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국내에는 한국전쟁(Korean War)을 기념하는 기념물과 상징물이 수도 워싱턴DC의‘한국 전기념공원’(The Korean War Veterans Memorial )등을 포함해 139개(2010년 통계)나 된다. 그 기념물 중에 한국전에서 전사한 미군 장병 36,591명의 이름을 모두 새겨 논 기념비는 아직까지 없었는데 이번 OC 한국전기념비(OC Korean War Memorial)가 최초였다. 한편 워싱턴 국립공원에서는 지난 3월부터‘한국전 기억하는 벽’(Korean War Veterans Memorial Wall of Remembrance)에 전사자 명단을 모두 새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지난 11일‘재향군인의 날’(Veterans Day)을 맞아 오렌지 카운티 한국전기념비건립위원회(이하 건립위, 회장 노명수)가 플러튼시 힐 크레스트 공원에서 개최한 기념비 제막 행사는 5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루었으며, 한국전쟁이 더 이상“잊혀진 전쟁”(Forgotten War)이 아니며, 한국과 미국은‘더 굳건한 한미동맹’의 관계를 다짐하는 행사 였다. 이날 11일은 한국에선‘유엔 참전용사 국제 추모의 날’이 었다. <성진 취재부 기자>
이날 제막된 기념비는 총 건립 예산 72만 달러를 400여명에 달하는 LA와 OC동포와 동포단체를 포함한 한인사회와 한국측 건립위원회(위원장 이경희), 그리고 한국국가보훈처가 전체예산의 30%를 지원으로 이뤄졌다. 한국전 참전용사이며, 이번 OC기념비에 초창기에 1만 달러를 기탁해 모금 운동에 활력을 불어 넣은 전시사관학교인 육군종합학교미주전우회 (LA Alumni Association of R.O.K. Military College)의 정용봉 박사는 “LA와 OC에는 한국전 기념비가 없었는데 오렌지 카운티에서 기념비가 세워졌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입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식장에서 17명의 귀빈들이 나서서 역사적인 기념비 제막을 축하했는데, 순서에 따라 한인 사회와도 친근한 샤론 퀵 실바 가주하원의원이 마이크 앞에 한 여학생을 동반해 나왔다. 실바 주 의원은 “오늘 역사적인 날에 내가 하는 인사 대신에 한국에서 온 소녀에게 인사할 기회를 주고 싶다”면서 그녀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 인천에 살고 있는 중학생 2년 라지안이라고 합니다.”라고 또렸한 영어로 인사를 하자 장내가 그녀에게 시선이 집중됐다. 불과 3분 정도의 인사말(별첨 참조)에 기념식장의 사람들은 감동의 물결로 박수가 쏟아졌다. <미국의 청년들은 우리나라를 위해 소중한 젊은 생명을 희생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젊은 세대 들은 이런 사실들을 모릅니다. 한국전쟁이 나날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고 있는 지금, 저는 다시 한번 이 전쟁에 목숨을 바친 미군과 그 가족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 나라에 자유를 되찾는 데 도움을 준 분들에게 이 전쟁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이번 행사에 참여하여 제 작은 기부를 잊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 이 중학생 2년생 13세 소녀가 이날 기증한 액수는 무려 5천 달러였다. 자신이 오랫동안 저축한 3천 달러와 할머니에게 빌린 2천 달러를 합한 것이다.
이 소녀는 건립위원회 한국 측 백대기 명예위원장의 손녀 딸이다. 할아버지를 따라 한국에서 진행 된 OC한국전 기념 비 모금 관련 모임에 갔다가 할아버지 친지들이 대화하는 중에 ‘미국의 청년들 이 한국전쟁에서 4만 여명이 피를 흘려 대한민국을 구해냈다’라는 얘기에 충격(?)을 받았다. 그녀는 이번 기념식에 참석하는 할아버지와 함께 자신의 비용으로 미국행을 할 것이며, 또한 자신 이 저축한 돈을 기넘비 건립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건립위 박동우 사무총장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박총장은 이같은 사연을 받고 감동해 ‘이 소녀를 기념비 행사에 초청하여 인사 시키는게 어떤가’라며 건립위원회에 건의했다. 하지만 기념식을 주관하는 관계자가 ‘이번 행사에 고위급을 초청 추진 하는 중이므로 행사의 흐름에서 이 소녀의 등장은 행사 취지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것’ 이라며 거부했다. 나중에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샤론 퀵 실바 가주하원의원은 “소녀의 이야기는 너무나 감동적 이다”면서 “내가 기념식에서 연설하는 내 시간을 이 소녀에게 주고 싶다”고 밝혀, 라지안 양이 마이크를 잡을 수 있었다. 이 같은 차세대가 한국전의 의미를 담고 미국 땅을 밟았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OC한국전기념비는 “잊혀진 전쟁”에서 진정 “기억해야 할 역사”로 새로 태어난 것이다.
