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사라진‘겨울’
동계 올림픽 외교수모
■ 빛 바랜 시진핑 주석 3연임 ‘대관식’ 무대 ‘썰렁’
■ 100% 인공눈 살포로 화학물질 대회는 오염공해 ■ ‘한복’을 중국 원조복장인 개막식 치장으로 온란
■ “중국의 문화찬탈행위 응징하라”한 목소리 비난
현재 중국 베이징에서는 지난 4일부터 올림픽 역사상 처음보는 대회가 열리고 있다. 가뜩이나 세계적으로“스모그 도시”로 유명한 베이징에서 오염이 선수들을 짖누르고 있다. 여기에 동계 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100% 인공눈 살포로 화학물질이 첨가해 눈밭 경기장을 만드는 바람에 친환경을 도모한다는 올림픽에 역행하는 사태를 만들고, 눈밭에 넘어지는 선수들이 더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편 올림픽은 정치와 무관하다는 이념을 깨고 중국내 소수 인종들을 등장시켜 위그루 인권유린 비난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보였으며, 특히 이번 대회 개막식 때 우리 한복을 자신들의 고유 복장으로 둔갑시키는 바람에 세계 언론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올림픽을 계기로 시진핑 주석의 3연임‘대관식’무대가 될 베이징 동계올림픽도 빛이 바랬다는 평가다. 중국 선수에게 유리한‘오심식’도 문제다. <성진 취재부 기자>
올림픽 정신과 인권신장은 하나다. 중국에 대해서 미국과 유럽은 오래전부터 중국이 신장 위구르에 대한 인권학대를 비난해왔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미국이 ‘외교적 보이콧’ 이유 중의 하나가 신장 위구르 인권탄압과 학대였다. 그런데 중국이 이번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성화 봉송 최종 주자로 서방측이 인권 침해를 지적한 신장 위구르 자치구 출신의 선수를 내세웠다. 지난4일 저녁에 시작된 개막식의 피날레를 장식한 성화 봉송에 신장 위구르 자치구 출신의 스키 크로스컨트리 선수인 디니거 이라무장이 등장했다. 이날 중국이 성화 봉송 마지막 주자로 해당 지역 출신 선수를 내세운 것을 두고, 중국이 서방측에 인권 문제 등에 대해 다른 나라의 비난을 거부하겠다는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도 나왔다. 개막식 때 네델란드 방송국이 현장 중계를 하는 자리에 중국 공안원이 나타나 방송중인 기자를 끌어내는 장면도 고스란히 외신으로 나가기도 했다.이런 것을 보아 앞으로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중국이 텃세를 부려 또 어떤 횡포가 나타날지 우려 되는 상황이다.
중국의 개막식 텃세와 횡포
현재 지난 1월 15일 오미크론 변이가 베이징에서 첫 발견된 직후 해외 관람객은 물론 중국 내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동계올림픽 입장권 판매도 취소된 상태다. 개막식을 앞두고 미국의 ABC 방송은 2022년 동계 올림픽에서 정점을 찍기 위해 수년 동안 기술을 연마해 온 올림픽 선수들은 현재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는 오염 환경에 들어서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인용해 보도했다. 존스 홉킨스 대학의 의학 부교수인 메레디스 맥코맥 박사는 천식이나 만성 폐쇄성 폐질환과 같은 근본적인 건강 상태를 가진 사람들이 종종 심장마비의 위험에 처해 있지만 젊은 사람들, 건강한 사람들, 운동선수들 또한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애리조나주 투손의 내과 의사이자 병원 의사인 매튜 하인즈 박사와 피마 카운티 2구역 관리자는 ABC 뉴스에 위험한 오염물질인 PM2·5나 심지어 많은 나무 꽃가루와 같은 추가적인 미립자는 기도에 염증을 일으키고 운동선수의 호흡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맥코맥은 “운동을 할 때 숨을 쉬고 공기를 더 많이 공급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공기 운동을 심하게 하는 시간 동안 대기 오염에 더 많이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했다. 맥코맥은 스키어나 스노보드 선수처럼 높은 고도에서 경기를 하는 선수들은 낮은 산소 장력과 낮은 품질로 인해 숨쉬기가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대기 오염 국가 중 하나인 가운데 베이징의 대기질 지수가 25로 평가되었는데, 이는 중국 정부가 오염물질을 줄이고 세계 무대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방법으로 산업과 교통에 엄격한 제한을 시행한 결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말했다. 2013년 발표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건강한 사람들의 혈액 내 염증을 측정한 결과, 교통과 산업 금지로 인해 오염이 감소했을 때 염증도 나타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가 평상시처럼 사업을 재개하고 오염이 다시 증가하자 염증이 더 심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오염 올림픽 변질’ 비난 고조
