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도…유동규도…’ 대장동 사업 구속자들의 ‘물귀신 작전’
‘내가 감옥 가면, 당신도 가야 된다’ 경고
민간 기업에 1조원상당의 이득을 안긴 혐의로 구속된 대장동 사업의 핵심인물 ‘유동규의 체포직전 통화자는 누구?’ 모든 정황은 이재명 후보 쪽으로 향하고 있다. 그것도 복심 중 복심 쪽으로 가고 있다. 공인측근인 정진상부실장의 통화사실이 확인됐지만, 또 한명이 더 통화를 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 통화자가 드러나면 이지사가 후보직을 내려놔야 할 것’ 이라며 메가톤급인물임을 시사하자, 유승민 캠프의 이기인 성남시의원은 ‘통화자가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라는 제보가 여럿 있다’며 김혜경 씨를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그리고 이 언급 이틀 뒤 공교롭게도 김혜경 씨가 낙상으로 병원응급실에 실려 가는 일이 발생, 호사가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또 이 후보의 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등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단순한 비서가 아니라 문고리 집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P모씨도 통화를 한 인물이라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이 후보는 정진상부실장의 통화 사실을 들어서 알고 있다고 주장한 반면, 정 실장은 이 후보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며 엇갈린 주장을 하면서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어찌된 전후사정인지 <선데이저널>이 추적해 보았다. <특별취재반>
이재명 더불어 민주당 대선후보가 측근 중 측근으로 인정한 정진상 민주당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 공사 기획본부장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직전 유본부장과 통화한 사실이 밝혀졌다. 사법 당국은 유전본부장 휴대폰 통화내역 분석결과 9월 29일 압수수색 직전 정실장과 통화한 내역을 확인했으며, 그 뒤 검찰이 원룸에 들어오자 창밖으로 휴대폰을 던진 것으로 드러났다. 유전본부장이 이처럼 휴대폰을 창밖으로 던져 폐기하려 했던 것은 통화내역을 감추기 위한 것으로, 그만큼 통화한 사람이 스모킹건이 될 수 있는 사람임을 의미하며 그 통화자중 한명이 이재명도 공인한 측근 중 측근이었다.
마지막 통화자는 이재명 부인 김혜경?
대장동 일타강사를 자처한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국민의 힘 대선후보 경선토론에서 여러 차례 유전본부장이 압수수색전 이 후보 측근과 통화했다고 주장했고, 이 후보는 유전본부장이 자살을 기도했다며, 누구도 알지 못한 사실을 말함으로써 우발적으로 논란에 불을 지피면서 원 전지사 주장에 힘을 실어줬고, 마침내 지난 3일 정진상부실장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남으로써 원전지사 주장이 사실임이 입증된 것이다. 하지만 정진상 부실장 외 또 다른 인물도 유전본부장 압수수색전 장시간 통화를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통화를 한 사람이 이 후보의 부인인 김혜경 씨 또는 이 후보의 집사로 알려진 P모씨라는 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원전지사는 유전본부장과 정부실장의 통화사실이 알려진 뒤, 더 충격적 사실을 주장했다. 원 전지사는 지난 3일 오전 ‘유전본부장과 통화한 사람이 정부실장 외에 한명 더 있으며, 이 사람도 이 후보의 복심’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의 복심을 알아야 하고, 유전본부장을 달랠 수 있어야 하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제 2의 인물이 밝혀지면 파장이 큰 정도가 아니라, 이 후보는 아마 후보를 내려놔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측근 중의 측근보다 더 메가톤급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그 메가톤급 인물은 누구일까, 일단 이 후보의 측근부터 한명한명 집어보자. 이 후보의 측근은 이른바 성남-경기라인을 들 수 있으며, 이들은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 및 경기지사시절 비서실에서 일하며 인연을 맺은 인물들이다. 이 후보는 지난 10월 3일 경기도청 간담회에서 ‘유동규가 핵심측근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정진상, 김용 정도는 돼야 측근이라고 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정진상, 김용이 이 후보 공인 측근 중 측근인 셈이다. 경선캠프 비서실 부실장을 지낸 정진상 전 경기도 정책실장은 1995년 성남시민모임 때부터 이 후보를 알았으며, 정무- 정책적 판단을 담당하는 좌장으로 꼽힌다. 경선캠프 총괄 부본부장인 김용 전 초대 경기도 대변인은 성남시의원 출신으로 이 후보의 입으로 꼽힌다.
