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이어폰-음성인식 등 특허 10개 침해했다’ 황당한 주장
뱀이 가는 길 땅꾼은 알고 있었다?
■ 안승호 부사장 ‘우리가 특허 사용권보유’ 철저한 사전작업 드러나
■ ‘특허회사서 독점사용권매입’ 등 소송원고 되기 위해 치밀한 준비
■ 미국에 시너지아이피사 설립 후 560만 달러에 특허사용권 산 듯
■‘관리의 삼성’ 인력관리 큰 구멍…대한민국은 총체적 아노미 실례
삼성전자에서 특허분야 총책임자로 일했던 부사장급 고위임원이 퇴직 1년여 만에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 한국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있다. 화제의 인물은 삼성전자 IP센터장을 지내다 2020년 초 퇴임한 안승호 전 부사장으로, 본보추적결과 안 씨는 이어폰 등의 특허를 가진 미국업체 스태튼 테키야로 부터 특허 전용실시권을 매입한 뒤 삼성전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 씨는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특허권 일부를 가지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소송원고가 됐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실제로는 소송을 위해 특허권을 사들인 것이다. 삼성전자는 만약 안 씨의 주장대로 이 회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하지만, 안 씨를 삼성전자의 약점을 누구보다 잘 파악할 수 있는 자리에 장기간 앉혔다는 점에서 소송을 당해도 싸다는 비판도 피하기 힘들게 됐다.
<안치용 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엔지니어 출신의 미국특허전문 변호사, 기술과 특허관련 법무지식을 겸비한 IP전문가로 알려졌던 안승호 전 삼성전자 IP센터장, IP부문에 대한 철학과 소신이 명확해 삼성전자의 IP부문 경쟁력을 강화했으며, 특허매입 강화 등 공격적 특허전략을 주도했다는 언론의 평가를 받아온 안 전 부사장이 총 뿌리를 거꾸로 돌려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일격을 가했다. 한국 언론들은 지난 9일부터 삼성전자 특허 책임자 안승호 전 부사장이 퇴사 1년 만에 특허 괴물로 돌변, 친정인 삼성을 대상으로 특허공격에 나섰다고 앞 다퉈 보도했다.
안 씨 ‘이게 왜 이슈냐’ 황당한 주장
삼성의 약점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이 퇴직하자마자 삼성을 공격했다는 것은 삼성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하고 일반 국민들의 보편적 정서로도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한편으로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다는 점에서 ‘내가 내 꼴리는 대로 하는데 법적 하자만 없다면 무슨 문제냐’는 항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당초 본보는 이 보도를 접하고 ‘안 씨가 퇴직 뒤 한국을 떠나 미국에 정착하고, 미국에서 회사를 세운 뒤 소송을 강행했구나’ 생각했지만, 이는 순진한 발상이었다. 시너지아이피는 놀랍게도 한국에 설립된 법인이라고 기재돼 있었다. 본보 확인 결과 스태튼 테키야 유한회사와 시너지아이피주식회사가 지난해 11월 5일 텍사스 동부연방법원에 삼성전자 및 삼성전자 아메리카를 상대로 이어폰 등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2개회사는 첫 소송제기 1주일만인 11월 12일 수정 소송장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송의 요지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S20 시리즈의 이어폰 등 음향기술 및 갤럭시버즈 등의 음성인식기술이 스태튼 테키야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스태튼 테키야는 ‘올웨이즈 온 헤드웨어 레코딩시스템’ 등으로 무선이어폰과 음성인식 관련 특허 10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삼성이 스마트폰 등에 이를 무단으로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소송원고 되기 위해 치밀한 사전준비
이 소송의 원고인 스태튼 테키야는 지난 2017년 6월 플로리다 주에 설립된 유한회사이며, 또 다른 원고인 시너지아이피주식회사가 안승호 전 부사장이 설립한 업체로, 미국이 아닌 한국에 설립된 업체였다. 스태튼 테키야는 자신의 특허 10건의 소유주라고 밝혔으며, 특히 시너지아이피는 이 특허의 독점적 사용권자로서 이 특허를 재라이선스할 수 있는 권리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바로 이 대목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는 안 씨가 설립한 시너지 아이피가 스태튼 테키야로 부터 특허 10권의 독점적 사용권을 사들인 뒤, 소송을 제기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안 씨는 한국시간 10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시너지아이피가 테키야의 특허 권리를 일부 갖고 있다. 특허 소송을 하려면 특허 권리를 보유한 모두가 원고로 들어가야 한다. 빠질 수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특허의 소유자는 스태튼 테키야이며, 안 씨는 소유자 측과의 계약을 통해 특허의 독점적 사용 권리를 획득했다는 소송내용과는 다소 다르다. 중앙일보에는 마치 어쩔 수 없이 원고가 됐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실제로는 어쩔 수 없이 소송원고가 된 것이 아니라, 소송원고가 될 수 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만들어냈음이 드러난 것이다.
