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尹“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 “혼이 비정상” 박근혜 발언 연상시켜
■ 가정집 이사도 몇 달 준비하는데, 대통령 집무실 이전 2달 만에 왜?
■ 건진법사·천공스승 이미 몇 년 전부터 최고권력자의 용산 거주 주장
■ 취임해도 김건희 통한 무속인 조언 계속될 듯… 21세기판 신정정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집무실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기로 결정했지만 이를 둘러싸고 설왕설래는 계속되고 있다. 가정집 이사하는데도 몇 개월 전부터 준비를 하는 마당에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본국 안보의 최고 요충지인 국방부까지 이전하는 것을 두달 만에 해치우겠다는 생각 자체에 동의하지 않는 국민들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면 국민과 소통이 될 것이라는 발상 자체도 의아하게 생각하는 여론이 대다수다. 상식적이지 않은 발상을 무리하게 무리하려다 보니 결국 그 배경이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다.
‘龍산은 왕, 여의주는 법’
당장 대선 기간 내내 윤 당선인에게 불거졌던 무속논란이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집무실 이전을 임기 시작 전 신속하게 추진하려는 배경엔 풍수지리가 얽혀 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이전을 추진해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지만, 윤 당선인은 청와대가 아닌 통의동 집무실에서 임기를 시작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이전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집무실 이전을 둘러싸고 논란이 끊이지 않는 데에는 여러 문제가 발생할 우려가 큼에도 성급히 추진해야만 하는 합당한 이유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윤 당선인의 무속 논란은 이미 윤 후보가 정치에 나서기 전 <선데이저널>이 여러차례 지적해 왔다. 이때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윤 당선인과 무속인과의 관계는 그가 대선 후보로 나서며 지난해 국민의힘 대선 경선 과정에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경선 후보였던 윤 당선인은 TV토론회에서 손바닥에 왕(王) 자를 새기고 나온 모습이 포착됐다. 대선 후보 선출된 이후인 지난 1월에는 건진법사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무속인이 선거대책본부 고문으로 활동한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같은 달에 배우자 김건희 씨가 이른바 ̒7시간 통화’ 녹취록에서 도사의 말을 전해 듣고 청와대 영빈관을 옮기겠다고 말하는 내용까지 공개되면서 윤 당선인이 무속에 의존한다는 의혹은 짙어졌다. 심지어 최근 공개된 천공스승 과거 유튜브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왔다. 천공스승은 자신이 윤 후보의 멘토라고 주장했던 사람으로 본지가 처음 그 실체를 공개했던 인물이다. 그는 5년 전 영상에서 “용산이 힘을 쓰려면 용이 여의주를 들고 와야 한다. 용은 최고의 사람이고 여의주는 법”이라며 “최고의 사람이 법과 같이 와서 문화메카공원을 만들어야 한다. 그 문화 공원에는 명분을 만들어서 어떤 것도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용은 최고의 사람’, ̒여의주는 법’등의 발언과 관련은 윤 당선인이 집무실 용산 이전을 밀어붙이는 것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박근혜 데자뷔
무속 논란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불거져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당선인이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집무실 이전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 ̒무속 의존’ 논란을 끄집어내 공세에 나섰다. 김성환 정책위의장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후보 시절 손바닥에 쓴 ̒왕(王)’ 자처럼 행동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도 “집무실 이사가 민생보다 중요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선거 때 50조원 손실보상, 1000만원 방역지원금 공약하더니 당선 이후 온통 이사 얘기뿐”이라고 꼬집었다. 설훈 의원은 “청와대 옮기는 게 어린애 장난도 아니고, 용산으로 이전한다고 해도 시간을 갖고 제대로 해야 한다”며 “이렇게 옮기게 되면 국민들이 뭔가에 씌어서 저러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공세에 윤 당선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무속은 민주당이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그러면서 집무실 이전을 서두르는 것에 대해 “일단 청와대 경내로 들어가면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벗어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질 것”,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와 같은 발언은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이 “혼이 비정상”이라고 했던 발언을 연상케한다. 이런 조짐은 한두 군데서 나타난 것이 아니다. 