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25억 변호사비 대납 의혹 최초 폭로자 이병철 사망
‘죽였나? 죽었나?’
■ 李 대법관 출신 변호사까지 써서 무죄 받았는데 변론비가 3억?
■ 사망한 이병철, 이재명 변호사에게 “변호사 비 25억 받았지요?”
■ 무슨 이유로 조폭기업이 이재명 변호 비 20억 주식 대납 했나?
■‘죽였나, 죽었나’ 대장동 특혜의혹 2명 사망까지 포함 3명 죽음
이른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25억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최초로 폭로한 이병철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재까지 뚜렷한 타살 정황은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그가 이 지경에 이를 때까지 밝히고자 했던 진실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2018년 지방선거 과정에서 친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등과 관련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수사 단계부터 2020년 7월 상고심에서 무죄가 확정될 때까지 재판 과정에서 다수의 변호인이 선임됐는데, 이 지사의 재산이 재판을 전후로 불과 약 3억 원 가량만 줄어든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납 의혹이 불거졌다. 당시 이 후보는 대법원까지 재판을 진행하면서 대법관 출신 변호인을 비롯한 초호화 변호인단을 다수 선임했는데 변호사비가 3억 원이었다는 것은 누가 봐도 상식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누군가가 변호사 비를 대납했다고 한 것이 합리적 의심이었다. 이 과정에서 본지가 보도했던 쌍방울 회사 관련 주식 대납 의혹도 나왔고, 이번에 숨진 이 씨가 이재명 후보 변론을 맡았던 이태형 변호사와 대화했던 음성이 담긴 파일을 공개하면서 대선 정국의 주요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런 이 씨가 어느 날 갑자기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것이다. <선데이저널>은 이 씨가 이런 상황에 몰리면서까지 드러내고자 했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진실을 그 음성파일을 위주로 추적해봤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이 사건은 이른바 여당 내부의 총질에서 불거졌다. 지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이낙연 전 대표 측 지지자 단체인 깨어있는시민연대당이란 곳에서 처음 이재명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공론화 시킨 것이다. 깨어있는시민연대당은 지난해 10월 이 후보를 공직선거법위반(허위사실 공표)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 단체는 2년간 상고심까지 진행하며 여러 곳의 법무법인에 전관 변호사까지 선임한 점에 비춰볼 때 변호사 비용은 100억 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특히 이 후보가 1·2심 재판에 선임했던 검사 출신 이모 변호인에게 현금 3억 원과 3년 후에 팔 수 있는 쌍방울 주식 20억 원 상당을 지급했다는 의혹을 입증할 녹취록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부분은 <선데이저널>이 이재명 후보와 쌍방울 김성태 회장 간 관계를 보도한 기사를 보면 잘 언급되고 있다.
그런데 깨어있는시민연대당에 이 녹취록을 건넨 이가 전날 모텔에서 숨진 채 발견된 이병철 씨다. 이 후보 변호사비 대납 의혹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에 배당됐다가 관할 등 문제로 재배당 돼 현재 수원지검에서 들여다 보고 있다. 이 후보의 변호사 비를 대납했다는 의혹을 받은 쌍방울 그룹 관계자들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는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 씨가 그동안 공개한 녹음파일은 총 3개다. 5분과 21분 그리고 48분 길이로 되어 있다. 5분 길이의 첫 번째 파일은 이 후보의 변호를 맡았던 이태형 변호사와 이씨와의 통화내용이다. 여기서 이씨는 이 통화 음성파일을 ‘깨시연’에 넘긴 제보자이기도 하다.
3개의 녹음파일에 고스란히
이 파일에는 이씨가 자신의 지인 관련 사건을 이 변호사에게 맡기면서 수임료를 논의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두 사람 간대화는 ‘이태형 변호사가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 변호 수임료로 20억 여원을 받았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고 이병철씨(이하 철) “안녕하세요. 지난달에 최 대표님 하고 같이 친구 사건 때문에 기억나시죠. 사투리 많이 쓰는 사람. 그게 그 사건 때문에 이제 어느 정도 가닥이 잡혀가는 모양이에요. (중략) 7월 5일 날 오후에 가는 걸로 하고 제가 변호사님한테 약속드리고요. 그러고 이제 개인적으로 이거 제가 좀 궁금해서 여쭤볼 게 그때 착수금 3억에 성금 보수 5억이라고 말씀하셨잖아요.”
이태형 변호사(이하 형) “예예예.”