약점알고서 최소비용 최대효과 노린 듯
소송의 원고인 스태튼 테키야는 다니엘 스태튼 및 마리아 스태튼이 지난 2017년 6월 플로리다주 델레이 비치에 설립한 업체로, 연방증권거래위원회 [SEC]확인 결과 2017년 7월 투자유치신고를 한 뒤 2017년 12월 28일 처음으로 1백만 달러 투자를 받았다고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뒤 2018년 6월 28일 50만 달러, 2018년 11월 15일 75만 달러, 2019년 5월 10일 60만 달러, 2020년 1월 28일 50만 달러, 2020년 10월 13일 225만 달러 등 모두 6차례에 걸쳐 560만 달러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4년여에 걸친 투자액이 560만 달러라는 점에서 안 씨는 최소한 이 돈보다 훨씬 적은 돈에 특허 10건의 독점적 사용 권리를 인수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 언론이 삼성이 최소 수백억 원의 특허사용료를 내야 할 것이라고 보도하는 것을 감안하면 안 씨로서는 수지맞는 장사가 기대되는 셈이다.
삼성전자의 약점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안 씨가 최소비용, 최대효과를 염두에 두고 이 회사를 선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 씨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 일이 왜 이렇게 시끄러운지 이해하기 어렵다. 삼성전자에는 여러 특허소송 중 하나이고, 나는 내일을 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소송은 지난해 11월에 냈고 IP관련업계에선 이미 다 알려진 내용인데 왜 이제와서 시끄러운 지 납득하게 어렵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기사를 접한 많은 사람들은 안 씨의 사고방식이 참으로 독특하다고 말했고, 일부는 ‘직업윤리상 있을 수 없는 일을 했다’고 비판했다. 안씨는 1959년생으로 부산 중앙고를 졸업한 뒤 서울대 섬유공학 학사, 서울대 금속공학 석사를 받았다.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초중고는 물론 대학과 대학원을 마친 인물로, 지극히 정상적인 한국교육을 받은 셈이다.
정상적으로 초등학교에서 바른 생활, 중고등학교에서 국민윤리 교육 등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 이후 미국에서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유학하며 로스쿨을 마치고 미국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것으로 미뤄 적어도 20대 초반까지 대부분의 교육은 한국에서 마친 것이다. 하지만 안 씨는 자신과 같은 시대, 같은 곳에서 살아 온 사람과는 조금 다른, 매우 독특한 사고 방식과 준거 기준을 가지고 생활하다보니 한국주요언론과 방송의 초점이 된 것이다. 물론 안씨는 지금도 ‘왜 내가 뉴스촛점이 되죠?’라는 입장이다. 특히 ‘최소한의 직업윤리도 없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안씨가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민간위원, 한국지적재산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는 사실은 더욱 충격적이다.
한편 본보가 대법원 웹사이트를 통해 입수한 시너지아이피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 법인은 지난 2000년 6월 30일 서울중앙지방밥원에 등기된 법인으로, 발행주식은 액면가 5천 원짜리 2백주로, 자본금은 백만 원이었다. 수권자본금은 8천주지만, 현재까지 발행된 주식은 2백주로 확인됐다. 이 법인의 설립목적은 지적재산권 집행업, 지적재산권 매매 거간, 지적재산권에 관한 사업일체로 기재돼 있고, 사내이사는 1959년 7월 1일 생인 안승호 씨, 감사는 1963년 4월 30일 생인 신성철 씨였다.
또 이 법인의 주소지는 서울 서초구 매헌로 54-1번지의 5층이었다. 양재동에 사무실이 있는 것이다. 또 안 씨는 자신의 주소지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원로 286번길 25’라고 밝혔고 신성철 감사의 주소는 법인등기부등본에 기재돼 있지 않았다.안씨가 자신의 주소지로 기재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원로 286번길 25는 지번이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656-3번지로 확인됐다. 공시지가가 제곱미터당 363만 4천원, 즉 평당가격이 천만원을 넘으며, 대지면적이 266제곱미터여서 땅값만 9억 7천만 원에 달한다. 이 부동산은 지하 1층 지상 2층의 단독주택으로, 지난 2018년 2월 6일 건축허가를 받은 뒤 2018년 5월 1일 착공해서 약 11개월 만인 2019년 3월 22일 사용승인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건물의 건평은 366제곱미터, 약 120평에 달한다, 지하 1층은 수장고와 주차장으로 신고됐고, 지상 1층은 건평 123제곱미터, 지상 2층은 건평 106제곱미터의 주택이다.
고양이에 생선 맡긴 삼성 ‘당해도 싸다’
안 씨는 또 2002년 1월 18일 캘리포니아 주에 변호사 등록을 마쳤으며, 2004년 9월 16일부터 최소 2014년 7월 1일까지는 변호사면허 갱신비용을 내지 않아 면허가 정지됐으며, 2015년 5월 19일 다시 면허를 갱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리의 삼성으로 알려진 삼성, 장기간 삼성전자의 특허를 담당, 취약점을 가장 잘 아는 고위임원이 퇴직하자마자 총부리를 거꾸로 겨눴다는 것은 삼성의 인력관리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음을 의미한다. 삼성이 특허를 침해했다면 마땅히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또 이와는 별도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삼성은 소송을 당해도 싸다. 특히 이 사건은 대한민국 전체가 아노미 상태임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