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총회 北 인권결의안에‘국군포로’처음 반영됐는데도…
문재인 정부 또 불참하다
올해 연말 유엔 총회에서 채택하게 될 북한인권결의안 초안에 국군 포로의 인권 탄압을 우려하는 내용이 사상 처음으로 들어갔다. 유엔 193개 회원국 전체의 총의를 모으는 문건에 국군 포로 관련 내용이 반영된 것은 이 문제가 한국 내 일부 인권 단체의 관심사를 넘어 국제사회 전체의 관심사로 부각된다는 의미가 있다. 인권 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의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7일“국군 포로 문제 해결에 미온 적인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의미가 담겼다”고 했다. 유엔 총회에서 인권 문제를 다루는 제3위원회가 지난 6일 웹사이트에 공개한 결의안 초안을 보면“미송환 전쟁 포로(국군 포로)와 그 자손들에 대한 지속적인 인권침해에 우려를 표명한다”는 문구가 삽입됐다.
문 정부 2019년부터 3년째 불참
앞서 지난 3월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도 같은 내용을 담은 북한인권결의가 채택됐다. 외교 소식통은 “같은 내용이라도 인권에 특화된 기구에서 채택하는 것과 유엔 회원국 전체의 뜻을 모으는 총회 에서 채택하는 것은 천양지차”라며 “국군 포로 인권 문제의 심각성에 국제사회 전체가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1953년 7월 정전협정 이후에도 조국에 돌아오지 못한 국군 포로는 5만~6만명에 달한다. 상당수 국군 포로와 가족들이 북한 각지의 광산에 흩어져 대를 이어 강제 노동에 내몰리는 것으로 알려 졌다. 이 같은 실상을 평남 개천군 조양탄광에서 목격했다는 탈북자의 증언이 지난 6월 공개 되기도 했다. 국방부는 정확한 규모도 파악하지 못한 채 이들을 모두 전사자로 처리했다. 1994년 고 조창호 소위의 귀환을 시작으로 2010년까지 총 80명의 국군 포로가 돌아왔지만 대부분이 자력 탈출 이거나 인권 단체의 도움을 받은 경우다. 정부 차원에서 북한에 송환을 촉구하거나 유엔 등을 통해 송환 여론을 조성하는 등의 활동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북한인권결의안 초안에는 이 밖에도 “안보리에서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가 북한 상황에 대해 브리핑할 것을 권고한다” “유엔 회원국들에게 북한 내 국제 범죄 용의자의 수사·기소를 권고한다” “북한 정부가 고문·학대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등의 내용이 처음으로 반영됐다.
이번 초안 제출에는 유럽연합(EU), 일본, 캐나다 등 35국이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했다. 한국은 2008년부터 공동 제안국으로 참여하다 2019년부터 3년째 불참하고 있다. 국민의힘 조태용 의원 등 야당 의원 12명은 지난 5일 한국 정부가 유엔 총회 북한인권결의안 공동 제안국에 참여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제3위원회에서 결의안을 처리하기 전까진 공동 제안국에 참여할 기회가 있다. 한편 한국교회언론회(대표 이억주 목사, 이하 언론회)가 “유엔총회 북한인권결의안(초안)에 국군포로 반영을 환영한다”면서 “한국 정부는 유엔총회 북한인권결의안에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정권 눈치보기 급급한 문 정부
언론회는 8일 논평을 통해 “북한의 인권유린은 세계에서 으뜸”이라고 먼저 지적하고, “올해도 유엔 총회에서 인권 문제를 다루는 제3위원회는 북한인권결의안 초안을 공개했는데, 특히 주목할 것은 국군 포로에 대한 것을 명시했다는 점이다. 이에 의하면 ‘미송환 전쟁 포로(국군 포로)와 그 자손들에 대한 지속적인 인권 침해에 우려를 표명한다’고 했다”면서 “그동안 국군 포로에 대한 피해자 가족과 시민단체의 인권 문제와 송환 요구가 있었으나, 정부 차원에서 제대로 해결된 것은 없었다. 참으로 애석한 일”이라 했다.
이어 언론회는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6·25 전쟁이 끝난 이후에 돌아오지 못한 국군(포로)은 5만 명 이상으로 추산하는데, 그들이 북한 당국에 의하여 인권유린을 당하는 것이 자명함에도 정부의 노력과 북한 당국의 협조는 없었다”고 지적하고, “오히려 북한 당국은 국군 포로 자체를 부인해 왔지만, 1994년 고 조창호 소위의 귀환으로 기정사실화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 차원에서 이에 대한 강력한 논의나 송환은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언론회는 “이런 문제는 가장 먼저 한국 정부가 나서야 하는데, 그나마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부터 유엔에서 북한인권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지만, 문재인 정부인 2019년부터는 아예 불참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올해에도 유럽연합(EU) 일본, 캐나다 등 35개국이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지만 우리 정부는 쏙 빠졌다. 자기 국민을 보호할 의지가 없는 정부, 가해자의 눈치나 보는 정부를 어떤 국민 들이 신뢰하겠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이것은 엄밀히 북한의 눈치를 볼 사안도 아니고, 평화 ‘운운’ 하면서 그분들의 고귀한 생사 문제와 인권을 희생시켜야 할 일도 아니”라며 “유엔은 북한인권결의안(초안)을 통해 ‘북한 정부가 고문·학대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하는데, 우리 정부는 여전히 함구하고 있는 모습이 안타 깝다”고 했다. 언론회는 “우리 정부는 이제라도 유엔에서 결의하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참여하여 북한 주민 인권과 국군 포로 인권의 소중함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한국은 인권 변호사 출신 의 대통령이 있고, 동성애 등 소수자의 세세한 인권까지 강조하는 정부가 왜 가장 중요한 국군포로 들에 대한 인권유린 상황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정부의 할 일은 국가를 위해 목숨 바친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고, 국제사회로부터 인권 무시 국가로 오해받지 않는 것이다. 정부가 정작 눈치를 보아야 할 곳은 우리 국민과 인권의 소중함과 가치에 대한 절대평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