이재명 복심들의 오리발 커넥션
김현지 전 경기지사 비서실 비서관도 이 후보와의 인연으로만 따지면 최장기간 이 후보를 모신 사람으로 평가된다. 정진상 부실장과 마찬가지로 성남시민모임, 성남참여자치 시민연대 사무국장등을 지내면서 이 후보를 알았다. 김남준 캠프 대변인은 성남지역 언론에 종사하다 이 후보에게 발탁됐으며, 이 후보의 복심으로 꼽힌다. 이 후보는 ‘김남준이 말하면 내가 한 말로 이해해도 좋다’고 말할 정도로 신뢰를 표시했다. 공인 복심은 김남준인 셈이다. 캠프홍보담당인 김지호 비서관 역시 비서실 출신 측근으로 꼽힌다. 이외에 이재강 경기도 평화부지사, 이화영 전 국회의원, 이한주 전 경기 연구원장 등도 측근으로 언급되지만 비서실출신에 비하면 속을 털어놓을 정도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접근성은 있지만 마음까지 나눌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비교적 공인된 측근이라면 정진상, 김용, 김현지, 김남준등으로 압축할 수 있다. 일단 통화 사실이 밝혀진 정 부실장 외에 공인측근으로 꼽히는 김용 전 경기도 대변인은 일단 통화자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복심 통화의혹을 제기했던 원전지사 측이 김용 전 대변인은 아니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김현지 전 비서관은 ‘유전본부장이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지냈기 때문에 알기는 한다. 하지만 그가 전화번호를 바꿔서 연락할 방법도 이유도 없다’고 부인했다. 또 김남준 캠프대변인은 ‘유전본부장에게 연락한 적이 없다. 캠프 안에는 없는 듯 한데, 원 전지사 측에서 시원하게 먼저 말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측근 중 측근으로 꼽히는 성남경기라인은 일단은 배제되는 분위기다. 여기서 이 후보의 복심 중 복심으로 꼽히는 두 사람에 대해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 및 이 후보의 수행비서 출신인 P씨이다. 유승민 후보캠프 대변인으로 활동한 이기인 성남시의원은 지난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유동규 체포 전 정진상 이외에 이재명 후보의 아내인 김혜경 씨와 통화했다는 제보가 여럿 있다. 아마 맞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의원은 ‘이재명에 염증을 느낀 성남의 전직 민주당원들에 따르면 김혜경과 유동규의 부인이 같은 교회 집사로 활동하면서 오랫동안 가깝게 지냈다고도 하고, 김혜경이 유동규를 각별하게 챙겼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이재명과 직접 통화하기보다 김 씨와 연락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나 저러나 특검이 답’이라고 말했다.
누구도 몰랐던 유동규 자살설도 첫 언급
바로 이 부분에서 지난 4일 원 전지사의 주장이 소환된다. ‘제 2의 인물이 밝혀지면 후보를 내려놔야 한다’는 원 전지사 주장을 곱씹어 보면, 후보사퇴를 초래할 정도의 인물이라면 후보의 부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 의원은 이 후보의 아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면서도, 뒤에는 특검이 밝혀야 한다는 식으로 말을 함으로써, ‘아무말 대잔치’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 후보 측도 ‘확인해 볼 가치도 없다. 황당할 뿐이며 그냥 막 지르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이의원이 ‘김혜경 설’을 제기한지 이틀만인 8일 밤 공교롭게도 김혜경 씨가 낙상,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는 바람에 이 후보는 지난 9일 일정을 전면 취소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 측은 ‘김 여사가 지난 9일 새벽 1시쯤 집에서 구토와 현기증, 일시적 의식소멸에 따른 낙상으로 119구급대에 의해 분당 모병원 응급실로 긴급 이송됐고 열상부위 봉합수술을 한 뒤 9일 낮 12시 퇴원, 집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아내를 돌 볼 사람이 없어 일정을 취소하고 병간호를 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일부에서는 이 의원의 폭로에 따른 충격이라는 뒷말도 낳고 있다. 어쨌거나 대선국면에서 이 후보 부인에 대한 최초의 공격이 시작된 시점에서 낙상이라는 부상을 입은 셈이다. 