사우스차이나모닝 포스트(SCMP)는 지난 1월 24일 PM2·5 농도가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치를 초과하는 205 마이크로그램으로 측정됨에 따라 베이징은 여전히 짙은 스모그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맥코맥 대변인은 “축하 행사에서의 불꽃놀이는 공기의 질을 더욱 악화시키고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4일 이번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서 한복을 입은 것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중국의 여러 소수인종 민족 집단들과 함께 중국 국기 전달식에 나타난 후, 한국에서 “문화적 찬탈”이라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중국은 200만 명 안팎의 조선족이 거주하고 있으며, 그 중 절반은 북한 국경의 중국 쪽에 거주하고 있으며, 언어와 문화가 공식적인 보호를 받는 인정받는 소수민족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올림픽 개막식에 한복이 중국 소수민족 의상으로 소개돼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한국 정부는 5일 현재까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면서 야당 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정부가 중국에 공식 항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고 이 매체는 말했다. 이 통신은 또한 한복을 자국 문화 유산이라 주장하는 중국의 ‘문화 동북 공정’ 논란이 대선을 목전 에 둔 한국의 정치권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복은 지난 4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때 사회 각계 대표, 56개 민족 대표 등이 참여해 중국 국기를 전달하는 ‘소시민들의 국기 전달’이라는 퍼포먼스를 펼칠 때 카메라에 포착됐다. 한복으로 보이는 분홍색 치마, 흰색 저고리를 입고 긴 머리를 하나로 땋아 댕기로 장식한 여성이 오성홍기를 전달했다. 중국은 지난해 베이징동계올림픽 홍보 영상에서도 한복과 상모돌리기를 등장시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런 환경에서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개막식에 한복을 입고 참석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황희 장관은 한복문제에 “양국 관계에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 있다”면서도 외교적인 항의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황 장관은 5일 중국 베이징 메인 미디어센터를 방문해 “소수민족 이라고 할 때는 그 민족이 하나의 국가로 성장하지 못한 경우를 주로 말한다”며 “한국은 (중국) 바로 옆에 세계 10위권 큰 나라로 존재하고 있는데 양국 간 좋은 관계에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 장관은 “우리 문화가 이렇게 많이 퍼져나가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며 “세계사적으로 봐도 물리력 없이 소프트파워로 문화를 평정한 유일한 경우 아니냐. 중국에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도 어마어마하게 많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문화가 확산하는 과정으로 보고 자신감, 당당함을 가질 필요가 있고 다만 올바로 잡을 부분은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황 장관은 “역지사지로 보면 우리나라에도 화교분들이 살고 미국도 여러 민족이 모여 세운 나라”라며 “그 안에서 이것은 한국 문화, 또 저것은 어디 문화라고 얘기해주는 것이 문화 다양성 측면에서 더 좋지 않겠느냐”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른바 ‘한복 논란’에 대해 황 장관의 언급은 주제를 파악을 하지 못한 것인지, 중국을 의식해서 인지 한국의 담당 장관으로서의 소양이 모자람을 스스로 나타내었다. 이번 개막식에서의 ‘한복 논란’은 중국이 다문화 다양성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한복이 자신들 것 이라는 ‘문화공정’이란 거짓행위를 성스러운 올림픽 행사에 이용했다는 것이다. 중국의 ‘문화공정’이란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화들을 마치 중국이 원조인 것처럼 만들려고 하는 행태를 말한다. 중국의 이러한 행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한류 문화’의 전 세계적 확대와 맞물려 최근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쟁점이 계속 되고 있다. 최근 구독자 1400여 만 명을 둔 중국의 유튜버가 김치를 담그는 영상을 제작하고 ‘Chinese food’ 라는 해쉬태그를 달아 놓았다. 한국의 전통음식인 ‘김치’를 왜 중국음식으로 표현했는지를 가지고 한-중 네티즌 간의 논쟁이 펼쳐졌고, 이 논쟁은 ‘김치공정’이라는 이름이 붙어 현재도 뜨거운 설전 이 진행 중이다. 중국의 ‘문화공정’은 ‘김치’에서 끝나지 않는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고유의 의복인 ‘한복’이 중국의 ‘한푸(중국 한족의 전통복장)’를 모방했다.”라고 주장하였고, 어른이 된 남자가 머리에 쓰던 의관인 ‘갓’ 또한 중국이 원조라고 주장하는 등 사회·문화 여러 방면에서 중국의 ‘문화공정’이 이뤄지고 있다.