“직접 감사하고 싶어 미국 땅에 왔습니다”
이날의 OC한국전기념비는 미국내 한국전 참전비 중 최초로 전몰장병의 이름을 모두 새겨논 역사 를 이룩했지만, 아쉬운 면도 많이 남겼다. 이날 건립위원회 임원들은 제각각 VIP들과 자신들과 관련된 사람들과 만나는데 관심을 보였고, 행사장에 온 일반 참석자들에 대한 관심은 적었다. 또한 이날 한미 취재진들도 많았는데 이들에 대한 홍보 안내는 거의 제로 상태에 가까웠다. 미주류의 한 취재 기자는 본보 기자를 만나 간접 취재를 하는 형편이었다. 이날의 행사 의미나 규모로 보아 당연히 ‘Press Center’를 설치 했어야 했다. 이날 날씨가 이상기온을 보여 90도를 넘나드는 폭염이었는데 이에 대한 주최 측이 사전 예방 조치 가 부실했다. 마스크를 착용치 않은 사람들도 많았다. 이들에 대한 방역 조치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적어도 행사장 주변 곳곳에 병물이나 세정제 등을 갖추어야 했었다. 이날 한국전기념비를 건립했는데 현장에 한국전쟁에 관한 안내판이 부실했다. 기념비 주변 2-3곳에 작은 안내판에 단편적인 한국전쟁 관련 사진들과 안내문이 전부였다.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들이 적어도 ‘한국전쟁’(Korean War)과 미군의 참전의 역사적 의미 정도는 볼 수 있는 안내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날 식장에는 많은 향군 관계자들이 참석했고, 특히 6·25 참전 한미 생존 용사들도 50여명 이상이 가족들과 함께 참석했는데 이들에 대한 안내와 예우가 미흡했다. 이들이 모두 노령이라 이들에 대한 보호와 안전에 만전을 기했어야 했다. 기온이 90도를 치솟는 중에 참석자들 중에 기력이 약해 쓰러진 사람도 생겨날 정도인데 행사장에 응급 위생 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이날 행사장에 자원봉사를 위해 나온 청소년들이 수 십 명이었지만, 이들은 모두 한군데 모아 있어 실질적으로 행사장에 참석한 한인과 미국인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다.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사전 계획이니 봉사활동이 크게 부실했다. 행사가 끝날 즈음 기념품을 배포하는데 이들 봉사자들 은 길게 양쪽으로 정열하여 마치 기념품을 받는 사람들이 무슨 수상자라도 되는 양 안내하는 이상한 행태(?)를 보였다. 자원봉사자들을 수십명이나 모아 놓고는 효율적으로 봉사 활동을 펴지도 못해 참여한 학생들은 과연 어떤 심정이었을까? 그리고 주최측은 행사 중간마다 ‘좋은 기념품을 준비했으니 꼭 챙겨 가시라’고 여러 차례 선전(?) 방송을 하는바람에, 사람들은 무언가 특별한 기념품이 있는가 해서 열심히 긴 줄을 서서 기념품 안에 특별(?)한 것을 기대했으나, 기념품 가방 속에는 호도과자와 기념 타올 그리고 덮게가 전부였다.