김혜경 씨 외에 또 한명의 인물 P씨, 익명을 요구한 정통한 소식통은 ‘이 후보의 형 이재선 씨와 부인, 자녀 등에게 막말을 한 것으로 잘 알려진 P씨가 유전본부장과 통화를 한 인물이며 이를 우연히 들은 P씨 지인이 원 전지사 측에 제보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P씨는 10여년 전 성남시장 수행비서로 이 후보와 인연을 맺었으며, 2010년대 중반 마을버스 증차와 관련,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었다. P씨는 현재 이 후보 대선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복수의 관계자가 증언했다. 특히 이재선씨 측은 P씨가 자신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는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로 가득 찼다고 주장했다. P씨는 약 5년간 이 후보를 밀착 수행했고, 이 후보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형님 문제에도 관여, 집사로 꼽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공인측근을 능가할 정도의 복심으로 꼽힌다. P씨는 현재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실장은 지난 8일 연합뉴스에 자신과 유전본부장의 통화와 관련, 이 통화내용을 이 후보에게 따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구속된 유 전 본부장의 물귀신 작전
이 후보는 두 사람의 통화사실을 ‘나중에 들었다’고 말했지만, 정부실장은 이후보가 어떻게 알게 됐는지 모르며, ‘그건 후보님께 물어보셔야 한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이후보가 과연 누구에게 통화사실을 들었는지 궁금해질 수 밖에 없다. 정 부실장이 아니라면, 유 전본부장과 정 부실장의 통화를 아는 또 다른 사람이 이 후보에게 이를 전했다는 이야기이며, 이 후보에게 말을 섞을 정도라면 측근일 가능성이 큰 것이다. 즉 또 다른 이 후보의 측근이 관련돼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특히 이 후보는 지난 10월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유전본부장에 대해 ‘들은 바로는 지난해부터 이혼문제로 집안에 너무 문제가 있다고 한다. 압수수색당시에 침대에 들어 누었다는 보도가 있던데, 당시에 자살한다고 약을 먹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유 전본부장에 대한 압수수색은 9월 21일 실시됐고, 그 뒤 이 후보의 발언 전까지 1개월 동안 자살시도 등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 후보는 언론 등에도 보도되지 않았던 내용을 국정감사에서 말했고, 이는 이 후보와 유 전본부장 측과 핫라인이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낳기에 충분했다. 이 후보에게 유전본부장과 정부실장의 통화를 알려준 사람, 이 후보에게 유전본부장이 압수수색 때 자살을 시도했다고 말해준 사람, 바로 이 측근이 김혜경 씨 또는 P씨라는 의혹이 집중되는 것이다. 또 하나 만약 검찰이 유동규과 정진상 통화사실을 유출시키지 않았다면, 유 전본부장 쪽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실장 또는 이 후보 측으로서는 이를 꼭꼭 숨기려 했을 가능성이 크므로, 검찰을 배제하면 자연스레 유 전본부장 쪽을 소스로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렇다면 정부실장 통화 공개는 유전본부장의 이후보측에 대한 경고메시지로 볼 수 있다.
김만배, 이재명에 경고 메시지 날려
유 전 본부장이 이후보 측에 ‘똑바로 하라. 나를 살려라’하는 메시지를 전한 셈이다.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 역시 야릇한 경고를 날렸다. 김 씨는 지난 3일 두 번째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앞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내가 배임이라면 그분도 배임’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여기서 그분은 이재명 후보를 뜻한다. 이재명 후보와 한 몸임을 강조한 것이며, 내가 배임혐의 유죄가 인정돼 감옥에 간다면 이후보도 감옥에 가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섬뜩한 말이다. 김만배 역시 이 후보에게 ‘똑바로 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대장동개발사업 비리로 구속된 관련자들이 잇따라 이 후보에게 경고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멀쩡한 사람도 스트레스를 받고 낙상할 수도 있는 일이 이 후보에게 집중되고 있는 셈이다. 유동규가 제2의 통화자를 밝힐까, 아마도 자신에 대한 생명보험으로 당분간 묻어둘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생명이 위협받는다고 판단되면 보험을 들이댈 것이다. 이번 대선의 최대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