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들의 화려한 외출
제1회 시니어 미술 공모전 – 미주메트로뉴스-리엔리 갤러리 주최
코로나-19 페더믹도 2022년 봄날에서 서서히 물러날 기미가 보인다. 흔히들 시니어가 되면 다시 아이로 돌아간다고 말한다. 아이들은 그리기나 만들기를 통해 자신을 오롯이 표현해내고 오감을 발달시키면서 자연스럽게 정서안정과 인격의 형성까지 이루게 된다. 나이를 먹을수록 이 오감 발달에 다시금 집중을 한다면 뜻밖의 새로운 인생을 발견하게 된다. 미술은 시니어들을 위한 취미 로 가장 먼저 손꼽히는 분야 중 하나다. 한편 LA에서 전업작가로 유명한 80대를 바라보는 김희부 작가가 개인전으로 새로운 도약을 한다. 코로나를 이긴 시니어들의 합창을 꾸며 본다. <성진 취재부 기자>
시니어 아마추어 화가 탄생 주제 ‘나의 소중한 순간들’
코리아타운 시니어 센터에서, 교육원, 노인정이나 노인대학 등에서도 미술은 빠지지 않는 과목이다. 그러나 선뜻 붓을 손에 쥐지 못하는 시니어들이 대부분이다. 그 이유는 바로 선입견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말한다. 미술에 대한 편견이 장벽처럼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니어라고 하여 무의미하게 세월을 지내기보다 취미생활을 통하면 정서적인 안정을 찾아갈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그림을 그리다 보면 창의 력을 발휘해야 하기에 뇌를 항상 바쁘게 움직여야 하고, 손을 사용하기 때문에 치매 예방에도 매우 좋다. 사실 실버 세대가 제대로 된 미술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으니, 이를 통해서 어릴적 순수했던 마음을 되찾아 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또 다른 선입견 중 하나는 그림은 돈이 많이 드는 취미라는 것. 그러나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도구만 따지면 결코 그렇지 않다. 이젤과 물감, 붓 등의 구매비용은 50-100불 내외에 불과하다. 사진이나 자전거 등에 비교하면 저렴한 셈이다. 그림은 화가가 되기 위해서 그리는 것이 아닌 인생에서 자신을 친구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말하는 미술가들이 많다. 마음속에 피어있는 젊음 세월의 추억을 캔버스 위에 펼쳐 놓는 삶은 풍요한 시간을 즐기게 되기 때문이다.
세월의 추억을 캔바스에
그림이 시니어에게 주는 장점은 다양하다. 미술 수강생들은 운동에 비해 체력적으로 제한이 없는 취미이면서, 고도의 집중을 통해 잡념을 사라지게 한다. 손과 눈이 살아 있다면 평생 할 수 있다. 적은 비용에 비해 얻는 성취감도 크다. 전시회를 통해 본인의 그림이 남에게 인정받거나 팔리는 경험은 시니어들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 준다. 이번에 리앤리 갤러리(대표 아녜스 이)와 미주 메트로뉴스(발행인 김정섭)이 주최하고 선데이저널, 서울 메디칼그릅, 농심, 재미한국노인회등이 후원한 제1회 ‘시니어 미술 공모전’에서 유미선씨가 대상을 차지했다. 지난 30일 오후 4시 리엔리 갤러리(3130 Wilshire Blvd. #502, LA, Ca 90010)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유미선씨는 대상 상장과 부상으로 1,000달러의 상금을 받았다. 이어 ‘서울 메디칼 그룹상’은 한경택씨, ‘농심상’은 송윤숙씨, ‘재미한국노인회상’은 장대수씨에게 각각 돌아갔다. 또 입선은 김영숙씨, 박인경씨, 김성희씨, 강명진씨, 김하숙씨의 출품작이 뽑혔다. 이들에게도 상장과 함께 소정의 상금이 증정됐다. 대상을 받은 유씨는 결혼 초 남편이 해준 계란 부침의 기억을 생각하며 유씨의 얼굴과 남편의 얼굴 그리고 유씨 내면에 모습을 계란 부침을 조화롭게 그려냈다. 이름하여 “회상”이라고 제목을 정했다. 한편 입선자인 김영숙씨는 손과 손이 만나는 그림을 보여주면서 “누가 날 만져주었을 때, 살이 살과 만날 때… 손과 손이 만남의 순간은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감이다”면서 “작은 것도 아니고 멀리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순간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입상자인 장대수씨의 그림은 어릴 적 누구나 생각나는 ‘뻥튀기’ 장면을 익살스런 표정까지 담아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입가에 웃음을 머금케 했다. 리앤리 갤러리의 아녜스 이 대표는 “장수 시대를 살아가면서 시니어들의 취미 생활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해졌다”면서 “미술 공모전을 통해 시니어들 스스로가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고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취지에서 행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또 아녜스 이 대표는 “취미로 또는 전공을 했지만 그동안 붓을 놓고 생활에 전념했던 많은 분들의 그림에 대한 열정이 나타났다”고 고마워 했다.