90도 폭염속에 치루어진 감동의 제막식
이날 기념식은 오후 1시 8분에 정식으로 시작했다. 기념사와 축사 등등 마이크를 잡거나 영상으로 인사한 사람들만 무려 17명이었다. 이들의 인사나 축사 순서가 모두 끝나기까지 무려 2시간 동안 이나 참석자들은 비슷(?)한 이야기들을 들어야 했다. 그런데도 사회자들은 매번 “큰 박수를 부탁 드립니다”를 강요(?) 했다. 이날 오후 1시 플러튼시 힐 크레스트 공원에서 개막된 기념식에서 한미 양국 대통령은 기념식장에 나란히 축하 메시지를 보내 한국전기념비 건립을 축하하면서 미군 전사자의 희생을 기렸으며, 한국전에 참전한 국군과 미군을 포함 UN참전국 장병들의 희생에 감사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한국전에서 전사한 영웅들에게 영원한 빚을 졌다(Our Nation is forever indebted to our fallen heroes of the Korean War)”며 “이 중요한 기념비는 자유와 정의, 민주 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희생한 한국전 참전용사의 희생에 경의를 표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바이든 대통령은 강석희 상임고문이 낭독한 메시지에서 “우리는 그들에게 진 빚을 결코 완전히 갚을 수는 없지만, 이 기념 비는 우리가 그들을 기리는 것을 절대 잊지 않겠다는 징표”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경재 LA 총영사가 대독한 메시지에서 “한국전에 참전했던 미군 전몰장병 이름 을 모두 새긴 기념비가 마침내 우리 앞에 우뚝 섰다”며 “오늘 우리는 또 하나의 한미동맹 이정표를 굳건히 세웠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조연설에 나선 월터 샤프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한미동맹은 한국군과 미군, 유엔군 희생의 토대 위에서 만들어졌고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동맹”이라고 강조하면서 한국말로 “같이 갑시다! (We go together)”라고 외첬으며, 한국군 합참의장을 지낸 정승조 한미동맹재단 회장도 “이번 기념비는 한미동맹의 가치와 중요성을 보여준다”며 “같이 갑시다”라고 화답했다.
이날 스티브 강씨와 낸시 윤의 공동사회로 진행된 기념식에서 노명수 OC한국전기념비건립 위원회장은 “한국전이 끝난지 71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미군들의 희생과 애국심을 결코 잊을 수 없다”라며 “이 기념비가 향후 한미 동맹 강화의 상징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 기념비가 건립된 풀러튼 시의 브루스 위테이커 시장은 “한국전에 희생된 영웅들의 이름을 새긴 기념비를 풀러튼 시에 건립한 한국전 참전 기념비 건립 위원회에 축하를 보낸다”라며 “이 건립 위원회는 3만 6,591명의 영웅들을 기억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라고 치하했다. 그리고 이 지역을 대변하는 영 김 연방하원의원(제39지구)은 “오래 전 한국이 어느 나라인지도 몰랐던 미국의 청년들은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켜 주기 위해 목숨을 바첬다”면서 “오늘 우리는 그들을 결코 잊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말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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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 기념비 행사에 참석한 인천 여중학생의 감동 연설
“저도 이 위대한 일에 나서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 인천에 살고 있는 중학교 2학년 라지안이라고 합니다.
한국을 위해 젊은 생명을 바친 6·25 참전용사들을 위한 공헌에 대한 기념비위원회에서 저희 할아 버지에게 보낸 위촉장을 보았습니다. 나는 종종 할아버지의 옛 이야기, 특히 한국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잠이 들곤 했었습니다. 전쟁이 발발했을 때 할아버지는 열한 살이었습니다. 그런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할아버지가 살아 남은 것이 너무 감사하고 다행이었습니다. 나라와 국민을 응원하기 위해 찾아온 여러 나라의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국인들도 함께 큰 발걸음을 내딛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한국전쟁으로 인해 전사하고 실종당하고 부상당한 수많은 젊은 미군 병사들을 추모하는 OC한국전건립위원회의 이야기에 압도되었습니다. 미국의 청년들은 우리나라를 위해 소중한 젊은 생명을 희생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젊은 세대들은 이런 사실들을 모릅니다.
한국전쟁이 나날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고 있는 지금, 저는 다시 한번 이 전쟁에 목숨을 바친 미군과 그 가족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 나라에 자유를 되찾는 데 도움을 준 분들에게. 이 전쟁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이번 행사에 참여하여 제 작은 기부를 잊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아시다시피 한국은 한국전쟁에서 미국 등의 도움으로 이를 극복하고 이제 경제 선진국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희생하신 미군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조국과 민족을 구하기 위해 공헌하신 분 들에게 감사를 들며 저도 이들의 공헌을 기리는 운동에 나서고자 합니다.
저는 이 전쟁을 경험한 적이 없었기에 얼마나 심각했을지 짐작할 수 없습니다. 이 문제를 쉽게 제기 할 수는 없지만 이 기념비 행사에 제 작은 기금을 기부할 것입니다. 한국전쟁에서 목숨을 바치신 분 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평생 할 수 있는 이 작은 일에 최선을 다하겠습니 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라 지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