설립과 주택구입시기가 사실상 한 달 정도로 비슷한 시기임을 감안하면, 미술품 거래 중개 전부터 거래 금액을 가로채려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카고 지역을 관할하는 쿡카운티 등기소에 따르면 문 씨는 지난 2019년 2월 11일 시카고 샌드버그테라스의 한 콘도를 27만 2500달러에 매입한 뒤 2월 22일 소유권 등기를 마친 것으로 밝혀졌다. 매입인은 문 씨의 영문이름과 정확히 일치했다. 특히 이 콘도매입금액 27만 2500달러는 검찰이 밝힌 문 씨의 사기혐의 금액 27만 3천 달러와 사실상 동일하다. 또 문 씨는 매입 당시 은행 모기지 대출을 얻지 않고 매입금액 전액을 자체 조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즉 검찰이 문 씨가 사기혐의로 얻었다고 주장하는 부당 이득 전액이 시카고 콘도매입에 투입됐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 뉴저지 버겐카운티검찰은 지난 10월 19일 문씨를 미술품거래대금 27만 3천 달러 절도혐의로 체포, 기소했다고 밝혔다.
문 씨는 콘도매입 약 10개월이 지난 2019년 11월 26일 뉴밀레니엄 은행에서 이 주택을 담보로 7만 5천 달러를 대출받았으며, 모기지 대출 서류를 2019년 12월 22일 쿡카운티 등기소에 등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더욱 놀라운 것은 문 씨가 지난 8월 4일 뉴저지연방파산법원에 챕터13 파산신청을 했다는 사실이다. 챕터 13은 완전파산인 챕터7과는 달리, 채무동결 또는 연장을 받아 본인이 소유한 주택 등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일종의 회생신청이다. 문 씨는 이 신청서에서 자신의 자산은 51만 8천여 달러, 부채는 15만 7천여 달러라고 밝혔다. 문 씨는 이 챕터13 신청서에서 자신이 시카고 샌드버그테라스의 콘도를 소유하고 있으며 이 콘도의 가치는 30만 달러라고 밝혔다. 그러나 문 씨는 이 콘도가 추적당할 것을 우려한 때문인지, 601호임에도 불구하고, 파산신청서에는 콘도의 호수를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문 씨는 이 콘도 외에 체이스은행 401K 은퇴연금이 20만 달러, 체이스은행 체킹예금이 1만 2천 달러 등이라고 기재한 것으로 확인돼 적지 않은 은퇴연금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또 문 씨는 렌트수입이 월 3600달러라고 밝혀, 시카고 콘도를 임대해주고 월 3600달러를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월 3600달러 정도의 렌트라면 시카고에서는 비교적 괜찮은 수준의 콘도로 볼 수 있다. 문 씨는 부채 부문에서 한인으로 추정되는 최모씨에게 15만 달러의 무담보채무가 있다고 밝혔다. 또 신용카드 빚 등이 있다고 밝혔다. 과연 최모씨가 누구인지, 무담보 채무의 구체적 이유 등에 대해서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최모씨가 미술품 거래 대금을 받지 못한 피해자인지, 아니면 문 씨가 개인적으로 돈을 빌린 제3의 채권자인지 알 수 없다.

▲ 문모씨는 지난 2019년 2월 11일 콘도매입때는 모기지 없이 매입액 전액을 스스로 조달했으나, 지난 2019년 11월 26일 뉴밀레니엄뱅크에서 콘도를 담보로 7만 5천 달러를 대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파산신청서에서 콘도 매입 시인
챕터신청서에서 눈에 띄는 것은 문 씨의 소득이다. 문 씨는 2020년 수입은 1만 8천여 달러라고 신고한 반면, 2019년 수입은 39만 9265달러라고 기재했다. 2019년은 시카고의 콘도를 27만 2500달러에 매입한 시점으로, 사기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이다. 2019년 수입의 상당부분이 검찰이 주장하는 범죄 수익일 가능성이 큰 것이다. 특히 문 씨는 자신이 2019년에는 맨해튼의 ‘프리 아트존 인터내셔널’이라는 회사에서 근무했다고 밝혔다.
본보확인결과 이 회사는 2019년 1월 15일 뉴욕 주에 설립됐으며, 지난 10월 29일 현재 뉴욕 주에 연례보고서 등을 제대로 내지 않아 강제 청산 위기에 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미술품 관련회사 설립일은 2019년 1월 15일, 시카고 콘도 매입일은 2019년 2월 11일이다. 사기범죄 발생 추정 시기에 회사설립 불과 26일 만에 시카고 콘도를 매입한 것으로, 사전에 매입할 부동산까지 알아둔 뒤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문 씨는 지난해에는 루즈벨트시니어센터에서 약 6개월간 일했다고 밝혀, 미술품 관련회사는 2019년 콘도 매입 뒤 운영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 문씨는 2020년 소득은 만 8천여 달러인 반면, 사기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2019년 소득은 39만 9천여 달러에 달했다.
문 씨가 신청한 챕터13 파산 신청은 무담보 채무가 39만 4천여 달러 이하, 담보 채무가 118만 달러 이하이며, 규칙적인 소득원이 있는 사람이 회생을 신청하는 절차다. 즉 파산 신청과 달리 비교적 고소득이며 자산이 많은 개인이 3-5년간 채무를 나눠서 상환하게 하고 일부 채무를 탕감하게 해달라는 것으로, 특히 주택압류를 방지하기 위한 파산으로 잘 알려져 있다. 즉 문씨는 시카고 콘도를 사기피해자로 부터 지키기 위해 챕터13을 신청한 것으로 추정된다. 문 씨가 과연 누구의 미술품을 거래하며 대금을 가로챈 것인지는 아직 명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술계에서는 문 씨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인 여성 설치미술가 야요이 쿠사마의 작품이라는 설이 파다하다.
야요이 쿠사마는 올해 5월 뉴욕에서 1950년대 및 1960년 대 작품 11점을 경매, 당초 예상가인 880만 달러의 두 배에 달하는 1520만 달러에 낙찰될 정도로 인기가 있는 작가이다. 1929년 생으로 2019년에는 90세여서 아무래도 작품매매를 꼼꼼하게 챙기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문씨는 자신이 영국 런던의 크리스티에서 미술 행정을 공부했고, 코토드 인스티튜트에서 20세기 미술사를, 골드스미스에서 미술사 및 시각문화 비평을 전공했고 파슨스대학에서 강의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 씨는 현재 이 같은 사기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실여부는 재판 과정을 통해 정확히 드러날 것이다. 문 씨가 파산신청까지 하면서 지키려는 시카고 콘도를 과연 사수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