장수시대의 절대적인 취미 생활
이번 대회를 공동 주최한 미주메트로뉴스의 김정섭 발행인은 “오랫동안 한인들의 사랑을 받아온 리앤리 갤러리와 백 세 세대를 겨냥한 웰빙 가이드를 지향하는 US 메트로 뉴스가 이번 공모전을 시작으로 커뮤니티의 다양한 문화 예술 세계로 인도하는 안내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번 공모전은 55세 이상 미술에 열정이 있는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팬데믹의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도 미술 애호가들이 멀리 한국, 뉴욕 등에서 까지 작품을 응모하는 등 많은 관심과 기대속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공모전 주제는 ‘나의 소중한 순간들’(My Memorable Monents)로 지난 3월 18일까지 마감됐다. 이런저런 이유로 시작하지 못했던 미술에 대한 꿈과 그 동안 숨겨 두었던 재능을 펼쳐 보이며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시니어들이 대거 참가했다. 이번 공모전 심사는 화가 이경수, 김윤진, 이성실씨가 맡았다. 이들을 심사평에서 “‘나에게 소중했던 시간’이라는 주제에 부합되는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면서 “심사의 기준은 주제에 맞는 작품, 기본적인 회화의 구성 능력, 열정을 갖고 진정성 있게 작품을 준비하였는가에 초점을 두었다”고 심사 기준을 설명했다. 그림은 심리적인 부분 이외에 실제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미국의 유명한 병원인 메이요 클리닉의 신경과 전문의 로즈버드 로버트는 최근 발표한 연구 논문을 통해 “그림 그리기 등 노년의 미술 활동이 경도인지장애(치매의 전 단계)에 걸릴 가능성을 73% 낮춰 준다”고 발표했다. 그는 4년간 256명의 85세 이상 노인을 관찰했는데, 미술 활동이 수공예(45%), 사교활동(55%), PC활용(53%) 보다 인지기능 보호 효과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그리는 것이 경도인지장애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은 미술 활동을 통해 마음과 정신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손의 미세한 운동과 관련된 신경을 활성화시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한 자극들이 신경세포의 퇴화를 방지하고, 새로운 신경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면서, 인지기능 유지에 사용되도록 변화를 일으키는, 일종의 신경가소성 효과를 나타낸다.
또한 더불어 의사 소통 능력도 향상시키고 자아감이나 자존감의 회복에도 도움 이 되고, 심지어 치매환자 간병인의 삶의 질까지 향상시킨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다. “내가 그림을 그릴 수 있을가”라면서 소질을 걱정하는 시니어들에게 관심이 곧 소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 만으로도 그릴 준비가 되어 있는 셈이다. 실제로 시작하고 나면 기대 이상으로 쉽게 적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 제1회 시니어 미술 공모전 수상작과 응모작 전시회는 오는 4월 23~29일 리앤리 갤러리 (3130 Wilshire Blvd., LA CA 90010)에서 1주일 동안 개최된다. 전시회 오프닝 리셉션은 4월 23일 (토) 오후 2~5시에 열린다.
✦ 문의: (213)365-8285 아녜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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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를 바라보는 시니어 전업작가‘김휘부’
지오(Geo) 시리즈
“긴 여행을 떠나다”
시간과 역사 속에 숨은 또다른 형상들을 발굴
새벽녘 컴컴한 하늘, 먼동이 트기도 전에 무언가를 가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고요한 새벽을 깨우는 소리는 김휘부 작가의 하루를 시작하는 소리이다. 김휘부 작가는 80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팔청춘 젊은 작가 못지않게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갈고, 문지르고, 바르고, 붙이고, 그러다 다 뭉개 없애 버리기를 밥 먹듯이 한다. “선생님, 지난번 보았던 작품 어디 있어요?” “없애 버렸어, 맘에 안 들어서…” 김휘부 작가다운 답변이다. 한편 그는 자신을 화가목수로 불리기를 좋아한다. “나는 화가이면서 목수로 불리기를 좋아한다. 나는 목수가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화가목수로서 ‘Geo’시리즈를 시작한건 1997 전후부터다. 아이러니칼하게도 그것은 두 번의 지진이 안겨준 놀라운 선물이었다.
