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원, 북에 줄 돈있어도 지급 못한다
■미국법원, 북 동결자산 피해자들에 지급
다른판결-다른 집행
‘대한민국 정부 맞아?’
한국의 서울동부지법 민사1 송승용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북한과 김정은이 국군포로 2명에게 줘야 할 손해 배상금 4200만원 을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이 대신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사장인 경문협은 북한에 줄 저작권료 20억원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전날인 지난 13일 미국 법원이 북한에 억류됐다가 숨진 오토 웜비어의 유족에게 미국 뉴욕주가 압류한 북한 자금 24만 달러(약 2억 8000만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북한과 김씨 일가의 반인도적 불법 행위에 대한 배상금 판결이 한·미 법원에서 정반대로 나온 것 이다. 이에 따라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을 상대로 추심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가 1심에서 패소한 국군 포로 측이 17일 항소장을 제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14일 서울동부지법 민사1단독의 판결은“북한은 피압류채권을 가진 주체가 아니다”라며 국군포로 측 청구를 기각한지 4일만이다. <특별취재반>
국군포로 측 피압류채권청구 기각
국군포로 측 법률대리인 엄태섭 변호사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항소이유서를 어떻게 작성할지 아직 세부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도 “북한이 법률상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판단, 북한 저작권료는 북한 정권의 소유가 아니라는 판단 이 두 가지 골자를 다룰 것 같다”고 밝혔다.
엄 변호사는 “1심 재판부가 처음부터 결론을 세워놓고 여러 가지 논리를 붙인 것으로 보인다”며 “법조계의 많은 사람들이 이번 판결에 공감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동부지법 민사1단독 송승용 부장판사는 북한은 국가나 비법인사단이 아니기 때문에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없으며 국내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권자가 권리를 갖는 만큼 북한 정부가 저작권 사용료의 책임을 질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국군포로 측 법률대리인 엄태섭 변호사: 중앙법원에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던 판결에서는 (북한을) 비법인사단으로 인정했는데 (서울동부지법은) 북한은 비법인사단이 아니다, 그래서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그런 논리가 하나 있어서 그것을 우리가 다투는 그런 부분이 하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두 번째 쟁점에 대해서는 북한에서는 조선중앙TV 같은 경우는 우리 남한(공영방송)과 다르게 분리된 권리주체로 인정되는 것이 아니기에 당연히 북한 정권에서 (저작권)권리를 갖고 있는 부분이다라는 것이다.
또다른 국군포로 측 법률대리인 구충서 변호사는 경문협 산하의 남북저작권센터와 북한의 저작권사무국을 일종의 단순 거래중개업자로 바라본 송 판사의 판단도 틀렸다고 지적했다. “북한 저작권법을 보면 저작권 사업은 국가 지도와 통제 아래에서 국가기관에서 진행한다고 되어 있는데 북한 저작권사무국이 바로 북한의 저작권 사업을 하는 국가기관”이라고 말했다. 국군포로 측 법률대리인 구충서 변호사는 “추심금 판결에서는 북한 저작권사무국이 단순히 북한 의 원저작권자와 경문협, 또는 남한 사용권자 사이를 중계하는 기관이라는 식으로 판결했는데 전혀 틀린 것이다. 북한 저작권법에 저작권 사업은 북한 저작권사무국이 한다고 되어 있는데 어째서 중계냐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와 함께 구 변호사는 “송 판사가 본인의 판결을 정당화하기 위해 피고측에서 주장하지 않은 논리들을 끌어다 붙였다”며 “이는 변론주의 원칙의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변론주의란 사실과 증거의 수집, 제출에 대한 책임을 소송 당사자에게 맡기고 재판부는 제출된 자료를 재판의 기초로 삼는다는 민사소송의 원칙이다.
국군포로측 1심 판결에 불복 항소
국군포로 소송을 지원하고 있는 한국 내 북한인권단체 물망초의 정수한 국군포로송환위원장은 “국군 포로 한 씨와 노 씨가 생존해 있는 동안 명예회복을 할 수 있도록 항소심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정수한 물망초 국군포로송환위원장은 “탈출 국군포로들은 연세가 많으시기 때문에 그분들이 언제까지 살아 계실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한국 남성 평균 수명을 훨씬 더 지나셨다. 그분들이 생존해계실 때 정말 제대로 된 판결이 이루어져서 보상도 받고 명예회복도 되길 바라는 것이 다”라고 말했다. 국군포로 한 씨는 현재 만 87세로 폐암 진단 후 치료 중이며 노 씨는 만 94세로 초기 치매증상이 있다. 국군포로 측은 오는 2월 중 항소이유서를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020년 7월 서울중앙지법은 ‘북한 당국이 국군 포로 2명에게 2100만원씩 손해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북한에 대한 우리 법원의 재판권을 처음 인정한 이정표 같은 판결이었다. 헌법에 따라 북한을 ‘외국’이 아닌 ‘사실상 지방 정부와 유사 한 정치 단체’로 본 것이다. 이를 근거로 국군 포로 측은 경문협에 보관 중인 ‘북한 돈’을 달라고 했지만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었다. 그런데 이번 한국에 동부지법 판사는 판결문에서 “북한 정부가 저작권료 책임을 (대신) 질 수 없다. 노예나 다름없는 북에서 개인이 무슨 저작권료를 챙기나. 북한 선전 도구의 영상·사진 사용료는 결국 김정은 정권과 노동당으로 들어간다는 현실을 무시한 판결이었다. 이번 기각 판결을 내린 송 판사는 법원 내 진보 성향 모임 소속이라고 한다. 미국 법원은 2018년 북한이 웜비어 유족에게 5억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하고, 배상금 충당을 위해 억류된 북한 화물선 강제 매각도 승인했다.이 판결을 근거로 웜비어 유족이 찾아낸 미국 내 북한 자금만 2379만 달러(약 290억)에 이른다. 국군 포로들이 겪은 피해는 웜비어에게 비교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탈출한 국군 포로 80여 명 중 생존자는 이제 15명뿐이다. 시간도 없다. 그런데 우리 법원은 북한에 줄 돈이 있어도 국군 포로 배상금으로 써선 안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미국 법원이 13일 북한에 억류됐다가 숨진 오토 웜비어의 유족에게 뉴욕주가 압류한 북한 자금 24만 달러(약 2억 8000만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