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러시아전쟁 글로벌 경제 위기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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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급등은 곧 식량대란‘세계경제가 요동친다’

“스태그플레이션”
현실로 다가 온다

■ 한국 등 아시아 국가 경제의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어
■ 전쟁으로 유가폭등 식품가격 상승 금리인상 요인으로
■ 매끄럽지 않을 회복의 길, 유가시장 혼란에 빠진 상태
■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남북한처럼 둘로 나누려 한다”

한반도의 분단을 가져온 얄타회담은 77년전 우크라이나 크름반도 얄타에서 당시 소련의 스타린 의 주도로 미국의 르즈벨트, 영국의 처칠 등이 만난 회담이다. 아이너리컬하게도 77년전 악몽이 다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대두되고 있다. 이번에는 러시아의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남북한 처럼 둘로 나누려 하고 있다고 우크라이나 군정보 수장이 말했다. CNN 이27일 특별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군정보국 사령관인 크릴로 부다노프 준장은 러시아의 군사작전이 실패하면서 동부와 남부 지역 점령에 집중하고 있다며,“우크라이나에 한반도식 시나리오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며“이것은 점령지와 비점령지로 나눠 우크라이나도 남북한처럼 나누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BBC방송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가저 올 글로벌 경제 위기를 전망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별취재반>

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이어질까? 아마도 이것이 지구촌 최대 관심사일 것이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 상황은 어떻게 변했을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쑥대밭이 됐다. 건물의 80%가 파괴되거나 사람이 살 수 없게 된 도시도 있다. 전쟁 발발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국민 350만 명 이상이 우크라이나를 떠났고 남은 사람 중에서도 약 650만 명은 살던 곳을 떠나야 했다. UN은 민간인 사망자가 1,000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러시아에서는 대규모 침공 지지 집회가 열리는 한편, 일부 러시아인은 반전 시위에 참가했다가 경찰에 연행됐다. 연행된 사람만도 수 만 명이라고 한다. 러시아 진군은 다소 정체된 상황이다. 러시아는 전쟁으로 병력 약 500명이 전사했다고 밝혔지만, 미국 정부는 러시아 병력 7000명이 사망했다고 추산하고 있다. 전쟁 지속 기간에 따라 최근 시장에 가해진 충격이 일시적일지 아니면 좀 더 장기적인 현상일지 달라질 것이다.

영국의 BBC방송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도 불구하고 올해 세계 경제는 성장할 것이라는 관측은 여전하다고 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전쟁의 영향을 피해 갈 수 있는 곳은 별로 없을 것 으로 보인다. 그 영향의 정도와 심각성은 결정적으로 전쟁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에 달려 있다. 전쟁 지속 기간에 따라 최근 시장에 가해진 충격이 일시적일지 아니면 좀 더 장기적인 현상일지 달라질 것 이다. 우크라이나와 이웃한 폴란드는 연료의 절반 이상을 러시아에서 들여온다. 영국 경제 연구소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이번 전쟁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경제는 “극적인” 타격을 입겠지만, 그 외 국가들에 대한 영향은 각기 다를 것이라고 밝혔다.예를 들어 폴란드는 연료의 절반 이상을, 터키는 3분의 1 이상을 러시아에서 들여온다. 러시아가 주요 무역국인 이들 국가의 경제는 현재 상황에서 비교적 취약하다. 반면 미국과 중국에서 대러 무역은 국내총생산(GDP)의 각각 0.5% 2.5%에 불과하므로 이들 국가가 입을 타격은 비교적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벤 메이 글로벌 거시 경제 연구 책임자는 이번 전쟁으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4%에서 3.8%로 약 0.2%p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그러나 이 같은 전망은 전쟁이 오래 지속되지 않는 것을 전제로 계산된 것입니다. 만약 전쟁이 장기화한다면 그 영향은 훨씬 더 심각할 것입니다.”

전쟁 장기화될수록 유가 식량란 혼란

지난 26일 LA다운타운 세브론 주유소에 개스가격이 갤러 당 7달러 15센트라는 고지판을 올렸다. 주요 고려 사항은 바로 전쟁이 유가에 미치는 영향이다. 사실 이미 이번 전쟁으로 유가 시장은 혼란 에 빠진 상태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러시아는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석유 생산국 3위다. 2020년 기준 러시아의 일일 석유 생산량은 1050만 배럴, 수출량은 500만~600만 배럴에 달한다. 러시아산 석유의 절반은 유럽이 사 갔다. 지난 3월 7일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 원유 금수 조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북해산 브렌트유가는 사상 최고가에 육박하며 치솟았다. 최근 21% 급등했던 브렌트 유가는 또다시 18% 급등해 배럴당 140달러에 가까워진 뒤 소폭 하락 했다. 에너지 연구 기관인 썬더세드 에너지의 롭 웨스트 대표는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지와의 인터뷰에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를 넘을 수 있다”고 밝혔다.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에너지 담당 부총리 는 지난 8일 한발 나아가 “유가 급상승은 예측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배럴당 최대 300달러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노박 부총리는 러시아 국영 언론에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거부한다면 전 세계 경제는 참담한 결과를 맞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가 상승은 연료 뿐 아니라 다른 모든 재화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연료와 에너지는 상품 제조와 운송에 기본적인 비용이므로, 이들 가격이 상승하면 전반적인 물가가 상승하게 된다.