‘나’를 버리고 ‘나’를 찾는다
내가 만든 액자는 모두 숱하게 무너진 집에서 주워온 나무재료들로 일종의 재해 오브제였다. 그 오브제들은 얼굴조차 알 수 없는 누군가들이 살았던 집의 벽들이며 마룻바닥들이며 기둥들이었다. 그것들은 이미 익명의 손들이 수없이 닿았던 감촉을 숨기고 있었다…” ‘지오’는 땅이다. 작가 김휘부에게 ‘지오’는 땅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이고, 그가 만드는 ‘지오 시리즈’는 땅의 풍경이다. 김휘부는 홍대 회화과를 졸업 후 반 백 년 가까이 미국, 한국, 일본 등에서 수많은 개인전과 그룹 전을 가졌으며, LA를 기반으로 활동한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작품세계를 지켜오고자 노력한 전업 작가이다. 우리는 그가 자신만의 독특한 표현방법으로 자신의 삶의 궤적을 연결시켜 놓은 그의 분신 같은 작품에 흥미를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우리 주위에서 그냥 지나치는 흔하고 쓸모없는 것들을 그의 화폭에 담아 놓고, 선, 그리고 면들과 함께 뒤섞어 놓은 뒤, 다듬어지고, 부서지는 등 여러 과정을 거쳐 새로운 생명으로 탄생 시킨다. 그의 작품은 평면적이지만 입체성이 느껴지는데 이것은 그가 입체적인 작업을 수없이 반복하기 때문이다. 시멘트나 글루와 같은 건축 재료들을 칠하기보다는 바르고 문지르고 그라인더로 갈아내고, 다시 새로운 물질들을 붙이고 있고 뭉개고 섞는다. 작가는 이러한 노동의 반복행위를 통해 “평면 위에서 자기를 버리고 정신성을 회복하는 긴 과정을 겪는다”고 말한다. 그렇게 자기를 버림으로써 또 하나의 자기를 찾는 생명력의 과정을 담아낸다는 것이다.
김휘부는 자신의 정신적 가치를 이러한 복잡한 과정을 거치면서 찾아 나가는 자신만의 긴 여행을 떠난다. 그는 “누군가 나의 작업을 가리켜 ‘질감은 회화, 형태는 조각, 과정은 건축’이라고 평한 적이 있는데 그 말에 깊이 공감하는 것은 인간의 삶 자체를 요약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선과 형태, 면과 면이 만나고 흩어지고 섞이고 굴절되면서 화면 깊숙이 지층과 균열이 생기는데 그것을 통해 땅과 하늘의 합일을 꿈꾸고 시간과 역사 속에 숨은 또다른 형상들을 발굴해 나간다는 설명이다.
변화무쌍한 시대를 살아가는 버팀목
김휘부 작가 작품을 마주하면 첫눈에 색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심플하면서도 과감한 색상에 순간적으로 매료된다. 복잡한 작업 과정을 거쳐 온전한 그 만의 색으로 만들어진 그 과감한 색들은 보는 이에게 부담스럽지 않고, 아름다움과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게 하여 준다. 그 색들은 화폭 위에서 다른 물질들과 어울려져 붙여지고 떼어내지는 과정을 겪으면서 자연적인 분열이 생기고 굴절이 생겨 또 다른 형태로 탄생된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긴 여행 끝에 새롭게 탄생된 작품들도 김휘부 작가에게 수틀리면 한순간에 사라 진다. 김휘부 개인전이 오는 4월 15일(금)부터 29일(금) 워싱턴과 후버(1215 W. Washington Blvd. LA CA 90007)에 위치한E2Art Gallery에서 개최된다. E2Art Gallery는 이번 김휘부 작가 개인전을 시작으로 중견작가, 신인 작가 등을 초청하여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새로운 작품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요즘처럼 변화무쌍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언제든 부담 없이 전시장을 찾아 함께 즐기고 마음의 여유를 찾기 바라는 것이 E2Art Gallery를 오픈하는 이유이다. 이번 김휘부 작가의 “긴 여행을 떠나다”전시에는 대작은 물론 소품 등 20여 점이 소개될 예정이다.
✦ 문의: info@e2artgallery.com 혹은 (213)741-0014
✦ 전시명: “긴 여행을 떠나다”
✦ 전시일정: 4.15(금)~4.29(금) 전시실 개장 시간 10:00am-5:00pm
✦ 개막식: 4.15(금) 6:30~8:30pm
✦ 장소: E2Art Gallery(1215 W. Wahington Blvd. LA CA 9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