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러니하게 조국·추미애 때문에 검찰 개혁 명분 사라져
■ 특수부 검사가 대통령 되니 검찰 조직 다시 기득권 주장
■ 검찰 개혁 한다던 검찰총장부터 손바닥 뒤집듯 입장 바꿔
■ 윤 정권출범하면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도 없던 일 될 것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하는 이른바 ‘검수완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이를 4월 임기국회 내에 처리하기로 하면서 국회와 검찰, 그리고 문재인 정권과 윤석열 정권 간의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70년 간 검사라는 타이틀만 달면 왕 대접을 받아오고, 어지간한 잘못을 해서는 자기들끼리 뒤를 봐주고 밀어주고 끌어주고 하던 대한민국 최고 권력집단이 자신들의 권력의 기반이 무너지려고 하자 또 다시 한 몸이 되어 극렬하게 저항하고 있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검찰 개혁안을 주도해왔던 김오수 검찰총장이 정권이 바뀌자 언제 그랬냐는 듯 검찰 개혁안에 반발하고 있다. 이는 조폭과 같은 특수부 검사가 대통령이 될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정권 교체라는 맹목적 목적 때문에 윤석열 후보의 당선을 밀었던 유권자들은 이제부터 공고해 질 검찰 권력의 득세를 똑바로 목격하게 될 것이다. 윤석열 당선인의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의 아이폰 비밀번호는 풀지도 않은 채 무혐의 처분하고, 대장동 50억 클럽에 이름을 올린 특수부 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허가호위하는 것은 검찰 공화국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수사하고 싶을 때 하고, 안 하고 싶을 때 안 하고, 친한 사람들은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봐주려 하고, 낙인찍은 사람들은 없는 죄도 만들어서 감옥에 넣는 검찰 공화국은 문재인 정권 하에서 잠시 소나기를 피하고 있었지만 윤석열 당선인의 취임과 함께 다시 한 번 그 발톱을 드러낼 것이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대한민국은 지난 70년 간 검사들의 나라였다. 우리나라 검찰은 수사기관이 아닌 권력기관이었다. 세계 어떤 나라에도 이렇게 막강한 조직과 인력을 갖춘 검찰은 존재하지 않는다. 검사만 2000명이고 수사관이 6000명이다. 수사 좀 했다는 수사관들은 준검사급 대접을 받으면서 기업의 임원으로 영전하다. 9급 공무원 출신이 수사하면서 오너 일가를 대면했단 이유로 대기업 임원으로 바로 가는 것은 대한민국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우리처럼 검찰이 사회 모든 영역에 개입하고 정치보복 논란의 중심에 있는 나라를 알지 못한다. 40여 명의 검사장이 차관급 대접을 받고, 법무부 외청에 불과한 검찰 간부 인사가 언론의 주요 뉴스거리다. 권력기관이라는 방증이다. 청와대, 국회, 정부 기관, 재벌기업 등 우리 사회 힘깨나 쓰는 곳에는 어김없이 검사 출신이 포진해 있다.
본국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CJ ENM의 대표이사가 검사 출신이란 것만 봐도 본국 사회에서 검찰의 권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대장동 의혹은 검사들이 돈과 권력을 모두 쥐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이기도 하다. 대장동 특혜에 있어서 시행업자들도 최후의 승자는 아니다. 바로 대한민국 최고 권력집단인 특수부 검사들이 최후의 승자다. 대장동 사업은 김만배라는 법조기자 출신 브로커가 시행사업을 하면서 평소 가깝게 지내던 특수부 검사와 그 인맥을 이용해 벌인 돈 놀음에 불과했다. 역시 검사 출신인 곽상도 전 의원이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도 모를 새 50억 원이란 돈을 받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대장동 사업을 가능하게 했던 진짜 특수부 카르텔의 정황이 여럿 발견됐는데도 이상하게도 수사는 지금까지도 전혀 진전되지 않고 있다. 이대로 윤 당선인이 취임한다면 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받은 특혜 의혹은 그대로 땅에 묻힐 것이다.
경찰은 검찰에 엉까는 조직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윤 당선인 스스로가 경찰이란 조직을 상당히 비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검찰 개혁과 경찰 수사권 조정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본지가 대선 전 공개한 육성파일에 잘 드러나 있다.