대국의 소아병적 ‘문화찬탈’ 야욕
이번 ‘한복 등장’ 사태에 대해 여당에서까지 문재인 정부가 중국에 항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일 “걸핏하면 불거지는 중국의 동북공정, 문화공정은 매번 해소, 해결되지 못하고 지금까지 쌓여 와 우리 2030 청년들이 강한 반중정서를 갖게 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를 그대로 방치해서 우리 국민의 반중정서가 날로 강해진다면 앞으로 중국과의 외교를 펼쳐 나갈 때에도 커다란 장애물이 될 것”이라며 “실리외교를 위해서라도 할 말은 해야 한다”고 중국 정부에 항의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개회식에 참석한 박병석 국회의장과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겨냥해 비판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지난해 국감에서 미리 경고했고 분명 장관이 유의하겠다 했다”며 “국회의장, 문체부 장관 직관하시지 않았나. 최소한의 국민의 자존심, 배알을 빼놓을 정도로 신나게 넋 놓는 개막식이었나”라고 비꼬았다. 실제로 황희 문체부 장관이 직접 한복을 입고 개회식 현장에 앉아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황 장관은 붉은색의 한복 외투인 두루마기를 입고 우리나라 국기가 그려진 마스크를 쓴 채 관중석에 앉아있었다. 중국은 지난 2008년 8월에 열린 베이징 하계올림픽 개회식 때도 한복을 등장시켰다. 당시 식전 행사에서는 지린성 옌볜 가무단의 여성 100여 명이 한복을 차려입고, 아리랑 민요를 배경으로 부채와 장구춤을 선보였다.
이때도 너무나 한국적인 장면이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에 등장하자 국내에서는 ‘불쾌하다’는 반응이 나온 바 있다. 다만 2008년이나 이번 올림픽 개회식에 한복을 입은 출연자가 나온 배경은 모두 소수 민족의 하나인 조선족 문화와 복식을 소개하는 맥락이었다는 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복이 고대로부터 내려온 중국 고유의 복식이라는 류의 억지 주장과 이번 논란은 다른 맥락 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2008년 식전 행사는 중국 내 28개 지역의 전통 의상과 민요, 춤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옌볜 가무단은 21번째로 나와 조선족 전통 의상과 민요, 춤을 선보였고, 그다음 순서로는 푸젠성 전통춤이 이어졌다. 이번 올림픽 개회식에 등장한 ‘한복 여성’도 한복이 중국 한족 의 전통 의상이라고 주장하는 의미보다 조선족의 전통 옷이라는 쪽에 초점이 맞춰진 경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이날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중국의 소수민족인 조선족을 대표하기 위해 (한복을) 등장시켰다고 하더라도, (중국은) 이미 너무 많은 ‘한복 공정’을 지금까지 펼쳐왔다”고 한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서 교수는 “한복은 한국의 전통 의상이라는 진실을 전 세계에 더 널리 알려야 한다”며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에 맞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정확히 짚어주고, 우리 역사와 문화는 우리 스스로가 지켜나가야 한다”고 중국의 부당한 역사와 문화 왜곡에는 당당히 맞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같은 논란이 일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페이스북에 “문화를 탐하지 말라. 문화공정 반대”라는 글을 올려 반발했다. 민주당 선대위도 “중국이 한국 문화를 자국의 문화인 양 소개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중국 소수민족의 복장으로 한복이 등장한 데 대해 다시 한번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