한편 영국 바클레이스 은행의 경제학자들은 현 상황이 스태그플레이션 같은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바클레이스 은행은 이미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p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물가 상승과 경기 불황이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 세계 식량 생산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에 이들 간의 전쟁은 식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남아공 스텔렌보스 대학의 완딜레 실로보 농업경제 수석연구원과 미국 JP모건체이스사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 생산의 14%, 수출의 29%를 차지한다. 게다가 이 두 나라는 옥수수와 해바라기유 시장에서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곡물 공급 차질은 중동, 아프리카, 터키 등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레바논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에서 밀의 대부분을 수입하며, 이집트와 터키도 마찬가지이다. 아프리카의 수단, 나이지리아, 탄자니아, 알제리, 케냐,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산 곡물에 의존한다. 세계 최대 비료 기업 중 하나인 야라 인터내셔널의 스베인 토레 홀스더 CEO는 “전 세계적인 식량 위기가 도래하느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이번 식량 위기가 얼마나 심각할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농작물 재배에 중요한 비료의 가격은 이미 유가 폭등으로 치솟은 상태다. 러시아는 주요 비료 수출국이다. 홀스더 CEO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전쟁 전부터 상황이 좋지 않았다”면서 “세계 인구의 절반이 비료로 키운 농작물에서 식량을 얻는다. 비료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다면 일부 작물의 경우 (수확 량이) 50% 감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 식량 수급에도 중대한 영향

영국 경제연구기관인 캐피탈이코노믹스의 제니퍼 맥키언 글로벌 경제 서비스 대표는 에너지와 식품 가격 상승이 맞물려 신흥국 물가가 1%p 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미 고물가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국가들, 그 중에서도 특히 중부 유럽과 라틴 아메리카의 중앙 은행들은 금리를 높여 고물가를 잡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맥키언 연구원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는 국가 경제에 더욱 부담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크게 의존하는 동유럽, 독일, 이탈리아, 터키 등 일부 국가에서도 물가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맥키언 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소비자들의 구매력에 가해진 여러 복합적인 압박은 아시아 국가 경제의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수요 및 수출 상품 수요에 미치는 영향이 아시아 경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연구원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유로존 내 수요가 (이번 전쟁으로) 크게 떨어지는 동시에 국제 유가 상승으로 구매력이 타격을 입는다면 이는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에 악재가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여전히 세계 경제가 올해 강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부분적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이 연구원은 전 세계가 다시 일상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경제 성장 측면에서도 “뜻밖의 행운”을 맞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진 전쟁이 세계 경제 성장을 일부 위협하고 있지만, 전쟁이 얼마나 지속되는지에 따라 그 정도는 크게 좌우될 것이다. 메이 연구원 또한 “세계 경제가 전쟁으로 바로 불황에 빠져버리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현재 상황이 “경제 전반에 불확실성을 초래한다”라는 점을 인정하며 “전쟁이 경제에 미칠 영향이 얼마큼 커질지는 미지수”라고 언급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엄청난 인적, 경제적 어려움을 초래하고 있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불확실하지만 단기적으로 침공과 관련 사건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추가적인 상승 압력을 유발하고 연준의 경제 활동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라는 것이 일반 분석가들의 전망이다.

한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장기화할 경우 우리 경제에 유의미한, 그러니까 상당한 정도의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먼저, 러시아가 현재 충분한 재정 여력과 외환보유고를 갖고 있지만, SWIFT배제와 자산 동결 등의 여파로 자산 운용을 유연하게 하지 못하면서 자칫 채무 불이행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참고로 러시아는 외환보유액의 60% 이상(약 4,000억 달러)이 금융 제재에 동참한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해외 금융기관에 예치돼 있으며,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와 회사채 미상환 채무 규모가 약 1,400억 달러 정도되는 걸로 알려져 있다. 생산성 악화에도 대비해야 한다. 러시아산 화석연료 수입 제한과 그에 따른 에너지 공급 문제가 현실화할 경우 우리 기업의 생산성이 악화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사용이 많은 제조업의 비중이 높은 데다 아직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2020년 기준 전 세계 화석연료 수출에서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원유 11%, 천연가스 25% 수준이다.

여기에 더해 원유 수출국의 이해 충돌과 장기 공급 계약, 즉각 증산의 기술적 어려움 등으로, 화석연료 공급량이 급감할 경우, 비용이 오르면서 수익성이 나빠지는 건 물론, 이 역시 생산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화석연료 수급 차질에 따른 생산성 악화는 대외 충격에 상대적으로 약한 중소기업에게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어 당국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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