“나는 경찰이라는 조직이 민중의 지팡이로서 그런 게 아니고 검찰이라는 조직을 상대로 수사권을 내달라고 요구하는 정도가 된다는 거 자체가 다 문제라고. 이제 원래 검찰에 문제가 있으면 그거는 직접 손을 봐야 하는 거지 경찰하고 싸움을 붙이는 면 안 되는 거야. 경찰은 경찰대로 문제고 검찰은 검찰대로 문제지 검경을 싸움 붙여가지고 서로 견제하겠다는 발상이 오래전부터 돼왔거든. 나는 양쪽에 다 문제가 있어요. 법원 문제가 다 문제가 있는데 이거를 법원은 검찰하고 안 붙이고 경찰은 검찰하고 안 붙여요.우리나라의 경찰이라고 하는 거는 해방 이후에 일제 때보다 더 강해졌어요. 전두환 정권 때도 집회 시위 이런 거 진화하고 이러기 위해서 정권 유지 차원에서 경찰을 굉장히 키워줬지만, 그 경찰이 또 불안하니까 검찰로 내고 수사를 확실하게 통제하게 만들어. 그러니까 늘 경찰을 이용해서 검찰을 견제하고 검찰을 이용해서 경찰을 견제시키는 이 일을 역대 정권이 해온 거야. 그러니까 검경이라는 수사권 문제로 검경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으로다가 접근을 해 온 거야. 나는 그게 아니라고 봐 어디 경찰이 검사 보고 의견내더라 그러냐. 검찰하고 경찰하고 싸움 붙이는 거는 너무 오래된 수법이야. 그리고 이게 정치하는 사람들이 자기네는 그 짧은 임기 동안에 검찰이나 조직을 쥐고 돌기가 뭐 하니까 경찰을 늘… 경찰이라는 거는 늘 검사한테 엉까야 출세해. 그렇게 만들어 놨어요. 그런데 그런 거 자체가 잘못된 거야. 검찰이라는 조직은 경찰하고 경쟁하는 조직이 아니야. 이건 소추권자가 수사라고 하는 것은 국가가 소추권을 행사해서 소추권을 행사할 만한 가능성 있는 사안에 대해서 국가가 소추권을 행사했을 때 승소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한해서 소추권을 행사하는 거고. 수사라고 하는 거는 그 소추의 준비 과정이에요. 절대로 독립해서 별도로 존재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어디 무슨 황운하 이런 애들이 경찰관이 어디 검찰 조직에다 대놓고 권력을 내놓으라는 요구를 하냐. 경찰은 주어진 예산과 인력과 주어진 범위 내에서 열심히 치안 유지하면 되는 조직이지.”
이런 그의 발언은 그가 얼마나 검찰지상주의자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어설픈 검찰개혁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은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고 출발한 정권이다. 이를 위해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비리 수사처 등 다양한 검찰 개혁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어설프게 검찰개혁을 추진하면서 윤석열 당선인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놓았다. 윤 당선인은 엄연히 현 정부 인사다. 문재인 정부에 의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됐고 대통령이 검찰 개혁을 진두지휘 할 검찰총장으로 낙점했다.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 의혹과 사모펀드 혐의를 파헤치면서 국민 여론은 돌아서기 시작했다. 중도층까지 조 전 장관에 대한 부정 여론이 확산됐고 급기야 문 대통령의 지지율까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내리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정권 교체 여론은 더 부각된 셈이다.
국회의원 경력이 전무한 검찰총장 출신이 유력한 보수 야권 대선 후보로 떠오르게 되는 결정적 배경은 ‘조-윤’ 갈등과 ‘추-윤’ 갈등이었다. 이 갈등을 중재하지 못하는 문 대통령의 리더십을 바라보며 정권 교체 여론은 더 가중됐다. 만약 조-윤 갈등이나 추-윤 갈등을 문 대통령이 조정만 했더라면 정권 교체 여론이 이 정도로 악화되지는 않았을 터이다. 말하자면 문 대통령의 방임 속에 조 전 장관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의 당선에 결정적인 일등 공신 역할을 한 셈이나 다름없다. 문재인 정권에서 숨 죽이고 있던 검찰은 이제 다시 그 발톱을 드러내고 있다. 입법부에서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발하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마치 검찰의 정의의 마지막 수호자인 것과 같은 코스프레를 하면서 말이다.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검찰은 그동안 법과 정의를 수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그 뒤에서는 최고 권력을 누리며 카르텔을 형성해 왔고, 이를 통해 돈과 권력을 함께 손에 쥐어 왔다. 현재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검수완박 정책은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고 기소권만 남겨놓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이를 두고 검찰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힘에 따라 여당과 검찰이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대검찰청은 지난 8일 입장문을 내고 “현재 시행 중인 개정 형사법은 1년 3개월이라는 장기간 동안 논의를 거치고 패스트트랙 절차를 밟는 등 지난한 과정을 통해 입법됐으나, 시행 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러 문제점이 확인돼 지금은 이를 해소하고 안착시키는 것이 시급하다”면서 “정치권의 검찰 수사기능 전면 폐지 법안 추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검사가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70여년간 시행되던 형사사법절차를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이라며 “극심한 혼란을 가져올 뿐 아니라, 국민 불편을 가중시키고 국가의 중대범죄 대응역량 약화를 초래하는 등 선진 법제에서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총장은 검찰 구성원들의 문제 인식과 간절한 마음을 깊이 공감하고 있고, 현 상황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대검은 “국민을 더 힘들고 어렵게 하는 검찰 수사기능 전면 폐지 법안에 대해 국민들을 위해 한번 더 심사숙고하고 올바른 결정을 해 주시기를 정치권에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번지르르한 주장 뒤에는 70년 간 자신들이 저질러 온 과오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으며 스스로 어떻게 자정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대안은 전혀 없다. 당장 문재인 정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방안을 밀어붙이던 검사장, 고검장들이 정권이 바뀌자마다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모습을 보이는 건 검찰이 지난 70년 간 정권 교체기에 보여왔던 모습 그대로다.