철: “이 친구가 왜냐하면 제가 변호사님을 영업을 많이 했을 거 아닙니까. 이 친구가 마침 또 이재명 지사 광팬이네요.”
형: “아 그래요.”
철: “그래서 제가 그걸 약을 타 놨거든요.”
형: “사건을 수임 안 하더라도 우리 지사님 많이 좀 응원해 달라고 (해주세요).”
철: “그러니까 그때도 후원금도 좀 내고 이랬던 모양이더라고요. 그래 가지고 내가 그걸(공직선거법 변론) 이야기 했더니만 이 친구가 그러면서 제가 금액(이재명 당시 도지사 수임료로 추정되는 금액)을 이야기를 안 했어요. 그래서 내가 금액이 이제 25억 들었고 여기까지 이야기하니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데.”
형: “예.”
철: “저도 이쪽에 소개를 많이 해봤기 때문에 대충 느낌이 오니까. 제가 이렇게 이야기하려고 하거든요. 착수금 5000(만원)에 (중략) 동생이 고소하려고 하는 금액은 한 150억 정도 되는 모양이에요. 그런데 그걸 검찰 단계에서 이제 쉽게 말해서 갚은 걸로 처리해 주는 조건으로 제가 볼 때 3억을 하시고, 집행유예 놓으면 추가로 더 하시는 게 안 낫나 싶은데. 그 집행유예 되면 한 5억 정도 더 받으시고. 왜냐면 이재명 지사 25억이니까 충분히 맞는 금액이거든요. 그렇게 변호사님 좀 많이 받아야 저하고 최 대표 밥이라도 한 끼 얻어 먹을까 (싶죠).”
형: “예예. 잠깐만 25억이 뭐라고요?”
철: “아니 저기 최 대표가 이재명 지사 그거 빼주는 걸로 그거 들었다고 그랬잖아요.”
형: “아 예예.”
철: “그러니까 자기도 한 10억 이상 들 거라고 예상을 하고 있거든요. 성공 보수로 3억. 그거는 이제 50억 밑으로 빼주는 거. 집행유예 나오면 한 5억 더. 이렇게 제가 좀 딜을 했으면 싶은데.”
형: “네, 근데 착수금은 1억은 받아야 할 거예요.”
요약하면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의 변호비용은 20억여 원이었고, 이 씨 지인은 이에 맞춰 자신의 변호비용으로 약 10억 원을 예상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오간 대화다. 이 후보 변호사비 대납 의혹 관련 고발인 측은 이 대화를 근거로 국감 당시 이 후보가 “변호인단 비용은 총 2억 5600만원”이라고 한 주장이 거짓말이라고 반박한다. 또 대화에서 알 수 있듯이 이태형 변호사가 보통의 사건 변호비용으로 착수금만 최소 1억 원을 요구하는데, 이에 비춰봤을 때도 이 후보가 변호인단 비용으로 2억 5600만원을 들였다는 말은 수긍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두 번째 파일에는 첫 번째 파일에 등장한 최 모 대표와 이 씨 간의 21분 분량의 통화 내용이 담겨 있다. 여기서 최 대표는 이 변호사와 이미 친분이 있는 사이로, 이 씨 지인 변론과 관련해 이 씨와 이 변호사를 연결해 준 장본인이다. 최 씨와 이 씨의 대화는 이 씨 지인 사건 변호 수임료와 관련해 이 씨와 이 변호사가 어느 정도 대화를 주고받은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 두 번째 파일엔 ‘이재명 당시 경기지사가 이 변호사에게 건넨 수임료 20억여 원’에 대한 내용이 다음과 같이 더 구체적으로 제시된다.
이병철(철): “제가 이태형 변호사님하고 친구하고 약속을 일단 잠정적으로 잡았거든요. (중략) 잠정적으로 7월 5일날 일단 만나기로 하고. 친구가 어쨌든 이번 주까지는 이제 결정이 안 날 거잖아요. 그죠? 그래서 했는데 친구가 이거는 나한테 제안하는 게 있더라고요. 금액은 불만이 없는데, 이 현금을 너무 많이 동원하다 보니까 5억까지는 좀 부담스러운 가 봐요.”
최인호 대표(이하 최) “예.”
철: “4억은 그렇게 현금으로 주고 내가 이재명 지사 하는 거 똑같이 3억, 그때 20억, 이렇게 했잖아요.”
최: “예.”