이미 지난 1월 23일 공개됐던 윤석열 당선인 부인 김건희 씨와 유튜브 채널 ‘서울의 소리’의 7시간 통화 녹음 파일 내용에서 “우리 남편도 약간 그런 영적인 끼가 있다. 그래서 저랑 그게 연결이 된 거야”라고 말한 바 있다. 김 씨는 통화에서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가가 “내가 아는 도사 중 총장님(윤 후보)이 대통령이 된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그 사람이 청와대에 들어가자마자 영빈관으로 옮겨야 된다고 하더라”라고 말하자, “응 옮길 거야”라고 답했다. 앞서 공개된 통화 녹음 파일에서도 김 씨는 “내가 신을 받거나 이런 건 전혀 아닌데, 내가 웬만한 사람보다 잘 맞힐 거야… (관상은) 빛깔을 보고서 하는 거지. 생김을 보는 건 굉장히 하수들이 보는 거예요”라고 했다. 또 “나는 되게 영적인 사람이라 차라리 책 읽고, 도사들하고 얘기하면서 삶은 무엇인가, 이런 얘기하는 걸 좋아하지”라고도 덧붙였다. 김 씨의 ‘영적’이란 표현은 박 전 대통령의 ‘어록’을 떠올리게 한다. 박 전 대통령은 2015년 5월 5일 청와대 ‘어린이날 꿈 나들이’ 행사에서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다 같이 도와준다”고 말했다. 또 2015년 10월 22일 청와대 여야 지도부와 대통령 5자 회동에선 “(역사교과서) 전체 책을 다 보면 그런 기운이 온다”고도 했다. 같은 해 11월 10일 청와대 국무회의에 참석한 박 전 대통령은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고, 잘못 배우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무속인들 득세
문제는 무속 논란이 야당이 된 민주당만 윤 당선인을 공격하기 위해서 하는 정치공세가 아닌 보수 진영에서도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집무실의 용산이전은 이른바 윤핵관이라고 불리던 사람들조차도 이를 반대한 바 있고, 국민의힘 내에서도 의문을 가지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 고문은 지난 21일 K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당선인과 주변 사람들이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계속 노래했다. 그런데 뜬금없이 용산 이야기를 하는 것이, 국민들은 풍수지리설 때문에 가는 거 아니냐, 이렇게 오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용산을 가는 건 존중하는데, 이런저런 문제점이 있고 해소 안 된 채로 가고 있다는 것은 당선인이나 인수위(인수위원회) 측에서도 이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큰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 여러 난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이전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반발과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가 무속에 의존한다는 것은 국민으로 하여금 큰 허탈감을 줄 수 밖에 없다. 이미 본국 언론에는 자신이 1년 전부터 윤석열 당선을 예언했다는 점쟁이들이 다수 등장에 사람들을 혹세무민하고 있다. 아마 윤 당선자는 대놓고 무속인의 조언을 구하진 않겠지만 그 역할을 김건희 씨가 할 것으로 보인다. 집무실 용산 이전은 그 첫걸음일 뿐이다. 그야말로 21세기판 신정정치의 서막이 올랐다.
————————————————————————————————————————————————-
김건희 주가조작 무혐의 가닥
‘의혹’은 있지만
‘가담’은 아니라고?
■ 도이치모터스 가담의혹 질질 끌다 결국 무혐의 가능성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0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검찰이 수사 중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등의 향배도 주목받고 있다. 윤 당선인의 배우자 김건희 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가담한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 2부(조주연 부장검사)는 지난해 12월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주가조작 주범들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으나, 김씨의 가담 여부는 결론 내리지 않았다. 윤 당선인은 지난해 10월 김 씨의 주식 계좌 거래 내역을 공개하면서 김 씨가 주가조작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권 회장 공소장에 첨부된 범죄일람표에 김씨가 본인 명의의 다른 계좌들로 주가조작 기간에 직접 거래한 내역이 담기면서 논란이 증폭했다.
검찰은 그간 김 씨에게 여러 차례 출석을 요구했으나, 김 씨는 대선 국면인 점을 내세워 출석에 응하지 않아 왔다. 대선이 끝난 데다 국민적 의혹이 큰 만큼 김씨 조사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조사 시기는 윤 당선인이 취임하기 전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검찰이 미래권력의 치부를 들추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로 검찰 내부에서는 김씨가 권 회장 등의 주가조작으로 이득을 봤더라도, 공범으로 인정되려면 주가조작 행위를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해 혐의 성립이 까다롭다는 논리를 통해 무혐의 처분하려 한다는 말이 나온다. 김씨의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의 ̒대기업 협찬’ 관련 의혹도 주가조작 가담 여부와 함께 결론이 날 전망이다. 검찰은 대기업 협찬 의혹 중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은 지난해 12월 먼저 무혐의 처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