철: “3억 하고 주식 20억 했으니까 저도 그 이야기를 들으라니까 이제 아이디어 들어가지고. 자기 회사 주식으로 일단(하고) 이제 1년 후에 환매부로 되사는 걸로. 왜냐하면 자기가 대표이사 계속하면 회삿돈으로 자기가 갖고 있는 회사 주식을 주고, 그런데 이게 비상장 회사니까 처분은 못 하잖아요. 1년 후에 회사에서 회삿돈으로 사주면 되잖아. 그래서 이렇게 한번 제안을 해봐라 하는데, 괜찮을까?”
최: “그거는 직접 아예 대놓고 이렇게 얘기를 하는 것보다, 이태형 변호사님한테 같이 가서 얘기를 하는 게 더 편해요. (중략) 집행유예도 잘 나와가지고 성공하시면, 후원 단체에서 한 1억 기부해 달라고. 그 아예 대놓고 그렇게 저는 얘기를 하는 형편이니까.(중략)
철: “그거 이재명 지사 관련 받은 주식도 3년 있다가 파는 조건이 있으니까 조건은 큰 차이 없잖아요.”(중략)
최: “지금 막 이렇게 했다가 나중에 사람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거꾸로 이제 뭔가 문제가 생겼어요. 그런데 이 변호사는 자기는 받은 적 없다. 자기는 그냥 저거 받고 말았다. 3억 받고 만 것밖에 없다. 그 돈을 노출해도 되는 돈인지 안 되는 돈인지 제가 어떻게 알아요. 저희가. 자기는 안 받았다. 그러면 저희가 허위 브로커한 거잖아요.(중략) 그러니까 이재명씨를 변호한 것까지는 오케이인데, 대금 받는 부분은 얘기하면 안 되는 부분이었죠.”
철: “그냥 25억만 이야기할 걸. 주식 이야기….”
최: “네. 주식 얘기는 왜 나갔는지 저 지금 이해를 못 하는 거예요.”
고발인 측이 주목하는 부분은 두 사람 간의 대화에서 드러난 이 후보의 변호사 비용 처리방식이다. 대화만 보면 이 변호사는 3억 원은 현금으로, 20억 원은 주식으로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최 씨는 이 사실을 이 씨에게만 전했는데, 이 씨는 이를 자신의 지인에게까지 공유했고, 이에 해당 지인도 자신의 변호 비용 일부를 자신 회사 주식으로 처리할 수 없느냐고 제안한 상황으로 보인다. 고발인 측은 정황상 이 주식이 쌍방울에서 발행한 전환사채라 보고 있다. 실제 이 후보 변호를 맡았던 일부 변호사가 쌍방울 계열사 사외이사 및 감사직을 역임한 점, 쌍방울 그룹의 고위직 임원들이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에게 고액을 후원한 점 등이 사실로 밝혀진 데 따른 추정이다.
계속 죽어나가는 이재명 의혹의 사람들
마지막 파일은 48분짜리 파일인데 이 대화는 앞서 언급했던 이태형 변호사와 고 이병철 씨, 최인호 씨가 한 데 모여 대화한다. 이 대화 역시 이재명 후보의 변호사비가 25억임을 전제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철: 편하게 이야기하시면 되는데 이재명 지사 얼마 받는지 잘 들었기 때문에 이미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어요.
형: 저기 말씀드릴게요.
최: 3억 드는 것도 얘기 했어요. 그냥.
철: 3억에 주식 23억 해갖고 25억을 받았다 해서 깜짝 놀랐는데.
최: 못 나올 뻔했는데.
철: 아니 그런데 다른 데 보니까 그런 게 비밀지하니까
형: 저희 기본 착수금은 5천만 원입니다. 5천만 원을 주셔야 저희가 이제 서류 작업하고 회계 분석하고.
이런 여러가지 정황들은 이재명 후보의 변호사 비가 단순히 3억 원이 아닐 것이란 합리적 의심을 가능케 한다. 하지만 녹음파일의 제보자인 이병철 씨가 갑작스럽게 사망함으로써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커졌다. 일단 검찰은 이 녹취록을 넘겨받은 후인 11월 15일 법조윤리협의회와 송파세무서 등 서울 소재 세무서 4곳을 압수수색하여 이 후보가 선임한 법무법인 10곳과 변호사 4명의 수임 내역 등을 확보했다. 11월 19일에는 쌍방울의 재무담당 임원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기도 했다. 바꿔 말하면 해당 녹취록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관건은 이에 대한 검찰의 기소 여부다. 정치권에선 혐의 증거보다도 코 앞으로 다가온 대선 일정, 이 후보의 지지율이 기소 여부에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할 거란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